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걸황무적-265화 (266/328)

265. 천마, 기습을 당하다

마뇌 인후마.

천마외성 부성주 하진강.

귀멸군 군장 혈두광인 어정묵.

혈정군 부군장 자혼.

천혈갑신단 부단주 정청노.

뇌정단 단주 부천석.

흑룡마단 단주 교종홍.

광천대 대주 환두명

흑영대 대주 판도공.

광세대 대주 만중척.

낙천대에 나타난 십인.

‘거리끼는 표정도 없군.’

조금이라도 미안한 표정을 짓는다면 짜증이 덜 났을 것이다.

이들은 전부 마교에서도 주요한 자리에 있는 인물들이었다.

‘이래서 단둘이 오자고 했군.’

어차피 천마수호위는 마교 밖으로는 잘 데리고 다니지 않았다.

십인 중 가장 의외의 인물이 천마외성의 부성주 하진강이었다.

“어이, 진강이. 자네도 창천의 인물이었나?”

“미안하게 됐소이다.”

“하하, 어디를 선택하든지 본인들이 알아서 정한 것을 두고 내가 뭐라고 할 수는 없겠지. 언제부터인지는 알고 싶군.”

“오래되었소이다. 거의 반 갑자 되었군요. 여기 모인 대부분이 그 정도는 됐을 것이외다. 마뇌를 제외하면.”

“큭, 크크, 대단들 하군. 그 말은 마뇌, 아니, 창천의 천문자란 놈에게 포섭을 당했다는 것인가?”

“포섭을 당한 게 아니오. 우리가 선택한 것이외다.”

“선택 같은 소리 하고 있군. 마교의 인물이라면 배신을 하든, 안 하든 당연하다고 받아들일 수 있다. 하지만 변천 소속인 자네와 교종홍, 정청노, 네놈들은 다르지. 안 그런가?”

“그건 우리들 탓이 아니외다.”

“호오, 내 탓이란 말인가?”

“맞소. 천주는 어느 순간부터 마교의 천마였소이다. 변천의 천주가 아닌…… 우린 변천의 인물이지 마교의 마인이 아니오.”

“하, 살다 살다 그런 말은 처음 들어보는군. 변천 없이는 마교가 없는 것을 모르는가.”

초강유의 웃음은 허탈했다.

변천의 천주가 아닌 마교의 천마로 보였기에 변절을 했다는 말.

그것은 거짓이었다.

“미친놈들. 그냥 창천의 개가 되어 영원히 살고 싶다고 말해라. 그게 더 나은 이유니까.”

“…….”

하진강은 그의 말에 반박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

자신들의 속뜻을 제대로 읽힌 듯했다.

마뇌가 중간에 끼어들었다.

“천마, 그만 끝을 내도록 합시다.”

“그렇게 하도록 하지. 나도 네놈들과 말 섞기가 짜증 나는군.”

우우우우웅-

초강유는 내력을 끌어 올렸다.

두두두두두두-

얼마나 강한 내력인지 낙천대가 흔들거리기 시작했다.

마뇌는 숨을 죽였다.

마교의 천마이며 변천의 천주.

그동안 그와 함께 있었지만 진정한 실력을 제대로 알지 못했다.

“오랜만에 재미있는 싸움을 해보겠어.”

십 대 일.

누가 봐도 불리한 쪽은 천마 초강유다.

하나 그의 표정에는 두려움이 보이지 않았다.

절대마인이 열 명일지라도, 지금까지 어느 누구와 싸워도 한 번도 진다는 생각을 하지 않았다.

십인은 눈치를 볼 뿐 움직이지 않았다.

휙휙.

초강유는 손가락을 까닥거렸다.

“열 명이나 되는 놈들이 눈치를 보고 있다니. 그동안 마교에서 뭘 보고 배웠는지 모르겠군.”

“……!”

초강유의 기세.

순식간에 천마신강의 마기가 낙천대 전체로 퍼져 나갔다.

두두두두두-

마풍이 일으킨 기세가 거친 소리를 냈다.

‘큭, 대단하군. 마교 최강의 무인답다.’

마뇌는 그의 마기를 보면서 두렵기까지 했다.

하지만 천마가 상대해야 할 인원은 열 명.

절대로 이길 수 없을 것이다.

그는 최후의 비책까지 지니고 있었다.

슥슥슥.

열 명의 고수들이 원을 크게 돌면서 초강유를 포위했다.

