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걸황무적-57화 (58/328)

57. 진심을 밝히다

‘무슨 소리지?’

신음 소리처럼 들렸다.

일영은 귀인전 뒤편으로 들려온 짧은 소리에 신경이 쓰였다.

‘설마……?’

하지만 무림에서 자신들의 존재를 파악할 수 있는 인물은 거의 없을 터.

[삼영, 무슨 일인지 확인해라.]

[알겠습니다.]

일영의 명에 삼영이 급히 몸을 일으켜 세웠다.

멈칫.

그러나 움직일 필요가 없었다.

귀인전 뒤로 한 인영이 모습을 드러냈다.

[일영, 저기……!]

장신의 인물에게 잡혀 바닥으로 끌려나오는 이영의 몸뚱이는 축 늘어져 있었다.

휙-

성철각이 이영을 바닥에 툭 던지듯 내려놓았다.

“부장, 잡았어.”

덜컹.

문이 열리며 남하림과 이휘연, 팽유도와 함께 만통자가 차례대로 밖으로 나왔다.

팽유도가 정신을 잃은 흑의인을 보며 눈을 크게 떴다.

“하림 형, 이놈은 별관에 불이 났을 때 가주전에 쳐들어갔던 인물 같아요.”

“그래? 세 명이라고 했지?”

“맞아요. 제가 본 건 세 명 맞아요.”

“그렇다면 두 놈은 여기 주위에 숨어 있다는 거네?”

“끄으으응.”

그때, 이영이 정신을 차리려는 듯 신음 소리를 냈다.

필사적으로 몸을 움직이려고 했지만 손끝 하나 움직이지 않았다.

‘젠장…… 독에 당했어.’

스윽.

남하림은 전방을 보며 소리쳤다.

“주위에 숨어 있는 것을 아는데, 잘 숨어 있기를 빕니다!”

“부장, 이자의 몸에서 이런 걸 찾았어.”

당무독은 가방에 넣어둔 광침구와 연막탄을 꺼내 들었다.

만통자는 오랜 무림의 경륜으로 당무독이 들고 있는 두 개의 흑구를 단번에 알아보았다.

“후개, 큰 놈은 광침구라는 물건이네. 폭발하면 빛이 사방으로 퍼지는 동시에 단침 수십 개 이상을 쏟아내는 기물이야.”

“오, 멋진 물건이네요. 사람 많은 곳에서 터지면 살상력이 엄청나겠는데요.”

“그렇지. 이런 물건들은 주로 사파에서나 사용하는 물건들일세.”

남하림은 광침구를 살폈다.

“이걸 어떻게 하면 터지나요?”

“나도 말만 들었지 직접 보기는 첨이라…… 정확히는 모르겠는데 반 갑자의 내력을 불어 넣은 뒤 던지면 된다고 하더군.”

“흐음…… 반 갑자라…….”

스윽.

남하림은 광침구로 내력을 슬쩍 흘려보냈다.

흑구에서 서서히 빛이 나기 시작했다.

“헉, 이놈아! 지금 여기서 내력을 올리면 어떻게 해?!”

“반 갑자라면서요. 그냥 내력만 보낸 건데.”

“빨리 안 멈춰? 내력을 멈추라고, 이 녀석아!”

“이런. 내력을 멈췄는데도 계속 빛이 나네요. 노인장이 한 번 멈춰보실래요?”

남하림이 빛나는 광침구를 만통자에게 쑥 내밀었다.

“허걱!”

만통자는 깜짝 놀라 뒤로 물러나면서 소리쳤다.

“야, 이 미친놈아. 나보고 죽으라는 것이냐? 얼른 터지기 전에 안 던지고 뭐 해?”

“진짜 던질까요?”

광침구는 금방이라도 터질 듯 번쩍거렸다.

얼굴이 노랗게 변한 만통자가 소리 질렀다.

“야아아앗! 뭐 해?! 던지라고, 던져!”

휘익!

