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걸황무적-9화 (10/328)

9. 개방 땅 사기 사건(2)

개방은 비상 상황에 들어갔다.

용두방에 각 당의 수장들이 모여들었다.

중앙 자리에 앉은 용두방주 오종은 팔짱을 낀 채로 내정당 당주 영호춘을 보며 한숨을 내쉬었다.

“휴우…….”

“송구합니다. 제가 그 사실을 미리 알았다면 조치를 했을 텐데.”

“자네도 몰랐겠지. 수많은 세월 동안 아무도 모르지 않았나?”

“죄송합니다.”

영호춘은 고개를 숙이며 연신 죄송하다는 말을 했다.

추개 영충은 심하게 화를 내고 싶었지만 참았다. 둘은 친형제 사이였다.

오종은 물어보면서도 답답했다.

“본 방이 대응을 할 방법이 없겠는가?”

“백 공자를 만나 본 방에서 그 땅을 재매입을 하는 게…….”

타아앙.

위한소는 바닥을 내리쳤다. 화가 머리끝까지 올라왔다.

“무슨 소리를 하는 게요! 지금 그들에게서 땅을 매입하자는 말이 나오는 것이오? 그놈들이 왜 그 땅을 매입했는지 정녕 모르오?”

“법개, 왜 그리 화를 내시오?”

영충은 그의 눈치를 보았다.

“그럼 웃어야 하는 것이오? 우리가 돈이 어디 있어 땅을 산다는 말이 나오는 것인지 모르겠소이다.”

“그거야…… 본 방의 상황을 잘 아는 문파에 조금씩 도움을 얻는다면…….”

“그대가 일전에 말했지 않소? 우리가 거지요?”

“법개, 무슨 말을 그렇게 심하게 하시오. 우선 급한 문제는 어떻게 해결부터 해야 하지 않겠소이까.”

위한소는 영충과 영호춘, 두 사람을 번갈아 보았다. 추개만 아니었어도 영호춘을 내정당의 수장에 올리지 않았을 것이다.

그가 오래 보아온 영호춘은 없는 개방의 살림을 꼼꼼하게 처리하기보다는 그때그때 대충 넘기는 성격이었다.

“난 분명히 말하겠소이다. 이번 일로 인해 본 방에 피해가 온다면 절대로 가만히 안 있을 것이외다. 누군가는 필히 책임을 져야 할 것이오.”

“어허, 법개. 무슨 말을 그리 겁나게 하는 것인가. 이번 일은 절대 불가항력의 일이었소이다.”

“불가항력인지 아닌지는 나중에 알게 되겠지요.”

위한소와 영충의 대화를 듣고 있는 장두철은 심기가 불편한 표정으로 입을 굳게 다물고 있었다.

“모두 그만들 하시게.”

“…….”

“…….”

영충과 위한소는 말을 멈추었다.

“지금 잘잘못을 따질 시기는 아니지 않는가. 북방상국에서 그들이 원하던 날짜까지 땅을 돌려주지 않는다면 무림맹에 제소를 할 것이라 하지 않았나? 이게 얼마나 쪽팔리는 일인가.”

장두철의 말이 맞았다.

무림맹에 중재를 위한 제소가 들어가는 순간 개방은 수많은 문파들에게 창피를 당할 것이 틀림없었다.

“일장로님의 말씀이 맞네. 무림맹에 제소를 하기 전에 해결을 해야 할 문제라네. 백한묵을 다시 만나 봐야겠어. 분명 원하는 게 있지 않겠나.”

“방주님, 제가 함께 가겠습니다.”

영충이 바로 나서며 대답했다.

“알겠네, 그렇게 하세나.”

* * *

용두방에서 개방의 주요 인물들이 긴급회의를 하던 시각.

양삼의 연락을 받은 남하림은 개봉에 마련한 집에 들어섰다.

남하림을 마중 나온 양삼은 안으로 들어가면서 알아낸 중요한 내용들을 설명했다.

“하오문을 통해서 북방상국과 관련해 떠들고 다니는 인물들이 있는지 찾아보도록 했습니다.”

