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걸황무적-56화 (57/328)

56. 재차 공격하다

덜컹.

남하림은 귀인전 문을 열고 들어섰다.

‘조용한데?’

늘 떠들썩하게 맞이하더니?

“무슨 일 있었어?”

평소와 다른 분위기의 네 사람.

표정이 심각했다.

“하림 형, 만통자님은요?”

“오는 길에 창수대주랑 따로 할 이야기가 있다고 해서 먼저 왔어.”

남하림은 그들 앞에 앉았다.

“무슨 일이야?”

스윽.

당무독은 가방 안에서 한 장의 서신을 꺼내며 밀었다.

“이걸 찾았어.”

초주의 품에서 찾아낸 봉투.

남하림은 봉투 속에서 서신을 꺼냈다.

시간이 흐른 종이의 냄새가 먼저 올라왔다.

서신을 읽은 뒤, 남하림은 피식 웃었다.

“살인청부장이군.”

“맞아.”

“이것이었군. 이런 증거가 있으니 하북소가에서도 쉽게 움직이지 못했구나.”

“그런 것 같아. 하북소가나 산동악가나 서로 눈치만 봤겠지. 말을 꺼냈다가는 서로 다칠 수 있으니까.”

“후, 소융, 그자는 음흉하면서도 대단한 사람 같군. 이걸 얻으려고 그 긴 시간 동안 첩자를 심어놨다니. 악군악도 혹시나 청부살인이 잘못되어 독박을 당할 수 있을까 싶어, 미봉책으로 이런 서신을 요구했겠지.”

남하림은 서신을 원래대로 접었다.

“웃긴 건 누가 나쁜 놈인지 모르겠다는 거네.”

“둘 다. 끼리끼리 서로 상부상조한 거지.”

“이 중요한 물건을 어디서 구했어?”

“요기 마루 밑에서. 건물 아래에 숨어 있던 놈을 휘연 형이 찾았어요.”

당무독이 한마디 했다.

“동평에 갔던 악 가주가 생각보다 빨리 돌아와서, 특위들과 군사를 죽인 뒤 악가를 빠져나갈 시간이 없었나 봐.”

“하필 숨은 곳이 귀인전이군. 휘연 형에게 걸리다니 운도 없고.”

“그러게. 흐흐.”

“그자는 지금 어디 있어?”

남하림의 물음에 성철각이 미안하다는 투로 말을 이었다.

“그게…… 광견독에 중독되면서…… 목이 그리 쉽게 부러질지 몰랐어. 미안해. 죽일 생각은 없었어.”

“죽었어? 괜찮아. 시체는 어디에 있어?”

“당장 숨길 곳이 없어서 다시 원래 숨어 있던 자리에 넣어놨어.”

“잘했네.”

“부장, 이젠 우린 어떻게 할 거야?”

“글쎄, 좀만 더 생각을 해보자. 이것들을 어떻게 할지 의논하는 게 좋겠어.”

덜컹.

그때, 귀인전의 문이 활짝 열렸다.

휘적휘적 들어오던 만통자가 탁자 앞에 모여 있는 다섯 명을 보았다.

“어라, 웬일로 다섯 놈이 모두 한자리에 모여 있는고?”

벌떡.

남하림은 자리에서 일어나 돌아섰다.

“피곤하네. 난 그만 자러 가야겠다.”

“어, 어. 알았어. 근데 나도 피곤해. 같이 가, 부장.”

스윽.

남하림을 따라 네 명이 동시에 일어나더니 각자 방으로 움직였다.

‘이것들이……? 나 따돌림 당하는 것이여?’

만통자는 한 명씩 방에 들어가는 다섯 명을 쫓으며 소리쳤다.

“뭐야. 다들 어디 가느냐?”

“노인장도 악가 일로 피곤하실 텐데 잠시 쉬세요.”

“나 안 피곤하다, 이놈아! 무슨 일이야! 이야기해 보라고!”

타악.

남하림은 만통자에게 짧게 손을 흔든 뒤, 문을 닫았다.

‘저놈이……?!’

* * *

파드득.

전서구가 창문가에 내려앉았다.

