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 증거를 찾으러 가다
새로운 임무가 떨어졌다.
청봉표국 표행에서 잃어버린 물건이 무엇인지 알아내는 것.
상황은 절대로 녹록하지 않았다.
하림 일행은 개방을 떠나면서 사람들 눈에 띄지 않을 정도로 최대한 평범해 보이는 여장을 준비했다.
하지만,
무림에 조금이라도 관심을 가진 인물이라면 쉽게 이들을 알아보았다.
인적이 많은 곳을 지나갈 때마다 걸협오성의 인상착의는 여기저기서 좋은 구경거리가 되었다.
“푸하핫! 거지들 맞아?”
쿠우욱.
옆에 있던 동료 사내가 얼른 크게 웃던 사내의 입을 틀어막았다.
“조용히 해. 망할 놈아.”
“커어어억, 이, 이보게…… 숨…… 막힌다고!”
동료 사내는 땀을 뻘뻘 흘리며 옆을 지나가는 하림 일행을 향해 고개를 연이어 숙였다.
그들 중 비단옷을 입은 거지와 시선이 마주쳤지만,
그는 미소를 띠며 그냥 지나갔다.
‘아…… 다행이다.’
사내는 손을 떼며 짜증 난 목소리로 동료를 다그쳤다.
“나참, 내가 자네 때문에 제명에 못 죽겠구만. 어제 그렇게 말하지 않았나. 요즘 무림에서 가장 유명한 인물들 중에서 걸협오성이 있다고!”
“어……? 그럼…… 저 거지들이……?”
퍽!
사내는 다시 동료의 머리를 갈겼다.
“야! 거지 아니라니깐!”
팽유도는 주위에서 들려오는 목소리에 웃음이 나왔다.
“아하하, 이것도 피곤하네요.”
말과 다르게 팽유도는 이 같은 상황이 싫지 않은 표정이었다.
중원에 위명을 떨치기 싫어하는 무림인은 없을 테니까.
다만 위명이 중원 전역으로 점점 퍼져 나가면서, 당연스레 좋지 않은 점도 함께 나타났다.
신진고수가 이름을 알리기 위한 가장 빠른 방법은 기존의 상승고수와 싸워 이기는 것!
이미 걸협오성의 명성은 신진고수들이나, 명성을 얻지 못한 무림인들에겐 충분히 높았다.
그래서 그들은 걸협오성의 경로를 예상하며, 지나가는 길목마다 도전하기 위해 기다렸다.
청봉과 향봉으로 나누어지는 주요 관목에서도, 며칠 전부터 세 명의 사내들이 하림 일행을 기다리고 있었다.
꽃과 공작으로 수를 놓은 화려한 복장.
공작삼검이라 불리며 연주에서 나름대로는 무공이 강하다고 소문난 이들이었다.
“저기 온다.”
희미하게 보이는 다섯 명의 인영들.
꿀꺽!
공작삼검 중 일검인 구보학이 긴장한 표정을 지었다.
주룩.
이마와 등에선 땀이 흘렀다.
‘어, 어떻게 하지?’
무작정 대결을 펼쳐야 하나?
아니면 그들이 가까이 올 때까지 기다렸다 비무를 신청해야 하나?
세 사람은 결정을 내리지 못한 채 안절부절못했다.
척척척.
그들이 어쩔 줄 모르는 사이, 길 너머에서 모습을 완전히 드러낸 다섯 명의 거지들이 점점 가까워지기 시작했다.
후우, 후우…….
점점 가깝게 다가오는 걸협오성을 보는 구보학의 호흡이 거칠어졌다.
‘으윽! 벌써 숨이 막힌다……!’
벌써 앞을 막아서며 나서야 했건만, 다섯 명의 신형에서 흐르는 기운이 공작삼검을 움직임을 압도했다.
찌릿.
본능이 물러서야 한다는 경고를 보냈지만.
“잠! 깐……!”
결국 명성에 대한 욕심이 이기고 말았다.
구보학이 앞을 지나치는 걸협오성을 향해 말을 더듬거리자,
뚝!
다섯 사람이 동시에 걸음을 멈추며 공작삼검을 쳐다봤다.
