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걸황무적-195화 (196/328)

195. 대승

둥둥둥둥!

북소리가 울렸다.

동천마는 빠르게 고개를 돌렸다.

‘빠져나갈 수 없어.’

개방에 의해 완전히 포위당한 상태였다.

남하림은 당황한 적을 단번에 몰아쳤다.

“개방의 방도들이여! 어망에 고기가 들어왔다! 한 놈도 빠짐없이 때려잡자!”

“와아아아아아아-!”

개방 방도들은 창을 위로 솟구치며 환성을 질렀다.

“총타주, 한 번 놀아봅시다.”

“넵, 후개님. 장판을 만들어보겠습니다.”

휙!

총타주 무홍걸이 한 손에 표주박을 빼 들었다.

그리고 박자를 맞추며 두드리기 시작했다.

타타아타닥.

타타타타.

“가아아아아안다아아아아아- 자아아알도 가아아안다아아아-!”

빠른 장단의 소리에 맞춰 개방 방도들도 덩실거리며 춤을 추기 시작했다.

휙! 휙! 휙!

방도들이 손에 든 나무창을 내리치는 소리가 철썩거렸다.

“으으으아악!!”

마혈갑주단에서 비명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아하하, 역시 대단하군요. 총타주의 지위는 아무나 못하는 모양이외다. 박자가 구수하군.”

“고맙습니다. 더 신나게 놀아보겠습니다아!”

무홍걸의 장단은 성도평야를 개방의 놀이터로 만들었다.

타아앙타아아악!

타타타타악! 타타타!

타령 장단에 맞게 개방 방도들이 열심히 움직였다.

챠르르르르르르-

성철각의 환보걸선각도 타령에 맞추어 사향음을 일으키며 오직 기마의 다리만을 겨냥했다.

뚜둑.

인정사정없이 그대로 가격.

쿠우웅!

성철각이 지나가는 자리 뒤로 기마들의 발이 부러지며 옆으로 쓰러졌다.

그 뒤로 따라붙은 개방 방도들이 말 위에서 떨어진 마교도들을 집중 공격했다.

“……상대도 되지 않는구려.”

사천사문의 수장들은 놀라움에 눈을 크게 뜨고 개방 방도들이 싸우는 장면을 지켜보았다.

그들도 싸우려고 했지만, 굳이 나설 필요가 없다는 남하림의 뜻에 뒤에 물러나 있었다.

“이런 말은 이상하게 들리겠지만 마교가 불쌍하다는 생각이 드는군요.”

“윤진 장문인. 이 사람도 같은 마음이네요. 하지만 마교의 마혈갑주단을 개 잡듯이 패는 광경은 시원하군요.”

멸화사태는 살아생전 마교를 이처럼 불쌍하게 만든 인물을 보지 못했다.

기마들이 바닥에 추풍낙엽처럼 쓰러지면서, 기마대의 장점이 사라진 마혈갑주단은 그대로 개방 방도들의 먹이가 되었다.

부우우웅!

남하림이 허공을 날았다.

목표는 마혈갑주단 수장 동천마.

‘저기 있군!’

쿠아아아아앙-

공중에서 그를 향해 강룡십팔장을 쏟아냈다.

콰아아아아아아아앙-!

동천마의 앞으로 태양이 떨어지는 듯했다.

도망갈 수도, 피할 수도 없었다.

‘커어어억- 무조건 막아야 한다!!’

동천마가 전신의 내력으로 호신강기를 일으켰다.

퍼어어엉-

강한 위력이라는 것은 받기 전부터 인지했다.

하지만 전력을 다하면 충분히 막아낼 수 있을 터!

과연 그럴까?

“우욱.”

동천마는 부딪히는 순간 깨달았다.

완벽하게 막아낼 수 없다.

이 정도 위력이라면 죽지 않으면 다행이다……!

그 짧은 순간.

동천마의 머릿속에 누군가 스쳐 지나갔다.

후개가 뻗어낸 일장의 위력이, 그가 알던 천마의 위력과 같았다.

털썩.

그는 그대로 바닥에 떨어졌다.

‘커어억!’

동천마는 커다란 충격에 비명 소리도 나오지 않았다.

* * *

‘설마…… 마혈갑주단이…….’

적혈군마단 수강마는 믿을 수가 없었다.

아무 생각도 나지 않았다.

‘개방 거지 새끼들이……!’

손톱에 때보다 무시할 만큼.

