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3. 삼초비무
덜컹!
유극지가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섰다.
“부인.”
머리카락을 길게 묶은 기품 있는 중년 여인이 다소곳하게 걸어 나왔다.
여인이 유극지와 함께 온 다섯 명을 바라보았다.
“상공, 젊은 손님들과 함께 오셨네요.”
“하하하, 요즘 무림에서 이름 꽤나 날리는 녀석들이외다.”
“보아하니 개방의 영웅 걸협오성이군요. 소문대로 대단한 젊은이들이네요. 한번 만나보고 싶었어요.”
유극지는 나란히 선 중년 여인을 소개했다.
“내 부인일세.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여인이지.”
“결혼하셨었습니까?”
“어엉?”
남하림의 엉뚱한 물음에 유극지는 여인과 눈을 마주친 후 파안대소했다.
“아하하핫! 최근 들어 가장 웃긴 농담이었네. 당연하지 않은가!”
“아…… 하셨구나.”
“후개, 난 사내가 아닌 줄 알았는가? 사랑하는 여인이 있으면 결혼을 하는 게 당연한 일이지.”
“그렇군요. 저는 맹주님 정도면 검과 사랑에 빠져서 결혼을 안 할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유극지는 어이가 없었다.
“무슨 엉뚱한 말을…… 검에 빠져도 사랑하는 사람만큼은 놓칠 수 없다네.”
“후후후.”
유극지의 대답이 마음에 들었는지 중년 여인이 환하게 웃었다.
‘와아, 이분은…….’
그들의 대화를 듣던 팽유도는 오래전 풍문으로 떠돌던 소문을 기억했다.
“혹시 검후…… 예설란 님이 아니신지요?”
그녀의 손등에 검의 문양이 새겨져 있었다.
전대 검후 예설란.
“아직도 검후라 기억해 주는 젊은이가 있네요.”
예설란은 팽유도를 보며 미소를 지었다.
“검후님을 뵙습니다.”
“후후…….”
남하림은 인사를 한 후 무엇인가 골똘히 생각에 잠겼다.
“후개는 무슨 생각을 하나요?”
“아…… 그게 두 분께서 결혼을 하셨다면 자제분도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서.”
“후후, 정말 엉뚱한 사내군요. 우리에게도 자식이 있죠.”
“그럼 자제분들도 같이 계십니까?”
그녀 대신 유극지가 답했다.
“한 명이야. 많이 낳고 싶어 노력은 했는데 잘 안 되더라고.”
“맹주님이 자제가 있으시단 소문을 그동안 한 번도 들어본 적 없다니 신기하네요.”
“우리 애가 자네와는 반대로 워낙 조용하거든. 무림맹에는 없고, 지금 검각에 있네.”
“검각?”
스윽.
팽유도가 귓속말을 했다.
“형, 검각이라면 검문이 있는 곳이야.”
“사내가 검문에요?”
“하하하하!, 자네, 진짜 엉뚱하구만. 우리 애가 사내라고 한 적이 있던가?”
“아, 그러고 보니.”
“후후후, 젊은이들을 보니 나도 사내아이를 낳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드는걸요.”
그녀는 남하림이 마음에 들었는지 연신 미소를 지으며 얼굴을 쳐다보았다.
“올해 나이가……?”
“곧 스물하나입니다.”
“부모님은 남천상국의 상왕이라고 들었어요.”
“네. 맞습니다.”
“오호, 그럼 가족관계가……?”
갑자기 심문을 하는 분위기가 되었다.
유극지도 못 말린다는 표정으로 보고 있을 수밖에 없었다.
“큰어머니와 어머니, 잘난 체 심하게 하는 형님 두 명과 예쁜 척을 심하게 하는 누나 둘이 있습니다.”
“어머나, 가족들이 많아서 좋겠군요, 우린 세 명밖에 없어서 너무 심심하거든요. 부럽네요. 그래서 열심히 노력을…….”
