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걸황무적-106화 (107/328)

106. 사천당문으로

스윽.

남하림은 눈을 감았다.

‘우선 앞에 있는 말뚝 하나.’

땅에 박힌 말뚝이 있던 곳으로 천천히 걸었다.

스르르륵-

남하림의 신형이 안개에 갇힌 듯 사라졌다.

“앗, 하림 형이……!”

“가만히 있어라. 지금 진법을 파훼하고 있는 중이다.”

만통자는 놀란 나머지 일행을 진정시켰다.

‘대단한 녀석이다. 무공이야 어린 나이에 강할 수도 있지만, 진법까지 완벽하게 파악하다니…… 이 녀석은 대체 능력의 끝이 어디인지 모르겠군.’

쏘옥.

땅에 박혀 있던 말뚝이 빠져나왔다.

‘이것으로 다섯. 마지막 한 개만……!’

남하림은 허리를 바로 세웠다.

‘좌삼(左三) 전이(前二).’

척척.

눈을 감았지만 움직이는 데 머뭇거림이 없다.

스윽.

“여기 있군.”

걸음을 멈추며 손을 뻗자 정확히 손바닥에 말뚝이 들어왔다.

“별거 없군.”

쑤욱!

마지막 한 개 남은 진법의 축이 제거됐다.

스르르르르-

“시야가 바뀌고 있어!”

팽유도가 앞을 보며 소리쳤다.

낭떠러지였던 자리가 사라지며 원래 마을 입구가 나타났다.

팽유도는 십여 장 앞에서 말뚝을 들고 서 있는 남하림을 보았다.

“하림 형, 정말 대단해!”

“다들 괜찮아?”

“형은 언제 이런 것을 배웠어?”

“주역이랑 천관서 등등을 읽다 보면 자연스럽게 알게 돼. 별로 어렵지 않아. 한 번 읽기가 어려워서 그렇지 자주 손대면 그냥 머릿속에 속속 들어오거든. 유도도 한번 읽어볼래?”

“형, 미안. 내가 예전부터 공부와는 담을 쌓았거든요. 헤헤.”

휙!

남하림은 손에 들고 있던 말뚝을 옆으로 던졌다.

“누군지는 모르지만 이걸 만들 정도면 머리가 좋은 모양인가 봐. 내가 못 풀 줄 알았을 테니, 아마 보고 있다면 깜짝 놀겠지.”

“허허, 녀석아. 똑똑한 줄 알지만 그래도 조금 더 주의하면서 움직여야겠다.”

“전 항상 주의하고 있어요. 방심은 원래 어정쩡한 사람들이 하는 거예요.”

“어이구, 그래. 니 잘났다.”

휙!

만통자는 말해봤자 손해란 생각에 입을 다물었다.

“아하하, 갑시다.”

남하림은 미소를 띠며 앞장서 마을로 향했다.

* * *

‘저렇게 빨리 진법을 파훼하다니…….’

문령은 믿기지 않았다.

진법 안에서 기력이 빠져 초죽음이 돼야 정상인데.

“진법까지 알고 있을 줄이야. 곤란한데…….”

이제 마지막 방법만이 남아 있을 뿐.

‘직접 만나서 싸우는 것은 비생산적인 일이다. 좀 더 지켜보다가 완벽한 약점을 찾아야겠어. 흠, 기성 님께서 죽일 날짜는 정해주지 않았으니까…… 천천히 하면 되겠군.’

스륵.

그의 신형이 조용히 사라졌다.

* * *

팽유도는 마을에 들어서자 처음 만난 사내에게 물었다.

“여기가 장구촌이오?”

사내는 팽유도와 뒤에 선 일행을 힐끗 쳐다봤다.

지방을 돌아다니는 장사꾼이라 눈썰미가 제법 있었다.

‘개방?’

첫 느낌은 거지인데 무림인 냄새가 났다.

“맞습니다…… 만.”

“개방 장구분타가 어디에 있는지 아시오?”

‘역시……! 괜히 반말했다가 큰일 날 뻔했어.’

사내는 안도의 표정을 지었다.

