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4. 사천신교로 들어가다
어디서부터 소문이 흘러나왔는지는 아무도 몰랐다.
하지만 사람들의 입에서 입으로 전해진 소문은 점점 사천성 전체로 퍼져 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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궁주께서 백성을 구원하기 위해 설법을 가르쳤지만, 사천신교의 교주는 환각단을 악용하여 백성들을 구속시키는 악업을 행하였다.
서장 신교의 궁주께서 금불장을 지닌 신인(神人)을 보내니, 그가 바로 새로운 신교의 뜻을 보여주리라.
사천신교 내에서 지내는 신도들의 생활은 점점 피폐해졌다.
정신과 몸.
제대로 먹지 못한 육체에서 온전한 정신을 가질 수 없었다.
환각단으로 버틸 수 있는 기간은 한정적.
그러는 가운데 환각단에 의해 신도가 죽는 사고들이 빈번해졌다.
신도들 사이에서 웅성거리는 소리가 점점 커지기 시작했다.
* * *
‘뭣이……? 그들이 나를 제거하겠다는 것인가?’
교주 명왕신 또한 시중에 떠돌아다니는 소문을 들었다.
출처가 어디인지 신도들을 보내 알아보고자 했지만 전혀 찾을 수 없었다.
‘어떤 놈이…… 그런 소문을 내고 다니는지…… 잡히면 구촌까지 모조리 잡아 사지를 잘라 버릴 것이다……!’
살기가 점점 그의 몸을 지배하기 시작했다.
‘당신들이 그렇게 나온다면 나도 생각이 있지. 저들의 뜻대로 되도록 당하지 않는다.’
* * *
명왕조는 명상에 빠져들었다.
황신군은 사천신교를 위험에서 보호하는 임무를 지녔다.
사천신교의 호법군으로서 목숨이 다하는 순간까지 신교를 지켜야 했다.
후개를 쫓는 사이, 그 또한 소문을 들었다.
‘금불장이 나타났다…….’
사천신교를 지키기 위해. 교주의 명을 최우선으로 따라야 했다.
하지만 금불장의 소문을 듣게 되면서 망설임이 생겼다.
금불장의 신인이 나타났다는 의미는 본단에서 교주를 인정하지 않는다는 뜻과도 같았다.
원존신단의 비밀 조직.
그렇게 되면 자신은 사천신교의 교주가 모시는 자가 아닌, 금불장을 모시는 원존신단의 인원이다.
‘금불장을 어느 분께서 지니고 있는지 찾는 게 우선이다.’
명왕조는 홍천지를 떠올렸다.
‘그분께서 사천신교로 오고 계신 중이라면, 홍천지는 무조건 거쳐야 하는 곳이다.’
* * *
그 시각.
걸협오성은 사천신교로 향해 올라가고 있었다.
그동안 여러 마을들을 거쳤다.
예전이었다면 신도들의 수가 많았을 마을들은, 이젠 거의 텅 비어 있는 듯 한산하기까지 했다.
“어째 잘 먹힌 것 같은데?”
삼 단계 심리전.
개방을 통해 사천성으로 퍼져 나간 소문.
교주는 본 궁에게 버림받았다.
그를 대신해 금불장을 든 신인이 나타나리라.
그 소문에 신도들은 하루라도 빨리 신인이 나타나 현 상황을 이겨낼 수 있게 도와주길 기도했다.
“하림 형, 신도들이 많이 빠졌다고 해도 주축 세력들은 전부 상대하기 힘들지 않을까?”
“서궁상국에서도 나올 거야. 천궁자 할아버지가 특별히 나서준다고 하셨다.”
“아아…… 천궁자께서 나서주신다면야 고마운 일이네요. 현재의 신교라면 서궁상국에서 마음먹고 밀어버리면 끝낼 수도 있을 것 같은데.”
“흐음, 상국의 무위는 방어용이라 공격에는 이상하게도 본래의 실력을 잘 발휘하지 못해서 힘들지도. 상국 자체적으로 무인을 키우기도 하지만, 대부분 용병들로 되어 있어 지키는 데만 익숙하거든.”
