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걸황무적-250화 (251/328)

250. 서곡

신무맹은 중원 제일의 세력으로 올라섰다.

중원 무림인들은 신무맹이 무림 최고의 세력이 될 줄 몰랐다.

출범한 지 반년도 되지 않는 기간이었다.

신무맹이 최고가 되면서, 자연스럽게 중원 최고의 문파는 신무맹 맹주인 걸황을 키운 개방이 차지했다.

개방의 꿈이 실현되는 순간이었다.

천하제일대개방.

항상 남하림이 되새겼던 말.

이제는 중원 무림인 어느 누구도 반박하지 못했다.

* * *

무혼문(武魂門).

중원 무림의 혼이 담긴 문.

신무맹의 정문을 일컫는 말이었다.

남하림은 신무맹으로 가는 도중, 미리 연락을 보냈다.

조용히 들어갈 테니 무혼문 앞까지 마중 나올 필요가 없다고 말이다.

분명 모두가 알고 있을 터.

하지만…….

연락은 불필요했다.

무혼문에서는 이미 신무맹의 수많은 무인들이 대기하고 있었다.

“부장, 저기…….”

“아…… 하하, 많네.”

환영인사가 많다고 해서 싫은 것은 아니었다.

남하림은 오히려 더 좋았다.

다만 자신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불편함을 주지 않을까 싶어 미안할 따름.

와아아아아아아!!

뿌우우우우우-

일반 백성들까지 몰려든 신무맹의 무혼문 앞은 축제가 벌어진 것처럼 활기찼다.

이제는 무림에서 그들의 명성은 높고도 높았다.

“좀 부끄럽다.”

당무독이 멋쩍은 듯 말했다.

“나도…….”

성철각도 어색한 웃음을 지으며 살짝 손을 흔들었다.

나머지 일행도 부끄러운 것은 마찬가지.

“아하하!”

남하림을 빼고는 오직 한 명만이 밝은 목소리를 내며 현 상황을 즐기고 있었다.

“안녕하세요! 고마워요!”

신소소는 양손을 빠르게 흔들며 생긋생긋 웃었다.

뒤쪽에서 탈혼마제와 함께 걷던 만통자는 그런 그녀가 마음에 내키지 않았다.

“허어, 어찌…… 경망스럽게…….”

차분한 유미령과 달리 신소소는 천방지축 날뛰는 망아지처럼 보였다.

그때, 내원 수장 진후도인이 일행 사이에서 다가오는 남하림을 맞이했다.

“맹주님을 뵙습니다.”

“힘들게 나오시지 않으셔도 되는데. 괜한 걸음을 하셨습니다.”

“아닙니다. 천하제일의 맹주께서 돌아오시거늘 당연히 나와서 마중을 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환대해 주시니 좋긴 합니다.”

“안으로 드시지요.”

“네. 아, 잠시만.”

남하림은 신무맹으로 들어서기 전, 환영하는 백성들을 향해 돌아섰다.

번쩍!

그러고는 손을 좌우로 흔들면서 환호에 화답했다.

와아아아아아아!!

수많은 백성들이 또 한 번 크게 함성을 질렀다.

파아앗!

남하림이 마치 함성을 기다렸다는 듯이 손을 치켜 올리자,

우르르르르-

머리 위로 천둥이 으르렁거리는 소리가 울리기 시작했다.

번쩍!

그리고, 무혼문의 성곽 위로 광폭이 일어나며 새하얀 빛이 사방으로 퍼져 나갔다.

엄청난 신위에 함성은 절정을 이루었다.

“와아아아아!!”

“걸황님 만세!!”

“맹주님 만세!!”

그 장면을 보면서 수백 명이 동시에 환호했다.

척!

환호하는 그들을 향해 남하림은 포권을 하며 허리를 숙였다.

만통자가 이마를 짚고, 다른 일행은 허허 웃거나 익숙하다는 듯 그 모습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신소소의 눈동자에는 오직 남하림밖에 보이지 않았다.

“형님, 하림 오빠 너무 멋지지 않나요?”

신소소는 얼굴이 붉어진 채 유미령의 팔을 잡고 짤짤 흔들었다.

“으응, 그, 그러네.”

‘얘도…… 좀 이상하구나…….’

* * *

신무맹의 주요 회의에 남하림은 굳이 참여하지 않았다.

신무맹을 세운 인물이 바로 앞에 있으면, 내원이 남하림의 눈치를 보며 부담스러워할 수도 있었으니까.

그래서 남하림 대신 당무독이 신무내원 회의에 참석했다.

