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걸황무적-146화 (147/328)

146. 서장상회

면양에서 날아온 소식.

찌이익-

명왕장 승환은 서신을 찢었다.

‘거지 놈에게 당했어.’

조예는 물론, 서궁상국 면양지부에 숨겨놓았던 신도들 대부분이 숙청당했다.

‘조예가 당했다는 것은 신교와 거래한 정황을 찾아냈다는 뜻이겠지.’

콰아앙!

탁자를 내리쳤다.

만일 일이 잘못된다면 신교의 자금줄이 끊어질 수 있다.

‘그런 일이 있기 전에 막아야 한다.’

다행히 혹시 모를 만일을 위해 대비한 것이 있었다.

‘할 수 없지. 이번엔 어쩔 수 없이 송반으로 돌아서 광원의 백진상국으로 물건을 운반할 수밖에.’

서궁상국 면양지부를 통하지 않으면 두 배 이상의 거리를 돌아돌아 운송해야 한다.

하지만, 당장 이보다 좋은 방법이 보이지 않았다.

“서궁상국을 잡았어야 했어.”

너무나 아쉬웠다.

사천성에서 서궁상국의 힘은 강했다.

사천에 있는 표국과 상회 대부분에 서궁상국의 자본이 들어가 있는 상황이니, 어디서든 서궁상국의 뜻을 무시하지 못했다.

사천에서 외부로 나가는 무역은 서궁상국을 거쳐야 이루어질 수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셈.

‘제기랄…….’

서궁상국을 삼키려던 계획.

그것이 성공했다면, 서장에서 들어온 물건을 중원 각지로 보내며 마음껏 거래할 수 있었을 것이다.

찌근.

머리가 아파왔다.

이번만 넘어간다고 될 일이 아니었다.

앞으로 무조건 해결해야 할 문제였다.

‘사천은 어렵다. 사천 외의 다른 지역에서 물건을 보내야 한다면…….’

잠시 후.

승환은 한 장의 서신을 수하에게 건네주었다.

“이것을 그에게 전해라.”

“넵, 알겠습니다.”

* * *

청홍백사군 뒤로 나타난 일단의 무리들.

철홍빛의 갑의는 상대방에게 두려움을 주기에 모자람이 없었다.

‘크으…… 철홍갑무단까지…… 작정을 하고 나타났군.’

남궁성의 뒤로 무검단이 술렁거렸다.

‘젠장. 기세에서 이미 밀렸어.’

이들과 직접 싸우지 않아도 승패는 이미 나와 있었다.

‘길보다 흉이 많은 날이군.’

“컬컬컬. 미련하도다.”

“홍군, 원래 정파 놈들이 미련한 게야.”

“허허허, 자네 말이 맞네.”

“얼굴을 보아하니 줄 생각이 없군. 죽여서 뺏어 와야겠구먼?”

남궁성의 품 안에는 천하제일의 무공서가 들어 있다.

목숨이 아깝다고 순순히 그들에게 넘겨줄 순 없었다.

남궁세가의 자존심이 가주로 하여금 오직 한 가지 길만을 선택하도록 만들었다.

“……남궁세가는 목숨에 연연하지 않는다.”

“클클클, 자네가 지금 보여주는 행동과 말이 너무 모순적이라 생각하지 않는가?”

“…….”

“그대가 무공서를 넘기지 못하는 이유는 남궁세가이기 때문이 아니라, 그대의 욕심 때문일세.”

샤르르르르-

휘이이이잉!

순간, 청홍백사의 앞에서 솟구친 돌풍이 남궁성을 향했다.

돌풍 속에서 수많은 검기가 날카롭게 휘몰아치며 미끄러지듯 다가왔다.

“야야얍!”

남궁성은 기합을 주며 창천뇌일검을 일직선으로 그었다.

찌지지직-

창천뇌일검에서 발생한 뇌전이 사방으로 내리치며 돌풍을 그대로 파고 들어갔다.

두두두두두!

강성한 두 기가 부딪히자 주위가 초토화됐고, 주변은 그대로 아수라장이 됐다.