그도 소문을 들어 근래 중원 무림에서 개방의 위세가 높아졌다는 사실을 알았다.

“저기, 저 방향으로 가다 보면 나올 겁니다.”

“고맙소이다.”

예전이라면 무조건 최고급 객잔이나 객루를 찾았겠지만, 요새는 근처에 개방 분타가 있으면 일부러 찾아갔다.

기를 살려주라는 지엄한 명이 있었으니까.

팽유도가 사내가 알려준 방향을 가리켰다.

“하림 형, 이쪽이라네요.”

“가자. 혹시 가다가 음식 파는 곳이 있으면 잠시 들르고.”

“알겠어요.”

* * *

흔들흔들.

장구분타주 창걸은 나무 사이로 그물 침대를 묶은 뒤 느긋하게 누워 하늘을 보았다.

“흐으으응-!”

요즘같이 기분 좋은 적이 없었다.

예전 같았으면 무림 문파라도 타 문파들에게 은근히 무시를 당하기 십상.

“크흐흐, 걸협오성님 덕분에 살맛이 난다니깐!”

그들이 중원에 개방의 위명을 떨친 뒤, 함부로 개방을 건드리는 이들이 사라졌다.

후다다닥!

“분타주님! 분타주님!!”

“어허, 이놈이 거지같이 방정맞게 뛰어다니고 있어!”

달각달각.

허리에 달린 조롱박 두 개가 앞뒤로 흔들렸다.

“왔습니다! 그분들이 왔습니다!”

“어디 하늘이라도 무너졌어? 왜 이리 호들갑이야? 그분들이 누군데?”

“그분들…… 정문에 후개님과 걸협오성이 왔습니다!”

“……뭐라고?!”

파앗!

창걸은 눈썹이 휘날리도록 괴성을 지르며 달려서,

“우와아아아아-!”

단숨에 정문에 도착했다.

젊은 청년들.

한 번만 딱 봐도 누가 누구인지 알아볼 수 있다.

그들의 뒤에서 후광이 비쳤다.

‘저분들이다!’

다섯 명 뒤로 함께 선 만통자는 시선에 들어오지도 않았다.

척!

창걸은 바로 남하림을 찾아냈다.

“후개님을 뵙습니다. 장구분타주 창걸입니다. 오신다고 미리 연락을 주셨으면 저희들이 마중이라도 나갔을 것입니다.”

“우리가 무슨 대단한 사람이라고요.”

“아닙니다. 후개님은 십만개방도의 자랑거리고 영웅이십니다. 어서 안으로 드시지요. 제가 모시겠습니다.”

“고맙소이다.”

우루루루-

그새 분타에 걸협오성이 찾아왔다는 소문이 났는지, 분타의 개방도들이 하던 일을 멈추고 순식간에 몰려들었다.

“후개님, 반갑습니다!”

“후개님, 만세!”

“걸협오성! 만세!”

개방도들이 손을 번쩍 들며 환호했다.

‘허허, 이놈의 거지들이 이 녀석을 완전 신으로 모시고 있구먼.’

그때, 창걸은 갑자기 멈칫했다.

“아, 그, 안이 좀 누추한데…….”

“괜찮소이다. 들어가시죠.”

“아이고…… 예, 예.”

남하림은 이미 포기한 부분이다.

‘치운다고 한들 똑같으니까.’

끼이익!

분타 건물 안으로 들어섰다.

스윽.

슥.

창걸은 안으로 들어가면서 어지럽게 늘려 있는 물건들을 툭툭 차 멀리 치우면서, 발로 바닥을 문질렀다.

“헤헤헤…… 여기에 앉으십시오.”

“생각보다 깨끗하군요.”

“헤헤, 예, 편안하게 지내는 것도 좋지만 후개님을 조금이라도 본받기 위해선 깨끗하게 지내는 게 좋지 않을까 했습니다.”

“오호? 정말 훌륭한 생각을 하셨군요. 아주 멋진 분이십니다.”

“아? 하하하하! 이거 후개님께서 칭찬을 하시니 영광입니다.”

자신에게 이런 날이 올 줄이야.