쿡쿡.

전서구는 익숙한 듯 창문을 두드렸다.

“후후후, 귀여운 녀석이 왔구나.”

중년 사내는 문을 열어 전서구를 감싸며 잡았다.

‘어디 볼까?’

톡.

발에 묶여 있는 전서통을 손바닥에 치자, 전서가 떨어졌다.

스스슥.

그러고는 새끼손가락만 하게 말린 전서를 펼쳐들었다.

‘……성공했군.’

내당주이자 정인당주 소묵은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가주님께서 좋아하시겠군.”

자리에서 일어난 소묵이 밖으로 나섰다.

하늘이 보이지 않을 정도의 숲길.

반각 동안 걸어가자, 나뭇잎에 잠긴 하늘이 나타났다.

숲길 끝에 보이는 전각.

하북소가의 가주전이다.

소묵의 앞으로 백의 여인이 다가왔다.

“당주님, 오셨습니까?”

“하연 소저. 반갑소이다. 가주님께 안내를 부탁하겠소.”

“따르시지요.”

잠시 뒤.

소융에 앞에 자리 잡은 소묵이 소매에서 전서를 꺼내 내밀었다.

“산동악가에서 왔습니다.”

소융은 전서를 펼쳤다.

그의 수염이 미세하게 흔들거렸다.

“물건을 찾긴 했지만 갇혀 있다…….”

“악가에 잡히기 전에 데리고 나와야 합니다.”

“일영에게 명을 내리게. 그 녀석들이라면 충분히 악가에 들어가서 데리고 나올 수 있을 게야.”

“알겠습니다. 그렇지 않아도 언제라도 움직일 수 있게 명을 내려놓았습니다.”

“잘했네. 그리고 곧장 이권 아우와 후인 아우에게도 명을 내려서 산동악가를 흔들어놓도록 하게.”

“명을 전하겠습니다.”

“아우님, 이번 일은 절대로 실패해서는 안 되는 일이네. 만일 잘못되어 본인에게 문제가 생긴다면 우리들 모두에게도 문제가 생기는 것임을 잘 알고 있게나.”

“저 또한 잘 알고 있습니다. 걱정하지 마십시오.”

소묵은 두 손을 모으며 허리를 숙였다.

곧바로 가주전 밖으로 나온 소묵은 이내 걸음을 멈추었다.

‘하연 소저.’

소융과 하북소가의 앞날을 예측해주는 신비의 여인.

가주가 가장 신뢰하는 사람이었기에, 세가인들 또한 조심스럽게 그녀를 대하고 있었다.

샤르르-

바닥을 스치며 그녀가 가까이 다가왔다.

“무슨 일이십니까?”

“며칠 전부터 축성(丑星)이 흔들리고 있습니다.”

“축성이라 함은, 무엇을 가리키는 것입니까?”

“본 가의 수호성이라 할 수 있는 별이 축성이지요. 그런데 술성(戌星)이 나타나면서 축성을 가리기 시작했어요.”

“좋지 않은 징조군요. 술성은 어디를 가리키는 것입니까?”

“술성은 천강성 중 천괴성에 포함된 별이에요. 무림에 천괴성이 나타난 듯합니다.”

하연의 목소리가 떨려왔다.

“그 말씀은 천괴성을 지닌 자가 본 가에 해를 끼친다는 뜻입니까?”

“아직까진 확실하지 않지만…… 이대로 간다면 축성이 무너질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

“이번 일도 시급한 일이지만 천괴성의 주인이 어떠한 인물인지 찾아야 합니다. 만일 그자가 본 가의 적이라면 무조건 없애야 큰일을 막을 수 있을 거예요.”

“어떻게 천괴성을 찾을 수 있겠습니까?”

“술성의 흐름은 그리 멀지 않는 남쪽에서 시작되었어요. 아마…… 하남의 땅에 있을 겁니다.”

하남에 있다고 한들 범위가 너무 넓었다.

스윽.

하연은 품에서 작은 상자를 하나 꺼냈다.

“천괴성은 오행 중 토행의 성질이 강합니다. 이것을 지니고 있으면 천괴성을 찾을 수 있을 거예요.”

