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5. 면양을 정리하다
무극창신공의 탐욕은 중원으로 뻗어나갔다.
가장 먼저 움직인 곳은 남궁세가.
북리해종을 죽인 인물인 영신의 이동 방향은 안휘성으로 향했다.
“훗.”
남궁성은 눈앞에 모인 무리를 보며 비웃었다.
현강장원(玄綱場院)의 무인들.
“장주, 지금 무슨 짓을 하는지 아시겠소?”
“청하일검 남궁 대협, 본 장주가 묻고 싶소이다. 여기는 본 장원의 관할이거늘…… 어찌 함부로 들어와서 무력을 행사하려는 것인지 모르겠소.”
“하하하, 언제부터 귀암곡이 현강장원의 관할지였는지 모르겠군.”
“……!”
“그리고 무림에 자신의 땅이라는 건 없소이다. 강자존의 세계. 남궁이 필요하다면 내 땅이외다.”
“천하의 남궁이 썩었다는 소리를 몇 해 전부터 듣긴 했지만 이렇게 직접 들을 줄은 몰랐군!”
“뭣이라……!”
남궁성의 내력이 폭발했다.
“본인은 안휘성의 무림세가로 천하제일검가 남궁세가를 보면서 항상 존경했소. 실망이외다.”
“장주, 죽고 싶지 않다면 물러나시오. 저자는 남궁에서 데리고 갈 것이외다.”
남궁성이 가리킨 곳.
“으…… 으…….”
한 사내가 발이 잘린 채 신음을 내고 있었다.
“청하일검, 그럴 수는 없소. 그는 본 장원의 친구이오. 그를 치료하기 위해 며칠만 기다려 달라는 것이 그렇게 어렵소이까? 물러나야 할 쪽은 당신이외다.”
“하, 결국 방법은 하나밖에 없다는 것이군.”
장주는 너무나 가슴이 답답했다.
“우리를 죽이면 저자를 가질 수는 있겠지만, 그 대신 가장 중요한 것을 잃게 될 것이오.”
“그건 그대가 걱정할 필요 없다. 본 세가의 문제이니까.”
타아앗!
남궁성은 신형을 날렸다.
“현강을 쓸어 버려라!”
천리호정(千里戶庭)을 펼친 그가 단숨에 장주 원적산의 앞에 다가섰다.
그와 동시에, 남궁세가 무검단의 무인들이 뒤를 따랐다.
번쩍!
격렬한 싸움.
누가 먼저 칼을 휘두르냐에 따라 삶과 죽음이 교차되었다.
번쩍!
남궁성이 펼친 창천뇌일검(蒼天雷一劍)이 허공에서 펼쳐졌다.
폭풍과 벼락을 동반한 위력의 검기.
‘허어어, 이런 무공을 지니고도 욕심을 부리다니…… 사람의 탐욕에는 끝이 없구나…….’
자신의 실력으로는 그를 이길 수 없다.
바닥에 쓰러져 신음하는 친우.
‘바보 같은 사람. 차라리 잘 도망치기나 하지.’
그를 도운다면 자신도 죽게 될 것은 알고 있었다.
‘목숨은 잃으나 신의(信義)는 잃지 않았다.’
스걱-
남궁성의 일검이 지나갔다.
“커어어어억.”
원적산은 몸이 무거워지는 것을 느꼈다.
“남…… 궁…… 당신…… 드으으으을도…… 마…….”
쿵.
원적산이 바닥에 쓰러졌다.
현강장원의 무인들도 하나둘씩 차가운 바닥에 쓰러졌다.
스으윽.
남궁성은 얼굴에 묻은 피를 닦아냈다.
‘원 형…… 미안…… 하오.’
영신은 황망한 눈빛으로 죽은 그를 보았다.
‘내 욕심이…… 수많은 사람을 죽였다.’
휙!
검이 목에 닿았다.
“꺼내라.”
“…….”
스걱.
다른 말은 필요 없었다.
목에 그어진 붉은 선.