유극지가 슬쩍 눈치를 보며 말했다.
“부인…… 그만…….”
“어머, 이런. 처음 보는 사람에게 실례를. 잠시만 기다리세요.”
스르르륵-
그녀는 단아한 걸음걸이로 다시 주방에 들어갔다.
남하림과 유극지의 시선이 마주쳤다.
순간 민망해진 두 사람은 이내 서로 시선을 다른 곳으로 돌렸다.
“아 참, 술이 빠질 수가 없지.”
유극지는 급하게 방에 들어가더니 술병을 안고 나왔다.
마치 보물을 안고 오는 듯 소중해 보였다.
“후후후, 요게 오 년 묵힌 용동주(蓉凍酒)라고 하지. 제법 맛이 좋을 게야. 한 잔들씩 받게나.”
“감사합니다. 잘 마시겠습니다!”
팽유도가 큰 소리로 대답했다.
여섯 개의 술잔에 술이 가득 찼다.
“오늘 고생이 많았네. 음, 뭘 위해 건배를 하면 좋겠는가?”
“무림맹을 위해서 건배를 하는 게 좋지 않을까요?”
“좋네. 무림맹을 위하여.”
채애앵!
여섯 개의 술잔이 허공에서 부딪혔다.
“무림맹을 위하여!”
“위하여!”
동시에 술잔이 비워졌다.
“커어…… 이 정도면 괜찮지 않는가?”
“좋습니다. 속에서 짜릿합니다.”
스르륵.
주방에 들어갔던 예설란이 직접 요리한 소채를 준비해 나왔다.
채소와 두류, 버섯들로 본연의 맛을 향긋하게 살린 요리.
“솜씨는 없지만 만들어보았으니 한 번 먹어보세요.”
“넵! 검후님, 감사합니다.”
동시에 여섯 개의 젓가락이 소채를 향했다.
“검후께서도 함께하시지요.”
“그럴까요?”
예설란 또한 남하림의 곁에 의자를 가지고 온 뒤 앉았다.
서너 잔이 들어가자, 서로 긴장이 풀렸는지 편안하게 이야기를 주고받았다.
유극지는 남후정과 오래 알고 지낸 사이였다.
“이제 남 형이 자네가 거지 두목이 되도록 가만히 보고 있진 않을 것이네.”
“아버지라면 충분히 그럴 만도 하죠.”
“후개를 받아들인 것을 보면 개방에 뜻을 가지고 있는 것 같군. 맞는가?”
“이왕 개방에 들어갔으니 끝을 보고 나오는 것도 좋겠더군요.”
“끝이라는 게 무엇을 말하는 것인가?”
“최소한 무림 최고의 문파로 만드는 것?”
“하하하하, 엄청난 자신감이군. 할 수 있겠는가?”
“당연하죠. 우린 개방을 중원 최고로 만들 수 있습니다. 충분히 저력도 있고요.”
“허어, 개방이 저력이 있다는 말은 처음 들어보는군.”
개방을 무시하는 듯한 발언.
하지만 남하림은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
“그건 그분들이 워낙 욕심이 없어서 그래요. 특히나 사람이 좋다 보니 이래도 허허, 저래도 허허, 하시는 분들이라서요. 그래서 우리라도 한 번쯤은 개방이 어떠한 곳인 줄 알려주고 싶었습니다.”
“하하, 그런 생각이었다면 지금까지는 성공을 했어. 무림에서 개방이 뭉치면 어떻게 되는지 모두가 똑똑히 봤을 테니.”
“여기 있는 제 형제들이 열심히 도와준 덕분이죠.”
“든든한 형제들이 옆에서 함께하니 천군만마나 다름없군…….”
벌컥.
유극지가 잔을 들어 단숨에 넘겼다.
“맹주님께서도 형제나 친우들이 많지 않습니까?”
