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5. 교주의 죽음
두웅.
명왕신문(明王神門).
사천신교 정문에 황신군이 도착했다.
그뿐만 아니었다.
서궁상국의 깃발이 그 뒤를 따랐다.
명왕신문은 굳게 닫혀 있었다.
안에서는 사천신교의 백신군과 홍신군이 긴장한 채로 대기했다.
백신군장 명왕지가 굳은 얼굴로 명왕신문을 노려보았다.
“명왕조 황신군은 걸협오성과 결탁하여 배신한 모양이외다. 절대로 문이 열려서는 안 되오.”
“명왕조께서 배신을 하다니…… 정말 믿기지가 않소. 그가 신교에 충성심이 얼마나 높은지 그대도 알고 있지 않소이까?”
“우리가 그에게 속은 것 같소. 더러운 배신자 놈!”
다다다다-
그때, 신교 안에서 성문으로 일정하게 열을 맞추며 달려오는 소리가 땅을 울렸다.
두 사람은 그 무리 사이에서 명왕법을 알아보았다.
곧이어 명왕군의 깃발이 펄럭이며 명왕 신도들이 나타났다.
“명왕군이……!”
비상사태가 아니면 나서지 않는다는 명왕군.
그의 존재는 모든 무력군의 임시 수장이라는 뜻이었다.
‘비상시국은 맞지만…… 교주께서 계시거늘.’
홍신군장과 백신군장은 당황한 표정으로 명왕법을 맞이했다.
“명왕군에서 어찌 나섰습니까? 혹시 교주님께서 잘못되셨습니까?”
명왕법은 그들의 물음에 대답을 하지 않았다.
“지금부터 신교의 모든 통제는 명왕군이 맡겠다.”
명왕신문 앞에 모인 모든 신도들이 그의 목소리를 들었다.
두 사람도 그의 뜻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명왕법이 문을 향해 소리쳤다.
“신문을 열어라! 신문 밖에 금불장존님을 모셔라!”
‘금불장존……!’
서장에서 금불장과 함께 신인(神人)을 보낸 것이구나!
그렇다면 더더욱 명왕군장의 명을 어길 수 없었다.
우렁찬 목소리에 성문 앞에 있던 신도들이 문을 열기 시작했다.
구우우우웅-
문이 반쯤 열릴 때쯤.
“이놈들! 문을 닫지 못할까?!”
교주 명왕신의 고성이 터져 나왔다.
그와 함께 청신군과 검신군, 그리고 사대장로들까지 교주 명왕신의 뒤를 따랐다.
육중한 소리를 내며 열리던 명왕신문이 중간에 멈추었다.
“명왕군의 뜻이다! 문을 열어라!”
명왕법의 호통 소리가 다시 울렸다.
신도들은 교주와 명왕군장 사이에서,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당황한 빛이 역력했다.
“명왕지, 명왕소! 네놈들도 본 교주의 손에 죽고 싶은 모양이구나!”
“…….”
그들은 망설였다.
바로 이곳이 어디로 줄을 서느냐에 따라 자신의 목숨과 직결되는 선택의 기로였다.
‘금불장이…… 나타났어. 교주는 이미 서장 본궁의 눈 밖으로 벗어났다는 뜻이다.’
결국 명왕지는 망설이고 있는 수하를 향해 소리쳤다.
“문을 열어라!”
구우우우웅-
상관의 명이 떨어지자 신도들은 망설임 없이 명왕신문을 열기 시작했다.
“크으…… 이놈들이……! 정녕 죽고 싶은 모양이구나!!”
화아아아아-
끓어오르는 분노에 교주 명왕신의 온몸에서 화염이 치솟아 올랐다.
“명왕법…… 왜…… 배신을 하느냐?”
“교주, 금불장존님이 밖에 계십니다.”
쿠우우웅-!
금불장존의 등장.
그 말에 명왕신의 뒤로 도열해 있던 청신군과 검신군의 신도들이 웅성거리며 동요했다.
교주 명왕신도 본궁에서 직접 보낸 금불장존은 당연히 부담스러웠다.
