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걸황무적-113화 (114/328)

113. 추적

군사 제갈령은 중원 무림에 천명을 공표했다.

#NAME?

종남파에서 이에 대해 받아들이지 못하겠다면 무림맹에서 퇴출을 명하는 바이다.

무림맹의 대군이 움직였다.

무림육천.

진정한 무림맹의 힘이 모여 있는 곳.

주 무력군인 팔천대군.

천지우주(天地宇宙)의 사대룡군.

천룡군, 지룡군, 우룡군, 주룡군.

그리고,

철기수등(鐵騎水登)의 사대호군.

철호군, 기호군, 수호군, 등호군.

군사 제갈령은 백리세가를 공격할 때는 주룡군만을 보냈다.

하지만 이번에는 완전히 작심을 한 듯 보였다.

지룡군과 철호군이 함께 움직였다.

총군장은 지룡군장 범기.

그는 입술을 굳게 다물고 종남파로 향하는 대군을 보았다.

“범 군장, 이번 일을 맡아주겠소?”

“종남파를 친다면 타 문파에서 반발하지 않겠습니까?”

“본인은 신경 쓰지 않네.”

“군사님, 잘못하면 무림맹이 와해될 수도 있습니다.”

“불필요한 잔가지는 쳐낼 필요가 있지. 지금이 그 시기이고. 이 또한 맹주님의 뜻이라네.”

“……알겠습니다. 제가 종남파를 치겠습니다.”

‘군사의 말이 맞다. 무림을 안정적으로 유지시키기 위해서는 강한 구심점이 필요한 법. 그 구심점을 본 맹이 맡아야 한다.’

범기의 눈에 힘이 들어갔다.

둥. 둥. 둥.

이천가량의 대군이 움직이는 소리가 지축을 울렸다.

중원 무림은 소리 없이 대혼란의 시기에 점점 들어서고 있었다.

* * *

언비천리(言飛千里).

하남의 무림맹에서 나온 소문은 흐르고 흘러 사천성까지 당도했다.

“그럴 줄 알았다. 가만히 있을 리 없지.”

남하림은 종남파로 향하는 무림맹 대군에 대한 소문을 듣고 혀를 찼다.

“종남파는 이제 끝이겠구나.”

“그렇겠지요.”

“쯔쯔. 함부로 욕심을 부리면 저 꼴이 나는 게지.”

스윽.

만통자는 자신을 보는 남하림의 시선에 흠칫했다.

“아니…… 왜 그런 시선으로 보는 게냐?”

“그냥 봤습니다.”

휙.

남하림은 돌아서 일어났다.

“야, 말을 하다가 말고 어디 가?”

“당 가주님께 갑니다.”

“왜? 무슨 일인데?”

“보자고 연락이 와서요. 같이 가실래요?”

“같이 가도 되냐?”

“상관없겠죠.”

만통자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잠시 뒤.

두 사람이 가주전에 들어서자 당염청이 먼저 두 사람을 맞이했다.

“만통자께서도 함께 오셨군요.”

“후개가 같이 가도 된다고 해서 왔소이다.”

“앉으시지요. 차를 준비했소이다.”

“고맙습니다.

세 사람은 함께 자리에 앉았다.

그들 앞에 차향이 퍼졌다

당염청이 차를 한 모금 마셨다.

“후개, 혹시 본인이 모르는 일이 있소이까?”

“무슨 말씀을 하시는 건지요?”

“별관에 당문의 사람이 드나들지 못하도록 한다는 말이 나오더군요.”

“그런 일이 있었습니까? 창걸 분타주가 제 말을 오해한 것 같습니다.”

“…….”

“조심하도록 시켰는데 조금 과하게 한 모양입니다.”

“무슨 일이 있는 모양이구려.”

당염청은 남하림이 설명을 시작할 때까지 가만히 기다렸다.

딱!

남하림이 손가락을 튕겼다.

무음의 공간.

그들이 앉은 자리에 공간막이 생겨났다.

