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걸황무적-24화 (25/328)

24. 난 개방의 거지다

‘이놈들하고 이렇게 엮이네.’

우창은 잠시 멍해졌다.

특외부 창설.

방주의 일장로의 추천으로 특외부 특별호법에 자신이 결정되었다.

“외조백단은 어떻게 되는 것입니까?”

“겸임이야.”

“아, 그렇군요.”

우창은 마음이 놓였다. 특별호법이 되면 외조백단주에서 물러나야 될 줄 알았다.

“일장로 항걸님께서 특별히 자네를 추천했으니 잘해보게.”

“알겠습니다. 열심히 하도록 하겠습니다.”

“그럼, 나가보게.”

“수고하십시오.”

우창은 인사를 한 후 물러났다.

외조당 밖으로 나온 그는 잠시 제자리에 섰다.

‘특외부의 특호라…….’

말이 특별호법이지, 어린 다섯 명을 책임지는 자리였다.

천방지축 같은 녀석들이 대형 사고를 치지 않도록 관리하는 것.

“그놈들…… 어디, 뭐 하고 있는지 구경이나 해볼까?”

특별호법이 된 우창은 갑자기 하림 일행에 지대한 관심이 생겼다.

그의 발길이 주작남지로 향했다.

* * *

뚝딱뚝딱.

수십 명의 목수와 인부들이 바쁘게 움직였다.

그들 사이에서 가장 바쁜 사람은 양삼이었다.

“역시…… 양 총관은 일을 너무 잘해.”

시원한 나무 그늘 아래에 앉아 있는 다섯 명의 거지들.

남하림은 양쪽 손가락 두 개를 세워 눈앞 좌우로 움직이면서 지어지고 있는 건물들을 살폈다.

“음…… 각이 조금 틀어졌는데?”

남하림은 고개를 돌려 양삼 곁에서 수발을 드는 동진부를 불렀다.

“진부야.”

후다닥!

동진부는 남하림과 눈이 마주치자 빠르게 달려왔다.

“부르셨어요?”

“양 총관한테 좌측 건물의 기둥이 조금 옆으로 기울어진 것 같다고 말해.”

“네. 알겠습니다!”

동진부는 다시 빠르게 양삼에게 달려가서 들은 대로 속닥거렸다.

양삼도 확인을 했는지 목수에게 손짓을 하며 잘못된 부분을 가리켰다.

와싹.

팽유도가 옆에서 월병을 한 입 깨물었다.

“하림 형, 요거 맛있네요.”

“괜찮지? 남송월병이야.”

“와…… 내가 남송월병을 먹어보다니…… 얼마 나오지 않아서 황제도 쉽게 구할 수 없다고 하던데요?”

“맞아. 잘 아네.”

“형, 대단하구나. 요런 걸 이렇게나 많이!”

팽유도의 손이 월병을 들고 빠르게 입으로 움직였다.

저벅저벅.

그때, 주작남지에 들어선 우창이 깊숙이 안으로 들어섰다.

뚝.

그리고 걸음을 멈추며 눈앞에서 현재 진행 중인 장면을 보았다.

특외부의 다섯 명.

그들이 지낼 집을 짓고 있다는 것은 이미 알고 있었다.

‘허어어어얼.’

근데 집이 아니라 성을 짓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아무리 자기 돈으로 짓는다고 하지만…… 이건 좀 심한데……?’

우창은 고개를 돌려 그늘에서 늘어져 앉아 있는 다섯 명을 보았다.

‘참…… 이 와중에 거지스럽네.’

한가롭게 쉬는 모습은 둘도 없는 거지였다.

“이게 대체 뭐냐?”

“어? 언제 오셨어요?”

남하림은 앉은 채로 우창을 올려다보며 말했다.

‘……쯧.’

우창은 한마디 할까 망설였다. 하지만 그냥 꿀꺽 삼켰다.

“됐다.”

“뭐가 됐어요?”

“…….”

“올려다보려니까 고개 아파요. 앉으세요.”

털썩.

우창은 혓바닥 팔팔한 놈과 입 아프게 싸우고 싶지 않았다.

“성을 짓는 거냐?”

“집이요.”

“그래…… 집이구나.”

바싹.

옆에 앉은 당무독이 입안에서 월병을 깨물었다.

