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걸황무적-266화 (267/328)

266. 뇌충을 제거하다

탈혼마제는 마교로 가야 할 상황임을 깨달았다.

그는 여전히 마교를 사랑했다.

그리고,

‘천마가 도움을 원한다면 가야겠지.’

그대로 두고 볼 수는 없었다.

“알겠다. 가자.”

“감사합니다.”

남하림은 결정을 내린 그에게 한 가지 사실을 더 알렸다.

“이번 사건과 연관이 있는데, 창천에서 신강으로 향하는 움직임을 포착했습니다.”

“안을 어지럽게 만든 후 단번에 마교를 칠 생각이었군.”

“그런 것 같아요. 마교주만 정리한다면 마교의 전력 반 이상이 사라지는 효과가 되지 않을까요?”

“그렇겠지. 아마 창천에 붙는 놈들도 많을 것이고.”

“들어보니 이미 많이 붙어 있던데요?”

스윽.

탈혼마제는 인상을 찡그렸다.

“창천으로 돌아선 놈들은 누구냐?”

“마뇌를 포함, 열 명이 낙천대에서 천마님을 공격했습니다.”

그는 마교의 배신자들 열 명의 이름과 직책을 한 명씩 나열했다.

“이것들이…… 늑대 새끼가 되려고 한 게 아니라 개가 되고 싶은 모양이군.”

열 명 모두 마교 내에서 주요한 보직에 해당하는 인물들이었다.

이들의 전력이 빠져나간다면 적지 않는 피해를 입을 수 있었다.

거기에다 마교주 천마가 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이 알려지게 되면, 마교인 전체가 동요할 수 있었다.

“창천에서 움직이면 급하군. 빨리 움직여야겠어.”

탈혼마제의 목소리에 다급함이 전해졌다.

“마노, 도와줄까요?”

“됐다. 고맙지만 마교의 일에 신무맹의 도움은 그도 바라지 않을 것이다.”

“그렇긴 하죠. 하지만 신무맹이 아닌 개인적인 도움은 받을 수 있잖아요. 나도 마교의 일에 관여할 생각은 없습니다. 하지만 나와 마교주는 어느 정도 동맹을 맺어서 괜찮을 듯한데.”

“…….”

걸황 남하림이 개인적으로 도와준다면 도움이 될 것은 자명했다.

“게다가 내가 함께하면 신강까지 가장 빨리 갈 수 있는데.”

“……도움을 주겠다고 하니 성의를 생각해서 거기까지만 도움을 받도록 하마.”

“좋습니다. 바로 준비한 뒤 당장 출발하지요.”

“지금 바로?”

“급하지 않습니까?”

남하림은 마치 자신의 일처럼 나섰다.

“바쁘긴 하지만 아무런 준비도 안 하지 않았느냐?”

“대충 챙기세요. 나머지는 가면서 준비하면 됩니다.”

벌떡!

남하림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마교로 다녀오기로 결정을 내렸다.

“내원장님, 마교에 갔다 오겠습니다. 신무맹을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알겠습니다.”

이번에는 이휘연에게 말했다.

“휘연 형, 혼자 다녀올게. 창천에서 마교를 치는 동안 무슨 짓을 할지 알 수 없어. 여기를 부탁해요.”

“그렇게 하지. 하지만 혼자 가는 것보단 유도나 철각과 함께 가는 것이 더 나을 텐데.”

“마노와 가는데 미치지 않고서야 우리 앞을 막진 못할 겁니다. 그리고 몰래 움직이면 우릴 잡을 수 없어요. 후후후.”

“하긴. 그럼 조심해서 다녀와라.”

* * *

후다다닥!

어디서 소문을 들었는지 만통자와 신소소가 다급히 달려왔다.

“진짜로…… 마교에 가는 거예요?”

“맞아.”

“저도 갈래요.”

“놀러가는 게 아니야.”

“알아요.”

“다른 사람은 안 가는데?”

“제가 가면 안 돼요?”

신소소는 간절한 눈빛으로 남하림을 보았다.

“……조용히 따라와야 해. 놀러 나가는 게 아니야. 알겠지?”

“넵.”

신소소의 얼굴에 화색이 돌았다.

신소소가 마교에 동행한다고 해서 불편한 건 없었다.

그녀 또한 이제는 충분하게 스스로 몸을 지킬 수 있는 무공을 지니고 있었다.

다른 이들을 신무맹에 둔 이유는 창천이 어떻게 나올지 모르기에 쓴 방어 차원이었다.

스윽.

이번에는 만통자가 나섰다.

그의 얼굴만 봐도 무슨 말을 할지 알았다.