스르르르-
영신의 몸이 옆으로 쓰러졌다.
털썩.
“쯧, 살려주려고 했건만.”
남궁성이 죽은 영신의 몸을 뒤졌다.
씨익.
손에 무엇인가 닿는 느낌에 만족한 웃음을 지었다.
“찾았다.”
#NAME?
구천마제의 무공이 자신의 손에 들어왔다.
“됐다. 이것을 연구하면 본 세가의 무공은 더욱더 발전하게 되겠지.”
휘이이이이잉-
그때.
돌풍이 불어왔다.
“누구냐?”
남궁성은 재빨리 무공서를 품 안에 넣었다.
“클클클. 검황의 신화를 가진 남궁세가가 이토록 조잡하게 썩었을 줄은 몰랐군.”
돌풍 사이로 세 명의 노인이 모습을 드려냈다.
각각 청홍백의를 두른 노인.
백발의 머리카락이 바람에 나부꼈다.
‘저들은…… 청홍백사. 아직도 저 노괴들이 살아 있다니.’
“클클클. 그대의 얼굴을 보니 우리가 누구인지 알아본 모양일세.”
“세 분께서도…… 무공에 욕심이 나는 것입니까?”
“죽을 날도 얼마 남지 않았거늘 뭣이 관심이 있겠는가?”
“그럼 왜?”
“주군께서 관심을 가지더군. 그렇다면 당연히 챙겨 가야 하지 않겠는가?”
‘주군?’
남궁성이 알기에 청홍백사군은 어느 세력에도 들어가 있지 않았다.
“킬킬, 우리의 주군이 누구인지 궁금한 모양이군.”
“…….”
“중원에 본인들의 주군이 될 분은 당연히 혈사천주님 외에 누가 있겠는가?”
“혈사천주는…… 폐관 중에 있지 않습니까?”
“아직은. 그래서 폐관 선물로 준비하려는 것이지. 멋있지 않겠는가? 좋은 뜻으로 왔으니 넘겨준다면 조용히 가겠네.”
남궁성의 결정은 어렵지 않았다.
“세 분의 무공이 강한 줄 압니다. 하나 남궁도 무시할 수 없을 겁니다.”
“원하지 않는 피를 보게 되겠구나!”
“세 분으로서는 본 무검단을 이길 수 없습니다.”
“컬컬컬. 누가 우리밖에 없다고 하더냐?”
“……!”
남궁성은 내력을 올려 기감을 넓혔다.
‘이런, 언제 이렇게 가까이 와 있었지?’
주위에 흐르는 살기가 점점 짙어져갔다.
* * *
푸우우우!
욕조 안에 푹 잠겨 있던 얼굴이 쑥 빠져나왔다.
“찾았다!”
이틀 동안 생고생을 하며 사천신교에서 면양지부를 삼키려던 이유를 발견했다.
‘조예, 능력도 좋아. 하긴 사기도 능력이 좋아야 치는 거지.’
쑤욱.
남하림은 욕조 밖으로 나왔다.
‘이젠 잡으러 가볼까?’
탈탈탈.
젖은 머리카락을 말리면서 밖으로 나왔다.
“뭘 찾았어?”
“후후, 여기에 온 이유.”
“벌써? 전부 확인했어? 역시 대단해.”
“좀 더 시간을 앞당길 수도 있었는데 몇 가지 더 확인할 게 있어서.”
“유도야, 발견하셨단다. 내일 날이 밝는 대로 밖에 있는 방도들을 데리고 와.”
“알겠어요.”
이휘연이 나섰다.
“그놈들도 전부 잡아야겠군.”
“외부에 있는 놈들은 방도들과 같이 때려잡죠.”
“알겠다.”
“지부장 조예, 경위단주 벽소, 감사조 석주, 내정원 목양. 내가 부른 네 명을 먼저 잡아야겠어.”
“좋아. 그럼 다녀올게.”
휘익.
네 명이 동시에 밖으로 나갔다.
