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2. 내력 사라지다
폐관을 마친 지 한 달이 지났다.
혈사천주 설백진은 폐관을 마치고, 곧장 혈군사를 찾았다.
이후 그동안 무림에서 일어난 일들에 대해 보고를 받았다.
후개 남하림.
혈군사의 보고에서 가장 많이 나온 인물.
약관의 나이에 남천상국 상왕의 셋째 아들로, 개방의 후개이며 무림의 영웅이라 칭송받고 있었다.
하지만 그보다 관심이 간 내용은 양천의 전인이라는 것.
문령에 의해 알아낸 내용이었다.
‘하필 이 시기에.’
마음에 들지 않았다.
아직 완벽하지 않을 때 손을 봐줄 필요가 있었다.
때를 맞춘 것처럼, 유극지를 만나기 위해 무림맹으로 가던 중.
후개도 같은 곳으로 가고 있다는 전갈을 받았다.
‘잘됐군. 오랜만에 무림도 거닐 겸, 어떤 녀석인지 만나볼까.’
* * *
휘익!
설백진의 손이 움직였다.
‘어딜 기습을……!’
그의 움직임이 보였다.
남하림은 허리를 돌리며 설백진의 손을 피하려고 했다.
그때,
터억!
설백진의 손에 잡힌 오른쪽 어깨!
‘뭐지?’
충분히 피했다고 생각했는데.
당황한 표정이 남하림의 얼굴을 스쳐 지나갔다.
설백진의 손아귀에서 빠져나가 뒤로 물러나려고 했지만,
‘억!’
마음과 달리, 남하림의 어깨는 꼼짝도 하지 않았다.
‘내력이 움직이지 않아?’
한 번도 겪어보지 못한 일에 남하림의 당황스러움이 커졌다.
‘부장!’
이휘연이 단번에 남하림의 이상을 알아차렸다.
“물러서라.”
그대로 태극흑검을 뽑으며 설백진의 손을 내리친 이휘연.
‘이 녀석도 제법인데.’
파악!
설백진은 남하림을 그대로 잡은 채, 이휘연 앞으로 방패처럼 돌려 세웠다.
‘큭!’
순간 이휘연의 검로가 급히 방향을 바꿨다.
“천살성. 소문만큼 대단해. 천살의 기를 다스리다니.”
설백진이 순간적으로 보인 이휘연의 빈틈을 향해 장력을 뻗었다.
파아아앙!
‘윽, 무거워……!’
그 찰나의 순간.
흐트러진 검을 바로 세우며 검막을 펼친 이휘연의 무공 또한 혀를 내두를 정도였지만.
만 근의 힘이 실린 설백진의 장력을 완벽히 막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이봐, 당신 상대는 여기야!”
앞에서 들려온 목소리.
그사이, 금강수체의 힘이 남하림의 왼손에 모였다.
‘한 번에 끝을 내야 해!’
십이 성의 강룡십팔장.
무룡파천.
쿠구구구구구구구구-
남하림의 일장이 설백진의 가슴을 향했다.
절대로 피할 수 없을 거리일 터.
파아아아아앙-!
하지만,
설백진은 지근거리에서 가슴을 파고드는 십이 성의 강룡십팔장을 호신강기로 막아냈다.
휘청.
타격이 없었던 것은 아니어서, 설백진 또한 몸을 완벽히 가누진 못한 채 뒤로 넘어질 뻔했다.
‘……내력을 쓸 수 없도록 막았거늘.’
남하림은 분명 왼손으로 내력이 담긴 강룡십팔장을 펼쳤다.
양천의 전인이라 한 말이 사실이었다.
휙휙.
설백진의 손에서 빠져나온 남하림이 내력이 사라진 오른쪽 어깨를 돌렸다.
“신기한 재주를 가지고 있군요.”
“신기한 재주가 아니라 무력기(無力氣)라는 것이지. 폐관에서 겨우 이거 하나 건졌다고 할까.”
혈사천주 설백진.
그는 걸협오성이 지금까지 상대했던 그 어떠한 인물보다 강했다
‘최소 맹주와 동급이다. 맹주가 본 실력을 숨기지 않았다면.’
