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걸황무적-143화 (144/328)

143. 무극창신공

‘찾았다!’

사내의 눈이 환희에 찼다.

그의 손에 들린 것은 무공서 한 권.

무극창신공(無極槍神功)이다.

“구천마제의 무공이…… 드디어 내 손에……!”

구천마제의 사대절대무극공(四代絶代無極功) 중 하나.

사내는 무한의 감격에 온몸이 부르르 떨렸다.

몇 달 전부터 중원 무림인들 사이에서 소문이 떠돌았다..

#NAME?

열화극문(熱火克門).

구천마성에서 일성을 이루었던 창술의 문파.

구천마성이 무너진 그날 이후, 그들은 조용히 봉문에 들어섰다.

휘이이익!

사내의 뒤로 흑의인이 내려섰다.

‘저것인가?’

그의 시선이 사내의 손에 든 무공서를 주시했다.

“주군. 모두 정리했습니다.”

“큭, 수고했다.”

사내가 무공서를 받아 품 안에 넣었다.

“살아남은 자는 한 명도 없겠지?”

“열화극문 밖으로 개미 한 마리도 살아 나가지 못할 것입니다.”

“영신, 수고했다. 우리가 한 일을 중원에서는 몰라야 한다.”

사내는 의심 없이 흑의인을 지나치며 지나갔다.

그때,

푹! 푹푹!

“커어억!”

사내가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숙여 그의 배를 뚫고 나온 검을 보았다.

뚝뚝.

바닥으로 방울져 떨어지는 핏방울.

“개…… 새…… 끼가, 무…… 슨…… 짓…… 을…….”

사내가 초인적인 힘을 발휘해 두 손으로 검신을 잡고 힘을 주었다.

뚝!

배 바깥으로 튀어나온 검신이 피범벅이 되며 반으로 부러졌다.

휘익!

“이 새끼……!”

사내는 반토막 난 검날을 잡고 흑의인의 어깨를 찔렀다.

“우욱!”

흑의인은 뒤로 물러나며 검을 뽑았다.

“질기군. 북리…… 가주.”

스걱-

검날이 사내의 목을 지나가자,

파아아아-!

붉은 피가 사방으로 뿜어져 나왔다.

“큭.”

찔린 어깨에서 고통이 밀려왔다.

‘방심했어.’

어깨에 박힌 검날을 뽑아 옆으로 던졌다.

챙그랑!

“북리해종, 미안하게 되었소이다. 나도 천하제일인이 꿈이었소. 언제까지 당신의 뒤를 따라다니면서 구질구질한 잔심부름을 해야겠소이까?”

휘비적!

영신은 죽은 그의 품 안에서 무공서를 꺼냈다.

‘크흐흐, 이것이라면…… 언제든지 천하제일인에 도전할 수 있다.’

그는 죽은 북리해종처럼 무공서를 품 안에 넣었다.

‘이 무공을 익힌다면 본인을 이길 수 있는 자는 없을 것이다.’

“크하하하하!”

파앗.

영신의 신형이 사라졌다.

열화극문이 내려다보이는 나무 위.

언제부터인가 나무 꼭대기에 한 발로 서서 아래를 내려다보는 시선이 있었다.

‘후후, 이제 시작이야. 중원이 겪어야 할 혼돈의 시계는 지금부터이지. 그동안 편안하게 잘 지냈으니 시끄러워져도 되잖아?’

사내는 웃음이 지워지지 않았다.

‘우선 소문을 띄워놓고…… 다음에는 누굴 보내볼까?’

* * *

중원에 충격적인 소문이 퍼지기 시작했다.

북리세가 가주 북리해종의 죽음.

그의 죽음과 함께, 구천마제의 절대무공 중 하나가 중원에 모습을 드러냈다.

무극창신공의 위력.

북리해종의 죽음까지 덮어버릴 정도로, 무극창신공의 파급력은 중원으로 곳곳에 퍼져 나갔다.

중원인들의 시선은 무극창신공을 따라 움직이기 시작했다.