“……맛있냐.”

“아 참, 이거 드세요.”

남하림이 월병을 하나 건넸다.

우창은 거지가 간식까지 챙기면서 과자를 먹고 있다는 게 마음에 들지 않았다.

“됐다. 네놈들이나 먹어라.”

“남송월병인데요?”

휘익!

우창의 손은 말보다 빨랐다.

우창은 누구보다 빠른 손속으로 월병을 잡으며 말했다.

“진작 말해줘야지.”

바싹.

입안에서 부서지는 감촉과 소리가 천상의 맛을 알렸다.

월병 하나가 눈 깜짝할 사이에 사라졌다.

꿀꺽.

“…….”

그의 시선이 아래로 고정되었다.

“많이 드세요.”

“고맙다.”

바싹.

바싹.

한동안 그늘 아래에서 월병 먹는 소리만이 들렸다.

“그런데 우 단주님, 무슨 일로 오셨어요?”

‘아, 맞다.’

남송월병 때문에 이들을 찾아온 이유를 잠시 잊고 있었다.

“특외부를 만들기로 했다.”

“알아요. 사부님께 들었어요.”

“그럼, 내 이야기도 들었느냐?”

“특별호법을 맡았다고 하시던데요. 축하드려요.”

우창은 순간 특외부의 특별호법을 맡은 것이 이 녀석에게 축하받을 일인지 매우 헷갈렸다.

“뭐…… 일단 축하한다고 하니 고맙긴 하다.”

“그것 때문에 오셨어요?”

“그렇지. 혹시나 알고 있는가 싶어서. 근데…… 야, 저기 너무 크게 짓는 게 아니냐? 명색이 개방인데…….”

“이왕 짓는데 크면 좋잖아요. 여섯 명 각자 침실과 개인 휴식을 위한 공간도 있어야 하고요.”

“개인 공간까지? 근데 왜 여섯 명이지?”

“첨에는 다섯 명이었는데, 수정해서 한 사람 더 지낼 방과 공간도 넣었어요. 앞일은 모르니까.”

“허어.”

“혹시 몰라서 우 특호님의 침실과 휴객실도 넣어드렸어요.”

“……그래? 안 그래도 되는데…… 여하튼 고맙다.”

우창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난 그만 갈란다.”

“들어가세요.”

쩝…….

우창은 여전히 앉은 채로 대답하는 남하림을 보며, 자신의 정서적 안정을 위해 빠르게 포기하고 더 이상 신경 쓰지 않기로 했다.

우창의 모습이 터덜터덜 사라졌다.

“하림, 앉아서 대답해도 괜찮은 거야? 그래도 우리 특별호법이신데.”

“응. 거지 위에 거지 없고, 거지 아래 거지 없다고 하잖아.”

“……우린 너를 따를게.”

개방 특외부의 대장이 다른 네 명의 암묵적 지지 아래 남하림으로 결정된 순간이었다.

* * *

“흐음.”

장두철은 헛기침을 하며 수련장에 모인 다섯 명을 보았다.

“오늘 네놈들을 모이게 한 이유에 대해서 간단히 말할 테니 잘 들어라.

개방 제자가 밖에 나가서 개방의 무공을 모른다고 하면 아주 말이 안 될 것 같아서, 이 내가 직접 한두 개 가르쳐 주고자 함이다.”

“사부님, 전부 제자로 맞이한다는 말씀이신가요?”

“뭐…… 하하, 사부는 무슨…… 네놈은 무공만 익히면 될 뿐이다.”

“그럼 저는요?”

“넌 예외야.”

“왜요? 저만 특별대우를 받는 것은 부당합니다.”

“이놈이? 은근히 제자 하기 싫다는 뜻인 걸 내가 모를 줄 아느냐? 다른 녀석들은 이미 사부가 있거나 무림 세가 출신이라서 그렇다.”

“저도 어릴 때……!”

“됐어. 상무우 그 친구에게 무공도 배우지 않는 녀석이 무슨 제자라고.”

장두철은 시선을 돌려 이휘연을 보았다.

“진양 진인께 태극검을 익혔느냐?”

“네. 그렇습니다.”

“태극검은 무당에서 가장 부드러운 검이라 들었다. 물론 부드러운 것도 좋지만, 실전에서는 때론 강함도 필요한 법이다.”