“찾았는가 봐?”

“네, 그렇습니다. 위조문서를 만드는 놈들인데 며칠 전에 제법 크게 한탕 한 모양이라고 했습니다.”

“냄새가 좋지 않는데?”

“그래서 사람을 풀어 그놈들을 잡도록 했습니다. 그 과정에서 제법 많은 돈을 써야 했습니다.”

“괜찮아. 당장 쓸 곳도 없는데. 그래서 어떻게 됐지?”

“그놈들을 잡았습니다. 돈을 더 주면 사기꾼 놈들을 죽지 않을 정도로 고문하는 것도 가능하다고 해서 부탁했습니다.”

“잘했어.”

“별로 큰돈은 아니었습니다. 황금 두 덩어리입니다.”

“음…… 적당한 것 같군.”

양삼의 설명은 계속 이어졌다.

“덕분에 중요한 사실을 알아냈습니다. 그놈들이 사기 친 대상이 북방상국의 백한묵이었습니다.”

“그럴 줄 알았다. 딱 생긴 게 사기나 당하게 생겨 보였어. 상가 출신이 서류가 진짜인지 아닌지도 모르다니.”

“그러게 말입니다.”

“그럼, 실제 그 땅의 주인은 개방이 맞아?”

“그건 아닙니다. 관청에 가서 확인했습니다. 어린도책을 보니 주인이 없는 토지였습니다.”

“그게 무슨 말이야? 주인이 없는 땅이라니?”

남하림이 미간을 찌푸리며 물었다.

“어디에서 잘못을 했는지 모르지만 토지대장을 올릴 때 실수가 있었던 모양입니다.”

“그걸 사기꾼들이 어떻게 알았지?”

“그게…… 내부자에게서 알아낸 듯합니다.”

“…….”

양삼은 조심스럽게 대답했다.

그렇다면 개방의 인물들 중 누군가는 토지대장이 누락된 사실을 알고 있었다는 의미였다.

남하림은 고민에 빠졌다.

개방 윗선까지 깊숙하게 관여할 수밖에 없는 일이었다.

“어떻게 하지?”

“일단 북방상국의 인물이 들고 있는 계약서는 무효입니다. 개방은 걱정할 필요가 없는 것입니다.”

“음…… 그렇겠지. 근데 이 사실을 기생오라비가 알게 되면 가만히 있지 않을 것 같은데.”

그는 개방을 곤란하게 만들고자 작정한 인간이니 관청에 가서 직접 땅을 매입할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양삼. 우선 내부자 문제는 생각하지 말고 땅 문제나 먼저 해결하는 게 좋겠어.”

“네, 알겠습니다. 한번 사람을 시켜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무조건 그 땅을 매입해. 돈은 얼마든지 들어도 상관없어.”

“…….”

양삼은 조용히 남하림을 보았다.

“도련님께서 개방을 도와주시는 이유가 있습니까?”

“개방을 도와주는 게 아니라 북방상국의 일을 방해하는 거야.”

“……그렇습니까? 알겠습니다.”

양삼은 희미하게 미소를 지었다.

몇 달 전만 해도 남하림은 특별한 일이 아니라면 자신의 일 외엔 관심을 가지지 않았다.

하지만 개방에 온 뒤 가끔 만날 때마다, 남하림은 미세하게 조금씩 변하고 있었다.

‘도련님께서 누군가 맘에 드신 것 같군. 개방 자체는 아닌 것 같고…… 누구지? 도련님의 사부이신가?’

* * *

개방의 수뇌진들은 보름이 지나도록 현무북지 땅 문제를 전혀 해결하지 못했다.

방주 오종과 영충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백한묵을 찾으러 갔지만, 만나지 못한 채 문전박대를 당했다.

그사이 삼장로 몽공이 직접 움직이기 시작했다.

걸비천하(乞秘天下)의 수장인 몽공은 어떻게 백한묵의 손에 현무북지의 일부 땅이 들어갔는지 조사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백한묵의 행적을 추적하는 도중 개봉에서 중년 사내들과 접촉이 있었음을 알아냈다.

