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5. 남궁세가를 꺾다
톡톡톡.
남하림은 손가락으로 탁자를 가볍게 쳤다.
생각이 많아졌다.
현재 앞에 놓여 있는 일들.
‘북방상국을 상대하는 마당에 엉뚱한 곳에서도 일을 만드는군.’
뜬금없이 생각하지도 않았던 하북소가가 툭 튀어나왔다.
북방상국과 하북소가.
뭔가 문제가 섞여 있어 한눈에 보기가 쉽지 않다.
‘복잡한 문제일수록 단순하게 생각해야 해.’
북방상국 국주 백진만의 생일이 보름 앞으로 다가왔다.
남하림이 하북성으로 온 이유는 백진묵을 만나기 위해서.
구천신품을 그가 가지고 있으니까.
‘음, 해야 할 일은 해놓고 나머지 일을 처리하는 게 좋겠어.’
하북소가 일은 그들의 반응에 따라서 움직이는 게 더 좋을 듯했다.
한단지부에서 계속 죽치고 있을 수는 없었다.
“내일 날이 밝는 대로 북방상국을 향해 바로 올라가야겠군.”
남하림은 결정을 내렸다.
하북소가는 당분간 그대로 두고, 북방상국이 있는 천진으로 출발하기로 한 것이다.
* * *
다가닥, 다가닥.
하북 천진으로 올라가는 마차 안.
푹푹.
땅바닥에서부터 진동이 올라왔지만, 의자가 워낙 폭신한 덕분에 오래 앉아 있어도 피곤하지 않았다.
“좋군요.”
“마음에 든다니 다행이네. 이상하게 무림인들은 마차를 타고 다니는 것을 싫어하더군.”
“음, 왜 그럴까요? 말 타는 것보다 훨씬 편안한데 말입니다.”
“그렇긴 하지.”
스륵-
남하림이 마차의 창문을 열었다.
말을 탄 팽유도가 마차 옆에서 함께 움직이고 있었다.
“유도야, 어때?”
“오랜만에 말을 타니 좋은데요? 하림 형도 푹 쉬세요.”
탁!
남하림이 씩 웃고는 다시 창문을 닫으며, 등받이 뒤로 몸을 기댔다.
“……후개.”
백후는 할 말이 있는 듯 남하림을 불렀다.
“속으로 삼키지 마시고 물어보세요.”
“상국에 도착하면 몇 군데에서 자네를 만나자고 요청할지도 모르네.”
“나를? 그들이 누구입니까?”
“국주님의 나머지 아들을 따르는 인물들이네.”
“아, 총내국주님과 같은 사람들인가 보군요.”
“그렇다고 봐야지.”
“흐음…… 알겠습니다. 그들이 만나자고 할 때 내가 어떻게 하길 바라는 겁니까?”
“제일 좋은 방법은 안 만나는 것이지. 물론 그들을 안 만날 수는 없을 테니, 만나더라도 이야기만 들어주면 좋겠네.”
“뭐, 그렇게 하죠.”
“…….”
너무 순순히 따르겠다고 말하는 남하림.
정말인지 아닌지 쉽게 믿을 수가 없었다.
“다른 건 없습니까?”
“없…… 네.”
“더 이상 할 말이 없다면 도착할 때까지 잠시 눈을 붙이겠습니다.”
“그렇게 하게.”
그렇게 눈을 감은 지 반각의 시간도 지나지 않았을 때.
“퓨우우우-”
“…….”
남하림은 곧바로 잠이 들었다.
‘허어, 완전히 잠에 빠졌군. 남의 마차에서 넋 놓고 잠을 자는 게 쉽지 않을 텐데…… 이런 부분은 성격이 좋다고 해야 하나? 둘째 공자도 이와 같았으면…….’
백후는 백진묵을 떠올리자 아쉬움이 들었다.
대욕이라는 별명답게 까탈스러움이 남달랐다.
이후, 남하림이 잠이 든 지 얼마나 지났을까.
스윽-
의자가 푹신하다고 해도 일반인인 백후가 같은 자세로 오랫동안 가만히 있기는 어려운 일.