“직접 보지 않는 이상 인정할 수 없다! 뭣들 하느냐. 저놈들을 죽여라!”
청신군과 검신군이 교주의 매서운 기세에 움직이려고 했다.
그때, 교주 명왕신을 따라온 사대 장로들이 소리를 지르며 나섰다.
“모두 멈추고 물러나라. 금불장존님이 오셨다!”
“크으…… 사대장로 네놈들도…….”
“교주, 미안하지만 서장에서 보낸 분이십니다. 어찌 함부로 움직이려고 하십니까?”
“……!”
교주는 그들을 노려볼 수밖에 없었다.
쿠우웅!
문이 완전히 열렸다.
명왕조가 앞장서며 황신군을 이끌고 안으로 들어섰다.
‘명왕조.’
교주는 그를 죽일 듯이 노려보았다.
매서운 시선을 받으며 안으로 들어선 명왕조가 조용히 옆으로 물러났다.
‘헛…… 이놈들은……?!’
그 뒤쪽.
황신군 사이에서 모습을 드러낸 인물.
저 눈에 띄는 옷차림.
걸협오성이 분명했다.
마지막으로 서궁상국의 무사들이 성문 안으로 밀려 들어왔다.
명왕법의 눈이 커졌다.
‘분명 금불장존님과 함께 오셨다고 했는데…… 어디에 계시지?’
스윽-
남하림은 바로 교주 명왕신을 찾아냈다.
주변 인물들 또한 혼란스러운 눈빛으로 남하림을 뚫어져라 쳐다보고 있었다.
“아, 이걸 찾는 모양이군요.”
남하림이 손에 든 물건을 둘둘 싸맨 천을 풀었다.
그러자 눈부신 황금빛을 띤 금불장이 눈앞에 나타났다.
털썩.
명왕법은 곧바로 부복을 했다.
그와 동시에 네 명의 군장과 사대장로도 함께 부복했다.
“금불장존님을 뵙습니다.”
“금불장존님을 뵙습니다.”
“모두 일어나세요.”
남하림의 말에 부복한 인물들이 두 손을 모은 채 일어났다.
그들에게 후개가 왜 금불존장인지는 중요하지 않았다.
금불장을 들었기에 금불존장이었다.
스윽.
남하림은 금불장을 앞으로 내밀며 교주 명왕신의 앞으로 다가섰다.
‘끄으으응.’
금불장을 후개가 들고 있는 상황이 짜증 났다.
모든 상황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교주는 본인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 모양이오.”
“본 신교의 원수가 어떻게 금불장을 가지고 있지?”
“어허, 지금 교주의 말투는 확실히 금불장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것이군. 맞소?”
“금불장을 인정하지 않는 게 아니라 네가 금불장을 지니고 있는 게 거짓이란 말이다.”
“그럼, 본인이 금불장을 서장에서 훔쳐왔다는 말인가? 그게 가능한 일인가?”
“…….”
“아니면 본인에게 금불장을 주신 삼보의 계승자께서 거짓이라는 말이거나.”
교주는 말을 함부로 할 수 없었다.
쿠웅!
남하림이 금불장을 바닥을 쳤다.
“교주는 여전히 금불장에 대한 태도가 무례하군. 그분께서 말씀하셨다. 그대는 이 시간 이후로 교주 직에서 물러나며, 금불장에 의해 목숨이 사라질 거라 예언하셨지.”
“이노오오오옴! 누가 감히 본 교주의 몸에 손을 댈 수 있단 말이더냐? 죽고 싶다면 얼마든지 보아라. 그렇지 않아도 서장의 종 노릇을 하기 싫었으니. 네놈들을 모두 죽여 새로운 세상을 만들겠다!”
“이런, 드디어 본색을 드러내는군.”
“뭣들 하느냐? 저놈들을 모두 죽여라!”
“…….”
“…….”
교주의 명이 떨어졌건만.
어느 누구도 움직이지 않았다.
휘익!
교주가 옆에 있는 신도의 목을 잡았다.