남하림은 손에 든 광침구를 전방에 보이는 고목 위로 던졌다.

번쩍!

파파파파팟!

광침구가 폭발하면서 사방으로 단침이 쏟아졌다.

고목나무 가지들이 버티지 못하고 세차게 흔들거렸다.

“아이고, 십년감수했네. 망할 놈 하나 땜에 제명에 못 살고 저승 갈 뻔했어!”

만통자는 눈물을 찔끔 흘릴 뻔했다.

싱긋 웃고 있는 남하림이 얄미워 보였다.

“이놈아! 난 아직 죽기에는 한참이나 남았단 말이다.”

“설마 이 정도 가지고 죽겠어요?”

남하림은 그에게 대답을 하면서도 시선은 고목 위로 향해 있었다.

휘이이잉-

바람이 불어오자 고목을 가렸던 광침구의 연기가 물러났다.

그리고 고목 위에서 두 명의 흑의인이 모습을 드러냈다.

‘저 새끼가…… 알면서……!’

복면 속의 눈동자에서 노기가 뿜어져 나왔다.

‘받은 만큼 돌려주마.’

휙.

“네놈도 당해봐라.”

일영이 남하림을 향해 광침구를 던졌다.

“아이고, 저놈도 광침구를, 뭣들 하느냐, 어서 피해라!”

만통자는 또 한 번 소스라치게 놀랐다.

파앗!

남하림은 피하지 않고 오히려 광침구를 향해 몸을 날렸다.

‘이게 터지려면…….’

남하림은 날아오는 광침구의 빛을 보며, 폭발 시점을 파악했다.

스으윽-

남하림의 오른손이 원을 그리기 시작했다.

우우우웅-

강룡십팔장 중 가장 부드러운 일장.

진룡귀매(眞龍貴梅)가 오른손에서 뻗어나갔다.

파아아앙!

한 마리의 용이 광침구를 감싼 뒤 앞으로 튕겨냈다.

토오오옹!

‘헉, 강룡십팔장……?’

남하림이 펼친 무공을 직접 보면서도 믿기지 않았다.

광침구가 되돌아오고 있었다.

일영은 다급하게 소리쳤다.

“삼영, 호신강기를 펼쳐라!”

번쩍!

파파파파팟!

수십 발의 단침이 터지며 비산했다.

“컥!”

“쿠우욱.”

두 사람에게서 단말마의 비명이 터져 나왔다.

하지만 이것이 끝이 아니었다.

곧바로 강룡십팔장의 강기가 일영과 삼영의 몸을 강타!

털썩.

결국 두 사람은 고목나무 아래로 떨어졌다.

바닥에 처박힌 두 사람 앞으로 남하림이 다가섰다.

“그러게 나오라고 할 때 나왔으면 다치지 않잖아.”

그때,

스윽.

일영이 누운 자세에서 허리 뒤로 흑구를 잡았다.

퍽!

하지만 손을 빼는 속도보다 남하림의 발이 더 빨랐다.

“아악!”

어깨가 바스러질 듯한 충격.

툭. 데구루루.

손에서 흑구가 떨어져 남하림의 발까지 굴러왔다.

“이 아저씨 정말 위험한 물건들을 많이 가지고 다니네. 무독, 한 번 뒤져봐. 얼마나 나오는지.”

“알겠어.”

당무독은 일영의 몸을 조심스럽게 뒤지기 시작했다.

“에이, 부장. 세 개밖에 없어.”

* * *

초반 동평에서의 대결은 대등하게 이어졌다.

하지만 산동악가에서 악경과 악구정이 이끄는 창수대와 묵창대가 합류하면서, 하북소가를 단번에 밀어냈다.

소이권과 소후인은 더 이상 버티지 못하고 물러날 수밖에 없었다.

이 싸움에서 가장 큰 활약을 한 인물은 단연 악가제일신창 악민.

신소검 소후인과 맞대결을 펼쳐 백초 만에 제압한 것이다.