터더더더더덕-

남궁성은 뒤로 밀려나며 넘어질 듯 비틀거렸다.

‘커억!’

파악!

검을 바닥에 꽂은 뒤에야, 밀려 나가는 몸을 겨우 멈출 있었다.

“허허허허, 제법일세. 남궁가에서 보기 힘든 검을 익혔군.”

‘노괴물들……!’

타아아아앗!

황산을 단번에 오른다는 천풍신법을 펼친 남궁성이 그들과 거리를 단번에 좁혔다.

“노괴물들, 끝이다!”

십 성의 내력을 끌어 올린 최후의 일검!

슈아아아아앙강-!

강맹한 기운이 당장에라도 세 명의 청홍백사군의 목을 자를 듯 솟아올랐다.

“자네 욕심이 너무 과하구만.”

파아아앙!

청홍백사군이 손을 동시에 뻗었다.

슈아아아아앙-

삼살장(三殺掌).

삼인 삼색이 섞인 장법.

각각의 삼색이 서로 다른 돌풍을 일으키며 남궁성의 공격을 받아쳤다.

콰아아아아!

퍼어어억-

남궁성의 검을 밀어낸 삼살장.

“그만 가시게나.”

슈우우욱-

삼살장이 모든 것을 집어삼킬 듯한 파괴력으로 뻗어나가 남궁성의 가슴을 강타했다.

“커어어억!”

단발마를 지르며 쓰러진 남궁성.

울컥.

삼살장의 내기에 남궁성의 내부는 완전히 뒤엉켰다.

“컬컬컬, 그냥 주었으면 서로 아무 일도 없이 넘어가고 좋았을 것을…….”

“으으으으-”

남궁성이 몸을 일으키기 위해 버둥거렸다.

“쯧쯧, 그만 누워 있게.”

홍사군의 진한 살기.

휙!

파아아악-!

남궁성의 얼굴에 장강(掌罡)이 쏟아졌다.

퍼어어억!

남궁가의 인물이 중원에서 사라졌다.

“요즘 애들은 말을 안 들어서 큰일일세.”

홍사군이 허리를 숙이며 남궁성의 품 안에서 무공서를 꺼냈다.

“무극창신공이라…… 주군께서 좋아하실 물건이로다.”

* * *

싸늘한 바람이 불어왔다.

바닥에 쓰러진 시체.

얼굴을 무참히 무너져 있었지만, 사내는 쓰러진 시체가 누구인지 알아보았다.

“삼살장…… 감히 남궁가를 건드리다니. 청홍백사군, 이 노괴물들이…… 기다려라. 네놈들의 사지를 찢어버려 주마…….”

사내의 전신에서 퍼져 나오는 가공할 신위.

그의 분노가 하늘 위로 솟구쳤다.

“얼마 가지 못했을 것이다. 그 노괴물들을 무조건 찾아라!”

“존명.”

휘이이익!

수백 명의 남궁세가 무인들이 빠르게 사라졌다.

* * *

‘서장상회라…….’

면양지부와 비밀리에 거래한 의문의 업체.

무려 오 년 동안 이루어진 밀월 관계였다.

남하림은 또 다른 의문에 잠긴 업체의 이름을 손으로 짚었다.

백진상국.

덕양의 서장상회에서 받은 물건을 서궁상국 면양지부로 통해 옮겨, 정상적인 거래로 위장해 백진상국으로 보냈다.

‘백진이라. 어디 소속인지 모르겠네.’

백진상국도 처음 듣는 곳임은 마찬가지.

“거래내역은 있는데, 거래 당사자에 대한 정보가 없다라. 흠, 서장과 백진. 여하튼 이 두 곳이 사천신교와 관련이 있다는 건 확실하니까.”

남하림은 결정을 내렸다.

개방에서도 서장상회와 백진상국의 존재에 대해 모르는 상황.

그동안 면양지부를 중간에 두고 무슨 물건들을 주고받았는지 알기 위해선 직접 움직이는 수밖에 없었다.

“서장상회는 나하고 철각이 갈게.”

“좋아.”

성철각은 고개를 끄덕거렸다.