“노인장도 같이 가실 건가요?”

그는 신소소가 나선 덕분에 뒤에서 조용히 듣고만 있었다.

“당연한 게 아닙니까. 천주님이 가시는데 제가 따라 가야지요.”

“오지 말라고 해도 올 것 같네요. 그 눈빛이.”

만통자가 눈을 부릅떴다.

“같이 가죠.”

“바로 준비를 하겠습니다.”

“시간이 별로 없으니 정확히 이각 뒤에 정문에서 보지요.”

“이미 준비를 끝냈습니다.”

“허어, 빠르네요.”

“몰래 도망갈까 싶어서 말입니다.”

“쩝…….”

* * *

마교의 모든 문은 닫혔다.

수호마령기가 발동된 이상, 마교의 모든 명령체계는 오직 천마와 천마수호위에 따라야 했다.

만일 거부할 시, 그 자리에서 죽여도 전혀 문제가 될 게 없었다.

최고의 비상 상황.

마교의 마인들의 시선은 천마궁에 집중되었다.

조금씩 마교주 천마에 대한 소문이 돌고 있었다.

마뇌는 멀리 굳게 닫혀 있는 마교를 노려보았다.

‘힘들게 됐군.’

낙천대에서 세웠던 계획이 제대로 됐다면 지금쯤 편안하게 마교를 접수했을지도 모른다.

천마수호위에 대해 너무 신경을 쓴 나머지 영마의 존재를 잊고 있었다.

‘멍청했어. 그의 곁에 영마가 있는 것을 알았거늘.’

모든 경우의 수를 확인했다.

그런데 영마의 존재에 대해서 완전히 빠트렸다.

‘창천주문에서 올 때까지 기다려야겠어.’

굳게 닫힌 마교를 뚫으려면 현재의 전력으로는 어려웠다.

창천주문의 무인들과 합류하는 수밖에 없었다.

휘익!

그때, 마뇌의 곁으로 인영이 내려섰다.

그는 마교의 인물이 아닌, 마교에 심어 놓은 창천천문의 수하였다.

“천문자님을 뵙습니다.”

“안의 상황은 어떻게 움직이고 있지?”

“수호마령기에 의해 통제되고 있습니다.”

“긴급한 상황이니 당연하겠지. 천마의 상태는?”

“그건…… 천마궁에 아무도 접근을 할 수 없습니다.”

‘접근을 할 수 없다라…….’

마뇌의 입가에 미소가 나타났다.

한 가지 이유밖에 없었다.

천마의 몸에 이상이 없고서는 천마궁을 완전히 막을 필요는 없었다.

‘뇌충이 아직까지 살아서 움직이고 있다.’

천마의 무공 수준이라면 뇌충을 충분히 빼낼 수 있자만, 가끔씩 특별한 경우 뇌 속에 완전히 갇혀 나올 수 없을 때가 있었다.

“크크크, 이거 재미있게 됐는데…….”

만일 자신의 생각이 맞다면 당장 급하게 공격할 이유가 없다.

천마의 머릿속에 든 한 마리는 모황뇌충이다.

보름이 지나면 수많은 뇌충의 알을 깔 것이다.

그리고 그 알들이 십 일이 지나면…….

“얼마 남지 않았군. 조금만 더 기다리면 되겠어. 후후후.”

마뇌는 만족스러운 웃음이 나왔다.

“민조, 조만간 수호마령기가 내리게 될 것이다. 그때 천문을 이끌고 천마궁으로 들어가서 천마의 시신을 확보해라.”

“천마가 죽는다는 말씀입니까?”

“그렇다. 지금 곧바로 돌아가서 천마궁에 언제든지 들어갈 수 있도록 준비하도록.”

“네, 알겠습니다.”

휘익!

사내는 그 자리에서 사라졌다.

마뇌는 일행에게 돌아갔다.

환두명의 죽음으로 아홉 명이 된 그들.

마뇌의 환한 표정을 보았다.

“마교의 상황은 어떻습니까?”

하진강이 들어선 마뇌에게 물었다.

“안에서 들려온 소식에 의하면 마령수호기가 발동되었다고 했네.”

“그건 당연한 수순이 아니겠습니까?”

“그렇지. 마교의 입장에서는 당연하겠지.”

“천마는?”

“그건 확실히 밝혀지지 않았네. 천마궁에 개미 한 마리도 들어가지 못한다고 하는군.”

“그에게 일이 생긴 게 맞군요.”

“뇌충이 문제를 일으킨 듯하네. 운이 좋게도 제대로 들어간 것 같아.”

“그게 사실이라면…….”

옆에서 목소리가 들렸다.