남하림을 보면서 당염청의 눈이 커졌다.

‘무공의 깨우침은 나이와는 상관이 없다고 하더니…… 거짓이 아니구나.’

“별관에 추멸선자가 있습니다. 중상을 당해 아직 깨어나지 못하고 있지요.”

“추…… 멸선자가 있다는 말인가?”

“그렇습니다.”

당서윤을 죽이려고 했던 범인.

당염청은 추멸선자가 별관에 있다는 말에 충격을 받을 만큼 놀랐다.

남하림은 그의 표정을 면밀히 살폈다.

“아직 깨어나지 않았지만 죽을 고비는 넘긴 듯합니다.”

“음, 그녀를 왜 치료하는 겐가?”

“추멸선자는 당문의 무공으로 중상을 입었습니다.

“그게…… 정말인가?”

“비검에 당문의 독이 묻어 있었습니다.”

당염청의 얼굴이 심각하게 변했다.

당문의 인물들 중 추멸선자를 죽일 수 있는 인물은 얼마 되지 않았다.

“허어…… 무슨 일인지 모르겠군. 서윤을 죽이려고 했던 추멸선자가 본 세가의 인물에게 죽임을 당할 뻔했다…….”

“그래서 비밀로 했던 것입니다. 우선 그녀가 깨어나야 이번 사태가 해결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알겠네. 하지만 본 세가에서도 그녀의 주위를 지켜야 하지 않겠나?”

“그런 아닙니다. 추멸선자가 살아 있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우리와 가주님밖에 없습니다.”

“……알겠네. 그대에게 자꾸 미안한 생각이 드는군.”

“괜찮습니다. 오히려 별관을 어지럽게 해서 죄송합니다.”

“흐음…… 그건…… 좀…….”

* * *

‘왜 조용하지?’

분명 사달이 나도 벌써 나야 했다.

근데 너무나 조용하다.

혹시나 싶어 사람을 보내 확인하자, 추멸선자를 두고 온 자리엔 아무 흔적도 남아 있지 않다고 전해왔다.

‘분명 누군가 치웠다. 아니면…… 혼자서?’

당주영은 고개를 흔들며 부정했다.

‘아니, 혼자선 움직이지 못해. 절대로.’

단숨에 숨이 끊어지는 절명독은 아니지만 중독된 후 시간이 많이 지났었다.

복부를 찔려 피도 많이 흘렸다.

‘이러면 계획에 차질이 생기는데…… 오늘 만나기로 했는데 잘됐군. 그분을 만나 어떻게 할지 의논해야겠어.’

휘릭!

당주영은 몸을 일으켜 창문으로 빠져나간 뒤 당문의 벽을 넘어섰다.

[휘연 형, 드디어 움직이는 것 같아]

[조심해서 뒤를 따른다.]

[알겠어.]

휘릭!

성도를 빠져나온 당주영은 빠르게 마을로 움직였다.

그리고 도착한 어느 건물 앞.

두리번거리며 주위를 살폈다.

‘아무도 없군.’

스륵.

등 뒤로 돌아선 채 문손잡이를 잡고 밀었다.

혼자서 들어가기에 충분한 틈이 벌어지자 안으로 들어갔다.

“휴우…….”

텅 비어 있는 방.

‘아직 안 왔군.’

그가 자리에 앉은 후, 일각의 시간이 지났다.

휘이이잉-

창문으로 세찬 바람이 불었다.

‘무슨 바람이…….’

당주영이 창문을 닫으려고 옆으로 몸을 돌린 그때.

“…….”

창문 앞에 중년사내가 나타났다.

당주영은 자리에서 빠르게 일어났다.

“오셨습니까?”

“많이 기다렸나?”

“아닙니다. 저도 방금 왔습니다.”

공손한 행동.

중년사내는 자리에 앉았지만, 당주영은 그의 앞에 두 손을 모은 채 섰다.

“일은 잘되고 있는가?”

“…….”