한 발자국씩 움직이며 원이 조금씩 좁아졌다.

‘그럼, 네놈들의 수준이 어느 정도인지 한 번 볼까.’

파아앗!

초강유의 신형에서 마동파(魔動派)가 퍼져 나갔다.

콰아아아앙!!

강력한 기파가 가까이 다가오던 열 명을 동시에 공격했다.

‘욱……!’

초강유의 바로 정면에 선 인물, 광천대 대주 환두명이 인상을 쓰며 시선을 돌렸다.

초강유의 눈빛을 똑바로 볼 수 없었으니까.

천마가 그 짧은 빈틈을 놓칠 리 없었다.

슈우우욱-

천마수가 환두명을 향해 뻗어나갔다.

‘어…… 어…….’

그리고 환두명은 뒤로 물러나는 실수를 했다.

원을 이룬 진에서 나머지 동료를 믿고 공격을 막아내야 했건만.

그 때문에, 배신자 십인은 겨우 한 초식도 제대로 펼치지 못하고 진이 무너졌다.

“환두명!”

마뇌가 물러난 그를 향해 소리쳤다.

‘헛…… 이런……!’

환두명도 뒤로 물러난 순간 잘못됐다는 것을 알았다.

‘큰일 났다.’

얼른 흩어졌던 진 안으로 들어오려 했지만.

“예나 지금이나 멍청한 짓을 하는 것은 똑같군.”

번쩍!

그의 손에 천마검이 언제부터 들려 있었을까.

붉은빛이 허공을 갈랐다.

휘익!

환두명의 목이 날아갔다.

너무나 허무할 정도로 빠르게 천마검이 환두명의 목숨을 거뒀다.

포위를 뚫고 나간 초강유는 당황한 눈빛을 보이는 아홉 명을 천천히 살폈다.

“내가 네놈들을 상대하면서 왜 걱정을 안 하는지 아느냐?”

“…….”

“네놈들의 무공에 대해서 잘 알기 때문이지.”

“……천마, 당신이 대단한 것을 인정하겠소. 하지만 변하는 것은 없소이다. 당신이 낙천대에서 죽는 건 변함이 없소.”

마뇌가 입안으로 중얼거리기 시작했다.

마치 염불을 외는 듯 낮고 소름 끼치는 목소리.

찌이잉-

초강유는 갑자기 머리가 깨어질 듯 아프기 시작했다.

‘이…… 건…….’

머릿속에서 무엇인가 기어 다니고 있었다.

“마…… 뇌! 무슨 짓을 했지?!”

“별거 아니오. 당신이 마신 술에 뇌충을 두 마리 넣었을 뿐.”

‘욱……!’

초강유는 재빨리 뇌충의 움직임을 막아냈다.

하지만 머릿속에 든 뇌충을 완전히 죽일 수는 없었다.

‘시간이…….’

초강유 또한 뇌충에 대해 잘 알았다.

뇌충 정도는 자신과 같은 수준의 무인에게는 의미가 없었다.

운기를 하면 쉽게 제거할 수 있을 터.

하지만 문제는 지금 당장 운기를 할 수 없다는 것이었다.

“그래도 대단하군요. 뇌충을 일시적으로 가두다니. 하지만 이제는 제대로 내력을 쓸 수 없을 것이외다.”

아홉 명의 배신자들.

그들은 살기를 내뿜으며 초강유의 앞으로 다가섰다.

‘……제대로 당했군.’

지금 상태에서는 이들의 공격을 계속해서 막아낼 수 없었다.

파아악!

흑영대 대주 판도공이 신형을 띄우며 거대한 대도를 내리쳤다.

“판도공 이노오오옴!”

초강유는 대노를 터뜨렸다.

단 한 번의 내력을 끌어 올리는 순간.

찌이잉-

겨우 막아놓았던 뇌충이 꿈틀거렸다.

천마검을 펼치려던 초강유의 몸이 순간 움츠러들었다.

대도와 천마검이 부딪혔다.

채애애애앵!

강한 파장음이 퍼져 나갔다.

‘우욱.’

초강유는 그 자리에서 움직이지 않았지만 몸이 정상이 아니었다.

뇌충에 신경을 쓴 탓인지 내력이 흩어지면서 몸속 내부가 충격을 받았다.

‘젠장…… 장기들이 완전히 비틀어졌어.’

다행히 초강유의 상태를 눈치채지 못했는지 아홉 명은 여전히 기회를 엿보며 다가왔다.