만일 그를 제압하지 못했다면 창수대와 묵창대가 합류했다고 해도 단번에 밀리진 않았을 터.

“악민, 고생했다.”

“아닙니다. 모두가 수고했습니다.”

비록 다른 이들과 사이는 좋지 않았지만, 하북소가와 싸울 때만큼은 동료로서 최선을 다했다.

팟.

악민은 신창을 바닥에 내리꽂았다.

그러고는 주위에 말없이 서 있는 동문을 보며 포권 했다.

“모두 수고했습니다.”

“신창도 고생했소.”

살기대주 악강이 장창을 들어 올렸다.

그리고 산동악가의 무인들을 향해 소리쳤다.

“우리가 이겼다!”

“와아아아-!”

“산동악가 만세!”

* * *

동평의 결전은 산동악가의 승리로 끝이 났지만, 악가대전의 분위기는 침울했다.

구천신품의 행방.

모두 과연 그것이 어디에 있는가 궁금할 뿐.

이장로 악종이 나섰다.

“가주, 이제 어떻게 할 생각이시오?”

“…….”

악군악은 대답 없이 그와 시선을 마주쳤다.

“하북소가에서 구천신품을 되찾아야 할 게 아니겠소?”

“그들이 본 가의 구천신품을 훔쳐갔다면 당연히 되찾아 오는 게 맞소이다!”

이번에는 악항이 나섰다.

“두 분의 말씀은 하북소가와 또 전쟁을 하자는 것입니까?”

악민은 어이가 없었다.

“신창, 당연한 말이 아닌가? 돌려주지 않는다면 당연히 전쟁을 해야지 않겠나.”

“그럼 법화단주님과 이장로님께서 선두에 서실 생각이십니까?”

“허허, 신창. 그건 자네들 같은 무력대에서 나서야지.”

“목숨은 우리가 걸고 물건은 다른 사람이 챙기겠다는 말이군요.”

“하지만 그것이 당연한 일이지 않은가. 전쟁에서 이기기 위해 무력대가 존재하는 것인데.”

“하, 말도 되지 않는 헛소리들이라니. 도저히 듣고 있을 수 없군. 그까짓 구천신품을 얻고자 목숨을 걸고 싸우라는 것이오? 두 분께서 원한다면 직접 하북소가에 쳐들어가 싸워서 가지고 오는 게 좋겠소이다.”

“악민, 지금 뭐라 했나? 어찌 구천신품이 그까짓 물건인가?”

악항은 소리를 높여 악민을 노려보았다.

파아앗!

악민은 십성의 내기를 완전히 끌어올렸다.

“악항 단주, 한 번 해보겠소이까?”

“흐윽……!”

악민의 기에 눌린 그가 주춤 뒤로 물러났다.

휙.

악민은 고개를 내저으며 돌아섰다.

도저히 이들과 같은 장소에 있고 싶지 않았다.

그는 밖으로 걸어가면서 중얼거렸다.

“썩은 냄새가 진동을 하는구나. 이게 누구의 책임이겠는가? 능력도 안 되는 자가 수장이 되니 이런 개 같은 일이 일어나는군.”

타아앙!

악민은 닫혀 있는 문을 강하게 열어젖히며 밖으로 나갔다.

“저, 저런 안하무인격인 사람이 있나? 이 자리가 어떤 자리인지도 모르고 감히 함부로 말하는군!”

악항은 흥분하며 가주좌 앞으로 나섰다.

“가주, 신창의 말을 듣고도 가만히 있는 것이오?”

“…….”

웃음만이 나올 뿐.

악군악은 악강에게 한마디 한 후 그대로 돌아섰다.

“악강, 수고했다. 자네가 나 대신 힘들게 싸운 수하들에게 연회를 베풀게.”

“알겠습니다. 들어가서 쉬십시오.”

악항은 밖으로 나서는 그를 보며 소리쳤다.

“가주, 어딜 가시는 것이오?! 우릴 무시하는 것입니까?”

터엉!