소문이 자자한 걸협오성.

한 명씩 보면 정말 감탄이 안 나올 수 없다.

‘후개님은 물론 걸협오성과 마주 보고 이야기를 하다니…….’

다섯 명의 신형에서 흐르는 무형기는 자신의 능력으로 판단할 수 없을 정도.

“저어, 후개님. 얼마 전에 종남파와 문제가 생겼다고 들었습니다.”

“아, 벌써 소문이 여기까지 난 모양이군요.”

“네. 그리고 중원의 많은 사람들이 후개님의 무욕에 감탄과 존경을 보내고 있습니다.”

“……그게 무슨 말인가요?”

“구천신품을 강물에 던져 버렸다는 소문이 중원에 파다합니다.”

“아……  소문이 참 빠르네요.”

“저, 근데…… 여기까지는 무슨 일로 내려오신 것입니까?”

“당문에 볼일이 있어서요. 무독, 이 친구가 찾을 게 있다고 해서 가는 길에 들렀습니다.”

사천당문에 대한 말이 나오자 창걸은 잠시 할 말이 있는 표정을 지었다.

“아이고…… 일부러 방문해 주셔서 고맙습니다. 근데…… 말씀을 드려야겠군요…… 사천당문이 요즘 분위기가 좋지 않습니다요.”

“그게 무슨 말입니까? 당문에 무슨 일이 생겼습니까?”

“독광걸님도 당문 출신이시니 잘 알고 계실 겁니다. 오 년에 한 번씩 사천독문의 발전을 위해 사천당문과 광독장원(狂毒場院)의 독전(毒戰)이 있지 않습니까?”

“아, 벌써 독전대항을 할 시간이 되었군요. 근데…… 분위기가 안 좋다는 건 뭐죠?”

“독전에 참가해야 할 당문 소가주가 중독을 당했습니다.”

“네에에에? 서윤 형님께서?”

“그렇습니다. 독전에 나가셔야 할 분이 중독되어 일어나지 않으니 어떻겠습니까?”

“하아…… 어떻게 이런 일이…….”

당무독은 황당한 것을 떠나 당문에 큰일이 일어나지 않을까 걱정이 되었다.

남하림은 창걸에게 물었다.

“독전이라는 게 언제 열리는 거죠?”

“보름이 남았습니다.”

성도까지는 얼마 남지 않았다.

‘대체…… 무슨 일이 일어나는 거지?’

당무독의 얼굴이 심각해졌다.

“무독, 걱정하지 마. 일단 가서 무슨 일인지 한번 알아보자.”

“하림 형, 말이 맞아. 별일 아닐 거야.

“으응…… 다들 고마워.”

* * *

해가 뜨기 전.

이른 시간이었지만 일행은 사천당문으로 떠날 준비를 마쳤다.

“분타주, 잘 자고 갑니다.”

“편안하셨다니 다행입니다.”

남하림은 대답을 하면서도 머뭇거리는 창걸을 보았다.

“무슨 할 말이 남았습니까?”

“그게…… 사천당문까지 저희 분타에서 모시면 안 되겠습니까?”

“사천당문까지 말인가요?”

“어렵겠습니까? 사천인이라면 독전을 구경하고 싶어 하는 무림인들이 많습니다. 그리고 후개님을 좀 더 모시고 싶기도 해서…… 말입니다.”

“상관은 없지만…….”

“저희들이 방해가 되지 않도록 하겠습니다.”

“잠깐만요.”

남하림은 함께 움직이는 것은 결정할 수 있었지만, 사천당문에 괜히 민폐가 되지 않을까 당무독의 의견이 궁금했다.

“무독, 분타주가 당문까지 함께 가고 싶다고 하는데 괜찮겠어?”

“음…… 가는 거야 뭐…… 부장이 알아서 해.”

“그래? 알겠어. 그럼 당문으로 같이 가는 걸로 하지. 당문에서 안 받아주면 따로 지내면 돼.”

창걸의 안색이 환해졌다.

“몇 분이 함께 갈 생각이죠?”

“아마 전부 따라가려고 할 것 같은데…… 이놈들이 말을 안 들어서 오지 말라고 해도 따라 올 것 같습니다.”