“……어쩔 수 없군. 영마(影魔). 부탁 좀 하지.”

초강유의 중얼거리자마자 낙천대에 운무가 점점 차오르기 시작했다.

“헛…… 이런……!”

마뇌는 무슨 현상인지 알았다.

“영마다!”

그 또한 단 한 번도 보지 못했던 인물.

천마의 혼이라 일컫는 마교의 수호마신.

“빨리…… 천마를 죽여야 한다!”

타아앗!

파아앗!

아홉 명이 동시에 움직여 운무 속으로 사라지는 초강유를 향해 달려들었다.

하지만 운무에 완전히 가려진 초강유를 잡을 순 없었다.

‘이런 변수가 있었다니…….’

마뇌는 인상을 썼다.

완벽한 계획이 실패로 돌아갔다.

낙천대에서 마교의 모든 것을 결정지으려고 했건만.

‘모든 게 완벽했다고 믿었는데…….’

그는 한 가지를 잊고 있었다.

영마의 존재.

그가 천마의 곁에 있을 줄은 예상 못 했다.

“마뇌, 빨리 마교로 돌아가야 하지 않겠습니까?”

“늦었어. 지금 빨리 간다고 해도 천마보다 빠를 수는 없다.”

“그렇다면 큰일이지 않습니까?”

“우리 세력들을 경내 밖으로 모아놓은 게 다행이었네. 그대로 두었으면 큰일 날 뻔했어.”

마뇌는 만일을 위해 낙천대로 올라오는 사이 각 무력단의 수하들을 외부로 움직이게 만들었다.

“우린 창천주문과 합류하도록 하겠소이다.”

“알겠소이다.”

아홉 명은 낙천대를 내려간 뒤 창천과의 합류를 결정 내렸다.

하지만 당장 움직일 수 없었다.

낙천대 주위로 낀 짙은 운무가 사라질 기미가 없었다.

거의 이각이 지나갈 즈음에야 운무가 그치며 앞이 나타났다.

* * *

스르륵-

천마궁에 들어선 영마는 여전히 천마를 안고 있었다.

천마좌에 올라선 그는 천마를 내려놓았다.

스르르.

영마는 초강유를 내려놓았다.

가볍게 고개만을 숙인 영마의 신형이 다시 사라졌다.

‘큰…… 일이군.’

점점 시간이 지나면서 힘이 빠지기 시작했다.

싸움 도중 몸속 내부의 장기들이 비틀어진 것도 있었지만, 머릿속에 뇌충이 점점 활발하게 움직이면서 내력이 사라지는 것을 느껴졌다.

초강유는 마교에 들어온 뒤 곧바로 천마수호위의 수장을 찾았다.

“주군……!”

그는 천마궁으로 들어오면서 심상치 않는 분위기를 느꼈다.

“대체 무슨 일이십니까?”

“수호마령기를 올려라.”

“……!”

수호마령기.

마교 최후의 긴급 단계였다.

수호마령기가 발동되면 마교의 모든 무력단은 오직 한 명만의 명을 따라야 했다.

만일 거부할 시 즉각 죽음이었다.

“이 시간 이후로 마교의 모든 명은 천마수호위에서 맡는다.”

“넵, 알겠습니다.”

잠시 뒤, 천마수호위 수장 포전이 천마궁을 나섰다.

‘일단 머릿속에 뇌충을 빼내야겠어.’

내력을 정상적으로 끌어 올리기 위해서는 뇌충부터 처리를 해야 했다.

처음에는 별문제가 없을 것이라 여겼다.

하지만…….

마뇌가 심은 뇌충은 특이했다.

머릿속에 기를 밀어 넣어 뇌충을 죽이려고 했지만, 놈은 전혀 밖으로 나올 생각을 하지 않았다.

‘후우…… 큰일이다. 나오지 않아.’

간단한 문제가 아니었다.

뇌충을 혼자서 처리할 수가 없었다.

흡성대공으로 머릿속에 든 뇌충의 기를 뽑아내야 했다.

상대가 다치지 않게 흡성대공을 완벽히 펼칠 수 있는 인물은 현 마교에서 오직 한 명뿐.

“그분께 도움을 받아야겠군.”

* * *

중원에 나온 그는 세상 편했다.

먹고 싶으면 먹고, 자고 싶으면 잤다.

