소설리스트

걸황무적-269화 (270/328)

269. 함정을 파다

신무맹에 보낸 사신이 돌아왔다.

‘이것들 봐라.’

창천주는 어이가 없었다.

창천의 사신은 어디에 간들 무시를 당할 수 없었다.

하나, 창천에 돌아온 사신이 신무맹에서 완전히 무시를 당했다는 보고를 했다.

그는 정파가 어떠한 놈들인지 잘 알고 있다.

별일 아닌 것에 이상하게도 고집을 피울 때가 많다.

놈들은 그들과 상관이 없는 인물인 화문자를 내어달라는 요구를 단번에 잘라 버렸다.

특히 신무맹의 맹주.

걸황 남하림은 협박까지 했다.

“역시 잘난 놈이군. 겁이 없어. 눈앞에 본 천도 안 보이는 모양이야.”

신무맹에 가서 따지고 싶었지만, 항상 맛있는 것은 마지막으로 먹을 수 있도록 아껴놓아야 하는 법이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가만히 넘어가는 일은 예의상 있을 수 없다.

‘본 천의 체면을 위해서 움직이기는 해야겠지.’

“목옥창.”

스윽.

창천주의 부름에 사신호위대 대주 가 모습을 드러냈다.

척.

창천주의 앞에 부복한 목옥창.

창천주가 넌지시 그에게 물었다.

“걸황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는가?”

“두말없이 중원 무림에서 최고 인물입니다.”

목옥창은 사실대로 말했다.

창천주는 거짓을 싫어했다.

“나도 그렇게 생각해. 그 나이치고는 대단한 놈이지. 다만 너무 자신감이 강하지 않나?”

“그 정도의 능력이라면 자신감을 가질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내 말을 안 듣는 모양인가 보군.”

“…….”

“걸황 이 녀석에게 내가 누구인지 한 번 더 알려줄 필요가 있을 것 같아.”

“천주님의 명을 따르겠습니다.”

“사파련과 은하궁. 경고의 의미로 둘 중 한 곳을 골라서 칠까 하는데. 자네 같으면 어디를 칠 것인가?”

두 곳은 모두 걸황 남하림과 관련 있는 세력들이었다.

“두 곳을 모두 친다고 명령하셔도 상관없습니다.”

“음…… 두 곳이라…… 좋은 생각이군.”

“굳이 한 곳만 칠 이유가 없습니다. 사파련과 은하궁을 동시에 치면 좋을 듯합니다.”

“괜찮은 방법이군. 좋은 생각을 했어.”

“감사합니다.”

창천주는 단번에 대소를 터뜨렸다.

“크하하하! 재미있겠군. 신무맹에서 어떻게 나올지 궁금해.”

창천주는 목옥창을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한 번 더 묻겠다. 사파련과 은하궁에 누굴 보내면 적당하겠는가?”

“창천멸천군과 무장군을 따로 보내십시오.”

“충분하겠는가?”

“천주님께서 경고의 의미라 하셨습니다. 창천무장군이라면 균천과 합류하지 않는 은하궁 정도는 충분히 경고할 수 있을 것입니다.”

“좋아. 창천멸천군, 창천무장군을 보내 두 곳을 적당하게 치도록 하게. 신무맹에서 말귀를 알아듣도록 말이지.”

“존명.”

목옥창은 창천전을 빠져나왔다.

* * *

도혁신은 손에 땀이 났다.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이각.’

결전의 시간.

정오가 가까워지자 가슴이 뛰었다.

스윽-

‘정오다.’

그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지마문으로 근무 교대를 할 시간이었다.

‘가볼까.’

가슴이 뛰기 시작했다.

그의 뒤로, 오십 명의 수하들이 마찬가지로 긴장한 채 도혁신의 뒤를 따랐다.

지마문으로 가기 위해서는 북명단이 지키는 후관도를 지나가야 했다.

두근두근.

심장 소리가 터져 나올 듯했다.

도혁신은 후관도에 점점 가까이 다가서자 주위를 면밀히 살폈다.

‘입구에 열 명.’

후관도의 통로를 지키며 경계하고 있는 인원.

‘나머지 인원은…….’

후관도 옆 건물은 최소 이십 명 정도의 북명단 소속 무인들이 지키고 있을 게 확실했다.

수하들은 일조와 이조, 두 개의 조로 나누었다.

후관도 입구를 장악하는 동시에 건물 안에 든 북명단 소속의 무인들을 제거하는 계획.

후관도에 거의 도착했다.

‘단번에 끝장을 낸다.’

도혁신이 등 뒤로 손을 가져가 주먹을 쥐었다.

척.

뒤를 따르는 수하들은 도혁신의 손을 주시하며 조용히 기도를 올렸다.

북명단 무인들과 점점 가까워졌다.

후관도를 막아서고 있던 한 명이 도혁신에게 다가왔다.

“마검군님께서 직접 오셨습니까?”

“최근에 불미스러운 일이 생기지 않았나. 수하들이 근무를 잘하고 있는지 살펴보기 위해 왔네. 북명단도 잘하고 있는가?”