“여길 전부 비우고 가도 상관없나요?”

“거지 소굴에 훔쳐갈 게 뭣이 있겠습니까.”

“좋습니다. 가고 싶다면 전부 같이 가죠.”

“고맙습니다! 후개님!”

만통자는 갑자기 개방도 수백 명이 동시에 당문으로 간다는 말에 소스라치게 놀랐다.

“전부 다 데리고 간다고? 미쳤냐?”

“안 될 건 없잖아요.”

“당문에서 좋아라 하겠다! 며칠 동안 있을지 모르겠지만 이들을 모두 재우고 먹이는 데 돈이 얼마나 들지 아느냐?”

“아, 그것 때문에요? 그 문제라면 신경 쓰지 마세요. 제가 알아서 할 테니.”

만통자는 걱정이 앞서기 시작했다.

‘완전 초민폐짓을 하는 게 아닌가 몰라…….’

반각 뒤.

언제 어디서 모였는지 이백 명의 개방도들이 몽땅 모여들었다.

“모두 잘 들어라! 우리는 사천당문까지 후개님은 물론, 걸협오성님들을 모시고 간다.”

“와아아아아!”

함성이 터졌다.

“어허. 조용. 아직 말 안 끝났다.”

“…….”

“네놈들, 똑바로 들어라. 분타주로서 명령이 아니라 개방의 제자로서 하는 말이다. 사천당문으로 가는 도중 본 방의 자랑이신 걸협오성님의 명성에 먹칠을 하는 놈이 있다면, 내가 필히 사지를 부러뜨릴 테니 똑바로 명심하도록. 알겠나?”

“넵! 명심하겠습니다! 절대로 걸협오성님의 명성에 해가 되지 않도록 하겠습니다!”

“후개님 만세! 걸협오성님 만세!”

만통자는 그 모습을 떨떠름하게 바라보았다.

‘저놈들은 뭘 말만 끝나면 후개 만세냐…….’

* * *

사천당문으로 가는 길은 시끄러웠다.

물론 처음에는 조용했다.

마치 훈련을 잘 받은 군사들처럼.

오와 열, 자리를 지키면서 딱딱 이동했다.

하지만 개방도들은 하루도 되지 않아 원래대로 돌아왔다.

창걸은 고개를 푹 숙였다.

“죄송합니다. 저놈들이 예전에는 안 그랬는데…….”

“푸훕, 아닙니다. 원래 저렇게 정신없는 게 개방이죠. 문제 될 건 없으니 신경 안 써도 됩니다.”

“면목이…… 없습니다.”

창걸은 속에서 열불이 끓어올랐다.

‘저 새끼들……! 나중에 분타에 돌아가서 두고 보자.’

이백여 명의 개방도들이 움직이는 진풍경에 중원 사람들의 눈이 절로 돌아갔다.

“허어…… 무슨 잔치라도 생겼어? 거지들이 왜 이리 많아?”

“이 사람아. 목소리를 낮추게. 저들은 진짜 거지들이 아니라고. 개방의 걸개들이잖아.”

“헉, 설마 내 말 안 들렸겠지?”

사람들이 수군대는 통에도, 개방도들은 신경 한번 쓰지 않고 떠들어댔다.

‘세상에, 이런 개판도 없다.’

만통자는 정신이 없었다.

눈앞에 수많은 거지들이 자기들끼리 신나게 떠들고 있었다.

“야 이 거지 놈들아! 조용히 좀 하자!”

“앗따, 만통자 어른신. 우린 이게 조용히 한 거라니깐요. 정 시끄러우면 귀마개를 하시지요. 그래도 시끄럽다면 일단 요놈들한테 말을 해보겠습니다.”

그는 동료들을 향해 다시 소리쳤다.

“야! 어르신께서 조용히 살고 싶단다!”

“뭣이 시끄러워요! 그리고 우리가 시끄러우면 따로 가라고 하시죠. 후개님도 별로 같이 다니고 싶지 않다고 하셨지 않습니까?”

‘뭣이!’

