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3. 무너지는 사천신교
두두두두-
수백 기의 기마대가 평원을 질주했다.
기마대 위로 펄럭이는 깃발.
남궁세가의 깃발과 제왕대의 깃발이 바람을 타고 뒤로 펄럭거렸다.
제왕대 대주 남궁진.
“청홍백사군. 드디어 잡았다.”
남궁성의 원수.
안휘성에서 사파의 무리가 날뛰고 있는 모습을 더 이상 지켜볼 수 없었다.
더구나 그들은 남궁세가를 건드렸으니까.
철홍갑무단 성기종은 말을 달리면서 뒤를 돌아보았다.
“저놈들은…….”
멀리서 빠르게 다가오는 무리들.
‘남궁세가 놈들이다.’
멈춘 뒤 그들을 상대할지, 아니면 그대로 달려야 할지 결정을 내려야 했다.
“뒤에 남궁세가 놈들입니다.”
홍사군은 눈살을 찌푸렸다.
‘귀찮게 하는군.’
뒤를 따라잡힌 상황에 계속 도망만 갈 순 없다.
“성 단주, 안휘성에서는 저들의 눈에 잡힌 이상 피할 수 없다.”
“알겠습니다. 황평에 오른 뒤 남궁세가를 상대하겠습니다.”
“좋네. 황평으로 가세나.”
타아아앗!
성기종은 앞으로 치고 나오며 철홍갑무단을 재촉했다.
“황평까지 단숨에 치고 올라간다!”
휘이이이잉-
청홍갑무단은 자욱한 먼지구름을 일으키며 앞으로 내달렸다.
그리고 그 모습을 멀리서 내려다보는 시선이 있었으니.
제왕대 부대주 남궁청현의 입가에 살소가 번졌다.
“후후, 형님의 말씀대로 사지로 몰려오는군.”
남궁진은 철홍갑무단의 움직임을 예상하고 그를 이곳으로 먼저 보냈다.
“준비해라!”
“옙!”
남궁청현의 뒤에서 부관이 소리쳤다.
“일궁 준비!”
스으으으윽-
스으으으윽-
일백 명의 제왕대 무사들이 시위를 당겼다.
빠른 속도로 다가오는 철홍갑무단.
사정권에 들어서자,
“지금이다. 쏴라!”
남궁청현의 명에 부관 노웅은 올렸던 손을 아래로 떨어뜨렸다.
“일궁 발사!”
챠아아아아아-
쉬우우우우웅-!
일백 명의 무사들이 쏘아 올린 화살이 먹이를 노리는 매처럼 허공을 갈랐다.
“이궁 준비. 발사!”
“삼궁 준비. 발사!”
총 삼백 대의 화살이 황평으로 달려오는 철홍갑무단의 하늘을 새카맣게 가렸다.
피우우우우우우웅-
신경을 거스르는 소리가 하늘에서 떨어졌다.
성기종의 안면이 굳어졌다.
“적의 화살 공격이다!”
“방패를 들어 올려라!”
철홍갑무단은 말 허리에서 철갑 방패를 재빨리 꺼낸 뒤, 떨어지는 화살을 막았다.
퍽퍽퍽퍽!
수백 발의 화살들을 철방패만으로 완전히 막아낼 수 없었다.
“아아악!”
수하들의 비명과 말의 울부짖음이 동시에 터져 나왔다.
“크으…… 이놈들이……!”
백사군은 황평의 언덕에서 활을 쏘는 남궁세가 무리들을 발견했다.
‘저놈들을 먼저 죽여야 한다!’
“이보게들. 가세나!”
파아앗!
청홍백사군은 동시에 말 위에서 신형을 날렸다.
황평으로 날아오르는 세 명.
‘저들은…….’
남궁청현이 날아오는 노인들의 정체를 알아챘다.
“제왕검진을 펼쳐라!”
“넵!”
척척척.
활을 등에 맨 제왕대의 무사들이 일사불란하게 허리에서 검을 뽑았다.
차차차차차차-
다다다다다다-
순식간에 오각형의 진법이 펼쳐졌다.
남궁청현은 제왕화천의 자리에 들어섰다.