“명심하겠습니다.”

‘후후후, 이런 녀석을 무당에서 내쫓다니…… 겨우 천살성이라 이유만으로…….’

“넌 오늘부터 파옥구절타법(破玉九切打法)을 익힐 것이다. 본 방의 타구봉법 중에서 가장 강한 무공으로, 네 노력에 의해 태극검과 충분히 상생할 수 있을 것이다.”

척.

이휘연은 허리를 공손하게 숙였다.

“일장로님의 은혜에 감사드립니다.”

“은혜는 무슨…….”

장두철은 이번에는 당무독을 보았다.

“당문에서 무슨 무공을 익혔느냐?”

“특별히 익힌 것은 없습니다. 다만 아버지께 간단한 독수비공을 익혔습니다.”

‘망할 놈들. 독에 거부감이 있다고 하나 한 번 보면 무엇이든지 완벽하게 기억하는 데다가 재료만 있다면 중원의 모든 독을 제조할 수 있는 녀석의 능력도 모르다니.’

“무독은 오늘부터 연쌍비투(燕雙飛投)를 익힌다. 이 무공은 개방의 조사이신 걸황공께서 돌을 던져 개를 잡는 도중 창안하셨다고 한다.”

“조사님의 무공을 제가 익혀도 될지 모르겠습니다.”

“상관없다. 개방 제자가 익히는데 트집을 잡을 거지는 없다.”

“고맙습니다. 성심껏 최선을 다해 익히도록 하겠습니다.”

이번에는 성철각의 차례였다.

“철각, 너에게 가장 유용한 신법으로 취영화류팔선보(醉影花柳八仙步)를 익히면 될 것이다. 이것은 일반 신법과 달리 각법 또한 포함되어 있으니, 네가 익힌 환영각법에 도움이 될 수 있다.”

“일장로님, 정말 고맙습니다.”

성철각이 큰 키로 넙죽 허리를 숙여 인사를 했다.

마지막으로 팽유도가 남았다.

“유도는 작은 몸에서 강한 힘을 낼 수 있는 본 문의 무공인 회선장법을 수련하도록 해라.”

“일장로님, 도를 펼치는데 장법이 필요한 것인지 이해가 안 갑니다…….”

“으음…….”

장두철은 허리에 찬 흑죽타구봉을 뽑았다.

“도나 검, 여기 타구봉도 마찬가지로 손에 들고 있는 것들은 모두 손의 연장일 뿐이다.

도검과 타구봉의 차이는 날카로움과 둔탁함이지. 그 외에는 어떠한 차이도 없다.”

슈슈슈슈-

장두철은 왼손으로 타구봉을 회전시키며 장법을 펼쳤다.

“이게 바로 회선장법 회선무궁의 초식이다.”

타타타타!

이번에는 흑죽타구봉을 잡은 오른손으로 초식을 펼쳤다.

“이것은 타구봉으로 회선무궁의 초식을 펼친 것이다.”

“앗……! 정말이십니까? 전혀 다른 무공인 줄…….”

“무공이란 바로 이런 것이다. 언제 어디서든 새롭게 변화를 하지.”

“와, 무슨 말씀이신지 잘 알겠습니다.”

장두철은 한 명씩 새롭게 익힐 개방의 무공을 전해주었다.

수련하여 완벽하게 익히고 아니고는 그들 스스로의 역량이었다.

남하림이 번쩍 손을 들었다.

“사부님, 저는요?”

“엥?”

“강룡십팔장만 익히라는 말씀이신가요?”

“이놈아, 개방에서 가장 뛰어난 무공을 익히는 녀석이 뭐가 더 필요하다고 그러느냐?”

“그거 있잖아요. 다른 사람 공격을 잘 피할 수 있는 보법 가르쳐 주세요.”

‘…….’

장두철은 뭔가 수상쩍은 느낌을 받았다.

“너 혹시…… 내가 붙잡으면 도망가려고 그러는 것은 아니겠지?”

“와아…… 늙은 생강이 맵다고 하던데…… 단번에 아시네요.”

파앗!

장두철은 앞으로 튀어나와 작게 중얼거린 남하림을 붙잡았다.

“으아아아……! 지금 뭐 하시는 거예요!”

“하나밖에 없는 제자가 귀여워서 안았다!”

