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걸황무적-268화 (269/328)

268. 마검군 움직이다

차아악!

도혁신은 서신을 펼쳤다.

장문의 글이 적혀 있었다.

‘흐음…….’

서신의 내용은 예상과 다르지 않았다.

창천이 마교를 치려는 궁극적인 목적은 신무맹이라 했다.

신무맹을 치기 전, 혹시 모를 일을 사전 차단하기 위해 동맹을 맺은 변천의 천주를 제거하려는 것이라 적혀 있었다.

‘창천에서 원하는 것은 천마가 아니라 변천의 천주라…… 이후엔 내게 천마의 자리를 맡기겠단 말이지.’

마뇌의 서신을 믿어야 할지 고민이 되었다.

천마의 자리.

천마에 오르고 싶지 않는 마도인은 없다.

기회가 된다면…….

할 수만 있다면 천마의 자리에 도전하고 싶다.

문제는 자신과 같은 생각을 하는 인물들이 많다는 것.

마교 내부에서 수많은 경쟁자들이 나올 것은 분명했다.

그 도전자들 중 가장 강한 인물이 북명신군 여방초였다.

‘그가 도전자로 나온다면…….’

천마위에 오를 인물은 여방초가 될 터.

그와 도혁신은 오래전부터 경쟁자였다.

그런데 마뇌의 서신은 자신에게 도착했다.

마뇌와 손을 잡는다면 천마의 자리에 오를 수 있는 희망이 생겼다.

‘까짓것 한 번 해보는 거지. 마교를 치는 게 아니라 변천을 치는 것이라 했다.’

그는 결정을 내렸다.

화르르르-

손에 든 서신이 불에 탔다.

“마뇌에게 가서 전해라. 원하는 대로 하겠다고.”

“알겠습니다.”

휘익.

사내가 사라졌다.

도혁신은 한동안 움직임이 없었다.

손을 잡은 마뇌가 창천의 인물이라는 것은 마음에 걸리지 않는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그 찜찜함조차 억누르게 만드는 욕망.

천마의 이름.

마도인이라면 천마위에 오르기 위해 목숨을 걸어야 한다.

마뇌는 천마에 오른 뒤, 창천과 동맹을 맺어 중원을 공격하자고 했다.

도혁신은 신무맹과의 동맹보다는 창천과의 동맹이 마음이 들었다.

그리고 이것보다 더욱더 마음에 드는 것.

자신이 천마에 오르게 된다면, 그들은 영원한 삶을 펼칠 수 있는 대혼술법을 알려줄 것이다.

‘천마…… 미안하게 되었소이다. 하지만 세상은 원래 이런 게 아니오. 약하면 먹히는 게 강자존이지 않소이까.’

마검군 도혁신은 의자에 깊숙히 몸을 묻었다.

* * *

‘그분의 예상이 맞았어.’

곧 마교 내에서 수상한 움직임이 있을 것이라는 전언.

그에 천마수호위는 마교의 주요 인물들을 빠짐없이 감시하고 있었다.

이후 천혈적마단으로 몰래 들어가는 기척을 발견했고.

이각이 흐른 뒤, 다시 밖으로 빠져나가는 움직임을 주시했다.

‘보고를 해야겠어.’

스르륵.

천혈적마단을 지켜보던 천마수호위는 빠르게 초원으로 향했다.

* * *

“자네 예상이 맞았군. 그놈들이 움직였어.”

“혹시나 했는데 바로 반응을 보일 줄은 몰랐습니다.”

“마검군, 이 자식…… 조용하게 잘 지낸다고 봤는데 아니었군.”

“그건 아직 모르는 일입니다. 창천에서 접근을 했지만 그가 변절을 한 것은 아니지 않습니까?”

“내가 그놈을 잘 아네.”

초강유가 미간을 찌푸렸다.

“그들의 제안을 거절했다면 살려 보내지 않았겠지. 죽이지 않았다는 것은 마뇌에게 동조를 했다는 뜻이다.”

“그렇게 되는 건가요?”

초강유의 말이 맞다면 그들 사이에 무슨 내용을 주고받았을까.

남하림은 예상하기 어렵지 않았다.

“천마를 원하는 모양입니다.”

“밖으로 드러내지는 않지만 욕심이 많은 놈이거든. 마뇌가 그에 대해서 모를 리 없다고 보네.”