“아는 사람들이야 많지. 특별히 친한 사람은 별로 없어. 내가 맹주라서 그런가 다들 속마음을 잘 드러내지 않더군.”
“맹주님께선 속마음을 잘 드러내십니까?”
“하하하하, 후개, 자네의 말이 맞네. 내가 생각 외로 쪼잔한 성격이라서.”
“뭐, 성격은 좀 그래도 여하튼 천하제일인이시니 그거면 성공한 인생이죠. 굳이 남들하고 전부 친하게 지낼 필요도 없고…….”
“크으, 성공한 인생이라. 고맙군. 한잔 받게.”
유극지가 용동주를 들어 남하림의 잔에 술을 부었다.
‘……흠.’
남하림의 술잔 위로 만 근의 무게가 떨어졌다.
슈욱.
남하림은 앉은 자세에서 양발에 힘을 주며 금강수체의 힘을 끌어 올렸다.
순간 떨리던 손목이 멈추며 그대로 술잔을 받쳤다.
‘이 아이가 상공의 자연기를 이겨내는군.’
예설란은 처음 보는 장면에 신기했는지 남하림을 뚫어지게 쳐다보았다.
“허허, 개방에도 이러한 신공이 있을 줄 몰랐네.”
“대단한 것도 아닌데요. 술 한잔 받았을 뿐이잖아요.”
스윽.
남하림은 술을 마신 후 다시 술잔을 내밀었다.
“제가 한 잔 따라도 되겠습니까?”
“좋지. 따라보게.”
쪼르르르-
유극지의 술잔에 술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한 가지 여쭙고 싶은데요.”
“무엇인가?”
“왜 여기에 계시나요?”
“음…… 할 일이 없으니깐. 그리고 이 사람과 약속을 했지. 모든 일이 끝나면 둘이서 조용하게 지내기로.”
“제가 보기에는 갇혀 지내시는 것처럼 보이는데요.”
순간, 팽유도뿐 아니라 다른 네 사람 모두 당황했다.
파아앗!
유극지의 손에 힘이 들어가면서 술잔이 깨졌다.
이휘연은 맹주를 도발하는 남하림을 보며 손에 슬며시 힘을 주었다.
“…….”
예설란이 깨진 술잔에서 흘러나온 술을 닦았다.
“이런…… 미안하네. 내가 실수를 한 것 같군.”
“제가 보기에도 힘 조절을 못하셨네요.”
탁자를 닦던 예설란은 속으로 작게 웃었다.
‘세상에 상공 앞에서 함부로 말을 하는 청년도 있구나.’
유극지도 어이가 없는 표정으로 얼굴색이 변했다.
“내가 누구에게 갇혀 살 것 같아 보이는가?”
“네.”
“후개, 세상에서 나를 가둘 수 있는 사람은 없다.”
“한 명은 있지 않을까요?”
“누구를 말하는 거지?”
“천하제일인이자 무림맹주인 유극지라는 분이시죠.”
남하림은 앞에 마주 본 그의 이름을 불렀다.
“……크하하하핫!”
유극지의 대소가 터져 나왔다.
몇 년 동안 이처럼 시원하게 웃어본 적이 없었다.
자신의 상황을 단번에 꿰뚫어보았다.
무림맹의 주인으로서 왜 나서지 않는 것인가.
남하림의 말속에 담긴 질문을 알아챈 유극지의 눈이 날카롭게 빛났다.
‘이놈…… 엄청난 놈이군.’
* * *
금지에 들어선 지 한 시진이 훌쩍 지났다.
날은 이미 어두워졌다.
“자네는 무엇을 하고 싶은 겐가?”
스윽.
유극지의 물음에 남하림은 손가락을 하나 펼쳤다.
“이왕 무공을 익혔는데 일인자가 되고 싶더군요. 더불어 개방도 천하제일대개방으로 올려놓아야죠.”
“천하제일인이 목표라는 것인가?”
“일단은 생각나는 게 그것밖에 없습니다. 간단하고.”