조심스럽게 살짝 엉덩이를 뗐다.
그때,
번쩍!
남하림의 눈이 번쩍 뜨였다.
“아, 후개. 미안하네. 내가 방해를-”
“마차 세우세요.”
“……?”
탁탁!
‘거참, 조금 움직였다고 사람 민망하게 만드는군.’
백후가 마부석을 향해 마차를 두드렸다.
마차가 곧바로 멈췄다.
“우리를 따라오는 사람들이 있군요.”
“……!”
남하림이 문을 열고 밖으로 나왔다.
네 명 모두 말에서 내려와 있었다.
“강한 기운이다.”
이휘연이 일자로 뻗은 지평선을 바라보았다.
두두두두-
어느 순간, 일직선으로 똑바로 그인 지평선이 흔들거리기 시작했다.
“오는군.”
“궁금한데…… 누구지?”
“이왕 오는 거 강한 상대면 좋겠다!”
마차 곁에 선 백후의 귀에 한마디씩 하는 걸협오성의 목소리가 들렸다.
‘허어…… 전혀 두려움이라고는 없군.’
걸협오성의 무공에 대한 소문은 자자했지만, 직접 본 적은 없다.
‘오늘 이들의 무공을 보게 되겠군.’
백후는 물론 그의 호위무사들도 마찬가지.
기대에 찬 눈빛으로 그들을 바라보았다.
두두두두-
점점 모습이 드러나는 인물들.
이휘연이 먼저 그들이 누구인지 알아챘다.
“남궁세가다.”
팽유도 또한 그들이 올 거라고 확신하고 있었다.
“생각보다 빠른데? 이렇게 빨리 올 줄이야.”
“후후후, 그거야 우리 부장에게 워낙 망신살을 당했다고 생각해서겠지. 남궁세가 입장에서 빨리 진압시키는 게 낫다고 결정을 내렸을 거야.”
당무독의 생각이 맞았다.
곧이어 그들의 모습이 완전히 나타났다.
“네 명이네. 엄청 몰려올 줄 알았는데 그건 아니구만. 아니면 그만큼 자신이 있다고 판단했든지. 그게 마음대로 될까 모르겠다만.”
“헤헤, 이번에도 후회하게 만들어주죠.”
* * *
히이이잉!
남궁동악이 말고삐를 잡아당기고는 아래를 매섭게 노려보았다.
복장이 깨끗하고 비단을 입었다고 해도. 자신의 눈에는 다섯 명의 거지들일 뿐.
그의 목소리는 처음부터 도전적이었다.
“네놈들이 걸협오성이라는 거지들인가?”
“당신은 누구요?”
“남궁동악이라 한다.”
팽유도는 그가 누구인지 바로 알아챘다.
무극용군 남궁동악.
제왕대 창천광군과 더불어 남궁이군으로 불린 남궁세가의 절대고수가 달려왔다.
후개 남하림을 상대하기 위해서.
“뒤에는?”
남궁동악 뒤에 함께 온 세 명의 무인.
‘저들도 보통이 아니네.’
분명 남궁세가 내에서도 강자에 속한 인물임은 확실했다.
“남궁명학이다.”
“남군신겸.”
“남궁가소라 한다.”
그들 또한 이름을 듣자 바로 떠올랐다.
“남궁삼검.”
후개에게 당한 창천광군의 복수와 함께, 중원 무림에 남궁세가의 저력을 다시금 보여줄 만한 실력을 가진 인물들.
‘남궁세가에서 완전히 칼을 갈고 왔어.’
휘익!
남궁동악이 말 위에서 뛰어내렸다.
‘흠…… 이렇게 컸나?’
직접 마주 선 남하림은 위에서 내려다보는 것보다 훨씬 몸이 커 보였다.
남궁동악과 남하림과 시선이 마주쳤다.
“그대가 창천을 꺾었다고 들었다.”
“뭐, 어쩌다 보니 이기게 되었소이다.”