악군악은 그의 말을 듣지 못한 듯 문을 닫고 밖으로 사라졌다.

“허허, 가주라는 사람이…….”

악항은 돌아서면서 어이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망했어. 산동악가가 이렇게 망할 줄이야.’

하나로 뭉쳐도 헤쳐 나가기 어려운 상황에서 뿔뿔이 흩어져 버린 산동악가였다.

‘이 일을 어찌해야 할지…….’

악구정은 힘없이 악가대전을 내려섰다.

창수대 부대주 호질이 다가왔다.

“대주님.”

그의 목소리는 걱정에 잠겨 있었다.

“자네는 수하들과 있지 않고 여기서 뭘 하는가?”

“죄송합니다. 수하들은 부관에게 말해놓았습니다. 대주님은 제가 모시겠습니다.”

호질은 앞장서서 창수대각으로 향했다.

성질이 급한 탓인지 앞뒤 생각을 하지 못하고 나서는 경우가 많았지만, 뒤끝이 없는 우직한 사람이다.

멈칫.

악구정은 걸음을 멈췄다.

“대주님, 무슨 일이십니까?”

“귀인전으로 가자.”

“귀인전이라면…….”

“그를 만나야겠다.”

* * *

그사이 귀인전에서는.

포오옹!

당무독이 옥병의 뚜껑을 열었다.

“후후후, 요 사랑스러운 절강독만 넣으면…….”

톡톡.

두 방울의 절강독 원액이 떨어졌다.

치이이익-

연기가 솟아올랐다.

“됐다. 완성.”

당무독은 오목한 그릇 안에 담긴 투명한 액체를 보았다.

“무독, 만들었어?”

“소급(小級) 옥병에 넣으면 돼.”

그리고 가방 안에서 가장 작은 옥병을 꺼낸 뒤 조심스럽게 담았다.

“그건 무슨 독이야?”

“음…… 고문독(拷問毒)이라 부르면 좋겠어. 그렇지 않아도 한 번 만들어보고 싶었거든. 사실, 우리 모두 막 엄청 모질진 못하잖아.”

“그렇긴 하지.”

“이게 한 방울이라도 몸에 들어가면 단전이 굳어지면서 다리부터 혈맥이 찢어지는 고통을 받을 수 있을 거야. 그래도 죽지는 않아.”

“흠, 안 죽는다는 게 마음에 드는데. 수고했어.”

남하림은 옥병을 받은 뒤 일영의 앞으로 다가섰다.

“유도야, 이 사람 입을 벌려.”

“네.”

“한번 어떻게 되는지 보자.”

일영은 눈빛이 흔들거렸다.

목숨이 끊어져도 입을 열지 않겠다고 버텼다.

“우린 그대들을 죽일 생각은 전혀 없습니다. 왜나하면 협과 의를 최우선으로 생각하는 개방의 제자들인 걸협오성이니깐요. 요건 몸에 들어가면 단전이 굳고 혈맥만 찢어진다고 하네요.”

‘이 미친놈들이……!’

일영은 눈앞으로 다가오는 옥병을 보면서 몸이 부르르 떨렸다.

“욱!”

팽유도는 일영이ㅡ 양쪽 볼을 강하게 눌렀다

일영의 눈이 커졌다.

옥병 끝에서 한 방울이 달랑거렸다.

툭.

“커어억-”

목구멍으로 들어선 고문독 한 방울.

“아아아악!”

온몸이 찢어지는 듯한 고통이 삽시간에 그를 덥쳤다.

일각이 지나서야 고통이 서서히 줄어들었다.

“부장, 한 방울은 일각 정도네.”

“두 방울은 얼마 걸릴까?”

“해볼까?”

두 사람의 대화를 듣는 일영은 기절할 것 같았다.

지옥불보다 더 심한 고통이었다.

차라리 죽는 게 더 나을 것이다.

“아아악, 허헉, 우, 우린 하북소가에서 왔소. 무엇이든, 물어보시오.”

“유도야. 데리고 나가서 탈탈 털어라.”