“좋은 목표군. 이대로 간다면 이십 년 안에 목표를 이룰 수 있을 게다.”
“이십 년은 너무 길지 않나요? 좀 더 짧을 줄 알았는데…….”
“몇 년 정도면 일인자가 될 거라 생각했나?”
“오 년.”
“…….”
유극지는 이놈이 장난을 치나 바라보았지만, 남하림의 표정은 진지했다.
더구나 그의 동료인 네 명도 당연하다는 듯 받아들이는 모습.
‘이 녀석의 말을 믿고 있군. 전부 같은 놈들이야.’
“허허, 네 녀석들도 이놈이 오 년 내에 천하제일인이 될 수 있다고 보는 것이군.”
“부장이 오 년이라고 한다면 충분히 가능할 거라 봅니다.”
성철각의 믿음은 확실했다.
유극지는 가장 이성적인 듯 보이는 이휘연을 보았다.
“자네도 가능하다고 보는가?”
“저 또한 쉽게 믿기지 않습니다.”
“오호, 자네는 사실을 볼 줄 아는군.”
“하지만 지금까지 부장이 된다고 하면 그대로 되었으니, 가능할지도 모르겠습니다.”
“하하하하, 스물다섯에 천하제일인이 된다고? 하하, 알겠네. 그럼 천하제일인이 되어서 무엇을 할 생각인가?”
“중원 무림을 종횡하면서 마음에 안 드는 놈들은 좀 패고, 도와줄 사람은 도와주고, 내가 천하제일인이라고 거들먹거려야죠. 힘들게 천하제일인이 되었는데 조용하게 있을 필요 없지 않을까요?”
스윽.
유극지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내가 들은 말 중 가장 개방도 같은 말이군. 가장 잘난 척하는 말이기도 하고. 어디, 오 년 안에 천하제일인이 될 수 있는지 궁금한데.”
“맹주님이 원하시는데 안 된다고 내뺄 순 없죠.”
“나가세.”
남하림이 유극지를 따라 밖으로 나섰다.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예설란이 말했다.
“후개가 다칠 텐데 걱정이군요. 그이는 비무라고 해도 진심으로 펼치는 분이라…….”
“검후님,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하림 형이 연약하게 생겼어도 강골이라 죽지는 않을 겁니다.”
정원 앞 작은 공터에서 유극지와 남하림이 서로 마주 섰다.
“검을 가지고 오지 않으셨네요.”
“자네도 검이 없지 않은가?”
“저야 검을 사용하지 않으니까요.”
“나도 검을 좋아하지는 않네.”
“은하검인이라고 소문이 자자하시던데요.”
“심심해서 검을 몇 번 펼친 적이 있지. 그래도 난 손이 더 편하네.”
“맹주님께서 그러시다면. 혹시나 나중에 검이 없어 힘들었다는 말씀은 하지 않으시겠죠.”
“후후, 엄청난 자신감이군. 절대로 그런 일은 없을 테니 걱정 안 해도 된다네.”
“넵.”
“우리 승부는 삼 초로 하면 어떻겠는가? 충분하겠지?”
“좋습니다.”
“선수는 연장자인 내가 자네에게 양보하지.”
“감사합니다.”
슥슥.
남하림의 발이 바닥을 스쳤다.
어둠 속이라 움직이는 소리가 더욱 크게 들렸다.
파앗!
만리추풍신법을 펼친 그가 유극지의 등 뒤로 단번에 움직였다.
‘일단 기습으로 한 초.’
타앗!
벽(劈)의 구결을 끌어 올린 일타만구(一打萬寇)의 초식이 유극지의 등을 향해 꽂혔다.
‘삼 초라면 충분히 비길 수 있어.’
방금 전 천하제일인 유극지와 마주선 순간 깨달았다.
현재 이길 수 있는 상대가 아니다.
그렇다면 선수필승.
두두두두두-!