“그런 인물을 가만히 뒀습니까?”

“별 사고는 치지 않으니까. 그리고 무공은 강해서 쓸 만하잖아. 보직도 적당한 선에서  지마문을 맡도록 했지.”

초강유는 잠시 멈칫거렸다.

“이런…… 지마문으로 들어올 생각이었군.”

“그곳이 어디입니까?”

“마교로 들어오는 후문이네. 도혁신이 그곳의 방어를 막고 있지.”

“그런 중요한 자리에 믿지 못할 인물을 배치했습니까?”

“후문도 중요한 자리이긴 하나, 보기에는 한직처럼 보이거든. 누구나 선호하는 보직은 아니지.”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후문이 뚫린다면 정문을 아무리 잘 막아도 소용이 없지 않습니까?”

“후후후. 그건 또 아니네. 지마문이 뚫려도 후관도라는 통로를 지나야 경내로 들어올 수 있지. 통로가 좁아 아무리 적이 많아도 오히려 지마문에서 막는 것보다 쉬워.”

“그런가요?”

“그곳은 내가 가장 신임하는 인물이 맡고 있지.”

마뇌의 계획이 눈에 그려졌다.

처음 계획대로 지마문을 통해 안과 밖에서 마교를 공격할 것이었다.

“이젠 어떻게 하면 되나? 그놈을 잡아서 족쳐야 하나?”

“그들이 원하는 대로 놓아두죠. 한 번에 끝을 내기 위해서는 마뇌가 방심한 채 마교 안으로 들어오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습니다.”

“안으로 유인해서 모두 죽인다는 계획인가?”

“어렵겠어요?”

“아니, 바로 내가 원하는 바다.”

초강유의 마기가 솟구쳤다.

* * *

북명신군 여방초는 굳은 얼굴로 초원으로 들어섰다.

천마위에 대한 소문이 나도는 이때, 천마의 부름을 받았다.

장소는 천마궁이 아닌 개인 처소인 초원.

지금 시기에 자신을 부르는 이유.

아무리 생각해도 한 가지 이유밖에 없었다.

‘역시 정말로 당하셨나?’

소문이 사실이라면 큰일이 아닐 수 없었다.

천마의 자리를 노리는 마교의 마인들이 많았다.

창천과의 큰 싸움을 앞두고 갑자기 천마의 발표가 떨어졌다.

천마가 심각한 중상을 당한 것이 아니라면…….

스윽.

안으로 들어서며 여방초는 긴장했다.

휙.

그때 한 여인이 눈앞을 빠르게 지나갔다.

남장을 한 듯 보였지만 여인이 분명했다.

그런데 복장이 천마수호위이었다.

‘누구……?’

천마수호위에 여인이 있었나?

멈칫.

신소소는 걸음을 멈추며 뒤를 돌아섰다.

“누구신가요?”

여인이 맞았다.

“그러는 소저는?”

천마수호위가 자신을 모를 리 없었다.

“소소라 해요. 천마 아저씨 보러 오셨나요?”

“맞소이다만…….”

천마를 태연하게 아저씨라 부르는 신소소를 보며 말을 함부로 할 수 없었다.

“후후후. 방초, 안으로 들어오게.”

머리가 혼란스러워질 무렵, 천마 초강유의 목소리가 들렸다.

‘으음.’

목소리만으로는 전혀 이상이 느껴지지 않았다.

드르륵.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섰다.

세 명의 인물이 앉아 있었다.

‘어떻게 된 일인지…….’

초강유는 중상을 당한 모습이 아니었다.

“천주님.”

그 또한 변천의 인물이었다.

“후후후, 놀랐나?”

초강유의 능력에 대해 잘 아는 그도 이번에는 속을 정도였다.

“죄송합니다. 소신이 믿음이 깊지 못했습니다.”

“여기 와서 앉게.”

여방초는 자리에 앉다가 순간 멈칫거렸다.

‘이런…… 몰라 봤다.’

기세가 변한 탓에 탈혼마제를 옆에 두고도 모르는 인물이라 생각했다.

“탈혼마제님을 뵙습니다. 몰라뵈어 죄송합니다.”

“됐다. 모를 수도 있지. 내가 변하긴 한 모양이군.”