“후개. 그는 어쩌다 해서 이길 수 있는 상대는 아니다. 그대가 강했던지, 아니면 창천이 약했던 것이다.”
“그렇다면 제가 강해서 이겼다고 하죠. 사실 어렵지 않게 이겼으니까.”
“나를 도발하려는 모양이군. 통하지 않는다.”
“맘대로 생각하시길. 우리를 뒤쫓아 온 이유는 남궁세가가 강하다는 사실을 보여주기 위함이겠지요?”
“맞다. 남궁세가는 명예를 되찾고자 왔다.”
“하하!”
남하림은 웃음을 터뜨렸다.
“왜 웃지?”
“무림에서 싸우다 보면 이길 때도 있고 질 때도 있는 건데. 굳이 한 명에게 졌다고 해서 명예가 실추한다고 생각하는 게 웃기지 않습니까? 그런 명예는 있으나 마나 한 존재군요.”
“……!”
“얼마든지 남궁세가의 명예를 위해 싸워줄 테니, 한번 찾아가 보시죠.”
슈우우욱-
남궁동악이 손에 내력을 끌어 올렸다.
동시에 삼검이 재빨리 검을 뺀 뒤 앞으로 겨누었다.
“후개, 본인의 장(掌)을 받아라!”
타아앗!
대연신공.
남궁세가에는 많은 신공이 있었지만, 특히 대연신공은 어떠한 무공을 익히더라도 충분히 받쳐줄 수 있는 심법이었다.
그가 익힌 무공은 천뢰삼장(天雷三掌).
남궁동악의 양손에서 천둥과 벼락이 폭발했다.
천뢰류장(天雷流掌).
양손 앞에서 뇌기가 터지면서 남하림의 앞으로 쏟아졌다.
‘강하군. 하지만 이 정도는 얼마든지 먹어치울 수 있다.’
쿠와아아아아아-
남하림이 호신강기를 일으키며 남궁동악의 장법을 강하게 맞받아쳤다.
쿠우우웅-!
장공이 뒤로 밀리면서, 남궁동악이 외마디 비명을 질렀다.
“우우욱.”
망할.
맞받아친 남하림의 강룡십팔장에 충격을 받았는지 팔에 무리가 갔다.
‘이것이 개방의 강룡십팔장?’
한 수 아래로 여길 만한 무공이 아니었다.
웅웅웅웅웅-
십 성의 내력을 끌어 올렸다.
천뢰삼장 이초식.
천뢰공무(天雷空無).
남궁동악의 양손에서 장공이 다시 뻗어 나왔다.
두두두두두-
몰아치는 소용돌이가 남하림을 세차게 끌어당겼다.
‘쳇, 검의 가문이라 하더니! 장법도 엄청나군!’
천뢰공무가 만들어낸 강렬한 기의 소용돌이 속으로 빠져들어갈 듯, 남하림의 신형이 흔들거렸다.
천풍이룡(天風理龍).
바람은 바람으로.
남하림의 앞에서 바람이 솟구쳤다.
‘강룡십팔장은 물러나지 않는다.’
타아앗!
한 치의 간격 사이를 두고, 두 사람의 장법이 부딪혔다.
콰아아아앙-!
한순간에 위압적인 기의 폭발이 이어졌다.
“우욱!”
강맹하게 뻗어낸 남하림의 일장이 그대로 천뢰삼장을 뚫었다.
‘뼈에 금이……!’
한 번 더 부딪혔다가는 완전히 조각날지 몰랐다.
뒤로 서너 걸음 물러난 남궁동악.
쿠아아아아아-!
또 한 번의 강룡십팔장이 쏟아졌다.
강룡십팔장이 동시에 뻗어 나올 줄은 그 또한 예상하지 못했다.
‘허어억.’
거대한 입을 벌리며 점점 커져가는 강룡.
두려우면서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후개…… 대단하다.”
머릿속 한구석에서 남하림의 무공을 막을 수 있을까 의문이 든다.
천뢰삼장 최후의 초식.
천뢰멸극(天雷滅極).