“……혹시 가주님께서도 이 사실을 알고 계시는지요?”

“지금은 다른 일로 고심을 하고 계시니 아직 이야기는 하지 않았어요. 천괴성이 어떻게 변할지 확실하지 않으니 계속 주시할 필요가 있을 뿐. 다만 만일을 위해 소묵 님께 부탁드리는 것입니다.”

“알겠습니다. 하연 소저께서 하신 말씀 잊지 않도록 하겠습니다.”

“부탁드립니다.”

상자를 받아 든 소묵이 가주전을 나섰다.

“천괴성이라……,”

* * *

둥둥둥.

동평을 가득 채운 북소리.

살기대주 악강과 혼천대주 악도진은 며칠 동안 물러났던 하북소가의 무인들이 다시 밀려오는 모습을 내려다보았다.

“기세를 보니 전과 다르군.”

척.

악강은 홍투구를 고쳐 쓰며 앞으로 나섰다.

다각다각.

기마철갑 살기대의 대원들이 그의 뒤로 붙어 섰다.

스윽.

악강은 검은 두건으로 머리카락을 감싼 사내를 슬쩍 보았다.

악가제일신창.

굳게 다문 표정으로, 흑색 장창을 든 악가 최고의 무인이다.

“신창, 선두는 살기대에서 맡겠네. 뒤를 부탁하오.”

무심한 눈빛.

악민은 언제나 자신들을 경멸하면서도 무시했다.

악강은 그런 그의 눈빛과 표정이 정말로 싫었다.

오죽했으면 가주가 본 가가 아닌 외부에서 지내도록 했을 정도일까.

하지만 산동악가에 신창을 능가하는 무인은 없었다.

“한 명도 내 뒤로 가지 못할 것이다.”

그럼에도, 악민의 무뚝뚝한 한마디에 악강은 안심했다.

차아아앙!

악강이 장창을 머리 위로 올렸다.

“살기대는 나를 따르라!”

“와아아아-!”

두두두두.

악강은 말허리를 차며 하북소가 무인들을 향해 달려들었다.

우우우웅-

땅이 울고 있었다.

청검단주 소이천이 붉은 투구를 쓰고 달려드는 사내를 보고 웃었다.

“살기대 악강이군.”

“이권, 저자를 막을 수 있겠나?”

“하앗!”

소후인의 물음에 소이권은 대답 대신 기합을 지르며 악강을 향해 달려 나갔다.

“단주님을 따르자!”

청검단의 무인들 또한 앞서가는 소이권의 뒤로 붙었다.

동평을 가르는 거대한 두 기운.

“하북소가! 네놈들은 여기에서 한 놈도 살아 돌아가지 못할 것이다!”

장창을 머리 위로 들어 올린 악강이 맞은편에서 달려오는 하북소가의 무인들을 향해 내리쳤다.

콰아아앙!

거친 굉음과 함께, 두 무리가 부딪쳤다.

* * *

악가대전은 흥분 속에 잠겼다.

방금 전 동평에서 전령이 전해준 소식.

군사 등민이 죽은 지금, 하북소가와의 전쟁을 총괄적으로 이끌어갈 인물이 없었다.

대전은 한마디로 중구난방(衆口難防)이었다.

“가주님, 지금 당장 동평으로 가야 합니다!”

묵창대주 악경은 곧장 동평으로 달려가 하북소가를 몰아내자고 주장했다.

하지만 장로전의 의견은 달랐다.

이장로 악종은 심각한 표정으로 다른 의견을 내뱉었다.

“가주, 하북소가가 왜 본 가를 공격하는지 이유를 먼저 알아야 할 것이외다.”

“이장로의 말씀이 맞다고 보는 바이오. 본 가가 무슨 잘못을 했다면 그것이 사실인지 아닌지 확인을 먼저 한 뒤 움직여야 할 것이 맞지 않습니까.”

법화단 수장 악항 또한 이장로 악종의 뜻에 찬성했다.

그 뒤, 악가대전에 모인 인물들도 서로 한마디씩 하기 시작했다.