남하림은 천천히 동경을 보며 옷을 입었다.
‘흠. 아무리 잘생겨도 옷이 안 받쳐주니 인물이 좀 죽네.’
쏙.
마지막으로 허리에 타구봉을 꽂았다.
“가볼까?”
* * *
퍼억!
내정원 소속의 말단 직원 목양은 갑자기 들어선 팽유도에 주먹에 나가떨어졌다.
“어어어어억! 왜…… 이러십니까?”
“일단 몇 대 더 맞아라.”
퍽 퍽퍽.
아무리 내력 없이 때렸다고 해도, 팽유도의 주먹을 일반인이 받아내기엔 무리였다.
투둑.
목양의 이빨이 바닥으로 떨어지고 있었다.
그와 동시에 세 군에서도 일방적인 구타가 일어났다.
질질질-
도망가려던 석주는 끌려 다니면서 맞았다.
“허어…… 선생님. 가만히 있으면 맞지 않습니다.”
그는 성철각의 말을 무시했다.
그리고 이어진 한 번의 일각에 정신이 나갔다.
경위단주 벽소는 그나마 나았다.
‘한심걸…… 싸우면 죽어!’
이휘연의 살기에 그는 검을 던졌다.
가장 안 다치고 편안하게 잡힌 셈.
당무독은 지부장 조예를 만나러 갔다.
투욱.
동그란 물건을 던지자, 가벼운 소리가 났다.
푸시시시-
독가루가 퍼지면서 조예의 숨구멍으로 들어갔다.
“커어어억?”
목이 막히면서 온몸이 시커멓게 변해갔다.
“도…… 옥……!”
“죽이지는 않을게요. 우리 부장이 아직 물어볼 게 남았거든. 다만 이게 시진독이라고, 반시진마다 좀 힘들 겁니다.”
“……!”
* * *
면양지부의 금옥.
휙휙!
한 명씩 끌려온 네 사람이 철장 속에 갇혔다.
그들은 서로 얼굴을 마주 보면서 어떻게 된 일인지 알았다.
‘들켰어!’
네 명 모두 사천신교의 신도들.
“지부…… 장님. 우린…… 어떻게…… 되는 겁니까?”
“…….”
벽소가 누운 채로 괴소가 터뜨렸다.
“크크크큭, 뭘 어떻게 되긴. 뒈져야지. 내 진작 이럴 줄 알았다. 거지 새끼들이 올 때 도망갔어야 했는데…….”
날이 밝자 면양 전체가 웅성거렸다.
갑자기 나타난 개방의 방도들.
퍽! 퍽! 퍽!
한 명씩 끌려나오면서 비명을 질렀다.
“사람 살려……!”
“아아아악!”
하지만 어느 누구도 그들을 동정하지 않았다.
“저놈들이 사천신교래.”
“진짜? 자네는 어떻게 알았는가?”
“그게…….”
사내는 면양지부에서 흘러나온 사실을 알려주었다.
이는 면양 전체로 퍼져 나갔다.
* * *
금옥에서 끌려 나온 조예가 햇빛에 눈이 부신 듯 인상을 썼다.
“꿇어라!”
퍼억!
오종융이 타구봉으로 그의 허벅지를 내리쳤다.
털썩.
스스로 움직인 것인지, 아니면 허벅지를 맞아서인지는 모르겠지만 조예는 무릎을 꿇었다.
“조예. 할 말이 있는가?”
“후개, 내가 무슨 잘못을 했다고 이러십니까?”
“욕심이 너무 많더군.”
“…….”
“그게 문제였어. 차라리 신교에 최선을 다했다면 찾을 수 없었을 거야.”
조예의 눈빛이 흔들렸다.
“수많은 거래처들 중 유독 자네가 많이 해 처먹은 곳이 있더군.”
‘제기…… 랄.’
“운양상회. 제법 큰 거래던데. 면양지부와 거래하는 양으로 봐서는 서궁상국에서 제법 중요한 거래처인데 말이야. 난 사실 처음 들어봤거든. 호기심이 생길 수밖에 없지.”