구보학은 쫄지 않기 위해 기운을 최대한 끌어 올렸다.
“걸협오성…… 맞소이까?”
“그렇소. 보아하니 우리들에게 볼일이 있는 모양이군.”
“휴우…… 그렇소이다.”
구보학은 호흡을 길게 내뱉으며 대답했다.
“무슨 볼일이오?”
전형적인 귀공자의 모습.
싸움과는 관계가 전혀 없을 것 같은 남하림의 생김새에, 처음과 달리 떨리던 구보학의 목소리가 점점 안정됐다.
척.
구보학과 함께 나머지 두 사람도 포권을 했다.
“우린 공작삼검이라 하오. 개방의 신진영웅 걸협오성에게 한 수 배우고자 기다리고 있었소이다.”
“아하, 그거라면 좋소.”
남하림은 비무 신청이 끝나는 동시에 흔쾌히 그들의 도전을 받아주었다.
“그리고 비무는 좋은데, 나중에 괜히 딴말하지 않았으면 좋겠소만. 우리가 먼저 시비를 걸어 다치게 만들었다느니 하는 귀찮은 일은 딱 질색이니까.”
“알겠소이다.”
“그럼 여기에 서명하시오.”
스윽-
남하림은 종이 한 장을 앞으로 내밀었다.
‘계약서?’
구보학이 멍하게 동료들을 돌아보았다.
무림에서 칼밥은 먹은 지 어언 이십 년.
비무 전에 계약서를 받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
“할 거요, 말 거요?”
“아, 알겠소. 서명하겠소이다.”
구보학이 얼른 계약서를 받아 들었다.
“여기에 각자 서명과 인장을 찍으면 됩니다.”
‘흐으음.’
계약서에 각자 이름을 쓰는 공작삼검의 뒷덜미가 아주 싸했다.
거기다가 계약서의 내용 중 한 줄이 유독 눈에 띄었다.
#NAME?
부들부들.
계약서를 건네는 구보학의 손이 살짝 떨렸다.
스윽.
남하림이 마지막으로 계약서를 보며 확인을 마쳤다.
“후, 그럼 시작해 볼까?”
휙.
“부장, 이번에는 내 차례야. 맞지?”
“맞아.”
“예이, 좋았어.”
남하림의 말이 떨어지자 성철각이 기다렸다는 듯 성큼 앞으로 나섰다.
그러고는 공작삼검을 보며 포권을 했다.
“성철각이라 합니다.”
“걸협권각성 천장걸님께 한 수 배우겠습니다.”
“아닙니다. 제가 한 수 배우겠습니다.”
미소를 띤 성철각은 매우 선량한 좋은 사람처럼 보였다.
‘기습이다!’
파앗!
구보학은 신형을 움직이는 동시에 검을 펼쳤다.
파르르르-
마치 공작의 꼬리 날개가 화려하게 펼쳐지듯, 환검이 날카롭게 뻗어나갔다.
휘리릭!
반원으로 펼쳐진 공작의 날카로운 날개들에서 무자비한 검들이 쏟아졌다.
흐느적. 흐느적.
환영으로 만들어낸 검로(劍路) 사이.
성철각의 몸이 좌우로 휘청거리며 움직였다.
취영화류팔선보의 하선고미보(何仙姑美步).
성철각의 신형이 점점 흐릿하게 변해갔다.
이를 바라보는 구보학의 눈동자가 심하게 흔들렸다.
‘사라졌다?’
전력으로 펼친 일검이었다.
거기다 먼저 선수를 펼쳤으니 최소한 동등한 결과가 나와야 할 터.
휘청.
그러나 구보학의 검이 벤 것은 허공뿐.
“크윽!”
구보학은 중심을 잃고 비틀거렸다.
휘리리릭-
순간 귓가로 들려오는 묵직한 쇳소리.
‘쇳소리라고?’
길쭉한 다리가 마치 기다란 채찍처럼 허공을 가르며 날아들었다.
쩌어어어억!
환보걸선각(幻步乞仙脚).
환영각의 각법과 개방의 취영화류팔선보를 서로 보완한 뒤 새롭게 익힌, 성철각만을 위한 각법이었다.