“네, 저희들도 최선을 다해 근무를 서고 있습니다.”

“그런 것 같군. 자네들도 수고들 하게.”

“살펴 가시지요.”

도혁신을 향해 고개를 숙였다.

‘지금이다.’

스윽-

도혁신의 주먹이 펴졌다.

공격 신호.

채애애애애앵!

뒤에서 따라오던 천혈적마단 수하들이 일제히 검을 꺼내 들며 북명단 무인들을 향해 달려들었다.

그와 동시에 이조가 후관도 옆 건물로 향해 달려갔다.

“죽어라!”

도혁신은 허리에 찬 검을 꺼내며 달려오는 북명단 무인들을 내리쳤다.

스걱-

그의 검을 맞받아칠 고수는 없었다.

십여 명의 북명단 무인들이 순식간에 차가운 시신으로 변했다.

콰아아앙!

후관도의 옆 건물로 달려간 천혈적마단의 무인들은 닫혀 있던 문을 부수며 뛰어들었다.

“누구냐?”

북명단 무인들이 앉은 자리에서 빠르게 일어나면서 소리쳤다.

“죽어라!”

우루루루루루-

검과 검이 부딪치며 지옥도가 펼쳐졌다.

수십 명이 좁은 건물 안에서 서로 부딪혔다.

“으악!”

“커어억!”

비명이 울리면서 건물 밖으로 퍼져 나갔다.

푸우우욱!

날카로운 검이 복부를 뚫었다.

수적인 차이에 마지막 남은 북명단 무인이 바닥에 무릎을 꿇었다.

털썩.

마지막 한 명이 죽으면서 도혁신은 후관도를 완벽하게 장악했다.

“끝났나?”

도혁신이 안으로 들어섰다.

비릿한 혈향이 피어올랐다.

바닥은 시신들이 흘린 피로 흥건했다.

“넵. 방금 정리를 했습니다.”

“수고했다. 곧바로 지마문을 열어 그들을 맞이하도록.”

도혁신은 담담하게 명령을 내렸다.

하지만 심장이 밖으로 터져 나올 듯했다.

* * *

지마문을 노려보는 시선.

마뇌는 숨을 졸이며 문이 열리기를 기다렸다.

‘정오가 넘어갔다. 지금쯤이면 마검군이 움직였을 터.’

기습한다면 북명단 정도는 충분히 제압할 수 있었다.

끼이이익!

반가운 소리가 들려왔다.

지마문이 열리기 시작한 것이다.

‘성공했다.’

마뇌의 입가에 미소가 나타나며 표정이 환하게 밝아졌다.

지마문이 열렸다는 것은 후관도를 완벽하게 장악했다는 뜻이었다.

“문이 열렸다.”

들뜬 목소리의 하진강.

지마문이 열린 이상 마교는 더 이상 버틸 수 없을 것이었다.

“전원, 안으로 들어간다.”

마뇌의 명에 창천의 무인들이 지마문으로 달려 들어갔다.

* * *

척!

천마수호위의 보고.

“천마님, 지마문이 뚫렸습니다. 적은 후관도를 통해 마천궁으로 들어올 것입니다.”

“알겠다.”

드디어 그들이 움직였다.

천마는 마기를 끌어 올렸다.

‘잘됐군.’

마교에 숨어든 창천의 간자들.

오래전부터 깊숙히 숨어든 그들은 잡아내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따.

이번 기회로 그들을 찾아낼 수 있어 한편으로 다행이었다.

‘그 잘난 얼굴을 봐야겠군.’

“마천궁으로 갈 것이다.”

“넵.”

일어난 뒤 밖으로 나가려던 초강유는 잠시 멈추었다.

남하림은 여전히 자리에 앉아 있었다.

“걸황, 어떻게 할 텐가?”

“제 도움이 필요하지 않을 것 같은데요.”

“심심하면 구경이나 하게. 재미있지 않겠나?”

“아닙니다. 전 소소와 여기에서 쉬고 있겠습니다. 볼일 보시고 오시지요.”

“후후후. 팔자 좋게 쉬겠다는 말이군. 그렇게 하게.”

“원래 거지 팔자가 그런 게 아니겠습니까. 저놈들은 창천의 인물들입니다. 혹시 어떤 짓을 할지 모르니 몸조심하시지요. 워낙 이상한 곳이라서요.”

“나도 잘 알고 있네. 충고 고맙군.”

“별말씀을.”

남하림은 깊숙이 자리에 기대면서 탈혼마제를 슬쩍 보았다.

그도 갈 생각이 없는 듯했다.

“마노는 안 갑니까?”

“……내가? 굳이 안 가도 처리할 수 있을 텐데.”

“문파의 어른이 이럴 때 아니면 언제 존경을 받겠습니까? 안 싸워도 그냥 서 있는 것만으로 도움이 될 겁니다.”

“음…… 그럴까?”

남하림의 말이 틀리지 않았다.

스윽.

탈혼마제는 일어났다.