지금까지 개방의 존재는 마교의 안중에도 없었다.

“적혈군마단은 당장 거지 놈을 죽여라!”

수강마가 다급히 공격 명령을 내렸다.

적에 의해 포위된 마혈갑주단을 구해야 했다.

다다다다다다다다-

적혈군마단 마교도들이 성도평야를 달리기 시작했다.

“흐응, 이미 늦었어.”

전쟁의 기세는 이미 한쪽으로 기울어 있었다.

당무독이 오른손을 들었다.

두우우웅!

황보궁은 신호에 따라 거대한 북을 쳤다.

둥우우우웅!

남하림도 북소리를 들었다.

동천마의 목숨이 아직 끊어지지 않았지만, 그도 신호에 따라 뒤로 움직였다.

“개방은 뒤로 물러나서 진을 유지한다.”

“개방! 후진!!”

무홍걸이 외쳤다.

남하림의 명에 개방 방도들이 천원사혼진으로 물러났다.

후두두두두두두두-

수강마의 눈에 갑자기 썰물처럼 빠져나가는 개방도들의 모습이 보였다.

개방이 이렇게 명을 잘 따라 움직이는지 몰랐다.

순식간에 개방 방도가 뒤로 물러나자, 현장에는 여기저기 널려 신음 소리를 내는 마혈갑주단밖에 없었다.

비겁한 놈들이……!

힘으로 적을 부술 수밖에 없었다.

수강마는 자신이 있었다.

“한 놈도 남김없이 모두 죽여라!!”

혈적마군단은 오직 전진뿐이었다.

그들의 앞에 누가 있든지 부수고 전진했다.

‘훗. 무작정 들어오는군.’

예상이 맞았다.

그들은 죽음의 진으로 달려오면서도 생각이 없었다.

당무독의 입가에 비웃음이 걸렸다.

죽고자 한다면 죽여줘야겠지.

둥둥둥둥!

“궁아, 네 번이다.”

“넵. 알겠습니다.”

네 번의 북소리가 울리자 이번에는 천원사혼진이 움직였다.

샷샷샷샷!

개방 방도들이 천원사혼진으로 들어서며, 진은 팔괘혼진으로 변했다.

그 진법 안으로 혈적마군단이 쉽게 뛰어 들어섰다.

‘생각 없이 다가올 줄 알았다.’

당무독의 예상대로 되었다.

마교는 언제든지 사천성 정도는 거둘 수 있을 거라 자신했을 터.

수강마는 바닥에 쓰러진 동천마를 불렀다.

“괜찮소이까?”

“수강마, 방금 그놈이 후개란 놈이오?”

“맞소이다.”

개방 후개에 대한 소문은 들었다.

“소문보다 더한 녀석이군.”

적이지만 감탄이 나왔다.

후개는 나이도 어렸다.

기습적으로 당하긴 했지만 바닥에 동천마를 넘어뜨린 한 수는 대단했다.

‘강한 건 인정할 수밖에.’

가슴에 갑주가 없었다면 단번에 죽었을 것이었다.

그들은 주위를 파악했다.

“팔괘혼진에 갇힌 듯싶소.”

“걱정 마시오. 이 정도는 힘으로 뚫어내면 문제없소이다.”

수강마는 수하들을 향해 소리쳤다.

“뭣들 하느냐? 팔괘혼진의 생문은 건문이다! 당장 이놈들의 진을 뚫어라!”

와아아아아아아-

혈적마군단은 팔괘진의 생문 건(乾)을 찾았다.

“이곳이다!”

삼군장 음조사는 서북 방향을 향해 달렸다.

슥슥슥.

팔괘혼진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건문은 어느새 곤문으로 바뀌었다.

“멈춰라.”

이휘연이 태극흑검을 겨누었다.

음조사는 앞에 선 사내가 누군지 알 필요 없었다.

앞을 가로막는 인물을 죽이고 팔괘혼진을 뚫고 나가면 될 뿐.

“죽어라, 이놈!”

혈파검법(血波劍法) 수라파공의 초식이 펼쳐졌다.

십 성의 내력으로 펼친 그의 검을 막아낼 수 있는 자는 거의 없었다.

하지만,

‘헉……!’

“방심과 자만은 죽음이라는 것을 잊고 있군. 실망인데. 마교도 별반 다를 게 없어.”

전방에서 밀려오는 살기가 온몸을 찔렀다.

‘……이놈은 누구지?’

혈사천주도 이보다 살기가 강하지 않으리라.