“별다른 말은 들리지 않는 것 같던데.”

“그렇지 않아도 보고해야 할 것 같습니다.”

당주영은 조심스럽게 그동안 일어났던 일들을 설명했다.

‘음.’

중년사내의 인상이 굳어졌다.

추멸선자의 신형이 사라졌다는 것은 결코 좋은 일이 아니었다.

누군가 그녀의 뒤를 쫓았다는 뜻.

‘이런.’

중년사내는 미간을 좁혔다.

그때, 문득 든 생각.

‘지금도…… 설마!’

그는 순간 내력을 올려 기감을 넓혔다.

주위에서 지켜보고 있다면 자신의 기감에 걸릴 터.

타앗!

중년사내는 그 자리에서 신형을 박차고 나갔다.

타악!

“누구냐?”

그는 순식간에 기가 느껴진 곳으로 내려섰다.

‘어떤 놈들이지?’

주변을 향해 다시 기감을 펼쳤지만 이번에는 미세한 기척도 느껴지지 않았다.

‘대단한 놈들이다. 완벽하게 기를 감췄군.’

스윽.

중년사내의 곁으로 뒤늦게 당주영이 내려섰다.

“무슨 일이십니까?”

“누군가 우리를 지켜보고 있었다.”

“……!”

“당분간은 만날 수 없겠군. 증거가 될 만한 게 있다면 모두 깨끗하게 지워라.”

“네. 알겠습니다.”

“차후에 다시 연락을 주지. 그때까지 조용히 기다리도록 해라.”

‘아직 우리의 존재가 알려지면 곤란하다.’

중년사내는 이번 사태가 조용해질 때까지 물러나기로 했다.

스으으으-

당주영은 중년사내가 사라진 뒤, 한동안 움직이지 않았다.

‘분명 그분을 미행하지는 않았겠지. 그렇다면…… 나를 따라왔다는 뜻인가.’

이제 확신이 들었다.

“내가 맞군.”

여기까지 뒤를 쫓았다면, 자신을 의심한다는 것.

‘이런…… 꽤 신경을 쓴다고 썼는데. 어디서 꼬리가 잡혔는지 모르겠군.’

여전히 어떻게 된 일인지는 알 수 없었지만.

‘그분의 말씀대로 추멸선자의 행방을 찾은 뒤 조용히 있는 것이 좋겠어.’

휘릭!

당주영은 다시 당문을 향해 신형을 날렸다.

* * *

이휘연과 팽유도는 중년사내의 기감 범위 안에서, 정확히 일 장 뒤로 물러나 있었다.

“유도야, 당주영을 맡아라. 난 저자를 따라간다.”

“형, 조심하세요. 보통이 아닌 것 같습니다.”

“걱정 마라. 너도 조심하고.”

“알겠어요!”

휘이익!

이휘연과 팽유도는 서로의 목표를 바로 따라나섰다.

‘성도를 벗어나는군. 내가 따라가는 걸 알고 있어.’

이휘연은 성도를 벗어나며 결심했다.

뚝.

중년사내가 걸음을 멈췄다.

자신의 기감에 제 발로 들어온 사내.

“누구인가?”

“…….”

“대단한 자신감이군. 스스로 기를 드러내다니. 네놈의 얼굴을 보고 싶다.”

스윽-

이휘연이 그의 앞으로 모습을 드러냈다.

‘거지?’

이휘연의 복장을 본 그는 곧바로 생각난 듯 말했다.

“개방. 요즘 잘나간다고 소문난 녀석들인가?”

“맞소.”

중년사내는 이휘연을 천천히 살폈다.

“천살성의 주인인가. 재미있군.”

“…….”

“개방 소속 거지가 천살성을 지니고 있다니. 네놈은 우리 쪽 사람이거늘. 같이 가지 않겠는가?”

스르르릉-

이휘연은 그의 물음에 대답 대신 검을 뽑았다.

“타구봉 안에서 검이라…… 걸협오성의 한심걸이군.”