“천마, 내가 끼어도 되겠는가?”

“사숙님께서 오신다면야 걸황의 말처럼 좋아할 것입니다.”

“그렇다면 나도 가지. 마교를 변절한 그놈들 낯짝이라도 봐야겠구만.”

“두 분 잘 다녀오세요.”

신소소는 초원을 나서는 두 사람에게 활기차게 인사를 했다.

* * *

후관도를 통과한 무리들.

하진강이 선두에 나서면서 마천궁 광장에 모였다.

모든 준비는 끝이 났다.

도혁신이 마뇌의 곁으로 다가섰다.

“마검군, 수고했네. 천마는 어디에 있는가?”

“그는 초원에 있소이다.”

“이번 일이 끝나면 그대에게 했던 약속을 지키겠네.”

“좋소이다.”

마뇌의 말에 도혁신의 표정이 밝아졌다.

마천궁에 모인 무리들.

‘천마외성 부성주, 귀멸군 군장. 뇌정단 단주…….’

마뇌를 포함한 아홉 명.

한자리에 모여 있는 이들을 하나같이 마교에서도 강한 마인들이 틀림없었다.

이들이 한꺼번에 초원으로 가서 천마를 없앤다면 마교를 장악할 수 있었다.

‘성공할 수 있어.’

천마를 죽인 뒤 일어날 수 있는 일에 대비해야 했다.

도혁신은 한 명씩 그들을 보면서 무공에 대해서도 파악했다.

‘이들과 개인적으로 싸워도 밀리지 않아.’

자신감이 생겼다.

천마의 목숨을 직접 끊을 수 있다면, 천마의 자리를 차지하는 것이 더 유리할 터.

“초원으로 본인이 앞장을 서겠소이다.”

“알겠네.”

도혁신은 천혈적마단의 수하들을 향해 명령을 내렸다.

“천혈적마단은 지금 당장 초원을 확보한다.”

“넵.”

두두두두-

천혈적마단은 마천궁의 문을 열고 밖으로 나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도혁신이 밖으로 쏟아져 나간 수하들을 따라 움직이려고 할 때.

채애애애앵!

“아아아악!”

마천궁 밖에서부터 비명 소리가 들렸다.

계속해서 비명이 끊이지 않았다.

‘뭐지?’

도혁신은 빠르게 달려 나갔다.

마천궁 밖으로 나온 그의 눈이 커졌다.

언제 모여 기다리고 있었는지 혈적마군단과 철갑마단이 수하들을 베고 있는 것이 아닌가.

‘어떻게 된 일이지?’

분명 기다리고 있었던 게 틀림없었다.

철갑마단 단주 만정동의 우렁찬 목소리가 터졌다.

“도혁신, 이노오오오오옴! 감히 천마님을 배신하는구나!”

“…….”

“앞으로 나와서 내 검을 받아라!”

타아앗!

철갑을 두른 만정동의 신형이 허공을 날았다.

슈우우우웅-

만정동의 대검은 마치 도(刀)와 같았다.

콰아아앙!

도혁신은 재빨리 한 발 물러나며 대검을 밀어냈다.

치지지직-

땅이 깊숙이 파이면서 반 장 뒤로 미끄러졌다.

‘무식하게 힘만 센 새끼가……!’

마교 내에서 힘으로 순위를 내면 그보다 센 마인은 없었다.

부우우웅-

동시에 바닥으로 내려온 만정동의 대검이 도혁신의 허리를 향해 날아왔다.

휘익!

‘느려.’

도혁신은 가볍게 옆으로 움직였다.

처음 공격은 당황해서 막는 것에 그쳤지만, 두 번째도 당할 수는 없다.

‘그 정도의 빠르기는 얼마든지 피할 수 있다.’

도혁신은 자신만만하게 옆으로 물러나면서 만정동의 빈틈을 노리고자 했다.

챠르르르-

파아아앙!

만정동의 철갑 조각 하나하나가 소리를 내며 도혁신을 향해 비검처럼 쏟아졌다.

피할 수 없는 절대적인 거리.

‘이런 망할!’

퍽! 퍽! 퍽! 퍽!

도혁신은 빠르게 호신강기를 끌어 올렸지만.

“우욱.”

제대로 막아낼 수 없었다.

그는 뒤로 물러나면서 휘청거리며 신음을 냈다.

부우우웅-

주춤거리며 물러나는 도혁신의 목을 향해 또 한 번의 대도가 날아왔다.

까아아아앙!

촤아아악-

겨우 검을 세워 막았지만 대검의 위력적인 힘에 의해 바닥으로 뒹굴었다.

“으으으윽.”

정상적으로 일대일 싸움을 벌였다면 이렇게까지 당하지 않았다.

오히려 그의 무공이 강했다.

하지만 당황하여 선수를 빼앗긴 그가 지금 와서 평정을 찾기엔 이미 늦은 상황.

‘커어어어억!’

다시 일어나려 근육에 힘을 주는 도혁신.

하지만, 더 이상 힘이 들어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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