‘저놈이…… 그것까지 알아내다니…….’
“운양상회의 전표를 모두 확인했네. 일일 출납장까지 하나씩 맞춰보면서. 결국 어떻게 됐을까?”
“…….”
“당연히 맞을 리 없잖아. 운양상회에서 전부 거래한 물건들이 아니니깐. 다른 곳에서 거래한 물건들을 운양상회에 같이 섞어버렸으니 정작 전표들과 장부가 틀릴 수밖에.”
‘끄으응.’
조예는 설마 그것까지 확인을 할 줄 몰랐다.
“지부장, 마지막으로 기회를 주겠다. 비밀리에 거래를 한 업체가 어디인지 말해.”
“…….”
조예는 순간 머리를 굴렸다.
일일 전표에 어디서 물건을 가지고 왔는지는 적지 않았다.
‘다행히 어딘지 모르고 있어. 내가 입을 다물면……!’
“이거 참, 살 수 있는 기회를 주는데도 머리를 굴리고 있군. 그냥 모든 것을 밝히는 게 낫겠네.”
“……!”
“인부들이 몇 년 동안 물건들을 주고받으면서 설마 물건이 어디에서 오는지 한 번이라도 물어보지 않았을까? 서장상회 말이야.”
조예의 가슴이 철렁거렸다.
모르는 것처럼 말하면서 사실은 모든 것을 알고 있었다.
조예는 고개를 푹 숙였다.
* * *
조예의 죄는 엄벌로 다스렸다.
사지를 절단하여 길바닥에 던졌다.
나머지 세 명도 같은 신세.
면양지부 앞 광장에 전 인원을 모았다.
평소라면 웅성거려야 할 그들은 숨소리조차 내지 못했다.
남하림이 그들 앞에 섰다.
“조예에게 기회를 주었지만 그는 거절했소. 이번에는 여러분께 기회를 주겠소. 나오시오.”
“…….”
면양지부 인물들은 서로 눈치를 보았다.
“내가 돌아서 들어가는 순간 기회는 끝나는 것이오.”
남하림은 망설이는 그들을 보면서 피식 실소가 나왔다
‘쯔쯔. 잘못을 하면 더 숨으려고 하는 게 사람이지.’
기회는 끝났다.
휙!
남하림은 돌아서며 광장을 빠져나갔다.
웅성웅성.
사람들 사이에서 순간 다급함이 느껴졌다.
그들을 포위한 개방의 방도들이 나타났다.
오조융은 타구봉을 한 손을 치면서 소리쳤다.
“다들 조용히 안 해? 여자들하고 노인장, 애들만 빼고 전부 땅바닥에 대가리 박아. 실시!”
내력이 담긴 그의 목소리에 사람들은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다.
퍽! 퍽! 퍽!
둔탁한 소리가 들리면서 창고장 광춘이 바닥에 쓰러졌다.
그러고는 순식간에 머리를 박기 시작했다.
“지금부터 호명하는 사람은 큰 소리로 대답을 하고 옆으로 나온다!”
오조융은 종이를 폈다.
그리고 위에서부터 한 명씩 이름을 불렀다.
“소화당 정삼이.”
“넵!”
정삼은 소리치며 일어난 뒤 옆으로 달려 나갔다.
“이봐, 웃옷 올려봐.”
“…….”
“이 자식이?”
퍽!
정삼의 어깨에 타구봉이 떨어졌다.
“아아악!”
웃옷을 올리자 허리에 ‘명왕’ 두 글자가 적혀 있었다.
“분명 후개님께서 기회를 준다는 말씀을 들었을 텐데.”
털썩!
정삼은 그 자리에서 엎드렸다.
“죄송…… 합니다. 전…… 겁이 나서…… 한 번만…….”
“기회란 건 있을 때 얻는 거야. 시도 때도 없이 받는 게 기회가 아니라는 말이다. 이 미련한 중생 놈아.”
퍽! 퍽! 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