남하림은 선뜻 공격을 하지 못한 채 그를 노려보았다.
“두려운가? 살려달라고 빌어라. 아직 그대가 무림에 나서기엔 너무 어려.”
“고작 나이밖에 따질 것이 없는 모양입니다, 고리타분하게.”
“매를 벌겠다는 뜻이군.”
설백진은 여상한 모습으로, 아니, 심지어 무방비하게까지 보이는 모습으로 남하림 앞에 다가섰다.
얼마든지 이길 수 있다는 자신감.
남하림은 설백진이 코앞으로 다가올 때까지 그 자리에 우뚝 서서 움직이지 않았다.
미지의 상대에 대한 두려움인가?
확실한 것은 굴복한 눈빛은 아니라는 것.
‘겨우 약관의 나이에. 혈군사가 당황할 만해.’
이 정도라면.
현 무림에서 후개를 상대할 수 있는 인물은 열 명 안쪽이다.
‘너무 빠르군.’
이 정도면 최소한 오 년 내에 우리에게 도전할 수 있다.
무림계를 어지럽게 만들 것이다.
혹시나 좋은 말이 되지 않을까 한 생각을 지웠다.
‘계획을 바꿔야겠어.’
설백진의 눈에 살기가 피어올랐다.
아쉽지만.
‘호랑이는 새끼 때 잡아야 하는 법이지.’
팟!
한쪽은 여유롭고, 한쪽은 팽팽한 대치 상태에서 먼저 움직인 이는 남하림.
만리추풍신법을 펼친 남하림이 순식간에 설백진의 뒤로 움직였다.
내력을 끌어 올린 일장!
“멋진 움직임이다.”
그러나,
휘익!
설백진은 빨랐다.
남하림의 사력을 다한 일장보다 그의 손이 더 빨랐다.
스윽-
남하림의 단전에 닿은 설백진의 손바닥에서 빛이 번쩍였다.
동시에 남하림의 몸에서 빛이 터졌다.
“우욱!”
남하림은 바닥에 무릎을 꿇었다.
‘내…… 력이……?’
온몸에서 힘이 빠졌다.
마치 단전이 사라진 것처럼.
설백진은 미소를 지으며 아래를 내려다보았다.
‘하필 상왕의 아들이라 죽이지 못하는 것이 아쉽군.’
아직 중원오대상국을 적으로 삼기에는 이른 시기다.
특히 상왕인 남천상국은 무림에서도 영향력이 높았다.
내력이 사라지는 것으로 충분할 터.
“그럼 여기서 헤어지도록 하지. 앞으로 내력을 쓰지 못할 테니, 본좌가 범인에게 자비를 베푼 것으로 하자고.”
“어, 어딜 가려고?!”
팽유도가 그를 향해 달려들려고 했다.
“유도…… 그만……!
남하림은 손을 뻗어 말렸다.
설백진은 여기 있는 모두가 덤빈다고 해도 이길 수 없는 상대였다.
“현명한 결정이야.”
설백진은 돌아서며 자리를 떠났다.
* * *
‘완전 당했어.’
남하림은 단전을 쓰다듬었다.
여전히 내력이 느껴지지 않았다.
당무독이 일시적일 수도 있다며 조심스레 말했지만, 아무래도 빠른 시일 내에 돌아오지 않을 것 같았다.
어쩌면 영영…….
“하아아…….”
긴 한숨이 방 안을 가득 채웠다.
그동안 있었던 많은 일들이 스쳐 지나갔다.
바쁘게 살았다.
무림에 나온 뒤 안 다녀본 곳이 없을 정도다.
원래는 무림맹에 갈 예정이었고.
‘어떻게 한다?’
그동안 익혔던 무공들은 내력이 없으면 완벽하게 펼칠 수 없었다.
처음부터 없었다면 모를까.
있다가 없으면 불편하다.
이건 내력도 마찬가지.
‘이거 참. 편하게 내력을 펼칠 수 없다니 불편하긴 하네.’
내력이라…….
남하림은 눈을 감고, 설백진과 싸웠을 때 한 장면을 복기했다.
