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4. 무림맹에서 나오다
천하당 중앙에 마련된 탁자에, 방주 오종과 백리천중이 서로 마주 보며 앉았다.
긴장감이 그들 사이에서 무겁게 흘렀다.
오종은 숨을 고르며 격앙된 마음을 다스렸다.
“고검수천님, 백리세가에서 그런 짓거리를 할 줄은 몰랐습니다.”
“방주, 말이 심하지 않소이까.”
“허허, 더 심한 말도 해줄 수 있습니다.”
“흐음!”
백리천중은 헛기침을 했다.
자리가 불편했다.
“방주의 말대로 떳떳한 행동은 아니었지만 나쁜 짓은 아니오. 그날, 아마 본 가 외에도 많은 곳에서 그것들을 몰래 가지고 나와 숨기고 있을 것이외다.”
“남들도 했다고 해서 백라세가의 잘못이 정당화되는 것은 아니지요.”
“됐소. 내가 방주에게 훈계를 듣고자 개방에 온 것은 아니외다.”
“그럼 무엇 때문에 왔소이까? 혹시 이것을 가지러 온 모양이지요?”
스윽.
오종은 손에 붉은빛을 낸 동경을 꺼내 들었다.
순간, 백리천중의 눈빛이 변했다.
동경에 시선을 집중한 백리천중의 목소리가 격양되었다.
“방주, 그 물건은 백리세가의 것이니 돌려주시오!”
“무슨 말씀을 하시는지 모르겠소이다. 구천신품이 언제부터 백리세가의 물건이 되었는지 모르겠소.”
‘음……!’
백리천중은 오종의 말에 대답을 하지 못한 채 그저 노려볼 뿐이었다.
“개방에서도 욕심이 나는 모양이군.”
“이까짓 동경이 무엇이라고 본 방을 모욕하는 것이오? 다시 말하지만, 본 방을 백리세가와 같이 생각하지 마시오!”
탁.
오종은 탁자 위에 동경을 내려놓으며 백리천중의 앞으로 밀었다.
‘찾았다!’
백리천중은 앞에 놓인 동경을 향해 급히 손을 뻗었다.
씨익.
그의 입가에 미세하지만 득의양양한 미소가 어렸다.
오종은 경멸에 찬 눈빛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기분이 좋은 모양이외다.”
“크흠, 흠…… 고맙네.”
하나 백리천중은 오종의 눈빛을 보지 못했다.
그의 시선은 오직 동경에 고정되어 있을 뿐.
스윽.
백리천중은 동경을 품 안으로 넣었다.
원했던 것을 가지자 마음이 한결 편해졌다.
“이번 일로 백리세가에서는 많은 일들이 일어날 것이외다.”
“방주가 걱정을 해줘서 고맙지만, 염려하지 않아도 되네.”
“염려가 될 것 같아서 하는 말이오. 중원의 소문이 얼마나 빠른지 백리세가에서도 잘 알지 않소이까?”
“개방에서 소문을 낼 거란 뜻인가?”
“허, 우린 그런 치사한 짓거리는 하지 않소이다.”
백리천중은 인상을 풀었다.
“하하하, 방주를 믿네.”
“하나…… 고검수천께서도 잘 알 것이외다. 낮말은 새가 듣고 밤말은 쥐가 듣는다고 말이오.”
격장유이(隔墻有耳)란 말이 있다.
“…….”
“우리가 만나고 있는 지금 이 순간에도 중원에 널리 퍼져 나가겠지요.”
“크흠, 상관없네. 이제는 본 세가의 문제일세.”
“그렇다면야…… 알겠소이다. 본인의 걱정이 기우면 좋겠군요.”
백리천중은 이제 굳이 더 앉아 있을 이유가 없었다.
“방주, 이번에 본 세가가 신세를 졌군. 혹시 우리가 개방에 도울 것이 있으면 말을 하게.”
“괜찮소이다. 백리세가에 굳이 도움을 청할 것은 없소.”