우두두두두-
뇌극의 힘이 손을 통해 쏟아져 나갔다.
‘욱.’
남궁동악은 이를 악물고 참아냈다.
번쩍!
두 개의 기가 부딪치며 빛이 터졌다.
쏴아아아-
사방으로 흩어진 빛이 점점 사라진다.
그 억겁과도 같은 찰나.
남하림과 남궁동악은 손바닥이 맞닿은 채 순간 모든 동작이 멈췄다.
두둑!
뼈에 금이 가는 소리가 크게 들렸다.
부러졌다.
부우우웅-!
남궁동악의 몸이 떠오르며 뒤로 날아갔다.
털썩.
바닥에 쓰러진 그는 정신을 완전히 잃었다.
스걱-
화우검 남궁명학의 가슴에는 붉은 검상이 길게 이어졌다.
뚝.
남궁명학의 심장 어림에는 태극흑검이 멈췄다.
“……졌소.”
남궁명학은 고개를 떨어뜨렸다.
그뿐만 아니었다.
팽유도의 묵흑반도에 신풍검 남궁신겸의 검이 잘려 나가고,
추뇌검 남궁가소는 성철각의 환보걸선각에 턱이 날아갔다.
남궁세가의 완벽한 패배였다.
* * *
천진에 도착했다.
마을 초입부터 천진에는 수많은 사람들이 모여들었다.
백후는 곧바로 마차를 천진루로 몰았다.
“여기가 다른 곳보다 조용할 걸세. 지금 국주님의 생신이 며칠 안 남아서, 마을에 사람들이 많이 몰려오는 것 같군.”
“그렇게 하죠.”
“천진루에서 쉬면서 기다리고 있게. 빠른 시일 내에 공자님과 만나도록 자리를 만들어 보겠네.”
“편안하게 하세요.”
“아 참. 여기는 내가 운영하는 기루이니 불편한 게 있으면 말해도 되네.”
천진루.
천진에서 가장 고급지고 가장 비싼 기루.
백후는 천진루 안에서도 별관 중 한 곳인 천관에 걸협오성을 머물도록 했다.
침상은 물론, 간단한 물 잔까지 황금으로 이루어져 있었다.
팽유도는 의자까지도 반짝거리자 겁이 나서 앉지 못할 정도였다.
“지, 지금까지 다녀본 중에서 여기보다 화려한 곳은 없는 것 같아요.”
“겁먹을 필요 없어, 유도야. 돈만 발라 놓은 느낌인걸. 별로 좋은 물건들도 아니네. 이 물건들을 만든 사람도, 솜씨는 좋은데 전승 아저씨보다 한 단계 아래야.”
“누구 작품인데요? 전 봐도 모르겠어요.”
“거명 명인이 만든 물건이야. 이건…… 황금 백 냥 정도 값어치밖에 안 돼.”
“황금 백 냥밖에요?! 부장하고 오래 다녔지만 돈 개념은 여전히 적응이 안 되는 거 같아요…….”
남하림은 손에 든 물건들을 보다 원래 자리에 올려놓았다.
털썩!
그러고는 의자에 푹 기대어 앉았다.
“뭐, 좋지는 않아도 내가 좋아하는 취향이군.”
몸을 부드럽게 감싸주는 느낌이 좋았다.
‘아…… 좋다.’
* * *
다음 날 아침.
일찍 뜻밖의 인물이 찾아왔다.
북방상국 국주의 생일을 축하하기 위해, 남천상국에서 축하사절단을 보낸 것.
“아핫, 아저씨!”
천관으로 들어서는 중년 사내.
남천상국의 머리라 일컫는 남천뇌인 양진명이다.
그는 양삼의 아버지이기도 했다.
“공자님. 여기에서 뵙게 될 줄은 꿈에도 생각 못 했습니다.”
“저도요.”
양진명은 아이를 안아주듯 남하림을 반갑게 안았다.
“아이고. 이젠 어른이 되셨습니다.”
그러고는 대견한 표정으로 남하림의 이모저모를 살폈다.
“제가 온 건 어떻게 아셨습니까?”