“죽고 싶지 않다면 저놈들을 죽여라.”
“커어어억!”
얼마나 세게 잡았는지 단숨에 목뼈가 부러졌다.
우르르르르-
교주의 주위에서 신도들이 빠르게 벗어났다.
“크하하하하! 이놈들 모두 죽여주마. 네놈들의 선택을 후회할 것이다!”
우우우우웅-
교주 명왕신이 내력을 일으켰다.
드드드드-
지축이 울리며 바닥이 흔들거리는 소리가 커지기 시작했다.
점점 가까이 다가오는 소리의 정체.
남하림은 눈을 가늘게 뜨고 주시했다.
‘저건…… 사람?’
일천에 가까운 괴인들.
의지를 상실한 채 괴성을 지르며, 마구잡이로 신문을 향해 나오는 모습이 괴기했다.
“이럴 수가…… 금불장존님. 교주가 저 괴물들을 계속 만들고 있을 줄은 몰랐습니다!”
“죽은 자들입니까?”
“아닙니다. 산 사람을 상대로 환각단의 원액을 사용하여 만들어진 괴물들입니다. 저희들이 절대로 해서는 안 된다고 반대했건만……!”
“허허…… 교주가 인륜을 넘어섰구나.”
천궁자는 긴 세월 동안 많은 싸움을 겪어봤지만, 처음 보는 광경에 눈살을 찌푸릴 수밖에 없었다.
“크크크크!”
괴인들이 괴성을 지르며 다가왔다.
남하림의 표정은 좋지 않았다.
‘어찌 사람이 미치지 않고서야 산 사람을 저렇게 괴물로 만들다니…….’
“……교주, 당신은 절대로 용서할 수 없을 것 같소이다.”
“크크큭, 후개. 내가 할 소리를 하는구나.”
“그대는 사람이 아니군요.”
이미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넌 거라면, 최대한 빨리 고통을 없애주고 싶었다.
“휘연 형, 유도. 저들의 머리를 노려.”
휙!
팟!
팽유도와 이휘연이 앞으로 나오면서, 동시에 묵흑반도와 태극흑검을 휘둘렀다.
스걱-
슥.
단숨에 두 괴인의 목이 끊어졌다.
“하림 형 말대로 쉽네. 안 움직여.”
순식간에 약점을 찾아내 처리해 버리는 그들의 솜씨.
‘어이가 없군. 이걸 간단히 바꾸어 버리다니…… 이래서 걸협오성이라는 것이군.’
명왕조는 신도들이 안도하는 분위기로 변하는 것을 보았다.
“금불장존님께서 말씀하셨다! 괴물의 목을 하나도 빠짐없이 잘라내자!”
“와아아아-!”
명왕조의 명이 떨어지는 동시에, 괴인들을 향해 모두가 달려들었다.
두두두두두-
사천신교의 청홍백검황신군.
그들도 환각단을 복용했지만 이미 미쳐 버린 괴인들과는 비교가 되지 않았다.
“커억!”
한 방에 괴인의 목을 자르는 일은 또한 쉽지 않았다.
“뭣들 하느냐? 저놈들이 움직이지 못하게 몸으로 막아라!”
명왕법의 명에 괴인 한 명당 네 명의 신도들이 달라붙었다.
“으으으으으으악……!”
전신의 내력을 다해 괴인들이 움직이지 못하게 막았다.
그러자 천궁자가 서궁상국의 무사들을 향해 소리쳤다.
“뭣들 하느냐? 저 괴물들의 목을 잘라라!”
와아아아아아-!
함성을 지르며 서궁상국의 무사들이 검을 들고 싸움터에 달려들었다.
“커어억!”
“단숨에 목을 베라!”
스걱-
스슥- 슥슥-
사천신교의 신도들과 서궁상국 무사들의 협공으로 괴인들의 목이 하나씩 잘려 나가기 시작했다.
걸협오성의 무위는 그야말로 독보적.
괴인들의 목이 추풍낙엽처럼 떨어졌다.
스걱-
수우우욱.