“무독은 휘연 형하고 유도랑 같이 가서 백진상국이 뭐 하는 곳인지 조사해 줘.”

“알겠다. 다른 건?”

“뭐 하는 놈들인지 알아본 뒤 어떻게 움직일지 생각하는 걸로.”

“그럼 언제 출발하지?”

“바쁜데 당장 가지.”

다섯 명은 바로 자리에서 일어났다.

잠시 뒤.

남하림은 면양지부를 나서기 직전, 내정원주 강진에게 임시 지부장을 맡겼다.

“제가 부족해서…….”

“일 잘하시잖아요. 임시로 지부장을 맡으세요. 그리고 오 분타주께서는 정리가 될 때까지 경비에 신경을 써주시면 고맙겠어요.”

“넵. 알겠습니다! 이곳은 제가 있으니 걱정을 놓으셔도 됩니다.”

* * *

덕양현에 도착한 지 반시진이 지났다.

“부장, 이상한데?”

서장상회는 덕양현에서부터 시작해 물건을 운반했다.

남하림과 성철각은 반시진 동안 돌아다니면서 서장상회에 대해 아는 사람이 있는지 알아보았다.

“거참, 어떻게 된 건지 모르겠군.”

“그러게.”

당산나무 아래 시원한 그늘.

나무 주위로 대여섯 명의 사람들이 모여 앉아 있었다.

“저기서 생각 좀 해보자.”

남하림과 성철각은 당산나무 옆으로 자리를 잡았다.

“서장상회라는 건 처음부터 없었던 게 아닐까?”

“어…… 무슨 말이야?”

“유령 사업체 같아 보이는데.”

“유령?”

툭.

그때, 성철각의 엉덩이를 누군가 발로 건드렸다.

나무 뒤에서 웬 거지가 세상 편한 자세로 누워 있었다.

“어이, 꺽다리, 네놈들은 어디 동네에서 온 거지냐?”

“어…… 나보고 말하는 거야?”

“꺽다리야. 그럼 여기에 키 큰 놈이 너 말고 누가 있어? 화아악, 이걸 그냥……! 신삥 같은 놈이 하늘같은 고참한테 반말을 하고 있네! 똑바로 안 해?”

“……음.”

당산나무 뒤에 누워 있는 거지.

말 그대로 전형적인 거지였다.

허리에는 조롱박이 주렁주렁 매달려 있었다.

남하림은 성철각에게 슬쩍 눈짓하며 장단을 맞춰주었다.

“선배님. 죄송합니다. 사실 우리가 요 동네는 처음이라서요.”

“카하하하! 어이, 뺀질이!”

‘뺀질이? 내가?’

“허허, 뺀질이, 대답 안 하냐?”

“아…… 네. 선배님, 말씀하시지요.”

“네놈은 싹싹해서 거지 생활 잘하겠군그래. 근데 거지라는 놈들이 왜 이렇게 깨끗해? 혹시 그분들 따라 하는 것은 아니겠지?”

“제가 더러운 걸 싫어해서요.”

휙!

거지가 벌떡 일어나 앉았다.

한 삼십 대 정도의 나이.

사실 몇 년 동안 안 씻은 얼굴이라 더러워서 정확히 알 순 없었다.

그는 양손으로 각각 남하림과 성철각의 귓불을 잡아당겼다.

“거지의 기본은 모르는 놈들이……! 쯔쯔, 그 얼굴로 잘도 밥을 빌어먹겠다. 이놈들아!”

“……그러게요.”

휙!

거지는 따뜻한 온기가 느껴지는 천을 던져주었다.

“어휴, 밥도 못 먹고 다닐 상판인데 선배가 주는 밥이다. 먹어라.”

“우린 밥 먹고 왔어요. 보아하니 선배 저녁밥 같은데 나중에 드세요.”

“먹고 왔다고? 어허, 그래도 동냥은 할 줄 아는 모양이군.”

스윽-

“난 무칠이다. 어디서 왔다고 했지?”

“하남에서요.”

“멀리서도 왔다. 어때 사천을 돌아보니 구경은 할 만하지?”

“또 다른 느낌이더군요.”