“으으아, 제발…… 씻고! 다니세요! 이러다가 코가 사라지겠어요……!”

서로 부둥켜안은 채 떨어지지 않는 두 사람을 내버려 두고, 네 명은 각자 편한 자리로 가서 무공을 수련하기 시작했다.

* * *

“아, 진짜. 바빠 죽겠는데.”

주작남지에서 나온 남하림이 걸화당으로 향했다.

“대체 누가 왔다는 거야?”

걸화당에 도착할 때까지 남하림은 계속 투덜거렸다.

거지인데 이상하게도 자꾸 바빴다.

뚝.

남하림의 발걸음이 멈췄다.

눈에 익은 중년인의 얼굴이 보였다.

그도 남하림을 보았는지 고개를 숙였다.

‘아. 뭐야. 아버지가 오신 거야?’

중년인은 대총관 양진명으로 양삼의 아버지였다.

“아저씨?”

“이런, 예전보다 몸이 훨씬 좋아지셨습니다. 너무 보기가 좋습니다.”

“…….”

남하림의 시선이 양진명을 지나 걸화당으로 향했다.

덥석.

양진명이 반갑게 남하림을 안았다.

“저…… 전, 할 일이 많아서 그만 돌아갈게요.”

“하하하! 도련님도 농담이 많이 느셨습니다.”

‘농담 아닌데…….’

“안에 국주님과 둘째 아가씨께서 오셨습니다.”

“엥? 둘째 누나가? 근데 왜 왔대요?”

“그거야 당연히 막냇동생이 타지에서 고생을 하고 있다는 말에 응원차 왔겠지요.”

“아저씨가 안 보는 사이에 농담이 느셨네요. 못생긴 누나가 설마 내가 고생한다고 왔겠어요? 거지가 된 나를 놀리려고 온 게 틀림없어요.”

“하하하, 설마 그럴 리가 있겠습니까.”

“으으, 아저씨도 완전 능구렁이가 다 되셨어요. 양삼이 아저씨를 안 닮아서 다행이에요.”

“아 참, 그 녀석은 잘 지내고 있습니까?”

“지금 여기 안에서 일하고 있는데, 나중에 가서 한번 만나보세요.”

“후후후, 고맙습니다. 그 녀석을 아껴주셔서…….”

“제가 고맙죠.”

후다닥!

그때 걸화당에서 급하게 나오는 발소리가 들렸다.

“앗, 거지다!”

초롱초롱한 소녀의 목소리가 울렸다.

하늘거리는 푸른색의 치맛자락이 개방에는 전혀 어울리지 않았다.

“뭐야. 못난이.”

“요게……! 누나한테 못하는 말이 없어.”

남천상국주 남후정의 둘째딸 남희미. 그녀는 밖으로 나오자마자 남하림의 아래위를 훑었다.

“너…… 근데 옷이 왜 그래? 비단에다가 엄청 깨끗하잖아. 거지 맞아?”

“아, 됐어. 시끄러워.”

남하림은 두 손으로 귀를 막고 걸화당으로 들어섰다.

열려 있는 문 사이로 탁자에 앉은 세 사람을 보았다.

얼굴을 마주 보고 있는 용두방주 오종과 법개 위한소, 그리고 익숙한 뒷모습은 상국주 남후정이었다.

‘뭐지? 이 분위기는?’

오종과 위한소의 표정이 심각한 듯 어두웠다.

남후정은 고개를 돌렸다.

“허허, 안으로 들어오지 않고 무엇 하느냐?”

남하림은 문 안쪽으로 한 걸음 빼꼼 내디디며 안에 들어섰다.

“이놈이…… 바짝 들어오너라.”

“됐습니다. 제가 바빠서 용건만 간단히 부탁드립니다.”

스윽.

남후정은 자리에서 일어나 남하림 앞에 섰다.

‘음…… 변했군.’

개방으로 보낼 때와 사뭇 다른 느낌이 들었다.

“제법 사내다워졌는걸.”

“빨리도 오셨네요.”

“에이, 삐쳤느냐? 최근에 많이 바빴다. 그래도 올해가 가기 전에 면회는 오지 않았느냐?”

“뭐, 그런 셈인가요.”

“후후후, 이번에 북방상국과 있었던 일에 대해서 들었다.”