“시간이 지나면 천마가 죽을지도 모른다는 것이군요.”

“보름이 지나면 뇌충이 알을 낳게 되지. 그 알들이 깨어나면 천마는 살아나지 못해.”

그들의 대화에 만중척이 끼어들었다.

“크크크. 천마가 죽으면 수호마령기는 해제가 되겠지요. 더 이상 지킬 것이 없으니.”

“맞네. 그때 우리가 움직이는 것이지. 창천천문에서 상황을 확인한 뒤 움직이게 될 게야. 마교에서도 동조하는 인물들도 나올 게 확실하지.”

마뇌는 확실했다.

마도의 종주였던 마교는 최소한 한 달 뒤, 세상에서 사라질 것이었다.

* * *

가부좌를 한 초강유의 전신에 열기가 솟구쳤다.

‘허억!’

하지만 순식간에 기운이 빠지면서 바닥에 쓰러졌다.

머리 안에 숨어든 뇌충이 곧바로 반응한 것.

천마수호위 대주 포전이 빠르게 다가서며 초강유의 몸을 일으켰다.

“주군. 괜찮으십니까?”

“……됐다. 며칠이 지났지?”

“오늘이 넘으면 이십일 째입니다.”

“그렇군.”

그동안 머릿속에 깊숙이 박힌 뇌충을 꺼내려고 시도했지만 모두 실패했다.

“운도 더럽게 없군. 제대로 박혔어.”

단순한 뇌충이라고 여겼던 것이 모황뇌충이었을 줄은 예상하지 못했다.

“주군…… 조금만 기다리시면 그분이 오실 것입니다.”

“그가 아무리 빨라도 알이 부화되기 전까지 올 수가…….”

초강유의 말이 멈추었다.

‘이…… 기운은?’

천마궁 안으로 다가서는 기척.

한 명이 아니었다.

네 사람의 기운.

그들 중 두 명의 기는 익숙했다.

“그분과 그 녀석이…… 왔군.”

천마수호위로 변장한 네 사람.

물론 굳이 변장하지 않아도, 지금의 걸황과 탈혼마제의 능력이라면 마교도 몰래 천마궁까지 들어올 수 있었다.

초강유의 긴장이 풀렸다.

천천히 안으로 들어서는 인기척.

휙.

포전은 갑자기 등 뒤에 나타난 네 사람을 보며 깜짝 놀랐다.

‘언제…… 이들이…….’

초강유는 힘들게 자리에서 일어났다.

“선요 사숙님, 오셨습니까?”

“오랜만이군.”

천마궁으로 들어선 이들.

탈혼마제와 남하림, 그리고 만통자와 신소소였다.

탈혼마제는 고개를 흔들었다.

“보기 흉하군.”

“죄송합니다. 못난 모습을 보였습니다.”

초강유는 그에게 고개를 숙였다.

그리고 그 뒤로 함께 온 남하림을 맞이했다.

“걸황, 먼 길을 왔군. 굳이 오지 않아도 되었을 텐데.”

“어떻게 하고 있는지 궁금해서 왔습니다. 언제 이런 모습을 볼 수 있겠습니까?”

“하하하, 그런 뜻이 있을 줄 몰랐네. 나를 놀리기 위해서 왔군.”

“그 이유도 있긴 하지만 나이도 많은 마노를 혼자 보내는 게 마음이 놓이지 않아서요. 물론 중간에 심심할 것 같아서 같이 왔지요.”

“후후후. 잘 왔네.”

탈혼마제를 아무렇지 않게 대하는 사람은 중원에 한 명밖에 없을 게 분명했다.

“여기는 만통자라면 잘 아실 거라 봅니다.”

“현천의 만통자가 그대군요. 만나서 반갑소이다.”

“변천의 천주를 뵙겠소이다.”

두 사람의 짧은 대화가 끝나자 마지막으로 신소소를 소개했다.

“여기는…….”

“그대의 두 번째 여인이구만.”

초강유는 하지 말아야 할 말을 했다.

그녀의 입꼬리가 단번에 올라갔다.

“헷, 천마 아저씨. 반갑습니다.”

“……어…… 반갑소.”

“아버지보다 멋있는 아저씨는 용병왕 역 백부님 외에는 안 계실 줄 알았는데 아니네요. 천마라고 하셔서 완전 괴물이실 줄 알았거든요.”

초강유 또한 그녀의 아버지가 지옥명왕 신명항임을 알았다.

“하하, 고맙네. 보는 눈이 뛰어난 소저이군.”

초강유도 그녀를 보면서 호기심을 가졌다.

‘욱…… 이런…….’

그때 머리에 다시 충격이 왔다.