“……!”

예전의 그라면 호통을 쳤을 것이었다.

‘너무 많이 변하셨다.’

여방초는 탈혼마제의 변화에 어떻게 반응해야 할지 망설였다.

“방초, 여기는 걸황이야. 누군지 알겠지?”

초강유는 자리에 앉기 전 옆에 앉은 젊은 청년을 소개했다.

“반갑습니다.”

가볍게 포권을 하는 남하림.

탈혼마제와 걸황의 등장.

신무맹에 있어야 할 두 사람이 어찌 천마와 함께 있는 것인가.

‘여기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거지?’

여방초는 자리에 앉으며 시선은 초강유에게 고정했다.

그에게서는 전혀 부상의 흔적이 보이지 않았다.

“무슨 일인지 궁금한 모양이지?”

“그렇습니다. 천주님께서는 전혀 부상을 당하신 것 같지 않습니다.”

“마뇌가 심어놓은 뇌충에 의해 죽을 뻔한 건 맞아. 선요 사숙께서 계시지 않았다면 당했지.”

“소신은 전혀 몰랐습니다. 죄송합니다.”

“자네가 죄송할 게 있겠나. 이번 일은 극비로 진행을 했으니 모를 수밖에. 자네를 부른 이유에 대해서는 지금부터 여기 걸황이 내 대신 설명을 해줄 것이네.”

초강유가 뒤로 물러나자 남하림이 나섰다.

“본의 아니게 마교의 일에 타인이 나서게 되었소이다.”

“아닙니다. 괜찮습니다. 말씀을 하시지요.”

“대충 어떻게 된 일인지는 알고 계시겠지만 간단하게 설명하지요.”

남하림은 그동안 일어났던 사건에 대해서 그가 알지 못한 부분을 위주로 짧게 설명을 했다.

‘하…… 그렇게 되었군.’

여방초는 떠돌던 소문 중 미심쩍은 부분들에 대한 설명을 듣게 되자 이해가 되었다.

“엄청난 놈들입니다. 본 천을 쓰러뜨리기 위해 수십 년 동안 숨어 있었다니…….”

“창천은 원래부터 그런 곳입니다. 그들에게 시간은 의미가 없지요. 그저 흥미로운 일을 하기 위한 도구일 뿐.”

여방초는 고개를 끄덕거렸다.

“걸황, 그놈들을 가만히 두고 봐야 합니까? 마교를 노리는 그놈들의 목을 당장 베고 싶습니다.”

“창천도 마교는 부담이 될 수밖에 없는 모양이더군요. 정면으로 부딪히기에 힘들다고 본 것 같습니다. 쉽게 치기 위해 아마도 안과 밖에서 양동작전을 펼치지 않을까 봅니다.”

‘양동작전이라…….’

그들의 원래 계획이 성공했다면 천마를 제거한 뒤 마교에 들어와 쉽게 끝을 냈을 것이었다.

하지만 낙천대에서 실패하는 바람에 오히려 마교 밖으로 쫓겨날 수밖에 없었다.

무슨 수를 쓰더라도 마교 안으로 들어오려고 할 게 분명했다.

“우린 그들의 계획을 역이용해야죠. 들어오고 싶다면 들어오도록 만들어 주는 것입니다.”

“어떻게……? 혹시 어제 발표하신 것과 상관이 있습니까?”

“여 단주께서는 그 내용을 듣고 무슨 생각을 했지요?”

“천주님의 신위에 이상이 있지 않을까 걱정이 되었습니다.”

“그놈들도 같은 생각을 하지 않겠습니까?”

“그럴 것입니다.”

여방초는 이해가 되었다.

마뇌에 의한 기습을 받은 후 천마가 모습을 보이지 않고 천마위를 물려준다는 발표를 했을 때.

머릿속에 드는 생각은 한 가지밖에 없었다.

“마뇌가 곧바로 움직였지요. 천마궁에서 일시적으로 당한 그들이지만 여전히 뇌충에 대한 자신감이 있었을 겁니다.”

“…….”

“그가 마검군에게 사람을 보낸 사실을 알아냈소이다.”

여방초의 인상이 미세하게 굳어졌다.

‘그놈이라면…….’

“그들 사이에 무슨 말이 나왔을 것 같습니까?”