“몽공 님.”

깊은 고심에 빠져 있던 몽공이 문밖에서 들리는 소리에 고개를 들었다.

“들어오라.”

드륵.

목문을 열고 들어선 두 명의 수하 일걸비와 십걸비가 고개를 숙였다.

“어떻게 됐지?”

“죄송합니다.”

일걸비의 표정이 굳어졌다.

“백한묵이 만났다는 인물들의 정체를 알았습니다.”

“그놈들이 누구지?”

“주위에서는 호걸이라는 평판입니다만, 조금 더 알아본 결과 한때 문서 위조를 한 전례가 있던 놈들이었습니다.”

“문서 사기 위조를?”

“네. 그렇습니다.”

몽공은 무언가 구리다는 직감이 들었다.

“백한묵이 들고 있는 토지 문서가 가짜라는 뜻인가?”

“저희들도 그것을 확인하기 위해 관청에 갔었습니다.”

“어떻게 됐지? 백한묵의 주장이 거짓이 맞지?”

“저…… 그게…… 백한묵, 이자가 말한 땅이 오래전에 잘못되어 토지 대장에서 빠져 있었던 게 맞았습니다.”

망할.

몽공은 짜증이 났다.

“관청에선 그 땅을 며칠 전에 누군가 매입했다고 했습니다.”

“누군가라면, 백한묵, 그놈이냐?”

“백한묵은 아닌 듯합니다. 양삼이란 자의 이름이었는데 사기꾼인지 확인하기 위해 쫓고 있는 중입니다.”

“허어, 아직도 잡지 못했다는 것인가?”

“죄송합니다. 갑자기 모습을 감춘 뒤 사라졌습니다. 최대한 빨리 찾도록 하겠습니다.”

“무조건 내일까지 잡아서 데리고 와야 한다. 알겠나?”

“걸비천하의 전 인원을 풀었습니다. 조만간 찾을 것입니다.”

삼장로 몽공은 가슴이 뛰기 시작했다.

젠장…….

그놈들을 잡지 못한다면 이 짓은 아무 소용도 없었다.

* * *

아침부터 용두방전은 침묵으로 고요했다.

저벅저벅.

십여 명의 호위 무사들과 함께 들어서는 백한묵을 보면서 오종의 눈살이 찌푸려졌다.

뒷짐을 지며 들어서는 그의 모양새는 거만했다.

“그동안 잘 지냈소이까?”

백한묵은 여전히 뒷짐을 쥔 채로 고개만을 짧게 숙였다.

“오셨소?”

오종은 당장은 참을 수밖에 없었다.

“날짜가 됐으니 와야지요. 충분히 시간을 줬으니, 땅을 비웠으면 하는 바이외다.”

“백 공자, 그 땅들을 돌려주는 것은 어렵지 않네. 다만 수백 년 동안 본 방에서…….”

척.

백한묵은 손을 들어 오종의 말을 막았다.

“아…… 잠깐. 본 공자는 그런 말을 듣고자 온 게 아니오. 그냥 땅이나 비워주시오.”

“허허. 무작정 땅을 비워달라고 해서 쉽게 될 일인가. 그 땅은 본 방에서 수백 년이나 사용하던 곳이었네.”

“그건 개방의 문제고. 내 일이 아니지 않소이까. 본 공자는 여기 들고 있는 계약서대로 일을 처리할 뿐이오.”

“백 공자, 원하는 게 무엇이오?”

“하하하, 북방상국에서 원하는 것을 개방이 들어줄 수 있다고 보시오? 음…… 과연 금전으로 십만 냥 정도 줄 수 있을지……?”

오종은 시종일관 개방을 무시하는 백한묵의 말투에 기분이 매우 좋지 않았다.

휙.

일장로 장두철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며 소리쳤다.

“이놈이, 감히 여기가 어디라고 함부로 지껄이는 것이냐? 죽고 싶어서 환장했군. 본 방이 우습게 보이는 게냐?”

“후후후, 이거 참. 개방은 아직도 상황이 어떤지 잘 모르는 모양이군. 지금 본 공자를 협박하는 것이오?”