“하하하, 이제 걸협오성의 신분이라면 몰래 다니지 않는 한 소문이 날 수 밖에 없습니다.”
양진명은 주위를 슬쩍 보았다.
“그놈은 요즘 뭐 하고 다니는지 모르겠더군요. 공자님도 제대로 모시지 않고, 코빼기도 보이지 않습니다.”
그가 말한 그놈은 양삼을 가리켰다.
“바쁜 일이 많아서요.”
“남양 땅 촌구석에 집짓기 놀이 하는 하는 게 무슨 바쁜 일이라고…….”
“알고 계셨습니까?”
“후후후, 중앙상국에서 얼마나 잔소리를 하는지. 모를 리가 있겠습니까?”
“음…… 그들이 상국에 연락을 했군요.”
“우리와는 상관없는 일이니 알아서 하라고 딱 잘라서 말해줬습니다.”
“잘했습니다. 우리가 알아서 처리하겠어요.”
그들은 자리에 앉았다.
양진명은 이들이 천진에 올라온 이유가 궁금했다.
“북방상국에 그를 축하하기 위해 온 건 아닐 테고…… 무슨 일인지 물어봐도 되겠습니까?”
“백진묵을 만나려고 왔습니다.”
“그래서 백후와 만남을 자주 가졌군요.”
“그놈에게 청해상국에서 받은 구천신품이 있습니다.”
“이번에 경매로 구천신품을 올려놓았다고 하지 않으셨습니까? 경매에 오르면 쉽게 가질 수 없겠군요. 이상한 물건들을 수집하는 사람들이 중원에 꽤 많습니다.”
“괜찮습니다. 뭐, 무림맹 군사가 한마디만 하면 된다고 하더라고요. 건드리면 무림맹에서 가만히 두지 않겠다고.”
“제갈 군사가 그런 말을 했습니까? 사람 그런 식으로 안 봤는데 하는 짓이 칼만 안든 강도입니다.”
“으, 딱 맞습니다.”
양진명은 문득 생각난 듯 하림에게 말했다.
“아 참, 이번에 서장에서 금광권을 얻으셨다고 들었습니다.”
“…….”
“국주님께서 일을 잘하셨다면서 칭찬을 많이 하셨답니다.”
“……돌아가시거든 꿈도 꾸지 말라고 전해주세요.”
눈독을 들일 줄 예상은 했다.
“그게, 이번에 강북 지역의 상국을 새로 정리하신다고…….”
“강북 지역을?”
“정리할 놈들은 정리하는 게 맞다면서 움직일 계획이십니다.”
“그래요?”
“그곳을 맡을 사람이…….”
“양삼에게 연락해 보세요.”
“후후후, 알겠습니다. 조만간 그 녀석과 연락해서 의논을 하겠습니다.”
두 사람은 반 시진 동안 더 이야기를 나누고는,
스윽.
양진명이 자리에서 먼저 일어났다.
“돌아가 보겠습니다. 그만 쉬시지요.”
“아저씨도 조심해서 가세요.”
남하림은 그가 돌아가는 모습을 지켜보았다.
‘강북을 정리하신다…….’
* * *
오후 늦게, 천진루에 한 명의 여인이 찾아왔다.
“하연이라 합니다. 후개님을 만나 뵙고자 왔소이다.”
‘하연이라면……?’
팽유도는 그녀를 자세히 살폈다.
신녀라 불린 하북소가의 여인.
‘이야, 대담하네. 부장을 죽이려고 했는데 여기까지 찾아오다니…….’
“무슨 일이오?”
“그분을 만나서 사과를 드리고 싶습니다.”
“사과를?”
팽유도가 하연을 슥 살폈다.
그녀의 몸에 무공을 익힌 흔적은 없었다.
“알겠소. 잠시만 기다리시오.”
팽유도는 하연을 두고 안으로 들어갔다.
슥.
하연은 두 손으로 천으로 싼 물건을 꼭 안았다.
‘가주님을 위해서…… 제가 마지막으로 드리는 선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