타아앗!
청홍백사군이 황평에 올라선 순간,
‘제왕검진!’
남궁세가가 자랑하는 절대검진 중 하나가 그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 * *
콰아아앙!
두두두두두두두두-
황평 아래에서 격돌이 이루어졌다.
화살 공격에 멈춘 철홍갑무단를 제왕대의 본진이 따라잡았다.
채애앵-
남궁진은 제왕검을 뽑으며 철홍갑무단 성기종을 노려보았다.
“성기종오오오오옹!”
휙.
성기종은 백마를 타고 똑바로 달려오는 남궁진을 보았다.
창천광군 남궁진.
남궁세가절대무인.
일왕이군삼검(一王二君三劍).
차아아아앗!
남궁진이 제왕검을 아래로 향한 직후,
타아아앗!
그의 신형이 하늘로 솟구쳤다.
제왕광천(帝王光天).
번쩍!
하늘에서 태양이 폭발하며 눈앞이 하얘졌다.
성기종은 철창극도를 두 손으로 잡고 머리 위로 올렸다.
콰아아아아아앙!
덜덜덜덜.
폭발적인 제왕검의 위력에 철창극도가 부러질 듯 다르르 떨었다.
주르르르르르륵-
쿠우우웅!
그가 탄 말이 뒤로 밀려 나가는 힘을 이기지 못하고 쓰러졌다.
휘익!
성기종이 쓰러진 말 앞에 내려섰다.
“욱…… 남궁…… 진.”
“제법이군. 한 방에 나가떨어질 줄 알았는데. 철홍갑무단의 수장다워. 하지만 이것으로 끝이다!”
번쩍.
또 한 번 검신이 폭발했다.
제왕검법의 제왕무극(帝王無極).
남궁세가의 검공 중에서도 제왕이란 이름을 붙인 이유를 알 만한 신위다.
슈아아아아앙-
제왕검 앞에서는 어느 누구도 똑바로 땅을 디딜 수 없다.
스걱-
철창극도가 반으로 잘려 나갔다.
“커어억!”
비명과 함께 가슴이 성기종의 붉게 물들었다.
털썩.
차가워진 그의 몸이 바닥에 쓰러졌다.
‘허어…… 이것이 제왕검진의 위력인가?’
수많은 검진과 합공을 겪었다.
하나 한 번도 그들의 삼살장을 막아낸 적이 없었다.
청홍백사군은 처음과 다르게 당황했다.
“제왕진산(帝王陣散)!”
남궁청현의 외침에, 오성의 진형이 퍼지면서 청홍백사군을 중앙에 포위했다.
“제왕일토(帝王一土)!”
핏핏핏핏!
일열에 선 남궁세가의 무사들이 검을 내밀 듯 던졌다.
“우욱!”
“커어어억!”
“이놈들이……!”
청홍백사군은 장법을 앞으로 뻗으며 검들을 밀어냈다.
주르르륵-
하나 삼백 명으로 이루어진 제왕검진의 위력에는 삼살장으로 중원에서 일절을 이룬 장법도 소용이 없었다.
“크하하하!”
황평으로 올라오던 인물의 대소가 터졌다.
“창천광군…… 남궁진.”
“삼살장. 세 분을 오랜만에 보는 것 같소이다.”
“그렇구만.”
“오늘 세 분의 묫자리는 황평이 되겠소이다. 하하하.”
“남궁진, 어디서 함부로 말을 내뱉느냐?”
“버럭 하는 걸 보니 불편한 모양이군. 난 마음에 드는데.”
타앗!
남궁진은 더 이상 끌지 않고 제왕검을 든 채 아래로 내려섰다.
“제왕팔결 잠진(熸進).”
우우우우웅-
단 일검에 그들의 목을 베려는 듯.
“크으으. 남궁진, 본인들을 무시하지 말라!”
슈우우우-
청홍백사군이 양손에 내력을 끌어 올렸다.
“크으…… 이놈………! 죽어라!”
제왕검을 내리치는 남궁진을 향해 세 명이 펼친 장력이 휘감긴 채로 쏟아졌다.