음조사의 눈이 믿기지 않는다는 듯 크게 뜨였다.

우우우웅-

붉은 태극의 문양이 그려지며 수라파공이 바람결에 흩어졌다.

순식간에 눈앞을 잠식한 붉은 문양.

슈우우욱-

그 속에서 칠흑같이 서늘한 태극흑검이 빛살처럼 뻗어왔다.

“커어억!”

음조사는 비명을 지르며 심장을 찌른 검을 내려다보았다.

“너어어언…… 개방의……!”

이제야 상대가 누구인지 알았다.

휙.

이휘연은 고요히 태극흑검을 그의 심장에서 거두었다.

“욱.”

숨이 끊어지는 소리.

털썩.

음조사는 절명한 채 바닥에 쓰러졌다.

그리고,

“아미파의 제자들이여. 항마의 검을 들어라!”

채애애앵-!

아미파의 제자들이 마교도를 향해 공격을 시작했다.

콰아아아아앙!

이번에는 동남 방향 손(巽)에서 비명이 들렸다.

“으악!”

팽유도의 묵흑반도가 세로로 떨어졌다.

이번에는 청성파의 도인들이 억눌렸던 심정을 풀기라도 하듯 마교도를 상대했다.

파아아앗!

번쩍!

검문 봉황오영의 무공은 화려하면서도 강했다.

사천당문의 독공은 마교도조차 두려움에 치를 떨었다.

끊임없이 이어지는 사천사문의 공격.

수강마와 동천마는 이길 수 없다는 생각에 잠겨들었다.

물러나야 한다.

성도평야에서 개죽음을 당할 수 없었다.

그들은 이미 전의를 잃었다.

“물러나야겠소이다.”

“어떻게?”

두 사람의 표정은 어두웠다.

혈적마군단과 마혈갑주단은 사천사문과 개방의 포위를 뚫고 나갈 수 없었다.

그사이에도 수하들이 하나둘씩 바닥에 쓰러지고 있었다.

타아앗!

그들 앞에 다섯 명의 신형이 내려섰다.

“내가 먼저 왔어요!”

팽유도가 재빨리 선수를 쳤다.

그 뒤를 이어 성철각이 손을 번쩍 들었다.

“난 두 번째.”

“좋아, 유도하고 철각이 마무리를 지어.”

다른 세 사람은 미련 없이 다른 상대에게로 향했다.

수강마와 동천마는 자존심이 상했다.

‘어린놈들에게 모욕을 당하다니……!’

두 사람은 마기를 쏟아내며 팽유도와 성철각을 노려보았다.

정공을 익힌 정파인들에게 마기가 두려운 이유는 정상적인 운기를 방해하기 때문.

하나 이는 팽유도와 성철각에게 아무런 영향도 미치지 않았다.

“이노오오오옴들…… 본인이 바로 혈적마군단 수강마 어른이시다. 무시하지 말지어다!”

“난 걸협오성 도천걸이외다. 누가 무시한다고 했소? 목숨 걸고 싸우는 마당에!”

콰아아앙!

수강마와 도천걸이 부딪혔다.

강기의 폭풍이 퍼지자 주변의 땅이 둥그렇게 파이며 초토화됐다.

바로 싸움을 시작한 두 사람은 상관없다는 듯, 동천마와 성철각은 옆으로 천천히 걸으며 탐색했다.

“자네가 천장걸인가?”

“맞소이다.”

“강해 보이는군.”

“강해 보이는 것이 아니라 강합니다. 부장이 그렇게 말했으니까.”

“부장이라면…… 후개를 말하는 것인가?”

“맞소.”

“얼마나 강한지 보고 싶군. 들어오라.”

타앗!

성철각의 긴 다리가 움직였다.

동천마가 그에 반응하기 직전,

‘헉……!’

제법 거리가 있었음에도, 그의 얼굴 바로 옆에서 성철각의 발이 뻗어 나왔다.

동천마는 재빨리 손을 올려 성철각의 일각을 막았다.

퍼어억!

전신의 내력을 올린 성철각의 공격을 맨몸으로 받아내자,

‘아아악!’

빠각!

왼손의 팔뚝이 부러지며 그 충격으로 온몸이 휘청거렸다.

허우대만 길쭉할 뿐 힘은 없을 것처럼 보였건만!

하지만 그게 아니었다.

힘도 강하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빨랐다.

반응이 조그만 늦었어도, 목뼈가 단번에 부서졌을 것이다.