탈혼마제가 바로 나섰다.

“상황을 보니 바로 제거를 해야겠군. 자리에 앉게.”

“감사합니다.”

남하림과 나머지 사람들은 뒤로 물러났다.

터억.

탈혼마제는 천마의 등 뒤에 앉았다.

“내력을 일으키게.”

스으으으-

초강유가 내력을 끌어 올리자 뇌충이 꿈틀거리며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럼 시작할까.’

탈혼마제는 흡성대공을 시전헸다.

흐으으으읍-

초강유의 머릿속으로 탈혼마제의 흡성기가 들어갔다.

털털털.

뇌충은 갑자기 나타난 흡성기를 느끼고는 마치 천적을 만난 것처럼 몸을 움직였다.

탈혼마제가 곧바로 상황을 파악했다.

‘이것 봐라. 미물 주제에 방어를 하는데.’

뇌충도 스스로 살기 위해 흡성기를 막아내며 피하고 있었다.

“우욱!”

초강유는 신음을 냈다.

뇌충이 발악하며 움직이고 있는 것이 느껴졌다.

하지만 놈은 얼마 움직이지 못한 채 흡성기에 잡혔다.

‘크, 잡았다.’

탈혼마제는 미소를 지었다.

뇌충은 흡성기에 의해 서서히 빨려 들어갔다.

초강유는 갑자기 머릿속이 시원해지는 것을 느꼈다.

뇌충이 사라졌다.

스윽.

탈혼마제가 뒤로 물러났다.

“……끝났다. 뇌충 두 마리는 모두 제거했다. 그놈이 남긴 알까지 전부.”

“마노, 고생했습니다.”

남하림은 엄지를 치켜들었다.

“이 정도는 애들 장난이로다.”

“흡성대공을 익힌 사람에게는 쉬운 일이지만, 흡성대공을 완벽하게 익히는 것은 어렵지 않습니까?”

남하림의 말이 맞았다.

흡성대공을 완벽하게 익힌 마도인은 탈혼마제밖에 없었다.

완벽하지 않는 흡성대공으로 타인의 머릿속을 뒤집고 다니는 것은 오직 그밖에 할 수 없는 일이었다.

더구나 천마 초강유조차 쉽게 도전을 하지 못한 마공이 아닌가.

초강유는 운기를 마친 뒤 몸을 일으켰다.

“선요 사숙님, 큰 도움을 주셔서 감사합니다.”

초강유는 진심이었다.

“감사의 인사는 나중에 받도록 하겠다. 아직 할 일이 많이 남아 있지 않는가?”

“알겠습니다. 사숙님의 말씀대로 먼저 해결할 일을 마치도록 하겠습니다.”

그가 해야 할 일.

마교의 배신자들을 처리할 일이 남아 있었다.

“도와줄 일은 없습니까?”

“걸황, 성의는 고맙네. 하지만 이번 일은 본 교의 일이니 구경만 하면 되네.”

“자신이 있는 모양이네요.”

“이 정도도 처리하지 못한다면 마교주의 자격이 없지. 추태는 이미 충분해. 아니 그런가?”

“알겠습니다. 혹시나 필요하면 연락 주시면 됩니다.”

“알겠네. 당분간은 조용히 지내야 할게야. 답답해도 참아주게.”

“당연하죠. 마무리가 잘 되기를 빕니다.”

“걱정 말게.”

초강유는 포전에게 명을 내렸다.

“이분들을 초원에 조용히 모셔라.”

“넵. 주군.”

* * *

네 사람은 천마의 개인 정원 초원으로 들어섰다.

천마 초강유 외에는 어느 누구도 접근할 수 없는 장소.

일행은 안으로 들어선 뒤 자리에 앉았다.

신소소가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천마의 개인 처소에 들어올 수 있는 인물이 과연 몇 명이 될까.

무시무시한 광경을 기대했던 신소소는 약간 실망스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별게 없네요. 우리와 똑같아요.”

“중원에서는 애들을 어떻게 가르치는 것이냐? 마교가 사람이 아닌 괴물들이 사는 곳인 줄 아는 모양이지?”

“형님. 워낙 마교에 대한 두려움이 많기 때문이지 않습니까.”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하여튼 중원 놈들은 웃겨.”

털썩.

탈혼마제는 기운이 빠지는지 완전히 뒤로 누웠다.

드르릉- 드르릉-

바닥에 누운 지 얼마 되지도 않았다.

“마노 할아버지가 많이 피곤했던 모양이세요.”

“뇌충을 제거하느라 피곤해진 것 같군. 우리도 먼 길을 왔으니 잠시 쉬도록 하자.”

“네, 알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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