“아하, 그래서 다른 문파들과 싸울 때 공격을 잘 하지 않는구나.”
“안 하는 건 아니지만 목숨을 걸고 싸우지는 않는다는 거지.”
팽유도는 이제야 대상국의 무력이 대문파들과 겨룰 정도로 강하면서도, 무력이 높지 않다는 말이 이해가 갔다.
그러고는 남하림의 등에 메고 있는 금불장에 시선을 주었다.
“형, 사천신교에 원존신단이 있다고 하는데 그들이 정말 금불장을 따를까?”
“그거야 한번 만나보면 알겠지.”
“맞는 말이긴 하지만 무작정 신교에 들어가서 원존신단을 만날 수도 없잖아요.”
“아, 그건 걱정 안 해도 돼. 그들과 가까워지면 금불장을 알아본다고 하더군.”
“무슨 말인지 모르겠네.”
“내일은 홍천지를 넘어가야 하니 오늘 푹 자는 게 좋을 거야.”
* * *
홍천지.
말 그대로 사방이 피처럼 붉은 토양으로 된 황량한 평야.
“욱…… 여기도 창도 가는 길처럼 장난 아니네.”
쏴아아아-
붉은 바람이 거대한 띠를 만들며 전방에서 휘몰아쳤다.
“모두 돌아서!”
휙!
붉은 바람이 등에 정통으로 부딪치자 저절로 숨이 턱 막혔다.
남하림은 투덜거렸다.
“어휴…… 요즘 이상하게 생고생하는 느낌이 많이 들어.”
“하하하! 그거야 형이 너무 잘나서 그런 거잖아요.”
“내 인생 목표가 편하게 사는 건데.”
“부장은 이젠 편하게 못 살지도 몰라. 혼자 산속으로 몰래 도망가지 않는 이상.”
“이 나이에 은거는 너무 빠르지 않냐?”
겨우 홍천지 끝에 다다라서야 멀리 건물이 보였다.
홍천지를 지나가는 여행객들을 위한 객루였다.
번쩍!
명왕조의 눈이 뜨였다.
부르르-
팔목에 낀 팔찌가 떨려왔다.
‘이건…… 금불장이…….’
본 궁에서 보낸 신인(神人)이 가까이 있다.
그가 자리에서 일어나려고 할 때였다.
문밖으로 기척이 들렸다.
“군장님!”
“무슨 일이지?”
“홍천지로 다가오는 인물이 있는데…….”
“…….”
수하들은 금불장의 존재를 알아볼 수 없었다.
“걸협오성인 듯한 인물들입니다.”
‘걸협오성?’
명왕조은 당황했다.
동시에 나타난 금불장과 걸협오성.
‘이거 참…….’
금불장의 소문을 듣지 않았다면, 걸협오성이 나타났다는 말을 듣자마자 공격을 했을 것이다.
스윽.
명왕조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어떤 인물인지 궁금하군.’
‘저들인가?’
명왕조는 붉은 모래를 차면서 홍천지 객루로 다가오는 다섯 명의 사내들을 주시했다.
그들의 모습은 머릿속에 그렸던 모습과 거의 비슷했다.
‘소문을 그대로 옮겨 놓았군.’
우우우웅-
명왕조의 팔찌에서 강한 진동이 울렸다.
‘왜지?’
턱!
명왕조는 한 손으로 팔찌를 쓸었다.
진동은 계속해서 이어졌다.
명왕조의 시선은 거리를 좁혀오는 걸협오성과 팔찌 사이에서 움직이고 있었다.
‘설마…….’
홍천지로 향한 다섯 명도 명왕조와 그 뒤에 도열한 황신군을 발견했다.
이휘연은 조용히 내력을 끌어 올릴 준비를 했다.
“사천신교도 같은데.”
“어떻게 할까요?”
스윽.
당무독은 가방을 앞으로 당기며 손을 밀어 넣었다.
“잠깐, 기다려봐.”