당무독은 남천상국에 가서 알아낸 진실에 대해 설명했다.

수십 년 동안 이어져 왔던 구천신품의 비밀이 만천하에 밝혀졌다.

구천신품의 비밀은 창천주의 진정한 정체였다.

“허어…… 공신이 창천주라니 믿을 수 없군요.”

“정말로 맹주께서 큰일을 하셨구려.”

“그렇지요. 맹주가 없었다면 구천신품의 비밀을 영원히 밝히지 못했을 것이외다.”

내원에 참가한 인물들이 놀라워하며 한마디씩 했다.

“독제, 맹주께서는 앞으로 어떻게 할 생각이신가?”

“창천주의 정체가 밝혀졌다고 하지만, 여전히 창천에 대해서는 잘 모릅니다.”

“그렇지요. 그들에 대해 중원에 알려진 게 없소이다.”

“그렇지 않아도 맹주가 본 방을 이용해서 그들을 찾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는 중이외다. 사소한 움직임이라도 보인다면 개방의 시야를 벗어날 수 없을 것이지요.”

위한소는 자신 있게 대답했다.

“개방이 나선다면 믿을 만하지요.”

“그리고 개방에서는 설백진도 감시하고 있소이다.”

“그자에 대해서는 제가 한마디 하겠습니다.”

당무독이 손을 들었다.

“독제, 말해보시오.”

“그들은 주천주인 기성과 사파연합에서 처리하겠다고 전해왔습니다. 우린 그들의 움직임만 알려주면 될 것입니다.”

“사파에서 처리해 준다면 우리들 입장에서는 좋지요.”

내원 수장 진후 도인은 고개를 끄덕였다.

사파에서 유천과 설백진을 맡아준다면 신무맹에서는 창천만 신경 쓰면 될 일이었다.

“우선 창천에 대해서 무림에 알려야겠소이다. 그들의 정체가 수면 위로 올라오면 예전과 같이 비밀리에 무림을 농락하지 못할 것이 아닙니까.”

“내원장의 말씀이 지당하외다. 그들의 존재가 알려진다면 당연히 움직임에 지장이 갈 터.”

“그리고 모두들 각 문파에 연락해서 창천에 대해서 대비하도록 준비하시오”

“화산의 명진 진인 말씀이 맞소이다. 지금 우리들이 할 수 있는 일은 창천의 준동을 찾아내는 일이지요.”

“알겠습니다. 당장 연락을 하겠소이다.”

내원의 회의는 그로부터 반시진 더 이어졌다.

회의 내용은 가장 급선무인 것은 중원 무림에 창천주가 누구인지 알리는 일.

그리고 창천과 구천마제의 관계였다.

설백진과의 관계 또한, 신무맹의 이름을 걸고 공식적으로 알리는 것으로 결정을 내렸다.

* * *

맹주전으로 들어선 남하림과 달리, 다른 네 사람은 신무맹으로 들어온 뒤 바쁜 나날을 보냈다.

젊은 나이에 펼치는 천외천의 무공.

그들의 무공은 신무맹의 무인들에게 동경의 대상이 되었다.

독을 연구하는 당무독을 제외한 세 사람은 신무맹의 중원수호군 무인들을 위해 무공을 가르쳤다.

사제(四帝)와 같은 절대고수의 무공을 바로 옆에서 직접 볼 수 있는 기회는 일반 무인들의 입장에서는 기연일 수밖에 없었다.

신무맹에서의 시간은 느린 듯하면서도 하루하루가 빨리 지나갔다.

드륵.

양삼이 문을 열고 맹주전으로 들어섰다.

푹신한 의자에 몸을 완전히 기댄 채 눈을 감고 있는 남하림.

자신이 들어온 것을 알고 있을 것이었다.

양삼은 건너편으로 조용히 간 뒤 의자에 앉아 그가 눈을 뜰 때까지 기다렸다.

남하림은 신무맹에 돌아온 이후 혼자 있을 때는 거의 지금처럼 쉬고 있었다.

그를 보는 양삼의 시선에는 복잡한 감정들이 묻어 있었다.

인생을 가장 즐겨야 할 젊은 시기에 남하림은 전혀 다른 세상에서 힘든 시련을 감내하고 있었다.

어린 주인은 새로운 세상을 작은 어깨에 메고 있었다.

“으으으으-”

그때, 남하림이 두 팔을 위로 쭉 뻗었다.

“공자님, 피곤하신 듯합니다.”

“아이고, 당연히 피곤하지. 양삼이 소소를 상대해 봐. 안 피곤할 리가 없잖아.”