“끝났군. 철각의 무공도 점점 강해지는 것 같아.”
“그러게. 정말 찰지게 맞는 소리가 난다니깐. 완전 일각필살(一脚必殺).”
남하림과 당무독이 강력한 발차기를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구보학이 쓰러진 후, 나머지 두 명도 성철각에게 도전했지만 겨우 한 초식 만에 바닥에 쓰러졌다.
“좀 더 싸웠으면 했는데…….”
순식간에 비무가 끝나자 성철각은 아쉬움이 가득한 표정을 지었다.
“그 정도면 정말 대단한 거야. 수고했어.”
“뭘…… 부장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닌데. 아직 멀었어. 부장은 한 방에 세 명을 모두 보내 버리잖아.”
“괜찮아. 언젠가는 따라잡을 거야. 그때까지 더 열심히 하면 돼.”
“알겠어. 부장 뒤를 따를 수 있도록 열심히 수련할게.”
콕콕.
팽유도는 바닥에 엎어져 있는 구보학을 콕콕 찔렀다.
“유도야. 어때?”
“잠깐만요.”
혹시나 그가 죽지 않았을까 확인하려는 것.
‘어휴, 매번 이게 무슨 일이야.’
싸움이 일어난 뒤 상대방이 죽었는지 살았는지 챙기는 이는 자신밖에 없었다.
남하림은 타구봉법도 쓸 줄 알았지만, 펼치는 무공은 오직 강룡십팔장뿐.
아무리 공력을 살살 끌어 올린다고 해도, 강룡십팔장을 무림 초행의 무림인들이 받아내기엔 영 무리였다.
단 한 방에 끝.
죽지 않는 게 천만다행이다.
이휘연. 그는 보통 살기가 아니다.
천살성의 기가 더해진 살기만으로도 상대방이 오줌을 지렸다.
가끔 보면 무당파의 검은 도대체 어떻게 펼치는 건가 싶을 정도다.
상대방은 살기를 풀풀 풍기는 검에 죽지 않는 것만으로도 천운이다.
독에 점점 빠져드는 당무독을 보면 저 사람이 가족인 게 참 다행이다 싶었다.
그의 독에 중독된 이는 아무리 적은 양이라도 거품을 물고 사지가 마비됐으니까.
마지막으로 성철각.
평소에는 사람 좋은 형인데, 싸움만 시작하면 온 힘으로 적을 상대하면서 찍어 내렸다.
‘적당히’란 말은 전혀 먹히지 않는다.
말해줘도 다른 귀로 다 빠져나가는 게 분명했다.
당연히 상대방이 죽지 않는 게 천만다행이다.
쉬이- 쉬이-
정신을 잃은 구보학의 코에서 미세한 숨소리가 들렸다.
“아, 다행이다. 죽지는 않았네.”
털썩.
팽유도는 구보학을 바닥에 툭 내려놓았다.
그러고는 고개를 들어 벌써 앞서 걷고 있는 가족들을 보았다.
‘휴우, 겁나는 형들이야!’
* * *
태양이 산봉우리 아래로 떨어질 무렵.
청봉의 초입에 당도할 때였다.
다다다다-
멀리서 빠르게 달려오는 중년 사내의 모습이 보였다.
“양 총관이 말한 사람 같군.”
특외부가 여정을 꾸릴 동안, 양 총관은 그들이 청봉에서 지낼 저택을 수배했다.
객잔에서 지낼 수도 있었지만, 보는 눈이 많았다.
거지가 편안하게 지내기엔 뭐니 뭐니 해도 저택이 최고 좋으니까.
중년 사내는 좌우로 눈치를 보며 바로 남하림 앞으로 다가섰다.
비단옷을 입은 거지는 중원 십만개방도 중 한 명밖에 없다.
“어서 오십시오. 남하림 공자님이십니까?”
“맞네. 그대는?”
“소인의 이름은 장봉강이라 합니다. 개봉에 계신 양삼 님께서 공자님과 네 분이 청봉에서 편안하게 지낼 수 있도록 부탁하셨습니다.”
“알겠네. 앞장서시게.”