오는 내내 등에 맨 금불장에서 진동이 느껴졌다.
‘누군가 금불장을 알아본다는 말이…… 이 말이었나?’
“모두 여기서 기다려 봐.”
남하림은 홍천지 객잔 앞으로 혼자 다가섰다.
‘흐음. 후개인가?’
명왕조는 혼자 나오는 남하림을 보았다.
팔찌는 여전히 떨리고 있었다.
“모두 뒤에서 기다려라.”
그도 혼자 다가오는 남하림 앞에 나섰다.
중간에서 마주친 두 사람.
말문은 명왕조가 열었다.
“그대가 후개이오?”
“맞소이다. 당신은 사천신교에서 나온 것 같군요.”
“사천신교 황신단의 수장 명왕조라 하오.”
“우리를 기다리고 계셨소이까?”
명왕조의 시선이 남하림의 등 너머를 눈여겨보았다.
“그 전에 한 가지 물어볼 게 있소이다. 최근에 서장에 갔다 온 적이 있다고 들었소.”
“사업차 방문이라고나 할까요. 잠시 다녀왔소이다.”
“사업차라…….”
“창도에서 돈황상국을 인수했지요. 소문을 듣지 못했는지요?”
“들었소이다. 그 일 때문에 신교가 발칵 뒤집어졌지요.”
“명왕조께서는 그 일 때문에 나를 기다리고 계셨소이까?”
“교주께서 당장 잡아 오라고 했소이다.”
명왕조는 사실대로 말했다.
“뭐, 그럴 만도 하지요. 그럼 우린 싸워야겠군.”
“그 전에 확인해야 할 것이 하나 더 있소이다.”
스윽.
명왕조는 오른손에 찬 팔찌를 보여 주었다.
황금색 팔찌.
“비싸 보이는군요. 진짜 금이오?”
“이건 원존신패라는 것이외다. 금불장에 반응을 보이는 것이지요.”
“……!”
‘이것이었군. 스스로 알아본다는 말이.’
스윽.
남하림이 등에 지고 있던 물건을 들고, 천을 풀었다.
황금색의 불장이 천 안에서 모습을 드러냈다.
명왕조의 눈이 커졌다.
“혹시 이것을 말하는 건가요?”
털썩.
그는 곧바로 머리를 바닥에 숙였다.
“금불장존님을 뵙습니다.”
* * *
팽유도는 황신군을 힐끗거리며 객잔으로 들어섰다.
‘와, 이거…… 진짜 기대 이상인데.’
금불종이 이렇게 제대로 효력이 발휘할 줄이야.
스윽.
남하림이 먼저 자리에 앉았다.
“명왕조께서도 앉으시지요.”
“아닙니다. 소신이 어찌 금불장존님의 앞에 앉겠습니까?”
“내가 계속 고개를 들 수 없잖아요. 앉으세요.”
“아…… 네. 알겠습니다.”
명왕조는 조심스럽게 자리에 앉았다.
“원존신단이 실제로 있긴 하네요. 그 분의 말씀이 맞았군요.”
“죄송하지만 어떤 분께서……?”
“불법승의 법보를 이은 분이시라 하셨소이다.”
“아……!”
이제 확실해졌다.
‘본단은 신교의 교주를 버렸다.’
“그분의 부탁으로 교주를 제거할 생각이지요. 어떻게, 도와줄 수 있겠습니까?”
“소신은 금불장존님의 뜻을 따를 것입니다.”
“사천신교에서 원존신단의 세력은 어느 정도입니까?”
“원존신단은 황신군을 비롯하여 명왕군이 있습니다.”
“그게 전부인가요? 황신군과 명왕군, 두 개의 단만으로 신교를 처리할 수 있습니까?”
“금불장존님,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명왕군은 비상시에 신교의 모든 조직들을 제어할 수 있습니다.”
“오, 중요한 위치에 있었군요.”
“제가 곧바로 명왕군의 수장이신 명왕법을 만나서 금불장존님의 뜻을 전하겠습니다.”