쿠우우우우-
콰아아아아!!
제왕검의 검강과 부딪힌 삼살장.
남궁진은 이를 악물며 버텼다.
쿠웅!
쿵!
한 발자국씩 앞으로 내딛자 발자국 소리가 강하게 울렸다.
‘이…… 놈의 내력이…… 이 정도까지……!’
제왕검을 번쩍이며 다가오는 남궁진의 눈빛이 형형하다.
“우아아아아아!”
남궁진은 괴성을 질렀다.
“제왕검을 막을 수 있는 것은 아무도 없다!”
제왕검법 극의초식.
제왕무적(帝王無敵).
파파파파아아아아-
번쩍!
남궁진의 손끝에서 퍼진 내력에 제왕검이 폭발하며 삼살장을 녹이기 시작했다.
휘이이잉!
청홍백사군을 향해 폭풍이 몰아쳤다.
“어…… 어억!”
쿠우웅!
“남…… 궁…… 의 검은…… 역시…….”
그들의 몸이 바닥으로 쓰러지면서 차갑게 식어갔다.
스윽.
남궁진은 죽은 시체를 내려다보았다.
“훗. 노괴물들. 오래 살았다.”
휘이익!
제왕대 부대주 남궁청현이 청홍백사군의 품을 뒤졌다.
“…….”
그의 표정이 굳었다.
“대주님, 무공서가 없습니다.”
“다시 찾아라.”
남궁청현은 한 번 더 자세히 그들의 몸을 뒤졌다.
“죄송합니다. 보이지 않습니다.”
“망할 놈의 늙은이들이……”
도중에 누군가에게 넘긴 것이 틀림없다.
“중간에 그들이 만난 사람들이 누구인지 찾아라!”
“넵. 알겠습니다.”
* * *
사천성에 들어온 후.
남하림과 일행들은 사천신교를 향해 방향을 잡았다.
그들의 목표는 교주 명왕신의 제거.
문제는, 금불장도 가지고 있고 내부에 원존신단이란 비밀 조직이 있다고도 하지만, 둘 다 확실하지 않다는 것이다.
“하림 형. 금불장만으로 사천신교에 바로 가는 건 무리이지 않을까?”
“유도 말이 맞아. 뭔가 대책을 세운 후에 가는 게 덜 위험할 것 같다.”
“분명 그놈들은 서장상회의 일로 우리를 죽이려고 할 게 틀림없어.”
한 명씩 우려 섞인 발언을 내놓았다.
“모두가 걱정하는 것을 당연히 잘 알지. 눈에 불을 켜고 우릴 죽이려고 할 게 틀림없어. 그래서 이 단계를 시작하는 거야. 이게 먹히면 그들은 힘이 분명히 빠질 거야. 틀림없이.”
“이 단계가 정확히 뭐야?”
“그건…….”
남하림의 주위로 네 명이 가까이 다가왔다.
서궁상국에서 움직였다.
사천성의 모든 상단과 표국, 그리고 상회들 중 서궁상국과 연관이 되지 않는 곳은 없었다.
서장상회에서 나오는 주수입이 없어진 마당에, 사천신교에서 거두어들이는 수입원도 하나씩 잘리기 시작했다.
사천신교 관할지에 있는 업체들에게 받는 수입.
서궁상국은 그들에게 한마디 서신을 보냈다.
#NAME?
서궁상국의 협박 아닌 협박.
그리고 사천성 상계에서 사천신교에게 물건을 납품하는 업체에게도 경고의 말을 남겼다.
#NAME?
사천성 상계가 발칵 뒤집어졌다.
단 한 번도 일어나지 않았던 사건.
만일 대상이 사천신교가 아니었다면 사천성의 백성들에게 원망을 들었을 게 분명했다.
사천신교의 내정은 단숨에 황폐화되어 갔다.
내정원주는 손이 떨렸다.
‘아…… 큰일 났다.’
주방과 부식창고에서 연락이 왔다.
며칠 동안 부식이 배달되지 않는다고 했다.
신교의 생활에 필요한 물건들, 주문했던 여러 가지 물품들이 출발도 하기 전에 거래를 중지하겠다는 통보를 받았다.