왼손으로 일장을 펼쳤을 때.
그때는 뭔가 달랐다.
그건 단전의 기가 아닌 금강수체의 흐름이었다.
‘……이거라면.’
손바닥에 흐르는 미세한 느낌.
기운에 집중하자 잊고 있었던 기억들이 하나씩 떠올랐다.
“사부, 무단(無丹)은 단전이 없다는 뜻인가요?”
“아니다. 전에 단전에는 세 가지가 있다고 말한 게 기억나느냐?”
“하단전, 중단전, 상단전이라고 하셨어요.”
상무우 사부가 말했던 단전들.
내력을 끌어낼 수 있는 힘의 원천이다.
“이들 단전에서 나온 힘의 단점이 무엇인지 아느냐?”
“뭔가요?”
“단전이 사라지면 전혀 힘이 나오지 않는다는 것이지.”
‘그래. 단전이 사라진 상태. 그게 지금 내 상태야.’
하단전이 혈사천주 설백진에 의해 망가진 것이다.
“에이, 별로 안 좋네요. 그런 단전이라면 굳이 수련해서 내력을 채울 필요가 있는 건가요?”
“허허허, 그래서 너에게 무단을 가르치려고 하는 것이지.”
“무단요?”
무단(無丹).
몸 전체가 단전이라 했다.
상무우 사부가 가르쳐 준 금강수체가 무단을 익히는 기초수련법.
덕분에 몸 자체도 금강처럼 단단해졌다.
‘……하지만 이 정도 가지고는 그자를 이길 수 없어.’
그 순간,
남하림에게 일생일대의 목표가 생겼다.
설백진의 얼굴에 한 방 먹이는 것.
“하림아. 어려운 일이 있다면 양천지천괴를 기억해라.”
‘아…….’
사부는 그때 자신의 신분을 밝힌 거였어.
양천지천괴(陽天之天魁).
그곳이 어딘지 떠올랐다.
항산.
오악 중 북악으로 천괴성의 기운이 가장 강한 장소라 했었다.
‘사부는 그곳에 있을 거야.’
이제 거스를 수 없었다.
설백진의 얼굴에 한 방을 먹이기 위해서라도.
남하림은 그곳에 가야만 했다.
* * *
“모두 앉으세요.”
자리에 앉는 여섯 명은 숙연했다.
남하림의 몸에 단전이 사라졌음을 모두 알고 있었으니까.
무인에게 단전이 없다는 건 죽음이나 마찬가지였다.
“다들 왜 그래? 누가 죽었어?”
“형…….”
팽유도의 눈에서 눈물이 떨어질 듯 글썽거렸다.
남하림이 누군가.
자신이 천하제일인이라 당당하게 외칠 수 있었던 형이었다.
그런데…….
그 모든 것이 사라졌다고 생각하니 가슴이 아프지 않을 수 없었다.
“허, 나 참…… 지금 날 불쌍하게 보는 거냐? 나, 천하제일인 후개 남하림이야.”
“그게…… 아니라…… 그냥…….”
말을 제대로 잇지 못했다.
“궁아. 힘껏 나를 쳐봐라.”
황보궁은 놀란 황소처럼 눈을 크게 뜨고 주위를 살폈다.
“부장, 위험해.”
성철각이 재빨리 나섰다.
“괜찮아. 전 내력으로 때려봐.”
“아…… 네에, 대형.”
황보궁은 남하림을 믿었다.
슈우우욱-
황보궁이 내력이 담긴 일권을 내질렀다.
파앗!
“어……?!”
남하림이 가볍게 황보궁의 손을 막아냈다.
내력이 없이는 막아낼 수가 없는 일권인데.
여섯 명 모두 놀란 눈으로 남하림을 쳐다보았다.
“혀어어엉! 내력이……! 내력이 돌아왔어요?!”
“아니, 없어.”
“네? 부, 분명 내력 같았는데……?”
만통자가 중간에 끼어들었다.
남하림이 누구의 전인인지 깨달은 것이다.
“무단…… 이구나.”
“노인장은 역시 현천의 인물이라 바로 아시는군요.”