오랜 세월 동안 살면서 이름조차 듣지 못했던 술도 마셨다.

‘이러다 나이 들어 죽는 것도 좋구나.’

이제 탈혼마제는 창천의 인물들이 이해가 되지 않았다.

편안하게 세상을 떠나는 것도 좋지 않겠는가.

덜컹!

탈혼마제가 문을 열고 밖으로 나왔다.

꾸벅.

“안녕하십니까?”

마치 문파의 어른을 보는 듯한 시선으로 여기저기서 고개를 숙이며 인사를 했다.

그들을 향해 손을 들어주었다.

‘허허.’

정파 중에서도 정파의 인물들.

그들의 인사를 받는 게 우습다.

마교의 전대마인인 자신이 신무맹을 마음대로 돌아다녀도 아무런 문제도 없었다.

“오늘은 누구와 한잔을 마셔볼까나?”

그가 한잔 마실 사람이 생각났는지 발을 옮기려고 하는 찰나.

‘나에게 오는 것 같은데.’

멀리서 다가오는 기척.

그의 시선은 분명 자신을 보고 있었다.

“무슨 일이 있나?”

가만히 선 채로 다가온 인물을 맞이했다.

“탈혼마제님.”

고개를 숙인 사내의 가슴에는 검은색의 ‘맹’ 글자가 새겨져 있었다.

규경전 소속의 무인.

“무슨 일인가?”

“내원장께서 급히 보시기를 원하십니다.”

“나를?”

진후도인은 지금껏 한 번도 타인을 통해 부른 적이 없었다.

할 말이 있으면 직접 찾아왔다.

“무슨 일이 생긴 모양이군.”

“정확히는 모르나 일각 전에 신강에서 누군가 찾아왔다고 했습니다.”

“신강이라면, 마교에서?”

“그런 듯합니다.”

“알겠네.”

탈혼마제는 심각한 일이 벌어졌음을 느꼈다.

마교에서 연락이 올 정도라…….

내원으로 향하는 그의 궁금증이 점점 커져갔다.

* * *

드르륵.

내원전으로 들어섰다.

‘으음…….’

내원 회의에 맹주 남하림은 참석을 잘 하지 않는 편이라 했다.

그런데…….

일황사제 모두가 내원 수장인 진후도인과 함께 자리에 모여 있었다.

남하림이 그를 맞이했다.

“마노, 오셨소이까?”

“무슨 일이냐? 큰일이 터진 모양이군.”

“앉으세요.”

탈혼마제는 자리에 앉으면서 주위 분위기를 보았다.

한 명의 기가 달랐다.

“마교에서 온 모양이지?”

척.

그는 얼른 고개를 숙였다.

“탈혼마제님을 뵙습니다. 천마수호위 해주입니다.”

‘천마수호위.’

탈혼마제의 표정이 살짝 굳어졌다.

천마를 수호해야 하는 인물이 신무맹에 찾아왔다.

이유는 단 하나.

“천마에게 무슨 일이 일어난 모양이군.”

“역모가 일어났습니다.”

“흐음. 역모라고 해서 천마가 내게 너를 보낼 리 없다. 마교는 강자존의 세계. 약하면 먹히는 게 정상이다. 정확히 말하라.”

“역모를 한 자들이 창천이었습니다.”

“…….”

탈혼마제는 시선을 돌려 남하림과 마주쳤다.

“이건 문제가 되긴 한데…… 이유가 이것밖에 없다면 나를 찾아오지 않았을 것이다. 신무맹과 나눌 이야기니까. 아니 그런가? 또 할 말이 남아 있을 텐데.”

“천마님께서 뇌충에 당했습니다. 마뇌가 심어 놓은 함정에 빠졌습니다.”

“뇌충이라. 귀찮은 놈에게 당했군.”

탈혼마제는 이마를 찡그렸다.

그도 뇌충에 대해 잘 안다.

오래전부터 마교는 뇌충에 대해 연구했었다.

“천마라면 그 정도는 혼자 처리할 수 있어야 한다.”

“특이한 놈이라고 했습니다. 이것을 죽이려면…….”

마교주 천마도 처리 못 할 정도의 뇌충이라.

이제야 이해가 갔다.

천마수호위까지 보낸 이유.

“내가 익힌 흡성대공이 필요하다는 말이군.”

“네, 그렇습니다.”

“휴우…… 자네 주군도 나를 귀찮게 만드는군.”

탈혼마제는 결정을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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