* * *

저벅저벅.

제갈령은 마음이 무거웠다.

‘맹주…….’

금지로 향하는 그의 걸음은 마치 늪에 빠진 듯 억지로 움직였다.

멀리 두 명의 남녀가 보였다.

‘팔자가 좋으시군.’

무림맹주 유극지와 전대 검후 예설란.

한가롭게 차를 마시고 있었다.

휘이이익!

유극지가 손을 흔들며 제갈령을 반갑게 맞이했다.

‘……허.’

“맹주님을 뵙소이다.”

“하하하, 군사가 어인 일로 금지에 오셨소? 부인, 오늘 아침에 해가 서쪽에서 떴소?”

“글쎄요. 확인을 안 해서 보지 못했답니다.”

제갈령은 무심한 시선으로 둘을 보았다.

“동쪽에서 떴습니다. 태양이 서쪽에서 뜨는 일은 절대로 없을 겁니다.”

“허허, 군사에겐 농담도 못 하겠군. 여기 앉게.”

제갈령이 자리에 앉았다.

“중요한 일로 찾아온 것은 알겠지만 차는 한잔 마시게나.”

“그렇게 하겠습니다.”

예설란이 안에서 찻잔을 가지고 나왔다.

일각 동안 세 사람은 말없이 차를 마셨다.

“잘 마셨습니다.”

제갈령은 찻잔을 내려놓았다.

“차를 마시다가 체하겠소이다.”

“…….”

유극지와 제갈령.

절대로 함께할 성격이 아닌 두 사람이 함께 무림맹을 세웠다.

제갈령의 눈동자가 흐릿해졌다.

“그런 시선으로 보면 부담스럽소이다.”

유극지는 혼백안(魂魄眼)을 가볍게 흘려보냈다.

‘쯧…….’

제갈령의 눈동자는 원래대로 돌아왔다.

“맹주님, 중원에 한 가지 사건이 일어났습니다.”

“사건? 군사가 직접 찾아온 것을 보니 큰일이 난 모양일세.”

“북리세가의 가주가 살인을 당했습니다. 그것도 제일심복에게.”

“어허, 어찌 그런 일이…….”

유극지는 짐짓 안타깝다는 듯 고개를 흔들었다.

“자신의 주인을 왜 죽였는지 궁금하군요.”

“무공서 때문이라 합니다.”

“무공서?”

유극지의 눈동자가 빛났다.

방금 전까지 관심 없던 눈빛과는 달랐다.

“구천마제의 절대무공 무극창신공입니다.”

흠칫.

유극지의 손이 멈추었다.

“군사, 방금 무엇이라 했소?”

“무극창신공입니다. 구천마제의 무공 말입니다.”

“…….”

스윽.

유극지는 몸을 뒤로 물리며 의자에 기대었다.

“군사, 무림이 시끄럽겠군요.”

“당연합니다. 무극창신공이라면 정사를 가리지 않고 승냥이들처럼 달려들고 있을 것입니다.”

“흐음. 무림맹에서는 어떻게 처리를 할 생각이오?”

“우선 무림맹 팔천에서 사람을 보냈습니다.”

“음…… 팔천을 무시하는 것은 아니지만 다른 곳에 비해서 약할 것 같소이다.”

“팔천에서는 확인만을 할 것이고, 곧바로 육천에서 움직일 것입니다.”

“잘했군요. 앞으로 좀 더 신경을 써야겠소이다.”

“……알겠습니다.”

군사 제갈령의 표정은 여전히 변화가 없었다.

“군사. 아직 할 말이 있는 모양이군요. 궁금한 게 있으면 전부 말을 해주시오.”

“저뿐만 아니라 중원인 모두가 알고 있는 내용입니다. 하지만 그 진실은 오직 한 명밖에 알지 못하지요.”

“군사가 무엇을 말하는지 알겠군요.”

구천마제의 존재.

그를 죽인 인물이 맹주 유극지다.

“맹주님. 구천마제는 어떻게 된 것인지요?”