“이야, 거지 자식이 되게 유식하게 대답하네. 방금 누워 있다가 들었는데, 서장상회를 찾는다고 하지 않았냐?”

“맞아요.”

“그곳을 왜 찾지?”

“볼일이 있어서요. 혹시 그곳을 아세요?”

“당연히 알지. 가끔씩 일해주면 밥값이라도 받을 수 있거든.”

“오, 잘됐네요. 서장상회가 어디 있는지 가르쳐 주세요. 찾아가게요.”

“없어.”

“네? 방금 있다고 하지 않았나요?”

“그놈들은 따로 건물을 두고 장사 하는 놈들이 아니야.”

“그럼요?”

“가끔씩 물건이 도착하면 사람들을 모았다가 물건을 싣고 가더라고.”

“어디서요?”

“황안변에 가서 기다리면 돼. 한 번 올 때마다 엄청 물건들이 많아. 조만간 도착할 때가 돼서 기다리고 있는 중이지. 하루 일당치고는 제법 짭짤하거든.”

“혹시 그 물건들이 뭔지 압니까?”

“……몰라.”

고개를 돌리는 그의 모습은 방금 전과는 확연히 달랐다.

‘뭔가 아는 것 같은데.’

“아니면 그들이 누군데요?”

슬금.

이번에도 마찬가지.

누군가의 눈치를 살피는 듯.

스윽.

무칠은 입을 다물고 원래대로 누웠다.

“드르르르릉-”

단번에 코 고는 소리가 났다.

“이런, 부장. 많이 피곤한 모양인가 봐.”

“아니…… 대답하기 싫은 거겠지.”

* * *

휙!

무칠이 뒤를 돌아보았다.

“왜 따라오냐?”

“그냥 가는 길입니다.”

“아까부터 그냥 가는 길이라면서 내 뒤만 따라오잖아!”

“우리가 가는 길이 선배가 가는 길과 같겠죠.”

“먼저 가라.”

“다리가 아파서 쉬고 갈려고요.”

절레절레.

무칠은 후회가 되었다.

‘질긴 놈들.’

동냥할 때는 물론, 큰일을 본 뒤 몰래 도망쳤을 때도 어떻게 따라붙었는지 이들의 손아귀에서 벗어날 수 없었다.

‘같은 처지라 괜히 알은척했다가 귀찮은 놈들이 붙었어.’

그는 혼자 사는 게 편했다.

세상에서 거지 팔자가 가장 자신과 맞았다.

자고 싶으면 누우면 집이고,

먹고 싶으면 얻어먹으면 된다.

‘엄청 질긴 녀석들이네. 그냥 말해주고 보내 버려?’

서장상회에 대해서 말을 해주지 않으면 영원히 졸졸 따라다닐 것만 같았다.

뚝.

무칠은 걸음을 멈추었다.

“잠깐 둘 다 이리 와.”

스윽-.

그는 두 사람을 사람들이 없는 장소로 끌고 갔다.

“야. 이건 절대로 비밀이다. 알겠지?”

“알겠어요.”

스윽.

무칠은 두 사람 앞으로 바짝 붙어 섰다.

“환비균장. 그게 뭔지 알아?”

“음…… 처음 듣는 말인데요?”

“멍청한 놈들. 요즘 거지도 잘하려면 많이 알아야 하는 세상이야.”

“이야, 역시…… 선배는 다르시네요. 맞는 말이에요.”

“흐음, 짜식. 사람은 알아보네. 여하튼 그게 버섯인데…… 보통은 독버섯으로 알고 있지만 그게 아니야. 그걸 먹으면 요렇게 뽀오오오옹…… 간다니깐.”

그는 정신이 나간 척 몸을 부르르 떨었다.

‘연기 죽이는데?’

그의 말대로라면 환비균장은 환각 성분을 지닌 버섯이었다.

“그렇군요. 선배, 마약을 거래하는 것은 불법이 아닌가요? 관에서 알면 난리 날 텐데요?”

쉿.

무칠은 소리가 커지자 입을 가렸다.