“……그렇다면 어쩔 수 없군. 그럼 다음에라도 필요한 것이 있으면 연락하시게. 이만 물러가겠네.”
“그렇게 하시지요. 멀리 나가지 않겠소이다.”
백리천중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러고는 방주 오종을 향해 마지막으로 포권을 한 뒤 돌아섰다.
그때.
드륵.
문이 열리며 천하당으로 두 명의 인물이 들어왔다.
‘이들은…….’
천하당을 나서려던 백리천중의 걸음이 멈췄다.
가슴에 맹(盟)이란 한 글자가 새겨져 있는 낯익은 청의무복.
무림맹에서 나온 이들이었다.
* * *
며칠 전 개봉에 도착한 청의무복의 두 사내는 한 가지 소식을 기다리고 있었다.
바로 걸협오성이 개방에 언제 돌아오느냐는 것.
소식을 듣고 개방을 찾아온 청룡당 소속의 한저와 난수는 코를 찡그렸다.
백리세가에서도 찾아올 것이라 예상은 했지만, 백리천중을 개방에서 떡하니 만나게 될 줄은 미처 예상치 못했다.
“다른 인물도 아닌 고검수천께서 계실 줄은 몰랐습니다.”
“허허허, 이 사람도 마찬가지네. 무림맹에서 군자협, 설마 그대가 직접 올 줄이야.”
한저와 백리천중은 안면이 있는 사이였다.
“군자협께서는 무슨 일로 왔는가?”
“개방의 방주를 만날 일이 있어 왔습니다.”
“그런가? 본인은 방주와의 볼일을 마쳤으니 편안하게 일을 보시게. 난 그만 가보도록 하지.”
백리천중은 얼른 밖으로 나가려고 했다.
스윽.
그때, 한저가 옆으로 움직이며 그의 앞을 막았다.
그의 행동에 백리천중의 표정이 차갑게 변했다.
“이게 무슨 짓인가?”
“그렇지 않아도 백리세가에 물을 것이 있었는데 잘됐습니다.”
한저의 말과 표정을 보니 십중팔구 구천신품에 대한 이야기일 터.
‘……난처하게 됐군.’
한저와 난수는 오종에게 두 손을 올려 포권 했다.
“개방의 방주님을 뵙소이다.”
“군자협과 환수객께서 본 방까지 어인 일로 오셨소이까?”
“지나가다 잠시 들렀습니다.”
여기서 그의 말을 믿을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오종은 곧바로 두 개의 통나무 의자를 내려놓았다.
“앉으시지요.”
“방주, 고맙소이다.”
한저는 난수와 함께 자리에 앉으면서, 불쾌한 표정을 짓는 백리천중에게 말했다.
“고검수천님께서도 잠시 앉으시면 좋겠습니다.”
“흐음!”
백리천중은 그대로 나가고 싶었지만 무림맹 소속인 한저의 말을 거절할 수 없었다.
턱!
자리에 앉는 그의 모습은 누가 봐도 심기가 불편해 보였다.
슥.
한저가 앉은 자리에서 오종과 백리천중에게 포권했다.
“바쁜 분도 계시니 단도직입으로 용건을 말하겠소이다.”
한저의 시선은 여전히 백리천중에게 고정되어 있었다.
“개방의 제자가 백리세가에서 잃었다는 구천신품을 얻었다고 하더이다. 맞습니까?”
“그렇소이다.”
오종도 대답하면서 백리천중을 보았다.
“방주님, 그 물건을 보셨습니까?”
“봤소이다. 본 방의 제자가 힘들게 얻은 물건을 본인에게 주더군요.”
“중원의 소문이 맞았군요. 그럼 그것을 방주님께서 가지고 계십니까?”
“아니오. 방금 전 구천신품은 자신들 물건이라며 돌려달라고 해서 백리세가에 줬소이다.”
“흐음, 구천신품이 백리세가의 물건이라 했습니까? 그 물건의 주인은 구천마제이지 않습니까?”
“난 모르겠소. 내 것은 아니니 달라고 해서 줬소이다.”
스윽.