악군악의 인상이 점점 굳어졌다.

직접적으로 자신에게 요구하진 않았지만, 그들이 원하는 대답은 하나였다.

‘이들이 정말로 궁금한 것은 구천신품이겠지.’

다들 하북소가에서 쳐들어온 이유가 구천신품을 빼앗아가기 위함이라 생각하고 있었다.

“조용히 하시오. 본인이 한마디 하겠소.”

악군악이 말문을 열자 대전은 조용해졌다.

“그대들이 궁금한 것이 무엇인지 알고 있소. 구천신품은 얼마 전까지 본인이 가지고 있었소.”

웅성.

가주의 입으로 구천신품에 대한 사실을 밝히자 대전은 순간 소란스러워졌다.

“가주, 왜 지금까지 말을 하지 않았소이까?”

“홀로 그것을 가지고 있던 의도가 무엇이오?!”

“가주가 어찌 욕심을 부리는 것이오?”

타아앙!

악군악은 악성창을 바닥에 내리쳤다.

“지금 뭣들 하는 짓이오. 본인이 왜 말을 안 했는지 의도가 궁금하다고 했소? 바로 당신들 때문이오. 당신들도 본인과 똑같소. 지금 그대들의 눈 또한 구천신품에 빠진 탐욕의 눈빛인 것을 아는지 모르겠소이다.”

“가주. 말이 지나치지 않소이까? 다름 아닌 구천신품이요. 가주가 개인적으로 가질 물건이 아니라, 본 가에서 다루어야 할 물건이란 말이외다!”

“그렇소이다. 구천신품은 어디에 있소이까? 정말 잃어버렸소이까?”

“가주전 별관에 화재가 나던 날. 동평에 쳐들어온 하북소가 놈들이 훔쳐갔소이다.”

법화단주 악항이 의문을 제시했다.

“그날 하북소가에 도둑을 맞았다면, 동평에 쳐들어올 이유가 없지 않소?”

“악항. 궁금하면 직접 가서 물어보게. 나도 궁금하니까. 그런데 지금 그대들을 보니 동평의 일은 뒷전이구려. 본 가의 안위가 최우선으로 중요하지 않소?”

“흐음…… 흠.”

악군악에게 따졌던 인물들이 뒤로 물러났다.

말 많던 이들 또한 더 이상 앞에 나서지 않았다.

‘망할 놈들…….’

악군악은 한마디 말도 없이 서 있는 창수대주를 불렀다.

“창수대주.”

“말씀하시지요.”

“묵창대와 함께 동평에 가서 하북소가를 정리하게.”

“알겠습니다.”

척.

악구정은 공과 사는 구별할 줄 알았다.

그가 포권을 하며 밖으로 나갔다.

“가주님, 다녀오겠습니다.”

“수고하게.”

뒤를 이어 묵창대 악경도 기합을 넣으면서 악구정의 뒤를 따랐다.

* * *

두두두두.

산동악가의 무인들 정문을 빠져나갔다.

그 모습을 세 인영이 지켜보고 있었다.

일전 산동악가 가주전에 칩입했던 삼인.

이들은 선천적으로 내력을 완전히 죽인 채 내기를 펼치는 능력을 타고났다.

직접 보지 않고서는 그들의 움직임을 아무도 눈치챌 수 없었다.

덕분에 무시무시할 정도로 예민한 기감이 아니라면, 이들은 세상 어디라도 숨어 들어갈 수 있었다.

‘지금이다.’

방금 전까지 촘촘했던 경계가 한순간 흩어졌다.

휙! 휙!

순식간에 세 그림자가 산동악가 내부로 잠입했다.

‘흔적이 저기로 움직였군.’

이윽고 일영이 특영의 비밀 표식을 발견했다.

그는 내력을 최대한 죽이며 흔적을 따라 움직였다.

멀리 귀인전이 나타났다.

‘저곳이군.’

흔적의 끝은 귀인전 앞에서 멈춰 있었다.

일영은 내력을 올려 주위를 살폈다.

‘주위에는 기가 느껴지지 않는다.’

조심스럽게 움직이면서 귀인전이 잘 보이는 장소까지 다가섰다.