‘교주께서 난리가 나실 텐데.’
그동안 대전에서 죽어나가는 인물들을 많이 보았다.
‘교주는 실패를 용납하는 사람이 아니다.’
이대로 있다간 그는 결국 교주에게 죽을 수밖에 없었다.
끼이익!
개인 비밀 창고를 열었다.
슥슥.
만 냥짜리 전표와 금원보를 담은 뒤 허리에 둘러맸다.
‘이 정도면…… 충분히 일한 몫이다.’
그는 나가기 전, 마지막으로 내정원을 훑어본 뒤 사천신교에서 사라졌다.
“뮛이……?”
교주 명왕신은 믿기지 않았다.
사천신교가 발칵 뒤집어졌다.
부식창고에 식량이 사라진 지 며칠이 지났으며, 생활잡화창고에도 물건들이 거의 텅 비어 있었다.
사천신교의 신도들은 식사를 하러 주방으로 달려갔지만, 멍하니 앉아 있는 주방 일꾼들을 보며 돌아올 수밖에 없었다.
신도들은 다급하게 부식을 구하러 갔다.
하지만 이내 아무것도 얻지 못한 채 돌아올 수밖에 없었다.
어느 누구도 사천신교에 물건을 팔거나 외상으로 물건을 주지 않았다.
곧장 교주의 귀에 사건의 전말이 들어갔다.
노기충천한 그는 당장 내정원주를 잡아오도록 지시했다.
하나, 이미 사천신교에서 내정원주는 사라진 상태.
하루 전 잠시 외출하겠다고 나간 뒤 복귀하지 않았다.
교주의 노기가 솟구쳤다.
“당장 그놈을 잡아오도록!”
“수하들을 보냈습니다. 멀리 가지 못했을 게 분명합니다.”
“크으으으-”
교주는 분을 이기지 못했다.
사천신교의 내정을 책임지는 인물이 하루아침에 사라진다는 것이, 있을 수 있는 일인가?
“그놈들이 대체 왜 우리와 거래를 하지 않겠다는 것이지?”
“서궁상국 때문입니다. 본 신교와 거래하는 업체들이 서궁상국의 입김에 모두 발을 끊었습니다.”
“당장 필요한 물건들을 빼앗아 오도록. 만일 반항을 한다면 모두 죽여도 좋다.”
“……!”
명왕법 한지항의 표정이 굳어졌다.
일반 백성들까지 죽이자는 뜻이 아닌가.
‘교주…….’
* * *
중원의 소문은 빨랐다.
사천신교에서 일어난 모든 일들이 바람을 타고 여기저기 퍼졌다.
“하핫!”
남하림은 만족했다.
“상국의 힘이 이 정도일 줄은 몰랐어.”
“나도…… 서궁상국이 사천신교의 의식주까지 완벽하게 지배할 줄은…….”
“나중에 상국이나 하나 차릴까?”
“유도야. 그건 오대상국처럼 대상국이 되어야 가능한 거야. 일반 상국 정도로는 사천신교가 밀어버릴걸?”
“무독의 말이 맞아. 서궁상국이니 그들에게 먹히는 거야. 이렇게 협조를 잘 하는 건 사천신교가 인심을 잃은 탓도 있고. 아무리 서궁상국이라도 함부로 이런 행동을 하면 중원에서 욕 많이 들을 거야.”
교주 제거 작전은 완벽하게 진행되고 있었다.
“조금씩 사천신교에서 말들이 나올 거야. 교주가 아무리 강하다고 해도 신도들이 한꺼번에 일어난다면 무시할 수 없겠지. 모두 죽이지 않는 한. 자, 그럼, 이젠 삼 단계 작전을 펼쳐야 할 차례군.”
“어…… 또 있어?”
“부장, 삼 단계는 뭐지?”
남하림은 미소를 지었다.
“후후, 심리전을 펼쳐야지. 지금이 가장 많이 흔들리는 시점이거든.”
“심리전? 그게 어떻게 하는 거야?”
“그게 뭐나면…….”
네 사람은 조용히 귀를 들이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