“당신은 누구지? 그와 무슨 이야기를 나누었지?”

“어허, 선배에게 물을 때는 공손하게 물어야지 않겠나?”

“공손이란 단어를 당신에게서 듣고 싶진 않군.”

“하, 그렇다면 선배가 알려줘야겠어.”

티이이잉!

중년사내가 손가락을 튕겼다.

파앗!

공간을 단숨에 뚫고 날아오는 손톱만 한 기의 형체.

‘지공(指功)!’

스르르르-

태극흑검을 앞으로 뻗었다.

태애애앵!

태극흑검의 끝과 지공이 부딪혔다.

찌릿!

검 끝에서부터 전해져 오는 충격에 손끝이 저렸다.

‘엄청난 내공이다.’

중년 사내의 무공에 이휘연은 살짝 인상을 찌푸렸다.

하지만 중년사내 또한 꽤 놀랍다는 표정으로 이휘연을 바라보았다.

“하하하! 소문은 과장된 법이라더니, 그게 아니었군. 네놈들은 진품이구나!”

“…….”

둑, 둑.

중년사내가 양손을 풀었다.

“싸울 맛이 나는군. 어느 정도인지 한 번 더 볼까?”

팟! 팟!

그의 양손 끝에서 붉은빛이 빛나기 시작했다.

‘……홍광지(紅光指)가 틀림없군.’

중원 무림에서 실전되었다고 알려진 절대지법이 중년사내의 손끝에서 펼쳐졌다.

우우우웅-

이휘연은 내력을 극성으로 올렸다.

홍광지가 상대라면 적당히 할 수 없다.

태극흑검의 끝에서 붉은 태극이 만들어졌다.

“오호, 붉은 태극이라…… 멋지군.”

파아아앗!

일직선으로 뻗어 나온 홍광지강이 모든 기를 흡수하듯 빨아들였다.

샤샤샤샤샤-

이휘연의 몸이 바람에 흐르는 공기를 타고 한들거렸다.

그의 결을 따라 펼쳐진 태극흑검에서 흐르던 붉은 선들이 홍광지강을 감싸며 태극을 그리기 시작했다.

‘자연동화(自然同化) 무견무현(無見無玄) 만유무무(萬有無無).’

마음속에 태극혜검의 구결이 떠올랐다.

웅우우웅-

두 개의 붉은빛이 점점 크게 원을 그리면서 서서히 스러졌다.

“…….”

중년사내는 말을 잃었다.

이휘연은 극성의 홍광지강을 피한 것이 아니다.

차라리 피하거나 막아냈다면 충격은 받지 않았을 것이다.

‘대체…… 홍광지강을 어떻게 한 것이지? 흔적도 없이 사라졌어.’

“방금 그 무공은…… 무당의 검인가? 무당의 검이 이렇게 강할 리 없다.”

“아니다.”

“무당파의 무공이 아니라고? 그럼 개방의 무공?”

“내가 펼친 무공은 내 무공이다. 누구의 것도 아닌…… 내 것이다.”

중년사내는 이휘연을 주시했다.

“인정한다. 이 정도의 실력이라면.”

“당신에게 인정을 받을 필요는 없다.”

“네놈과 언젠가는 목숨을 걸고 싸울 때가 있겠지. 하지만 아쉽게도 오늘은 아니다.”

“도망가는 것인가?”

“하하, 오냐. 도망이라고 하지. 생각지도 못한 놈들이 중원에 나타날 줄은 몰랐군. 역시 무림은 어떤 일이 일어날지 몰라 재미있다니까.”

파앗!

중년사내의 주위로 가공한 기력이 솟구쳤다.

“다음에 보자.”

타아앗!

그의 신형이 광속으로 사라졌다.

“……빠르군.”

이휘연은 중년사내의 기가 사라진 방향을 바라보았다.

‘중원에 저런 인물이 있다니…… 세상은 넓군. 수련을 쉴 수가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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