“……아쉽군. 이제 한 대 팰 수 있겠다 싶었더니.”
만통자는 툴툴거리는 말과 다르게, 적잖이 안심했다.
“그러게요. 좀 아쉬운 게, 오래 펼치지는 못해요.”
“미완성이란 말이더냐?”
“상무우 사부가 이것만 가르쳐 주고 떠나셨거든요. 그래서 여러분을 부른 겁니다.”
여섯 명은 처음과 다르게 표정이 밝아졌다.
남하림은 완전히 무공을 잃은 것이 아니었다.
“휘연 형, 난 상무우 사부를 만나러 갈 생각이야. 네 사람은 먼저 개방으로 돌아가면 좋겠어.”
“알겠다.”
이휘연은 이유도 묻지 않았다.
자신들의 수장은 남하림이다.
“고마워. 혈사천주까지 나온 이상 중원에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몰라. 꼭 돌아갈 테니깐 그동안 개방을 지켜줘.”
“걱정하지 마라. 우리가 기다리고 있을 테니…… 튼튼하게 돌아오면 돼.”
“고맙다. 내가 없는 동안엔 무독의 말에 따라주었으면 해.”
“대형…… 나는……?”
황보궁이 쭈뼛거리며 끼어들었다.
“궁아는 어떻게 할래?”
“저어언…… 형들이랑…….”
“좋아. 네가 하고 싶은 대로 해.”
“넵! 대형!”
황보궁은 큰 소리로 대답했다.
다시 세가로 돌아가지 않고 함께해도 된다고 하니 기분이 좋아졌다.
남하림은 마지막으로 만통자를 보았다.
정말로 애매한 사이.
그의 진정한 의도를 알 수 없어 쭉 퉁명스럽게 대했다.
“노인장은 돌아가슈.”
“이 녀석이……! 한판 붙어볼까?”
“한 두 수밖에 못한다니깐 자신감이 붙는 모양인가 봐요?”
“클클클, 이번 기회가 아니면 영원히 안 되지 않겠느냐?.”
“됐어요. 내가 졌다고 하죠.”
“이놈아, 싸우기도 전에 진 게 어디 있어? 싸우자!”
“아, 진짜. 이거나 가지고 가세요.”
스윽.
남하림은 그의 앞으로 종이들을 내밀었다.
“이게 뭐냐?”
“가지고 싶다면서요.”
“……!”
휙!
만통자는 얼른 종이뭉치들을 앞으로 끌고 온 뒤 한 장씩 넘겼다.
‘허어어어…… 이건……!’
분명 한 장씩 찢어서 불에 태운 것을 봤는데!
“내가 미친 걸지도 모르겠지만…… 인심 한번 썼습니다.”
상무우 사부를 떠올리면서, 자연스레 현천에 대한 기억이 났다.
떠나기 전, 사부는 현천에 괜찮은 친우가 있는데 그를 만난다고 했었다.
혈사천주도 알지 못하는 무단을 현천에서 아는 이유도, 상무우 사부가 알려주었기 때문이겠지.
“너…… 혹시 이걸…… 모두 외운 거냐?”
“흐.”
장난스레 웃는 모습에 만통자는 어이가 없었다.
무극도신공을 불에 태우기 전에 모두 외운 놈이다.
어쩐지 저걸 불에 태우다니 미친놈이라고 생각했었다.
‘진짜…… 엄청난 놈이구나.’
만통자는 얼른 무극도신공을 품 안에 챙겨 넣었다.
현천으로 어떻게 돌아가야 하나 했던 고민이 단번에 해결되었다.
“……고맙네.”
“노인장, 이번에 나에게 빚 진 겁니다.”
“알겠다. 몸이나 조심해라. 다음에 만나면 술 한잔 사주마.”
* * *
다그닥.
다그닥.
항산으로 향하는 한 대의 마차.
지금은 신법을 마구 펼쳐 무단의 내력을 함부로 쓸 수는 없었다.
남하림은 마차 밖을 내다보며 지나가는 주위 경치들을 구경했다.
‘혼자 있으니 심심하네.’