“이놈이 협박이라니?”

“개방이 구파일방이라 하나 본 상국도 무시 못 할 것이오.”

그때였다.

용두방전 입구에서 낭랑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미친…… 북방상국이 뭐가 대단하다고?”

‘어떤 새끼야?’

백한묵은 고개를 돌려 목소리가 들린 방향을 보았다.

‘저놈은!’

얼마 전 협의문에서 만났던 남하림이었다.

웅성웅성.

갑자기 안으로 남하림이 들어서자 영충이 화를 내며 소리쳤다.

“이놈이…… 여기가 어디라고 함부로 들어오느냐? 어서 나가지 못할까?”

“잠깐만요. 화는 좀 있다 내셔도 되잖아요.”

“뭣이?”

휙.

남하림은 영충에게서 고개를 돌려 당당한 걸음으로 오종의 앞에 다가섰다.

“방주님, 드릴 말씀이 있는데 괜찮을까요?”

‘…….’

오종이 남하림의 눈을 보았다. 남하림의 눈동자에서 믿음이 보였다.

끄덕.

“그렇게 하려무나.”

“감사해요.”

남하림은 돌아서면서 장두철과 마주치며 미소를 보였다.

‘허허, 이 녀석이. 무슨 짓을 하려고.’

장두철은 괜히 기대감이 생겼다.

스윽.

남하림은 인상이 굳은 백한묵의 앞으로 바짝 다가섰다.

백한묵은 남하림보다 한 뼘 정도 살짝 키가 컸다.

“네가 북방상국의 넷째 아들, 개망나니라고 소문난 기생오라비 놈이냐?”

“…….”

백한묵은 어이가 없었다.

갑자기 콩알만 한 놈이 나타나서 신경을 건드렸다.

꿈틀.

백한묵의 손이 움찔 위로 올려졌다.

“어, 그러다 저번처럼 다시 멱살 잡히려고?”

“네놈은 대체 뭐냐? 뭔데 자꾸 끼어들어?”

“보면 몰라? 대개방의 거지 후보생. 언제 잘릴지 모르지만.”

백한묵은 황당한 표정으로 오종을 보며 말했다.

“개방은 이런 중차대한 자리에 거지 후보생을 들여보내는 모양입니다?”

“기생오라비 씨. 당신 상대는 그분이 아니라 나야.”

“뭐라고? 어린놈이 싸가지가 왜 이리 없어?”

“허, 누가 누구보고 싸가지가 없대? 내가 보니 당신도 만만치 않더구만.”

“…….”

백한묵은 할 말을 잃은 듯 남하림을 죽일 듯 노려보았다.

“클클클, 역시 내 제자야.”

두 사람의 대화를 듣는 장두철에게서 만족스러운 웃음이 흘러나왔다.

척.

남하림이 백한묵의 손에 들려 있는 계약서와 토지 문서를 보았다.

휙.

그리고 빠르게 낚아채며 두 장의 서류를 빼앗았다.

“멍청한 놈.”

찌이익.

남하림은 계약서와 토지 문서를 바로 찢었다.

순식간에 일어난 일에 용두방전에 모인 모든 사람들은 숨조차 쉬지 않았다.

“야아아아! 이 미친놈이!!!”

눈이 뒤집힌 백한묵이 남하림을 향해 달려들었다.

퍽.

하지만 그는 그대로 남하림의 주먹을 맞고 바닥에 쓰러졌다.

털썩.

어이없는 표정으로 엉덩방아를 찍은 백한묵은 말도 제대로 나오지 않았다.

“여기가 어디라고 사기를 치고 있어?”

“…….”

“들어오세요.”

남하림은 밖을 향해 소리쳤다.

부종은 긴장한 표정으로 두 명의 중년 사내를 끌고서 안으로 들어섰다.

‘저놈들은……!’

백한묵은 얼굴을 숙이며 들어온 두 명의 중년 사내를 보고 얼굴이 허옇게 질렸다.

“제자야, 저놈들은 누구냐?”

“이놈들이 바로 문서 위조범들입니다.”

벌떡.