믿기지 않는 장면에 교주의 시선이 흔들거렸다.
고통을 모르는 괴인.
팔이 떨어져도 다리가 떨어져도 오직 상대만을 보고 달려들었다.
하지만 단 하나의 약점.
목이 잘려서는 움직일 수 없었다.
중원 무림에 나갈 때 사용하려던 환각산인을 너무나 쉽게 처리하는 모습에 명왕신은 어이가 없었다.
‘젠장…… 여기서 나가야 한다.’
교주는 하나둘씩 목이 잘리는 괴인들을 보면서 주춤주춤 뒤로 물러났다.
“어딜 가는 거요? 당신은 갈 수 없습니다.”
부우우우웅-
눈앞에서 황금빛 금불장이 지나갔다.
“후개, 이번에는 네놈이 이겼다. 다음번에는 이런 일이 없을 것이다.”
“다음? 도망갈 수 없다고 분명 말했소.”
타앗!
남하림은 곧바로 움직였다.
‘네놈이 나를 막을 수 있을 것 같으냐? 절대로…… 으윽?’
몸이 이상했다.
갑자기 내력이 사라지기 시작한 것.
“우욱…….”
교주의 눈동자에 당황한 빛이 역력했다.
“대체…… 어떻게……?”
교주의 시선에 남하림이 들고 있던 금불장이 들어왔다.
방금 눈앞에서 휘둘렀을 때 미세하게 느껴졌던 불향.
“맞소이다. 당신의 내력을 지울 수 있는 무불향이라 하셨지.”
“……으…… 으…….”
“쯧쯧, 그대는 그분들을 너무 무시했소. 당신의 야망은 알았지만 최소한 지켜야 할 선은 넘지 않을 것이라 믿었다던데.”
“네…… 놈이…… 난…… 이대로…… 죽을 수는 없다……!”
“미안하지만 당신의 생은 여기까지인 듯하오.”
슈욱!
금불장의 끝에서 빠져 나온 황금 창이 교주의 심장을 뚫고 지나갔다.
* * *
사천성을 오랫동안 어지럽게 만들었던 사천신교.
그들의 전말이 중원 곳곳에 퍼져 나갔다.
수많은 중원인들이 걸협오성과 후개에게 환호했다.
하지만 오직 한 곳.
한 곳만이 그 사실을 받아들일 수 없었다.
“서장에 갔을 줄은 예상치도 못했군. 허!”
백후는 허탈한 웃음을 지었다.
“그놈에게 환비균장을 받으려면 머리깨나 아프겠.”
스윽.
백후의 곁으로 사내가 다가왔다.
“총내국주님.”
“어떻게 되었는가?”
“하오문에 그들의 행방에 대해 부탁했습니다.”
“수고비로 얼마를 달라고 하던가?”
“황금 스무 냥입니다.”
“도둑놈들. 잡아 오라는 것도 아니고 겨우 어디에 있는지 알려주는 것만으로도 돈을 받아 처먹다니…… 망할.”
“……취소할까요?”
“휴우, 아니다. 어쩔 수 없으니 달라는 대로 줘야겠지.”
“알겠습니다. 그럼 다녀오겠습니다.”
“기한은 정확히 십 일 이내로 정하도록. 만일 기한이 넘어가면 하루에 금 한 냥씩 제한다고 해라.”
“넵.”
사내는 빠르게 사라졌다.
‘후우…… 이번 일이 제대로 안 된다면 둘째 그 녀석 성격에 가만히 있지 않을 텐데…….’
환비균장은 백진묵의 주요 사업체 중 하나.
만일 이것이 잘못된다면 북방상국의 후계자 경쟁에서 밀릴 수 있었다.
‘잔소리하기 전에 마무리를 짓는 수밖에 없는데…… 그놈이 생각보다 약았단 말이야.’
한 번 만나본 남하림의 모습이 백후의 머릿속에 떠올랐다.
자신의 뜻을 따라주는 모습이 상상도 되지 않았다.
* * *
하오문에서 걸협오성을 찾는 데 걸린 시간은 정확히 십 일.