“명왕조께서 고생을 하시는군요.”
* * *
휘이이익!
갑자기 뒤에서 느껴진 기척.
‘기습?’
명왕법이 빠르게 돌아섰다.
그의 눈이 커졌다.
“그대가……?”
눈앞에 나타난 이는 명왕조.
걸협오성을 죽이라는 명을 받고 신교를 나섰을 터인데.
“한 형님, 접니다.”
거기다 친근하게 이름을 부른다.
“구학, 무슨 일이기에 몰래 돌아온 것이가?”
“소문을 듣지 않으셨습니까?”
“소문…… 금불장을 말하는 것인가? 나도 들어서 아네.”
“네, 맞습니다. 제가 홍천지에서 그분을 만나 뵈었습니다.”
“……!”
굳이 금불장존을 언급하지 않아도, 신인을 만났다는 것을 알았다.
“정말로 금불장존님이 맞던가?”
“제 손목에 있는 팔찌가 울렸습니다. 금불장을 가진 금불장존님이십니다.”
“그렇군. 사실이었어.”
명왕법의 표정은 좋지 않았다.
금불장이 자신들에게 모습을 드러낸 이상, 교주의 제거는 기정사실로 굳어진 것이니까.
“그분은 어디에 계시는가?”
“신교 주위에 계십니다.”
“음…… 그렇군. 벌써 올라오셨군. 그분께서는 원하시는 게 무엇이든가?”
“우리의 생각대로 교주의 제거입니다.”
“쯧, 그렇겠지. 본 궁에서 많이 참고 있었을 게야. 결국 끝은 어쩔 수 없나 보군. 하지만 교주가 금불장을 받아들이겠는가?”
문제는 교주였다.
“그 문제는 금불장존님께서 해결을 하신다고 했습니다.”
“……알겠네. 그럼 내가 어떻게 하면 되는가?”
“이틀 뒤 정확히 정오. 그분께서 황신군과 함께 신교에 들어오도록 하겠습니다. 그때 명왕군이 맞이해 주시면 됩니다.”
“알겠네. 이틀 뒤에 보세나.”
* * *
이틀 뒤.
스윽.
남하림이 고개를 올려 하늘을 보았다.
아직 정오가 되기까지 이각 정도의 시간이 남았다.
“지금쯤이면 도착할 때가 됐는데…….”
“뒤에 오고 있군.”
이휘연이 뒤를 가리켰다.
두두두두-
후방에서 빠르게 다가오는 무리들.
서궁상국의 깃발이 펄럭거렸다.
“음, 천궁자 할아버님과 진강충 형님이시군.”
남하림이 선두에서 다가오는 두 명의 인물을 알아보았다.
휘익!
천궁자와 진강충이 말 위에서 내려섰다.
“천궁자 할아버님, 오셨습니까?”
“허허허. 조만간 큰 사고를 칠 줄 알았지만 이렇게 빨리 사천신교를 칠 줄은 몰랐구먼.”
“이게 무슨 큰 사고라고 그러십니까.”
“클클, 동네방네 물어봐라. 사천신교가 어떠한 곳인지. 하긴 네놈은 그 정도로 만족할 녀석이 아니겠지만…….”
“도와주러 와주셔서 고맙습니다.”
“아니다. 말년에 서궁에서 밥이라도 제대로 얻어먹으려면 이런 일이라도 해야 하지 않겠느냐?”
“아, 그럼 제가 잘했네요. 진 형님께서도 오셨군요.”
“하하하, 상국의 일에 내가 빠지면 안 되지. 고맙다.”
간단한 인사가 끝나고.
시간은 정오를 가리켰다.
스윽-
명왕조가 다가왔다.
“금불장존님, 시간이 되었습니다.”
“알겠습니다. 출발하죠. 명왕조께서 앞장을 서세요.”
“넵. 알겠습니다.”
명왕조가 황신군의 선두로 나서,
번쩍!
손을 치켜들었다.
“원존신단, 출발한다!”
“와아아아아아아아아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