“야아, 조용히 해. 누가 그걸 몰라? 거지가 밥만 먹으면 되잖아. 우린 그런 거에 신경 쓰면 안 돼.”

“그건 어디서 가지고 오는 건가요?”

무칠은 다시 좌우로 주위를 살폈다.

“서장…….”

‘서장에서 물건을 가지고 온다면…….’

어렴풋 어떻게 돌아가는지 이해가 되었다.

“환비균장을 가지고 와서 거래하는 사람들은 누구죠?”

“그걸 대량으로 취급하는 미친놈들이 누가 있겠어?”

“아항, 누군지 알겠군요.”

“난 아무 말 안 했다.”

“알겠습니다. 우리들도 들어도 안 들은 척, 봐도 못 본 척 하겠습니다.”

“자아, 됐지? 이제 가라. 나 좀 귀찮게 안 했으면 좋겠다.”

“알겠어요. 근데 우리도 그 일에 끼워줄 수 없어요?”

“……아, 이거 질긴 새끼들이네.”

환하게 웃는 남하림과 성철각을 한참을 보던 무칠.

“아, 몰라! 알아서 해.”

“아하하, 고맙습니다. 그런 의미로 오늘 밥은 우리가 두황동에서 사겠습니다.”

“야, 미친놈아. 거기가 어딘지 알고 산다고 지랄이야?”

“밥집이잖아요. 제법 유명하다고해서 어떤가 싶어서요.”

“누가 모르냐? 그 돼지 새끼가 얼마나 구두쇠인 줄 모르는 모양이지?”

스윽.

남하림이 무칠의 팔을 잡아당겼다.

“돼지고 멧돼지고, 갑시다. 배 터져 죽을 때까지 먹어보죠!”

“허어…… 꺽다리, 얘 약 마신 건 아니지? 약간 정신이 이상한 것 같다.”

무칠은 포기한 듯 남하림에게 끌려갔다.

“아, 몰라. 난 분명히 이야기했다? 얻어터져도 몰라!”

“선배도 참…… 누가 얻어 터져요. 우리 부장, 싸움 잘해요.”

“어이, 꺽다리. 말 같은 소리 좀 해라. 얘가?”

* * *

덕양현 장소촌에서 가장 유명하다고 소문난 음식점.

두황동 앞에 도착한 지 일각이 지났다.

퍽퍽퍽!

둔탁한 소리가 식당 입구에서 터져 나왔다.

“아아악!”

“사람 살려! 거지 놈들이……!”

웅성웅성.

세 명의 거지들을 막아섰던 열 명의 건장한 사내들이 나가떨어졌다.

비싼 돈을 주고 고용한 사내들은 거지에게 상대조차 되지 않았다.

“이런, 다짜고짜 말도 없이 주먹을 날리면 쓰나? 총관, 안 그렇소?

“아아…… 네에. 죄…… 송…… 합니다.”

“우리가 거지도 아니고 내 돈 주고 밥 좀 먹겠다는데.”

“저어…… 그게…… 돈이 있다고 해서 되는 게 아니오라 가격이 많이 비싸서…… 동전 몇 푼 가지고는…….”

타악!

남하림이 총관의 어깨를 짚었다.

“나 돈 많은데?”

“돈도…… 돈이지만…… 우리 귀한 손님들이…… 냄새가 난다고 할까 싶어서…….”

“요거면 되겠소?”

“이게…… 헉?!”

그냥 종이 쪼가리가 아니었다.

‘전표(錢票)……! 남천상국의 직인이 찍힌…… 만 냥짜리……!’

중원 어디서도 통용되는 남천전표가 살랑거렸다.

수우욱.

총관의 허리가 무릎에 닿았다.

“어떻게 모실까요?”

“오늘 통째로 빌리고 싶습니다만, 가능하겠소이까?”

“당연히 가능하고말고요.”

총관은 바닥에 쓰러져 있는 장성들을 깨우며 소리쳤다.

“오늘 장사 끝났다. 안에 있는 사람들 모두 물리도록 해라!”

스윽.

남하림은 환하게 미소를 지었다.

“선배, 들어갑시다.”

“어…… 어…… 그, 그러지…… 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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