“내가 자네에게 거짓을 말한 적이 있던가?”

“…….”

“전에도 말했지만 구천마제를 죽인 건 바로 내가 맞네. 그건 하늘이 두 쪽 나도 변하지 않는 사실이지.”

“믿습니다. 맹주님의 말씀을 믿지요. 하지만…… 그들은 아직 존재하고 있습니다. 구천마제가 죽었다면 사라져야 할 존재들이 여전히 중원의 어둠 속에서 숨어 있지 않습니까?”

“그건 자네가 알아야 할 일이네. 우리가 약속을 하지 않았나? 구천마제를 죽여줄 테니 나머지는 자네가 처리하기로.”

“…….”

더 이상 들을 필요가 없었다.

제갈령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또 한 번의 의미 없는 만남을 가졌을 뿐.

유극지는 밖을 나서는 제갈령의 뒤로 말을 뱉었다.

“군사, 구천의 하늘은 열리지도 않았네.”

멈칫.

제갈령의 발걸음이 멈췄다.

“상관없습니다. 구천지연은 하늘도 아니고 땅도 아닌, 사람이지 않소이까.”

* * *

걸협오성의 대승.

팔백 명의 청신군이 겨우 다섯 명에게 당한 사실은 사천신교 내에 괴담처럼 나돌았다.

사천신교는 특이했다.

완전한 무림 단체도 아니며 종교를 위한 집단도 아니다.

신교의 신도들은 무림인과 일반인들이 섞여 있는 애매한 집단.

“허어. 아무리 일반인들이 섞여 있는 청신군이라 할지라도 팔백 명이 한 명도 죽이지 못하다니…… 생각보다 강한 녀석들이군.”

역시 중원의 소문은 완전히 무시할 수가 없다.

걸협오성의 실력을 알아보기 보낸 거라고 하지만, 명왕장 승환에게 팔백 명의 죽음은 충격이 컸다.

다행히 교주는 천 명도 되지 않는 죽음은 신경 쓰지 않았다.

“괜히 무공으로 건드렸다간 상황이 좋지 않게 변하겠어.”

아직 명왕장 승환에게 그들을 상대할 수 있는 방법은 얼마든지 있었다.

“면양에 있는 조예에게 연락을 띄워야겠군.”

* * *

어둠이 짙어진 시각.

다섯 사람이 면양의 마을로 들어섰다.

마을에 하나둘씩 어둠을 밝히는 불이 켜졌다.

“유도야, 상국의 면양지부가 어딘지 한번 물어봐.”

“알겠어요.”

팽유도는 앞에서 오는 중년인을 잡았다.

“저어, 실례하겠습니다.”

“……어…….”

중년인은 몸을 뒤로 빼며 긴장부터 했다.

복장은 어느 누가 봐도 거지가 분명하다.

하지만 작은 목소리에서 귀에서 천둥소리가 울리는 것 같았다.

“놀라지 않아도 됩니다. 길을 잘 몰라서요.”

“어딜…… 가려는 것이오?”

“서궁상국의 면양지부가 여기 근처에 있다고 했는데, 어딘지 모르겠네요.”

“저어…… 면양지부는 마을의 동쪽 분지에 가면 보일 것입니다.”

“고맙소이다.”

중년인이 가르쳐 준 방향으로 일각 정도 걷자, 면양지부의 현판이 나타났다.

그 아래 두 명의 위사들.

남하림은 정문으로 다가섰다.

위사들은 단번에 남하림을 알아보았다.

“후개님을 뵙습니다.”

“오호, 상국에서 연락을 받았군요.”

“네, 지부장께서 후개님이 언제 오실지 몰라 며칠 전부터 많이 기다렸습니다.”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니 고맙군요.”

정문 위사가 옆으로 공손히 물러났다.

“곧바로 통보를 하겠습니다. 안으로 드시지요.”

반각도 되기 전.

면양지부의 안쪽 건물에서부터 빠르게 달려오는 중년인이 보였다.

[형, 저자가 지부장이군.]