한저는 백리천중에게 시선을 옮겼다.
“고검수천님, 물건을 받으셨습니까?”
“…….”
백리천중은 그의 물음에 꼿꼿이 대답하지 않았다.
“이보게, 군자협. 이를 묻는 이유가 뭔가?”
“당연하지 않습니까? 그 물건이 구천신품이기 때문입니다.”
“허허! 구천신품이 어떻다는 말인지 모르겠네.”
“무림맹에서는 오래전부터 위험한 물건들을 관리해 왔소이다.”
“오호라, 무림맹에서 이것을 빼앗아 가겠다는 뜻이군.”
백리천중은 강한 거부감을 보였다.
한저는 여전히 웃음을 띤 얼굴로 그를 보았다.
“빼앗아 가는 게 아닙니다. 구천신품은 개인이 소유할 물건이 아니지요. 백리세가도 물론이고요. 그래서 무림맹에서 관리하려는 것입니다.”
“무슨 소리를 하는 것인가? 자네가 하는 말이 빼앗는 것과 다를 게 뭔가? 난, 아니, 본 세가는 절대로 이것을 무림맹에 절대로 줄 수 없네!”
“하…… 일을 어렵게 만드시는군요. 만일 이대로 물건을 가지고 돌아가신다면 문제는 더 시끄럽게 될 것입니다. 잘 아시지 않습니까?”
“난 모르네. 그리고 본 세가는 어떠한 힘에도 굴복하지 않소이다. 더 이상 자네와 할 말이 없는 것 같군.”
벌떡!
백리천중은 자리에서 일어나 천하당 밖으로 도망치듯 빠져나갔다.
한저는 그의 뒷모습을 보며 고개를 흔들었다.
“백리세가에서 일을 만드는군. 어쩔 수 없이 힘으로 제압하는 수밖에 없겠어.”
백리세가가 아무리 강하다고 해도 무림맹의 힘을 이길 수는 없다.
‘허어…… 벌써부터 무림에 분란이 일어나는 것 같구나.’
오종은 한숨을 내쉬었다.
그가 보기엔 무림맹이나 백리세가나 같아 보였다.
“방주님, 걸협오성을 만나뵐 수 있겠습니까?”
“군자협이 그 아이들을 무슨 일로 만나고자 하는 것이오?”
“사건에 대해선 대충 소문을 들어 알고 있지만, 그때 상황들에 대해 직접 물어보고자 합니다. 조사 차원에서 하는 것이니 아무런 문제가 없을 것입니다.”
“알겠소. 잠시 기다려 보시오. 그 아이들에게 연락을 해보겠소이다.”
* * *
한 시진 후.
‘으으…….’
딱딱한 나무 의자에 앉은 두 사내가 개방의 제자를 기다리고 있었다.
걸협오성은 아직도 나타나지 않았다.
“방주님, 아직 들어오지 않았습니까?”
“허어…… 글쎄. 나간 지 꽤 지났다고 하니 조만간 돌아오지 않을까 싶소만.”
“……자주 외출하는 모양이군요.”
“본 방의 제자들은 얽매이는 것이 없소. 자유롭게 알아서 지내다 보니 외부에 자주 나가는 편이지요.”
“음…… 그렇군요. 그래도 너무 오래 있는 것 같습니다만…….”
다시 일각이 지났다.
천하당에서 할 일 없이 앉아 있으니 죽을 맛이었다.
덜컹!
그때, 천하당으로 들어서는 문이 열렸다.
한저와 난수의 고개가 반사적으로 돌아갔다.
다섯 명의 젊은 거지들이 한 명씩 모습을 드러냈다.
‘저 녀석이 단화걸이군.’
단화걸(緞花乞).
비단 거지복을 입은 거지.
남하림이었다.
이어 남하림과 함께 들어선 네 사람을 보는 이들의 눈빛이 변했다.
‘역시…… 소문대로군.’
스윽.
맨 뒤에서 걷는 거지의 신형에서는 차가운 냉기가 뚝뚝 떨어지는 것 같았다.