“한 방에 보낼 수 있었는데 아쉬워요.”

“아쉬울 것 없다. 충분히 한 방 먹여줬으니까. 이번에 오대상국회에서 차후 불법 물건을 다루는 상국은 나머지 상국에서 제재를 가하기로 법안을 마련했다.”

“그건 잘됐네요.”

“네 덕이다.”

“이번에 좀 활약하긴 했죠.”

“어떻게, 개방 생활은 할 만하느냐?”

“물으시는 이유가 따로 있나요? 갑자기 무슨 일로 오신 거예요?”

“후후후.”

미월결소(眉月結笑).

남후정은 중요한 결단을 내릴 때 짓는 미소를 지었다.

오래전 약조에 의해 아들 남하림을 개방으로 보냈다.

그에게는 아들들의 나이는 중요하지 않았다.

첫째 아들과 둘째 아들은 자신의 기대에 보답을 할 수 있다고 여겼기 때문이다.

남하림을 개방으로 보낸 이유는 다른 두 아들에 비해 남천상국에 도움이 크게 되지 않을 것이라 판단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얼마 되지 않아 개방에서 사고를 치고 돌아올 것이라 확신했다.

하림이 병적으로 더러운 것은 참지 못하는 성격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으니까.

사고를 치고 돌아오면 개방에는 그에 대한 보상을 따로 준비할 생각이었다.

근데 들려오는 소식은 뜻밖이었다.

통찰력도 좋았고 일을 처리하는 과정은 깔끔했다.

장사꾼에게서는 뒷말이 나오지 않아야 했다.

그러자 왠지 개방에 십 년이나 주기에는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남후정은 철저한 장사꾼이었다.

“네가 상국에 돌아오고 싶다면 나와 함께해도 좋다.”

“…….”

남하림은 그제야 오종과 위한소의 표정이 왜 그러한지 이유를 알았다.

남하림이 돌아가겠다고 하면 그들로서도 어쩔 수 없었다.

“아버지. 제가 누군지 아시죠?”

“당연히 내 아들이지.”

남하림은 잠시 망설였다.

개방에 처음 들어왔을 때는 돌아가고 싶은 마음만 가득했다.

하지만 참았다.

어린 나이였지만 도망치듯 남천상국으로 돌아간다면 아버지가 어떻게 생각할지 너무나 잘 알고 있었다.

자신을 개방으로 보내기 전, 다른 형제들은 왜 가지 못하는지 줄줄 읊으며 꼭 그가 개방으로 가야 하는 이유를 대는 순간부터, 아버지가 그에게 기대하지 않는다는 것을 눈치챘다.

“저도 아버지를 잘 알아요.”

“…….”

두 부자의 시선이 강하게 부딪혔다.

지금 손을 내밀었을 때 잡지 않으면 다음 십 년 동안 후회할 수도 있다.

어쩌면 마지막 기회일지도 모르지만.

대남천상국의 국주도 가지고 싶다고 해서 항상 모든 것을 얻을 순 없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

“제가 있을 곳은 여기예요. 전 개방의 자랑스러운 걸협오성의 수장이라고요. 조만간 창설될 특외부의 부장이기도 하고요. 막중한 임무를 맡고 있는데, 제가 빠지면 어떻게 되겠어요? 제 의중도 제대로 모르면서 또 마음대로 결정을 내리시고. 보아하니 아버지께서 두 분께 실례한 것 같습니다.”

“…….”

“아버지께서 정말로 절 원하신다면 진정성을 보여주세요. 아님 밖에 있는 못난이 누나하고 그만 가셔도 되고요.”

“허허허, 정말 돌아갈 생각이 없느냐? 네놈은 더러운 것을 병적으로 싫어하지 않았느냐?”

“그 점에 대해서는 여기 두 분께서 잘 보살펴 주시니 염려 안 해도 돼요. 그리고 거지도 생각보다 더럽지는 않더라고요.”

할 말을 끝낸 남하림은 오종과 위한소를 보았다.

“그럼 이제 더 할 이야기는 없는 것 같군요. 방주님, 따로 저에게 하실 말씀 없죠? 저 그만 가볼게요. 하던 일이 진짜 바빠서요.”

“어어, 그래, 그래. 수고해라.”

오종의 표정은 처음과 달리 환하게 변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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