늘 시끌벅적 함께 움직이다가 혼자서 움직이려니 지루했다.
‘그나저나 사부가 정말 거기 있으려나.’
과거 기억에 기대어 무작정 항산으로 향하고 있지만, 실제로 사부가 있는지는 알 수 없는 상황.
게다가 넓은 항산 어디에 사부가 있을지.
분명 말을 했을 텐데 당장 기억이 나지 않았다.
‘설마 항산을 모두 뒤져야 하는 것 아니겠지?’
항산으로 향하는 길은 걱정 반 기대 반이었다.
그때,
갑자기 마차가 멈춰 서며 마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공자님…….”
“무슨 일이 있나요?”
“저어…… 마차 앞에 어떤 자가 서 있습니다.”
‘나 참, 기회주의자 새끼들 중 한 명이겠군.’
계속 자신을 따라왔다면 혼자 있는 기회를 놓칠 리가 없다.
“알겠어요.”
스륵.
남하림은 문을 열고 밖으로 나왔다.
마차 앞에 선 청년.
문령과 마주 섰다.
“아하하! 난 누군가 했소이다.”
“후개, 오랜만이군.”
“요즘 안 보여서 난 죽은 줄 알았지.”
“죽을 뻔했지.”
대답하는 문령의 시선은 남하림을 꼼꼼히 살피고 있었다.
‘내력이 없어 보이기는 한데…….’
혈사천주가 폐관을 마쳤다는 소식은 사전에 들어 알고 있었다.
설백천의 강함은 두 눈으로 봐도 믿을 수 없을 정도.
후개는 그에게 내력을 잃었다.
‘충분히 죽일 수 있다.’
다만 이상한 기분이 드는 것은…….
‘나머지 네 놈은 왜 이 새끼를 혼자 두고 간 거지?’
“나를 죽이려고 온 모양인데.”
“……혈사천주에 의해 내력이 사라졌음을 알고 있다.”
“비겁하지 않나?”
“그대가 할 말은 아닌 것 같군.”
“뭐, 좋습니다. 맘대로 하세요. 하지만 쉽지 않을 겁니다.”
“크하하하!”
문령은 대소를 터뜨렸다.
“한번 볼까? 쉽지 않은지?”
파앗!
보법을 펼친 그가 남하림의 앞에 나타났다.
손톱에서 홍기조가 뻗어났다.
까아앙!
남하림이 휘청거리며 뒤로 밀려났다.
내기는 느껴지지 않았다.
“쯧, 단단한 몸뚱이를 가졌군. 홍기조를 튕겨내다니…….”
남하림은 가슴에 충격을 받았다.
‘아…… 따끔하네.’
슈우우욱-
양손 손톱에서 홍기조가 길게 뻗어났다.
“하하, 후개, 정말로 내력이 없군. 네놈에게 이런 날이 있을 줄 몰랐겠지?”
“그거야 당연히.”
“후개, 다시 시작해 볼까?”
쉬이익-
붉은 선이 남하림의 가슴을 파고들었다.
파앗!
뒤로 한 걸음 물러났지만,
‘으앗!’
남하림의 상의가 길게 찢어지며 그 사이로 혈선이 생겼다.
“크큭, 제법이야. 내력이 없어도 피할 수는 있군.”
“멍청한 놈. 내력이 없을 뿐이지, 내 눈에는 다 보인다고. 날 죽이겠다는 놈이 겨우 그 정도 실력밖에 안 돼서 쓰겠어?”
“크으…… 후개. 명을 재촉하는군. 이번에는 확실히 네놈의 목을 베어주겠다!”
우우우우웅!
단전에서 십이 성으로 쏟아져 나오는 내력.
한 번에 끝을 내기 위해 전신의 내력을 모았다.
찌이이이잉-
문령의 손톱에서 뻗어 나온 홍기조가 더욱더 진해졌다.
“후개, 마지막이 될 텐데 할 말은 없느냐?”
“오늘 이후로는 다시 안 봤으면 좋겠소.”
“크하하하! 그렇게 될 것이다!”
타앗!
문령이 몸을 날리며 남하림의 목을 향해 홍기조를 휘둘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