덜컹.
백후의 발걸음은 평소보다 빨랐다.
‘그놈들이 어디에 있지?’
“허.”
코웃음이 바로 나왔다.
손을 번쩍 들고 흔드는 잘생긴 거지 놈.
“알고 있었던 모양이군.”
백후는 곧장 다섯 명이 앉아 있는 탁자에 다가섰다.
남하림은 일어나서 그를 맞이했다.
“오랜만이네요.”
“소문은 들었다. 큰일을 했더군.”
“음…… 지금 좋은 뜻으로 말한 거 맞죠?”
“당연하다. 난 적이라도 잘한 일은 잘했다고 칭찬을 하는 사람이다.”
“앉죠.”
스윽.
남하림과 백후가 자리에 앉았다.
다른 네 사람은 옆으로 자리를 옮겨 피해주었다.
“십 일 동안 우리를 찾아내는 데 돈을 투자했더군요.”
“…….”
‘멍청한 하오문 녀석들…… 일도 똑바로 못하는군.’
“하오문에 쓸 돈이 있으면 차라리 개방 방도에게 부탁하시죠. 사람 찾는 일은 개방이 잘하는데.”
“그건 맞지만 네가 개방의 후개인데 찾아주겠느냐?”
“뭐어, 나쁜 짓 하려고 찾는 것도 아닐 텐데, 못 찾을 게 뭐가 있겠습니까? 앞으로 북방상국에서 사람 찾을 일 있으면 개방 좀 이용하세요.”
“하, 알겠다. 꼭 이용을 하지. 하오문보다 금액이 싸다면.”
“우린 다섯 번 이용하면 한 번씩 무료로 해줄 수 있는 제도도 있습니다.”
“훗. 개방이 언제부터 장사꾼이 되었지?”
“개방이 알게 모르게 돈이 생기면 어려운 사람 많이 도와줍니다.”
“됐네. 이젠 쓸데없는 이야기 그만하고 본론으로 넘어가지.”
백후는 남하림과 농담을 길게 할 생각이 없었다.
“환비균장의 사업권을 가졌다고 들었다.”
“이야, 고생했습니다. 모래 폭풍을 뚫고 겨우 살아났지요.”
“얼마를 원하느냐?”
남하림은 단도직입적으로 말을 꺼낸 그와 시선을 마주했다.
“훅 들어오시네.”
“원래 내 장사 방식이다.”
끄덕.
남하림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하긴 누가 그러더라고요. 처음부터 바로 결론을 낸 뒤 거래를 하신다고.”
“누가 그런 말을 하던가?”
“저어기, 내가 잘 아는 사람 있습니다. 서로 지금 뭐 하고 있는지 신경도 안 쓰는 사람.”
“훗, 잘난 아들이라면 굳이 신경을 쓸까? 나라도 가만히 두고 보고만 있을 거네.”
“그게 아들 마음하고 부모 마음하고 다른 겁니다.”
백후는 서서히 대화를 하면서 은근한 협박으로 상대를 이용하는 방식을 즐겨 썼다.
“사실 환비균장을 자네에게 사지 않아도 되네. 그게 서장에서만 나는 게 아니거든. 요즘 청해와 신강에서도 채집이 되는 모양이야.”
“그래요? 처음 듣는 말이네요. 한 번 알아봐야겠군.”
“물건도 서장에 비해서 더 좋다고 하더군.”
“잘됐네요. 북방에서는 그쪽에서 거래를 하면 되겠습니다. 서장에서 나오는 물건들은 우리가 알아서 할 테니까요.”
“…….”
남하림의 표정에는 아무런 변화가 없었다.
물론 신강과 청해에도 환비균장은 있었다.
하지만 서장과 달리 위험한 고산에 있어서 쉽게 채취할 수 없다는 단점이 있었다.
“알겠네.”
백후는 일단 대답을 하면서 남하림의 얼굴을 보았다.
미세하게 눈웃음을 치는 듯한 표정.
‘이놈…… 나를 읽고 있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