그리고 잠시 주위를 살피며 귀인전을 주시했다.

‘어디에 있지? 분명 여기까지 흔적이 이어졌다.’

다른 장소로 움직인 표식은 없다.

[어떤가?]

[여기에 있는 듯합니다. 다른 곳으로 간 흔적은 없습니다.]

[그렇다면 저기에 숨어 있다는 거군.]

[그런 것 같습니다.]

일영은 특영이 귀인전에 숨어 있을 것이라 확신했다.

‘숨을 수 있는 장소는?’

귀인전 내부는 아니다.

‘그렇다면……!’

귀인전의 건물 아래.

사람이 숨을 수 있는 공간이 보였다.

[찾았다. 저곳이다.]

일영의 손짓에 두 명의 흑의인 또한 그가 가리킨 곳을 보았다.

삐이익.

삼영이 입에 작은 쇠막대기를 물며 희미한 소리를 냈다.

서너 번 신호를 보냈지만 반응이 없었다.

‘무슨 일이 있는 모양이군.’

[이영, 건물 안에 몇 명이 있는지 확인해라.]

[알겠습니다.]

이영이 슬금슬금 건물 뒤로 움직였다.

최대한 발끝으로 움직이며 귀인전 벽으로 붙어 섰다.

일반인보다 뛰어난 청각을 지닌 이영은 건물 안에서 들려온 미세한 소리로 인원을 판단할 수 있었다.

‘네…… 명, 아니, 다섯 명이다.’

서로 다른 목소리를 확인한 이영이 한 발 물러나려는 순간,

멈칫.

건너편 건물 안에서 목소리가 들려왔다.

[움직이면 죽는다.]

‘들켰다.’

천성적으로 타고나지 않으면 자신의 기를 찾을 수 없다.

‘기감의 능력이 높은 자가 있다.’

슥슥-

이영은 안에서 들린 경고를 무시하고, 뒤로 한 걸음씩 물러났다.

기감이 높다 한들 건물 밖에 있는 자신을 막을 순 없을 테니까.

그때,

킁킁.

‘이건 뭐지?’

머리 위로 백색의 가루가 떨어졌다.

‘억……? 몸이…….’

무슨 일인지 머리가 인지하기도 전, 몸에 마비가 시작됐다.

호흡을 멈추며 뒤로 물러나려고 했지만, 몸이 마음대로 움직이지 않았다.

휙!

창문을 넘어 밖으로 나온 성철각이 그대로 일각을 휘둘렸다.

퍽!

허리에 강한 충격이 터졌다.

‘바…… 알……?!’

뿌직.

늑골이 부러진 소리가 났다.

“커억!”

이영은 다리에 힘이 풀리자 휘청거리며 벽에 손을 짚었다.

‘화정 때문에 힘이 강해졌어.’

성철각은 이영을 보며 당황했다.

“아, 미안합니다. 뼈를 부술 생각은 없었는데…….”

‘거지?’

이영은 인상을 쓰며 성철각의 모습을 보았다.

갈색의 통 큰 소매.

몸에 맞지 않는 상의를 입고 백색 끈으로 허리를 묶은 모습은 영락없는 거지 복장이었다.

그의 뒤로 또 다른 거지가 빙글빙글 미소를 띠고 있었다.

나이도 얼마 되지 않는 거지 놈에게 당하다니.

순간 화가 치밀어 올랐다.

스릉-

검을 뽑고자 했지만 몸이 부들거리며 움직이지 않았다.

“아, 가만히 있는 게 좋을 겁니다. 또 부러지고 싶지 않다면.”

“거지 새끼가 감히…… 어디서…….”

“말투가 좋지 않군요.”

휘릭!

성철각이 다시 취영화류팔선보를 펼치며 일 보씩 전진했다.

‘헉!’

이영의 두 눈이 커지는 동시에, 얼굴 왼쪽에서 기가 날아왔다.

철썩!

왼쪽 안면을 그대로 강타.

이영의 몸이 빙글 돌았다.

“커억!”

그는 단 한마디 비명을 지르며 바닥에 쓰러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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