만 개의 타구봉이 유극지의 등을 향해 떨어졌다.
‘잡았……!’
피하거나, 막는 움직임도 없었다.
하지만 남하림의 손은 중간에 멈췄다.
스르륵-
앞에 있어야 할 유극지의 신형이 흩어지고 있었다.
‘금선탈각(金蟬脫殼).’
타구봉으로 내리친 유극지는 껍데기.
“놀랍군. 잘못했다가는 일 초에 정신을 잃었겠어.”
어둠 속에서 유극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개방의 만리추풍신법이 이렇게 빠를 줄이야.”
“맹주님도 한 빠름 하시네요.”
“이번에는 내가 공격을 할 차례인가?”
천하제일인의 보법.
아공만영보(亞空滿映步).
남하림의 앞으로 다가오는 유극지의 신형은 마치 공간을 뚫고 나왔다가 사라지는 것처럼 보였다.
‘어디지?’
주위 오 장으로 기감을 펼쳤지만,
“허허, 어딜 보고 있지?”
‘뒤!’
“은하성장(銀河星掌).”
방금 전 남하림의 공격을 똑같은 방식으로 갚아주려는 듯, 유극지는 남하림의 등을 향해 독문장법 은하장을 펼쳤다.
푸른 물결 속에서 수많은 별들이 남하림에게 밀려갔다.
‘후후후, 오 년이라…… 아직 멀었다!’
끝이 났다고 믿었다.
퍽! 퍽!
한데, 갑자기 은하성장이 갑자기 하나씩 터지는 것이 아닌가.
‘이런, 강막을?’
전무공시(纏舞空始)의 구결을 유지하며 강막을 펼친 뒤 기다렸던 것.
유쾌한 웃음이 터졌다.
“크하하하! 이놈, 내가 뒤로 올 줄 알고 기다리고 있었구나!”
“그런 셈이죠!”
휘익!
남하림은 빠르게 돌아선 뒤 왼손으로 일장을 뻗어냈다.
슈우우욱-
강룡십팔장의 무형멸룡(無形滅龍).
피시식-
피시식-
소리 없이 쏟아진 장법이 유극지의 공격을 하나씩 무너뜨리기 시작했다.
파아아아아아앙!
서로 일장을 부딪친 유극지와 남하림은 충격에 뒤로 밀려 나갔다.
떨어진 곳에서 구경하던 예설란은 의외의 장면을 보며 놀랐다.
“어머나, 상공과 맞붙다니 대단하네요.”
“우리 부장입니다.”
성철각은 감동한 얼굴로 계속 이어지는 비무를 바라보았다.
비록 유극지가 전신의 내력을 펼친 것은 아니지만, 천하제일인과 막상막하의 대결을 하고 있었다.
“이러다가 상공께서 망신살을 당하시겠는걸요.”
뒤로 밀려난 유극지가 입꼬리를 올렸다.
‘이거 똑바로 해야겠는걸.’
스르륵-
팔단공에서 한 단계 더 올라간 내력.
“후개, 방금 한 수는 멋졌네. 당할 뻔했어.”
“제가 한 번 봐드린 겁니다. 제가 전력을 다했으면 쓰러지셨을 거예요.”
“이미 자신감은 천하제일인이군. 그럼 한번 해볼까? 서로 최대의 전력으로 부딪혀 보는 걸로!”
“좋습니다.”
“다쳐도 모르는 일일세.”
“죽지만 않으면 됩니다.”
마지막 삼 초의 대결.
내력의 대결이다.
예설란은 다급해졌다.
“어서 후개를 말리지 않으면 크게 다칠지 몰라요.”
“검후님, 괜찮습니다. 하림 형이라면 죽지는 않을 겁니다.”
“맞습니다. 그냥 보셔도 됩니다.”
예설란은 걱정이 섞인 묘한 얼굴로 걸협오성을 바라보았다.
‘대체…… 후개가 이들에게 얼마나 신뢰를 주기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