“후후후, 전 그분이 계셔서 다행이라 생각합니다. 큰 주모께서도 좋은 분이시지만, 작은 주모께선 늘 분위기를 밝게 만들어주시지 않습니까?”

“양삼. 주모라는 말은 그 녀석 앞에서 하지 마. 또 흥분해서 날뛸 수 있으니까…….”

“아, 네에. 알겠습니다.”

“소소는 아직 어리고…… 다들 뭐라고 할지…….”

“공자님, 그분의 나이는 공자님에 비한다면 결코 어린 나이는 아닙니다. 그리고 중원에선 아무도 공자님께 이상한 말을 하지 않을 것입니다.”

“흠…… 나 몰래 소소한테 뭐 받은 게 있구만?”

“하하하!”

벌떡!

남하림은 자리에서 일어나 양삼의 곁에 다가앉았다.

“이 시간에 찾아온 걸 보면 무슨 일이 있는 모양인가?”

“네. 유천과 거래하는 상단을 찾았습니다.”

“잘됐네. 혹시 창천 쪽은?”

“그들은 전혀 알려진 게 없어서 빠른 시일 내에 찾기가 힘듭니다. 그래도 개방에서 열심히 돌아다니고 있습니다.”

“아깝군. 분명 그들도 움직이긴 할 텐데 말이야.”

“최선을 다해 찾아보도록 하겠습니다.”

“부탁해. 유천의 일은 양삼이 잘 처리해 주고.”

“유천을 상대하는 곳은 구방상단이라고 합니다. 그들을 조사하다 보니 서향상단이라는 곳과 주거래를 하고 있더군요.”

“서향상단?”

남하림이 어디선가 많이 들어본 상단이었다.

“네. 서궁상국에 속한 상단입니다.”

“오호, 그래?”

서궁상국이란 말에 남하림의 입가에 미소가 걸렸다.

“서궁상국에 연락을 해야겠군.”

“이미 제가 서신을 보냈습니다.”

“후후후, 양삼은 최고야.”

“감사합니다. 공자님.”

남하림의 칭찬에 양삼은 고개를 숙였다.

“그놈들의 목줄을 조르면 밖으로 튀어나오겠지.”

“네. 그렇습니다. 그때 잡으시면 될 것 같습니다.”

“수고했어. 다른 일은 없고?”

양삼이 고개를 끄덕였다.

“한 가지 드릴 말씀이 있습니다.”

“뭐지?”

“신무맹에 관한 일입니다.”

“신무맹이 왜? 말해봐.”

“공자님꼐서 네 분과 함께 신무맹을 만들고자 한 이유는 진정으로 중원 무림을 위하는 단체를 만들고자 함이었습니다.”

“그렇지. 무림을 위한 무림맹을 만들고자 했지. 지금은 아니라는 말이야?”

“…….”

“말을 안 하는 것을 보니 대충 그런 것 같다고? 흐음…… 하긴, 지금은 우리 예상보다 조직이 너무 커졌어.”

“그렇습니다. 계속해서 중원의 문파들을 받아들이다 보니 다시 예전처럼 기득권을 노리는 문파들도 생기는 것 같습니다.”

“양삼이 생각하는 방법은?”

“신무맹의 결정을 내원에서 정하는 것도 좋지만, 감찰권 하나는 맹주의 권한으로 가졌으면 합니다.”

“……하긴, 서로 안면을 따지는 사이라면 적당히 봐주는 상황도 있을 법하니까. 양 총관의 뜻을 알겠어. 당장 의논해 보도록 하지.”

“감사합니다.”

남하림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양삼, 네 사람 좀 불러줄래?”

“네. 알겠습니다.”

다시 일을 시작할 시간이었다.

* * *

양삼이 밖으로 나간 지 이각 후.

하나둘씩 맹주전으로 모여들었다.

“하림 형, 무슨 일이세요?”

“긴히 의논할 게 있어서 불렀어. 전부 앉아봐.”

남하림의 곁으로 모두 앉았다.

“방금 전에 양 총관하고 이야기를 나누다가 나온 이야기가 있어.”

“무슨 내용이지?”

“그게…….”

그들은 양삼이 신무맹에서 지내는 동안 고민했던 내용을 들었다.

이휘연은 물론, 세 사람도 양삼의 말을 인정했다.

“부장, 그건 양 총관의 말이 맞아. 힘이 있다고 믿는 문파들은 기득권을 인정받기 원하지.”

“휘연 형 말처럼 사실 내가 신무맹을 만든 주요 이유는, 우리가 주도할 적당한 연합을 원했기 때문이었어. 뜬금없이 무림맹이 사라지는 바람에 계획과는 좀 달라졌지만.”