이휘연 또한 무림맹의 두 사내를 스쳐 지나가며 시선을 똑바로 주시했다.
‘이 녀석이 한심걸(寒心乞)인 모양이군. 소문보다 더 차가워.’
진한 갈색의 가방을 메고 있는 독광걸(毒狂乞) 당무독과 엉덩이에 반도가 출렁거리는 도천걸(刀天乞) 팽유도.
발등까지 내려온 철각반을 찬 장신의 천장걸(天長乞) 성철각.
굳이 소개를 듣지 않아도 알 수 있을 정도로 한 명, 한 명이 특이했다.
‘이렇게 봐선 개방 거지가 맞는지도 모르겠어.’
지금까지 상식으로 알고 있던 개방 거지들의 모습은 아니었다.
“하림아, 무림맹에서 나온 분들이 너희들에게 묻고 싶은 게 있다고 하는구나.”
“알겠습니다.”
남하림이 두 사람 앞으로 돌아섰다.
‘흐으음.’
한저는 멀뚱히 쳐다보는 남하림과 시선이 마주쳤다.
‘난감한 녀석이군.’
가만히 보고만 있을 뿐 먼저 말을 할 것 같지 않았다.
“난 한저라 하네.”
“남하림입니다.”
“소문이 자자한 개방의 걸협오성 단화걸을 만나보게 되어서 영광이군.”
“저도 반갑습니다. 무림맹에서 오셨다니 신기하군요.”
“무림맹이라 해서 특별한 것은 없네.”
웃는 표정으로 인사하는 남하림의 첫인상은 나쁘지 않았다.
“무림맹에서 저에게 묻고 싶은 게 뭐지요?”
“후후후. 많이 바쁜가? 난 시간이 많네.”
“그런가요? 그럼 내일 해도 됩니다. 우린 바빠서요.”
한저는 순간 당황했다.
“내일 와서 길게 나눌 이야기는 아니라네. 그럼 물어보지.”
“그러시죠.”
“백리세가에서 잃어버린 물건을 어떻게 찾아냈는지 사실대로 말해주게. 물론 어느 정도 소문은 들었지만 상부에 보고하려면 당사자에게 직접 들어야 해서 말일세.”
“어렵지 않군요. 어떻게 시작된 것이냐면…….”
남하림은 백리세가에서 찾아온 부분부터 신어산에서 찾아낸 것까지 막힘없이 설명해 주었다.
마치 옆에서 직접 본 것처럼 눈앞에 모든 것들이 그려졌다.
뚝.
남하림의 설명이 끝났다.
“그렇게 된 것이군. 자세히 설명해 줘서 고맙네.”
“무림맹에서 나온 것을 보니 그 물건에 관심이 있는 모양입니다.”
“그건 위험한 물건이라 개인이나 한 가문에서 가지고 있긴 힘들지.”
“……구천마제가 남긴 안배가 숨겨져 있다고 하던데. 혹시 무림맹에서도 그것들을 찾으려고 하는 것은 아니지요?”
“후후, 일개 문파가 아닌 중원의 무림맹이네.”
“근데 제가 살펴봤을 땐 구천마제의 안배는 전혀 안 보이던데요. 헛소문일 수도 있어요.”
“그건 쉽게 발견할 수 없도록 했기 때문이겠지.”
“음…… 뭐, 그럴 수도 있겠군요. 그렇다면 맹에서 관리하는 게 더 타당할 수도 있겠군요. 그걸로 다른 구천신품을 몰래 찾아다니지만 않는다면.”
“…….”
남하림의 말에 한저는 찔리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마치 부모가 아이의 거짓말을 알고 있는 것 같은 눈빛.
마음이 무거워진 그는 남하림을 애써 무시하며 오종에게 시선을 돌렸다.
“맹주님께 개방에서 많은 도움을 받았다고 전해 드리겠습니다.”
“됐네. 군자협께 무슨 도움 준 것이 있는지 모르겠군.”
척.