“소인을 따라오시면 됩니다.”
장봉강은 그들을 얼른 마을로 안내했다.
다음 날, 아침이 밝았다.
침상에서 일어난 하림 일행이 모두 접객실에 모였다.
먼저 이휘연과 팽유도는 인근 지역에서 활동하는 마적들과 산적들을 조사하기로 했다.
사전에 알아본 바에 의하면, 청봉표국 활동 반경에서 움직이는 산적과 마적의 세력은 모두 두 군데.
하남과 하북을 잇는 상산에서 주 활동을 하는 산적들과, 견성의 주평에서 노략질을 하는 마적단이 있었다.
스윽.
멀리 두 곳을 돌아야 하는 이휘연과 팽유도가 먼저 자리에서 일어났다.
“우리가 먼저 움직여야겠다.”
“휘연 형, 부탁해.”
“걱정 마라. 확실히 물어보고 오겠다.”
‘당연히 형은 걱정 안 돼. 그들이 몽땅 죽을까 싶어 걱정이지.’
남하림은 함께 가는 팽유도에게 당부했다.
“유도는 휘연 형을 잘 모시고…… 웬만하면 네가 알아서 처리해. 내가 무슨 말 하는지 알지?”
“당연히요. 염려 안 해도 돼요.”
“잘 갔다 와.”
남하림은 먼저 길을 나서는 이휘연과 팽유도를 배웅했다.
“으으윽!”
당무독은 두 손을 위로 번쩍 들어 기지개를 켰다.
“우리도 가볼까?”
“응. 그래.”
이번에는 당무독과 성철각 차례였다.
그들은 청봉표국에 표행을 의뢰한 해림장을 조사하기로 했다.
“두 사람도 조심해.”
“알겠어. 나도 위험한 건 싫어하잖아.”
“우리 중 제일 위험한 사람이 누군데…… 무작정 독부터 뿌리지 마!”
“그것은 그들이 어떻게 나오는지 보고 결정할 문제지. 하하!”
그의 말에 남하림은 이마를 살짝 짚었다.
“철각은 무독의 뒤를 부탁해.”
“응. 걱정 안 해도 돼. 빨리 갔다 올게.”
“나중에 보자.”
세 사람은 서로 손을 잡았다.
잠시 뒤, 저택을 나서는 두 사람을 배웅한 후.
‘…….’
남하림은 잠시 자리에 멍하니 앉았다. 마치 세상이 조용해진 것 같았다.
‘쳇, 같이 다니다가 혼자 있으니 심심하긴 하네. 이럴 줄 알았으면 양삼이라도 같이 올걸.’
오 년 동안 하루도 빠짐없이 거의 붙어 있던 이들이었다.
“에효, 그럼, 나도 움직여 볼까.”
청봉표국은 마을 끝자락에 위치해 있었다.
남하림은 마을을 구경하면서 천천히 걸었다.
‘저곳이군.’
웅성웅성.
표국 정문 앞 공터는 표국에 들락거리는 수많은 사람들로 시끄러웠다.
표행이 습격당했으니 침울할 것이라는 예상과는 전혀 달랐다.
“보기엔 전혀 문제가 없는 것 같은데? 이 정도의 손해로는 큰 타격을 받지 않는다는 건가? 이렇게 아무 일도 없었다는 것처럼 보이다니 의외군.”
표행 도중 물건을 잃거나 손상을 당하면, 정례에 따라 의뢰자에게 최대 다섯 배가량 보상을 해주는 게 보통이다.
“안에 들어가서 어떻게 된 일인지 물어보면 알겠지.”
남하림은 고개를 슬쩍 기울이며 정문으로 발걸음을 내디뎠다.
청봉표국 정문 앞에는 두 명의 표사가 서 있었다.
‘뭐지?’
서너 가지 색으로 기워 만든 옷.
어떠한 천인지 자세히 보지 않으면 영락없는 거지 복장이다.
표사 손도는 사람들 사이로 거지 한 명이 다가오는 것을 보고 인상을 썼다.
이 세상에 거지가 표행을 의뢰하려고 오는 일은 없다.
“웬 놈의 거지가!”