백한묵은 바닥에서 일어나 중년 사내들을 노려보았다.

“무슨 말이냐? 문서 위조라니?”

“야, 잘 들어. 네가 이놈들한테 산 땅은 가짜야. 이 토지 문서가 가짜라는 거지. 개봉부에 가서 확인했어. 주인이 없는 땅인 줄 알고 이놈들이 토지 문서를 위조한 거야. 알겠냐? 멍청한 놈아.”

덥석.

백한묵이 중년 사내의 멱살을 잡았다.

“이 거지 놈이 말한 게 사실이냐?!”

“네…… 죄송…… 합니다.”

“망할, 이 새끼들이 감히 나한테 사기를 쳐?!”

백한묵은 그의 얼굴을 내리쳤다.

털썩.

“크으., 이 죽일 새끼들이!”

그러고는 화가 풀리지 않았는지 바닥에 쓰러진 중년 사내를 밟기 시작했다.

사기를 당해서 돈을 잃은 게 문제가 아니었다.

돈은 얼마든지 있다.

개방의 목을 조를 수 있는 땅이 사라진 게 문제였다.

“크하하하!”

한참 난동을 피우던 백한묵이 갑자기 미친 듯 웃었다. 토지 문서는 가짜였지만 서류상으로 그 땅은 여전히 주인이 없었다.

“멍청한 놈! 그럼 내가 직접 관청에 가서 그 땅을 사면 되겠군. 제법 비쌀 테니 개방은 그 사실을 알아도 돈이 없어 지금까지 사지 못했겠지!”

백한묵은 돌아서서 밖으로 뛰쳐나가려 했다. 하지만 그는 몇 걸음 걷지 못했다.

“이봐, 기생오라비. 이게 뭘까?”

남하림은 허리춤에서 말아놓은 종이를 꺼내 들었다.

“…….”

“이게 바로 진짜 토지 문서라는 것이지.”

“뭐어? 거지가 무슨 돈이 있다고? 이리 줘봐. 내가 직접 확인해 봐야겠어.”

백한묵은 달려들며 남하림의 손에서 토지 문서를 빼앗으려고 했다.

“됐거든. 그냥 꺼져. 정 확인하고 싶으면 직접 관청에 가서 물어보든지.”

“이놈이……!”

눈에 보이는 게 없어진 백한묵은 한 손을 뻗어 남하림의 멱살을 잡고 주먹을 날리려 했다.

“어딜.”

남하림은 한 걸음 옆으로 피하며 백한묵의 얼굴을 가격했다.

뻐어억!

남하림의 힘이 담겨 있는 주먹에 백한묵은 허공을 날다 용두방전 바닥에 떨어졌다.

백한묵이 당하는 모습을 보면서도 준극남은 수하들에게 가만히 있으라는 신호를 보냈다.

돈은 돌려주면 될 뿐이었다. 이 꼴을 보니 더 이상 그의 호위를 할 생각이 사라졌다.

“커억!”

“뭐야? 겨우 이 정도에?”

남하림은 실망이라는 듯한 표정으로 오종을 보았다.

“저어…… 기절했는데요?”

“하하하, 잘했다. 저놈은 맞아도 싼 놈이다.”

“그런가요?”

“하림아, 근데 그게 정말이냐?”

“이거요? 네. 제가 매입했어요. 이제 여긴 제 땅이에요.”

남하림은 토지 문서를 들고 추개 영충 앞에 섰다.

“자, 여기요.”

“뭐냐? 왜 나한테 이걸 주지?”

“자랑 좀 하려고요. 좀 잘하지 않았나요?”

영충은 주위를 둘러보았다. 많은 수뇌진들과 시선이 마주쳤다.

“쳇. 생색내기는…… 내가 그렇다고 네놈을 좋아할 것 같으냐?”

“저도 안 좋아하니 괜찮아요. 그래도 한 번은 안아주세요.”

“…….”

덥석.

영충은 짧게 남하림을 안은 뒤 재빨리 떨어졌다.

순간 아주 미세하게 영충의 눈이 떨렸던 것은 아무도 보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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