“알겠어요.”

팽유도와 성철각은 흑의 삼인을 밖으로 끌고 나갔다.

* * *

‘허어, 대체 이자들은…….’

‘미친놈들이다.’

정상적으로 보이지가 않았다.

악구정과 호질은 가슴이 벌렁거릴 만큼 충격적인 장면에 말도 제대로 나오지 않았다.

그들이 귀인전에 찾아왔을 땐, 이미 하림 일행이 흑의 삼인을 열심히 요리 중이었다.

거기다 놈들의 정체가 별관에 불을 내고 가주전을 침입했던 인물이라니.

스스럼없이 새로운 독을 만들어낸 뒤 고문을 하는 장면을 보며 이들은 놀란 가슴을 쓸어내렸다.

남하림은 옥병을 당무독에게 건네준 뒤, 악구정과 마주 보며 앉았다.

“기다리게 해서 미안합니다. 먼저 하던 일이 있어서요. 이젠 대충 정리됐습니다. 창수대주께서는 무슨 일로 오셨습니까?”

“아…… 그게…….”

아직 충격이 사라지지 않았는지 악구정은 찾아온 이유도 잊을 정도였다.

‘……만통자…….’

순간 남하림 뒤로 서 있는 만통자와 시선이 마주쳤다.

“산동악가가 살길은 후개를 잡아야 할 게야.”

덥석.

악구정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남하림을 향해 무릎을 꿇었다.

“후개, 산동악가를 도와주십시오.”

남하림은 부복한 악구정을 바라보았다.

한참이나 어린 자신에게 무릎을 꿇기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부대주는 대주님을 일으켜 세우십시오.”

호질이 얼른 악구정의 곁으로 가서 부축했다.

남하림은 일어선 그를 주시했다.

먼저 이야기를 나누었던 악군악에게는 아무런 대답도 없었다.

싸움을 무릅쓰고 산동악가에 온 자신들의 목적은 우연히 구천신품을 찾으면서 이미 끝난 상황.

산동악가에서 물러날 시기를 찾던 중 하북소가의 일이 터졌다.

악구정은 자존심을 버리고 자신에게 도움을 청했다.

남하림은 악구정을 선택했다.

“제가 산동악가에 무슨 도움이 될 거라 확신하십니까?”

“…….”

악구정은 남하림의 시선과 마주쳤다.

‘이 사람은 나의 진심을 보고자 한다.’

악구정은 생각했다.

과연 자신은 그를 믿을 수 있는가.

진심을 보여주기 위해선 결심을 증명하는 수밖에 없다.

“후개, 방금 독광걸이 만든 고문독을 복용하겠소이다.”

“대주님. 안 됩니다!”

호질은 깜짝 놀란 목소리로 악구정을 말렸다.

“좋습니다. 무독이 만든 독을 옥병 그대로 삼킨다면 대주님의 진심을 인정하지요.”

만통자 또한 손을 흔들며 말렸다.

“후개, 지금 무슨 짓을 하는 겐가? 옥병 안에 든 독을 마시면 죽을지도 모르네.”

“무독은 단전과 사지의 혈맥이 찢어질 뿐 죽지는 않는다고 했습니다. 괜찮을 겁니다. 설마 죽기야 하겠어요?”

“허허, 그건 한 방울이라고 하지 않았느냐?”

호질은 필사적으로 악구정을 붙잡았다.

“대주님…… 안 됩니다.”

“됐다. 후개가 복용한다고 해서 죽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부대주는 물러나라.”

스윽.

“여기 있습니다.”

당무독은 조심스럽게 옥병을 탁자에 내려놓았다.

악구정은 앞에 내려다 놓은 옥병을 보았다.

수많은 생각들이 머릿속을 스쳐 지났다.

“후개, 저의 진심을 믿어주시기 바랍니다.”

귀인전의 모든 시선이 악구정에게 향했다.

휙.

그는 눈을 감으며 옥병을 입에 넣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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