휘이이익!

휘리리릭-

“크윽!”

동천마는 좀처럼 공격할 기회를 잡지 못했다.

두 번째.

세 번째.

연이어 펼쳐진 환보걸선각.

성철각의 공격이 화려하게 붉은 선을 그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성철각과 동천마의 싸움을 멀리서 유심히 보는 여인이 있었다.

“묵영, 누굴 보고 있어?”

“아니야.”

“성 대협을 보는구나.”

“아니라니까.”

유미령은 피식 웃었다.

“마음에 들면 빨리 차지해. 머뭇거리다가는 늦어. 저들은 중원 최고를 다투는 사람이잖아.”

“흥, 그러는 청영 넌?”

“글쎄?”

그녀의 시선은 마교도들 사이에서 춤을 추듯 날아다니는 한 사내를 쫓고 있었다.

‘특이한 사람이라…….’

* * *

성도평야의 결전은 끝이 났다.

사천사문의 완벽한 대승.

비록 마교는 두 개의 무력단만을 보냈지만, 이들은 결코 무시할 수 없는 전력이었다.

각각 수장을 잃은 마교도들은 힘없이 마교로 돌아갔다.

하루 동안 성도평야에는 대승의 잔치가 열렸다.

서궁상국에서 미리 준비한 듯, 반 시진도 지나기도 전에 수많은 음식들이 도착했다.

밤늦게까지 대승의 잔치가 이어졌다.

대장 군막 안.

“후개, 그게 무슨 말인가?”

당염청은 두 눈이 커졌다.

남하림에게 믿을 수 없는 말을 들었다.

“다시 한번 말해보시게. 방금 뭐라고 했는가?”

“마교에 갈 것입니다.”

“흐억…… 난 농담인 줄 알았네.”

분명 마교주 천마에게 따질 거라는 얘기는 했었다.

하지만 설마 진짜 단신으로 뛰어들겠다고 말할 줄은, 누가 예상이나 할 수 있었겠는가.

이거 참…….

어이없게도 진짜 가겠다고 한다.

후개만 아니었다면 미친놈이라며, 목숨을 버리고 싶냐며 소리쳤을 것이었다.

하나 눈앞에 선 그는 후개 남하림이었다.

말을 꺼낸 이상 충분히 가고도 남을 녀석이 틀림없다.

“하림아, 마교가 가만히 있겠느냐? 동천마와 수강마가 죽었다.”

검후 정화진도 걱정이 되는 건 당염청과 마찬가지.

“겁이 나서 그를 만나지 않는다면 항상 이런 식으로 끝이 날 것입니다. 이번 기회에 확실히 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렇게 된다면야…… 우리 사천성의 여러 문파들에게도 좋은 일이긴 하지만…… 위험하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는구나.”

“누군가 나서서 해야 할 일이라면 제가 하겠습니다.”

남하림의 의지.

네 문파의 수장들은 살신성인(殺身成仁)으로 마교에 찾아가겠다는 남하림의 뜻에 감격했다.

“대단하네. 중원인들이 후개를 성인이라 칭송하는 이유를 알 것 같구려.”

“맞소이다. 우린 나이만 많을 뿐이외다. 무림은 후개와 같은 젊은 청년들이 새롭게 이끌어야 할 것이오.”

청성파 장문인과 아미파 장문인은 부러움을 숨기지 않았다.

개방의 시대가 다가왔음을 인정한 것이다.

신무맹의 맹주는 당연히 남하림이 틀림없었다.

당염청이 물었다.

“후개, 언제 떠날 생각인가?”

“내일 떠날 것입니다.”

“그렇게나 빨리?”

“말 나오는 김에 가는 게 좋지 않겠습니까?”

“하긴…… 마교에 간다면 시간을 끌 필요는 없지. 말린다고 가지 않을 것도 아니고…… 조심해서 다녀오게.”

당염청은 걱정이 되면서도 다른 한 편으로 기대가 되기도 했다.

남하림이라면 어떤 일이 벌어질지 모른다는 기대감이 있었다.

“걸협오성 다섯 명과 황보, 그 아이만 갈 것인가?”

“네, 그렇습니다.”

“……역시 너무 적은 인원이 아닌가?”

“싸우러 가는 것이 아닙니다. 여섯 명이면 적당합니다.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휴우…… 그대들이 하겠다면 누가 말리겠는가. 부디 좋은 결과가 있기를 바라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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