만통자는 빠르게 고개를 돌려 남하림을 찾았다.

“대체 요놈들에게 뭐라고 말했더냐?”

“있는 대로. 원하지도 않는데 귀찮게 따라다닌다고 말한 것밖에 없어요. 틀린 말도 아니잖아요.”

“하, 진짜 치사하고 더러워서 같이 못 다니겠네.”

“진짜요? 지금 가시게요?”

“…….”

남하림은 씨익 미소를 지었다.

“아니…… 내가 가긴 어딜 간다고. 네놈 옆에 끝까지 있을 테다.”

“아쉽네요. 보낼 수 있었는데. 후후후.”

* * *

두두두두-

위종은 부관 윤장과 함께 말을 몰았다.

‘신려세가에서 쳐들어오다니…….’

신명항은 혈군사의 명을 어겼다.

수많은 사파인들 중 신명항, 그만이 할 수 있는 일이다.

‘신 가주도 혈군사가 쉽게 넘어갈 생각이 없다는 것을 잘 알 텐데. 대단한 인물이다.’

괴동 장약금과 이공자가 신려세가에 간 것은 혈군사의 뜻.

신명항은 이를 철저히 무시하고 반항하기 위해 사음문으로 쳐들어오려는 것이다.

신명항은 혈사천주가 가장 믿는 인물이다.

혈군사는 직접 신명항을 칠 수 없다.

‘하필이면 본 문이 혈군사에게 걸리다니…….’

“당주님.”

부관 윤장이 앞을 가리켰다.

멀리 신려세가의 깃발이 보이기 시작했다.

‘전부 몰려왔어. 물러나지 않으면 끝이다!’

위종은 그가 왜 지옥명왕이라고 불리는지 알았다.

꿀꺽.

‘막아야 한다. 절대로 싸우면 안 된다.’

“이럇!”

위종은 말 옆구리를 차며 앞으로 달렸다.

신명항은 전방에서 흰색 기를 들고 달려오는 두 사람을 보았다.

“사음문의 전령이군.”

“가주님, 소신이 처리하겠습니다.”

“아니다. 전령을 베는 법은 없지. 누군지 확인을 해라.”

“넵.”

비전무장 탁추도는 달려오는 두 사람을 맞이하러 앞으로 나갔다.

히이이잉!

위종은 말을 멈추었다.

“위종이라 하오. 신려세가의 가주님을 뵙고자 왔소이다.”

“그대가 철사군(鐵邪君) 위종이오?”

“그렇소. 그대는?”

“가주님의 호위를 맡은 비전무장이오.”

“신려세가의 비전무에 대한 소문은 익히 들었소이다. 뵙게 되어 반갑소.”

짧게 인사를 나눈 두 사람.

“이 정도면 서로 인사치레는 한 것 같군. 무슨 일로 왔소?”

“본 문의 문주께서 보냈소이다. 대신려세가의 가주께서 어떠한 일로 사음문까지 오시는지 확인하고자 왔다고 전해주시오.”

“잠시 기다리시오. 그대의 전령을 전해 드리겠소.”

탁추도는 바로 가주 신명항에게 돌아갔다.

“가주님께서 오시는 이유를 알고 싶다고 합니다.”

“하, 완 문주. 여전히 겁이 많군.”

신명항은 사음문주 완여붕에 대해 잘 알았다.

무림에선 사음문주 완여붕에 대한 의견이 두 가지로 나뉘어 있었다.

신중하다는 의견과, 겁이 많다는 의견.

“신려세가에 사과하지 않는다면 끝장을 볼 것이라고 그에게 전하라.”

“알겠습니다.”

탁추도는 위종에게 다시 돌아갔다.

“가주님의 뜻을 전하겠소. 사음문은 신려세가에서 벌인 무례함에 대해 머리를 숙여라. 그렇지 않다면 중원 무림에서 사음문의 이름은 영원히 사라질 것이다.”

“…….”

“기한은 하루. 내일 정오까지 기다릴 것이라 하셨다.”

“알겠소이다.”

단호한 신려세가의 뜻에 위종은 얼굴이 차갑게 굳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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