중년인은 걸음을 멈추었다.

“어느 분께서……?”

조예는 두리번거리다가 남하림과 시선이 마주쳤다.

“본인이오.”

“아…… 면양지부 조예라 합니다.”

나이에 대한 생각을 하지 않았는지, 매우 젊은 남하림을 보자 조예는 짧은 순간 당황했다.

“대부님의 연락을 받은 걸로 압니다.”

“네에. 국주님께서 소식을 보내 오셨습니다.”

“대총관 여 형님도 서신을 보냈다고 하더군요. 맞소?”

“네. 후개님의 말씀을 무조건 따르라고 서신에 적혀 있었습니다.”

남하림은 일부러 그에게 확인을 시켜주었다.

자신이 누구인지.

당신의 상관이 누구인지.

“이 시간부터 면양지부의 결정권자는 본인이 맡겠소.”

“……!”

“조 지부장.”

“아…… 아아, 네. 알겠습니다.”

“너무 실망하지 마시오. 우리가 면양에 머무는 동안만이니까. 본인이 할 일이 끝나면 여길 떠날 것이니 그때까지만 옆에서 도와주면 되오.”

“…….”

“우리가 잠시 지낼 건물은 어디에 있소? 대부님께 미리 말씀을 드려서 한 동 전체를 비워두라 했을 텐데.”

“그렇지 않아도 후개님께서 오시기를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동명전을 비워두었으니 다섯 분께서 지내기에 불편함이 없을 것입니다.”

“잘됐군요. 동명전으로 갑시다.”

“네에…….”

조예의 표정은 점점 굳어져 갔다.

동명전으로 안내를 받았다.

“후개님과 걸협오성께서 오늘 저녁에 작은 연회를 준비했습니다.”

“이런, 조 지부장. 우리가 무슨 대단한 사람이라고 연회까지 준비했습니까. 우릴 보시오. 거지가 연회를 받는다면 중원 전체에서 욕 들어먹을 짓이외다.”

“…….”

“그러고 보니, 오는 길에 노인분들이 모여 있는 곳이 있던데. 이왕 준비한 음식이니 아깝지 않소이까. 그곳에 음식들을 보내주시면 좋겠군요.”

“아…… 그게…….”

“문제가 있나? 우리가 조 지부장의 성의를 고맙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음식만 노인분들에게 드리는 것이니 너무 실망하지 않아도 되오.”

“네, 알겠습니다.”

조예는 대답은 했지만, 몇 가지 음식만 가져다주기로 마음먹었다.

“유도야, 손이 모자랄 수 있으니 네가 같이 가서 도와라.”

“아, 아닙니다. 그런 일은 저희들이 할 수 있습니다.”

휙!

팽유도는 순간 그의 코앞으로 주먹을 뻗었다.

‘헉!’

놀란 조예는 움직이지도 못했다.

“조 지부장님, 제가 이래 봬도 한 힘 합니다! 같이 가시죠.”

팽유도가 눈을 똑바로 쳐다보며 씩 웃었다.

주먹이 코앞에 있으니, 아니라고 하고 싶어도 할 수 없다.

“알…… 알겠습니다.”

* * *

“푸흐읍.”

당무독은 웃음이 나왔다.

“조예, 그 사람 표정 봤어?”

“완전 당황했던데…….”

“준비한 음식들을 노인들한테 주겠다고 하니 죽을 맛이었을 거야.”

“그러게. 게다가 처음부터 부장이 면양지부의 책임자는 자신이라고 코앞에서 못을 박아 버렸잖아.”

남하림도 미소를 지었다.

“후, 그는 아직 우리가 모른다고 생각하고 있을 거야.”

“부장, 계획대로 면양지부 안에 신도가 얼마나 숨어 있는지 먼저 찾아야겠지?”

“그건 무독이 수고 좀 해줘. 난 우선 면양지부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확인해야겠어.”

남하림은 확신했다.

‘사천신교에서 서궁상국의 면양지부를 포섭한 이유가 있을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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