당무독도 현 신무맹에 대한 속마음을 털어놓았다.

“하림 형, 나도 그래.”

“나도 마음에 안 들긴 하지만, 이렇게 된 이상 끌고 갈 수밖에 없어. 양 총관의 말대로 감찰권을 맹주가 가지면 함부로 하지 못하도록 견제할 수 있을 거야.”

“좋아. 모두의 생각이 같네. 감찰권을 요구해 보지.”

“내원에서 받아줄까?”

“아마 그분들이 더 원할걸? 눈치 보며 들어온 문파들이 그들끼리 모여서 큰소리 내는 걸 좋아하지 않을 거야.”

“그렇다면 쉽게 되겠네.”

“제대로 검무를 출 수 있는 인물이 좋겠군.”

“벌써 누구를 생각하고 있는 모양인데?”

“구대문파나 중원세가 출신이 아닌 인물이 좋잖아. 준 호위라면 충분히 감찰당주에 적합하지 않을까?”

남하림은 네 명이 오기 전 미리 생각을 해두었다.

“괜찮은데. 그라면 부장의 지시에 완벽하게 따를 사람이잖아. 난 찬성.”

“나도…….”

네 명은 손을 들어 찬성을 했다.

그 시각.

신무맹으로 빠르게 달려오는 한 무리가 있었다.

선두에서 말을 탄 사내의 등에 무극신창이 보였다.

‘주군께서 나를 부르셨다.’

그동안 외지에서 돌아다녔던 준극남은 드디어 주군의 곁에서 지낼 수 있다는 생각에 가슴이 벅찼다.

“뭣들 하느냐? 우리의 주군께서 부르신다. 더 빨리 움직인다!”

두두두두두두!

이십 기의 기마대가 바람에 휘날리며 중원을 갈랐다.

* * *

설백진은 다급히 들어선 수하를 맞이했다.

혈사천의 내당 책임자 장호익은 고개를 푹 숙였다.

좋은 일은 아니었다.

“무슨 일이지?”

“구방상단에 문제가 생겼습니다.”

설백진의 검미가 좁아졌다.

“똑바로 말해라.”

“구방상단에서 더 이상 거래를 하지 못하겠다고 연락이 왔습니다.”

파아앗!

설백진의 신형에서 기가 폭발했다.

슈우우욱-

장호익은 고개를 숙였다.

설백진의 기세만으로도 온몸을 찌르는 듯한 고통이 느껴졌다.

“천분민, 이자가 죽고 싶은 모양이군.”

“…….”

“거래를 못하겠다는 이유가 무엇인가?”

설백진은 화를 참고 있었다.

그의 목소리가 갈라지듯이 나왔다.

“서향상단이라는 곳이 본 천과의 거래를 계속하면 모든 거래를 끊겠다 통보했다고 합니다.”

“서향상단?”

“네. 그렇습니다.”

“그놈들이 협박을 하는 이유는?”

“…….”

장호익은 바로 대답을 하지 못했다.

“머뭇거리지 말고 똑바로 말하라.”

“죄송…… 합니다. 서향상단은…… 서궁상국에 속한 상단입니다.”

제재를 가한 곳이 중원오대상국인 서궁상국이었다.

‘서궁상국이…… 우리를 노린다? 아무리 오대상국이라도 혈사천을 직접 노릴 수 없어. 그놈들을 움직인 곳이 있다.’

설백진의 생각은 오래가지 않았다.

“망할. 그놈이군.”

북방상국을 무너뜨리고 새롭게 오대상국으로 올라선 천하제일상국의 주인이자 신무맹의 맹주.

걸황 남하림이 분명했다.

‘그놈이 서궁상국을 움직였어.’

혈사천은 이미 중원에 노출된 이상 표적이 쉽게 될 수밖에 없었다.

‘젠장, 시간을 끌 수 없도록 만드는군. 내가 먼저 움직이지 않는다면 말려죽이겠다?’

콰아앙!

설백진은 앞에 놓인 탁자를 내리쳤다.

빠지직.

전력을 다한 일격에 흑단목으로 만들어진 탁자가 부서졌다.

“망할 새끼…… 도전을 하겠다면 얼마든지 받아주마.”

벌떡.

설백진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걸황. 네놈이 싸움을 원했으니 신려세가부터 하나씩 산산조각 내줄 것이다.”

그다음은 개방이 될 터.

설백진은 문밖을 향해 소리쳤다.

“혈사천의 전기를 올려라!”

“존명!”

문밖에서 목청이 터지듯 소리가 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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