“도혁신, 그놈은……!”

그는 충분히 마뇌와 손을 잡을 수 있었다.

이번에는 초강유가 한마디 하였다.

“방초, 자네도 잘 알지 않는가? 그 녀석은 천마의 자리에 항상 욕심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천마위에 대한 욕심을 변절을 불러올 가능성이 컸다.

마검군 도혁신은 다른 인물들보다 천마위에 집착이 강했다.

“그가 천마위에 오르기 위해서는 정적들을 없애야 하지 않겠습니까?”

“그래서 그가 마뇌와 손을 잡았다는 것입니까? 확실한 증거가…….”

“확실한 증거는 마뇌의 사신을 살려 보냈다는 것이지요.”

남하림의 말이 맞았다.

만약 자신이었다면 사신을 살려 보내지 않았을 것이었다.

여방초의 눈에 살기가 나왔다.

“소신이 당장 그의 목을 치겠습니다.”

“칠 땐 치더라도 지금은 아닙니다. 그들을 잡기 위해서는 마교 안으로 유인한 뒤 한 번에 끝을 내야 하지요.”

“소신이 어떻게 하면 됩니까?”

천마가 그를 초원으로 부른 이유가 있을 것이었다.

“마뇌는 마교 안으로 들어오기 위해 마검군을 포섭한 것입니다.”

“지마문…… 이군요.”

“맞습니다.”

마교로 들어서는 두 개의 성문.

후문인 지마문의 책임자가 천혈적마단 소속의 마검군 도혁신이었다.

하지만 지마문이 열린다고 해도 마교의 경내로 쉽게 들어올 순 없었다.

정문인 천마성문보다 지마문으로 들어서기가 힘든 이유는 한 장소를 더 지나야만 하기 때문이다.

후관도.

지마문에서부터 경내 안으로 이어진 이 기다란 통로는 무턱대고 들어오는 즉시 기관진식에 의해 살아나지 못했다.

그곳을 담당하는 곳이 여방초의 북명단이었다.

“걸황, 일부러 패한 척 물러나라는 것이군요.”

“그렇습니다. 북명단을 치우지 않는 이상 그들은 마교 경내로 들어오지 않을 겁니다.”

“알겠습니다. 걸황의 뜻을 따르도록 하겠습니다.”

여방초는 고개를 숙였다.

* * *

도혁신은 수하의 보고를 받았다.

‘여방초, 이자가?’

초원에 들어갔다가 나왔다고 했다.

안에서 누구를 만났는지, 무슨 이야기를 했는지, 그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특이한 점은 천마수호위에서 그를 공손하게 대하였다는 것이다.

천마수호위의 행동은 천마가 아니면 할 수 없는 움직임이었다.

‘천마를 만나고 온 것이다. 그들 사이에 특별할 이야기가 나온 게 틀림없어. 그렇지 않고서는 여방초에게 그런 행동을 하지 못하지.’

천마의 신위에 문제가 있는 게 확실했다.

그는 곧바로 마뇌에게 전서를 날려 보냈다.

* * *

“크크크.”

마뇌는 웃음이 나왔다.

그동안 가슴 졸이며 상황을 주시했던 게 기우였음을 알았다.

한 장의 전서.

도혁신이 보내온 전서에는 천마의 몸에 이상이 있음이 적혀 있었다.

“천문자, 무슨 좋은 소식이오?”

마뇌는 전서를 중년 사내에게 보여 주었다.

“주문자. 이걸 보시오. 천마가 정상이 아닌 듯하외다.”

“이것을 믿을 수 있겠소이까? 그들의 함정일 수도 있지 않겠소?”

“크크크. 그런 일은 절대로 없을 것이외다. 본인이 마교에서 수십 년을 지냈소이다. 현재 마교에서 머리를 쓸 줄 아는 놈은 없소.”

마뇌는 자신했다.

‘천마 주위에 머리 좋은 놈은 없다.’

마교에서 지내는 동안, 그는 똑똑한 인물이 천마의 곁에 있지 못하도록 외부로 보내곤 했다.

“음…… 그대가 확신하다면. 창천천문에서 공격을 하는 동시에 우리도 움직이겠소이다.”

“좋소이다. 그가 내일 정오에 움직일 것이라 했네. 이제 마교를 칠 것이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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