무림맹의 두 사람이 작별 인사를 하고 밖으로 사라졌다.
“휴우…….”
오종은 마음이 착잡했다.
백리세가와 무림맹.
조만간 두 곳에서 무슨 일이 발생할지 보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오종은 다섯 명의 제자들을 보며 미안한 표정을 지었다.
“바쁜데 불러서 미안하구나.”
“아닙니다. 괜찮습니다.”
당무독이 얼른 대답했다.
“하하, 고맙다. 기분도 별로인데 술이나 한잔 마시자.”
번쩍!
오종의 말에 성철각의 눈이 크게 뜨였다.
“전 좋습니다.”
* * *
방주실.
술을 가득 따라 부은 큰 대접 하나가 여섯 거지 사이를 빙글빙글 돌았다.
“크으……! 역시 술은 돌리면서 마시는 게 제맛이야.”
방금 전까지 가라앉아 있던 오종은 술기운에 기분이 나아졌는지 표정이 많이 풀려 있었다.
오종은 남하림을 보며 물었다.
“애써 찾아온 물건인데 아깝지 않느냐?”
“방주님이 알아서 하신 일이잖아요. 괜찮아요.”
“고맙다. 그런 물건은 오히려 해가 되니 눈앞에서 사라지는 게 좋으니라.”
“그런가요?”
벌컥벌컥.
남하림은 대접을 들어 마신 뒤 팽유도에게 돌렸다.
“구천마제의 기연이 있을지도 모른다고 하던데.”
“허허. 과연 구천마제의 무공이라면 대단하지. 무인이라면 목숨을 걸 정도로…… 하지만 하림아, 사람이 어떻게 타락하는지 아느냐? 그건 탐욕이니라. 내 것이 아닌 것을 탐하고자 하는 마음이 바로 탐욕이다. 우리가 누구냐? 거지는 배부르고 등 따시면 되느니라. 아, 물론 넌 너무너무 많아서 욕심이 없는 녀석이지.”
남하림은 그를 존경할 수밖에 없었다.
“방주님, 사실 말 안 한 게 있습니다.”
“……?”
오종은 갑자기 술이 깼다.
“사고 쳤니?”
“으음, 저희가 신어산에서 나온 뒤에…… 진짜 구천신품인지 확인하러 따로 빠졌다고 말씀드렸잖아요?”
“그렇게 말했지. 그게 아니더냐?”
“맞긴 맞아요. 그걸 물어본 사람이 전승 아저씨였고요.”
“전승이라면…… 중원십대명인 전승을 말하는 것이냐?”
“네. 전승 아저씨도 그 물건을 잘 아시더군요.”
“그야, 모를 리 없겠지. 명장 전승의 사부인 공신(工神) 해정이 구천신품을 만든 인물이거늘…….”
“어, 정말요? 그건 처음 듣는 말이네요. 그래서 가짜를 그렇게 똑같이 만들었구나.”
“뭣이? 방금 뭐라 했느냐? 가짜를 만들었다고?”
계속 홀짝홀짝 술을 마시고 있던 팽유도가 드디어 대접을 내려놓았다.
살짝 취기가 올라왔다.
“방주님! 진짜는요, 하림 형이 잘생긴 얼굴 보겠다고, 욕조에 놓아두었어요……! 히히히.”
“…….”
오종은 어이가 없어져 말문이 막혔다.
그러나 곧 방주실이 떠나갈 듯 대소를 터뜨렸다.
“푸하하하하하!!”
오종은 기분이 좋아 몸이 날아갈 듯했다.
남하림을 포함한 다섯 명의 능력은 분명 뛰어났다.
하지만 그보다 마음에 드는 것은 구천신품조차 하찮게 여기는 다섯 명의 성품.
세간에선 이 다섯 명이 개방과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다며 떠들어대지만.
오종, 자신이 보기에 이 아이들은 거지 중에서도 진정한 거지였다.
‘하하하! 세상은 이놈들이 가지게 될 것이다!’
오종은 바닥에 내려놓은 대접을 들어 모조리 들이마시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