손도가 검파를 단단히 잡고 겁을 줄 준비를 하고 있을 때,
“이, 이, 이보게! 잠깐만, 잠깐만!”
동료 표사가 다급하게 손도를 막아섰다.
“왜 그러는가?”
“저기, 자세히 보게.”
정문으로 다가오며 점점 또렷하게 보이는 거지의 신상에, 손도는 눈이 커다래졌다.
보통 거지가 아니었다.
‘설마, 개방의 그, 그 비단옷?’
소문으로 떠도는 개방 걸협오성 중 한 명과 비슷한 인상착의.
누덕누덕 기워져 있지만, 면면이 부드럽고 화려한 비단으로 된 거지 복장.
그런 이는 십만개방도 중 단 한 명이다.
‘단화걸이 분명하다!’
척.
빠르게 검에서 손을 뗀 표사 손도가 정중하게 포권했다.
“어서 오십시오.”
“내가 누군지 아십니까?”
“그렇습니다. 단화걸이 아니신지?”
“아하, 정말 알고 있었군요.”
“영광입니다. 전 표사 손도라 합니다. 개방의 걸협이신 단화걸을 직접 뵙게 될 줄은 몰랐습니다.”
손도는 청봉표국에 표사로 들어왔지만, 무림고수에 대한 존경심을 항상 지니고 있었다.
“그런데…… 무슨 일로 본 표국에 오셨습니까?”
“얼마 전 일어난 사고에 대해 확인할 게 있어 찾아왔습니다. 혹시 손 표사께선 그날 사고에 관해 아는 게 있으신지?”
“불행한 사고가 일어난 것은 알지만 그때 전 다른 표행을 하던 중이라 정확한 내용은 알지 못합니다. 도움이 되지 못해 죄송합니다.”
“잘 모르는 모양이군요. 그럼 국주를 만나서 직접 물어볼 수밖에. 안에 기별을 줄 수 있을까요?”
“알겠습니다. 제가 직접 다녀오도록 하겠습니다. 조금만 기다려 주십시오.”
“부탁드리죠.”
휘릭!
손도는 빠른 걸음으로 표국 안에 들어갔다.
남하림은 정문에서 기다리는 동안 표국 안을 둘러보았다.
세 대의 마차에 쟁자수들이 물건을 싣고 있었다.
‘표행을 나가는 모양이군.’
표두와 표사, 물건을 실은 마차들, 잡일을 처리하는 쟁자수들까지.
제법 규모가 큰 표행이었다.
“장사가 잘되는군요. 표행 물량이 많은 걸 보니.”
남하림은 다른 문지기인 종하상에게 놀랍다는 듯 말을 건넸다.
유명한 고수가 자신의 직장에 대단하다는 눈길을 보내자, 종하상은 표국에 대한 자부심이 솟아났다.
“하하, 저 정도 물량은 기본입니다. 어떤 때는 두 배 정도 더 많은 물량을 나르기도 하지요.”
“역시…… 청봉표국은 능력이 뛰어나군요. 만일 저 정도 물량이 표행에서 사고가 난다면 손해가 막심할 텐데.”
“아닙니다. 얼마 전에도 비슷한 양으로 표행을 하다가 사고가 났는데, 총표두께서 충분히 갚을 수 있다고 하셨습니다.”
“오호라, 대단하네요.”
종하상의 말이 맞다면, 청봉표국의 재정은 상당히 뛰어난 게 틀림없다.
‘음…… 하지만 아무리 봐도 그 정도의 재정을 지닐 깜냥은 아닌데.’
남하림은 며칠 전 양삼에게 들은 내용을 떠올렸다.
“표행비가 다른 표국보다 삼 할에서 심하게는 오 할까지 싼 터라, 주위에서 많은 질타를 받는다고 합니다. 만일 크게 사고가 나면 그들 입장에서는 배상이 큰 문제가 될 겁니다.
‘좀 냄새가 나는데. 청봉표국 재정을 확인하는 게 먼저겠군.’
의뢰인에게 덩치보다 큰 배상을 주고도 걱정이 없다?
어딘가에서 불법적인 움직임이 있다는 뜻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