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걸황무적-6화 (7/328)

6. 한 방 먹이다

가을 새벽의 날씨는 선선했다.

깨끗하고 신선한 공기에 기분 좋게 일어나야 했건만, 남하림의 표정은 도살장에 끌려가는 듯했다.

“아이, 진짜. 무슨 노인네가 그리 힘이 세?”

남하림은 투덜거렸다.

일장로 장두철의 포옹에서 벗어나기 위해 어쩔 수 없이 그의 제안을 받아들였다.

수십 년을 씻지 않는 듯한 냄새에 코는 이미 마비가 되고도 남을 정도였다.

킁킁.

남하림은 팔을 올려 냄새를 맡았다.

옷을 갈아입었건만 하루가 지났는데도 사라지지 않고 그의 냄새가 진동하는 듯했다.

스윽.

신발장 앞에 섰다.

정확히 열두 개의 신발이 가지런하게 놓여 있었다.

남하림을 제외한 사람들의 시선에는 모두 같은 모양과 색의 신발이지만 열두 개의 신발은 모두 색과 모양이 달랐다.

“오늘은 이 신발을 신어야겠어.”

왼쪽에서 두 번째 신발을 꺼냈다.

신발 아랫부분에 미세하게 적혀 있는 사람 이름의 글씨, 장인 전승이 보였다.

포근하면서도 발을 감싸는 느낌이 좋았다.

‘명장이 만든 물건은 역시 뭔가 달라도 다르지.’

중원 십대 장인 중 일인인 전승은 생활에 필요한 물건을 만드는 장인이었다.

여명은 아직 밝지 않았다.

남하림의 발걸음은 현무북지의 장로전으로 향했다.

오늘은 하루 두 시진 동안 일장로 장두철에게 무공을 배우기로 한 첫 날이었다.

장로전으로 가는 남하림의 마음은 편하지 않았다.

장두철은 하림이 개방을 나갈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막더니 이번에는 완전히 개방의 제자로 묶어두려고 했다.

‘그건 안 되지. 절대로 안 배울 거야.’

남하림은 현재 자신이 익힌 무공만으로 충분하다고 생각했다. 그는 굳이 무림인이 될 필요가 없었다.

마땅히 인생 목표가 정해져 있는 것은 아니었지만, 무림과의 연은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가문의 은원이 아니었다면 엮일 일도 없었을 것이다.

“누구냐?”

현무북지로 들어서자 희미한 어둠 속에서 목소리가 들렸다.

“장로전에 가려고요.”

“장로전? 이 시간에?”

규율당 형개 마장석은 모습을 드러내며 상대가 누구인지 살폈다.

‘이 녀석은……!’

상관인 추개가 가장 골칫덩이로 여기는 남하림이었다.

그는 곱지 않은 시선으로 남하림을 노려보았다. 그 때문에 형개의 대주가 추개에게 야단을 맞았기 때문이었다.

“네놈이 무슨 일로 장로전에 가는 거지?”

“가면 안 되나요?”

“방규를 그렇게 잘 따지는 놈이, 묘시가 되기 전에는 무결제자가 함부로 현무북지로 들어와서는 안 된다는 것을 모르느냐?”

“그런가요? 몰랐어요. 아무도 말을 안 해줘서…… 알겠습니다. 그럼 어떻게 할까요? 돌아가야 하나요?”

“당연히. 원래는 따끔하게 혼을 내야 하거늘, 몰랐다고 하니 한 번은 봐주겠다. 빨리 돌아가라.”

여기서 마장석은 한 가지 실수를 했다.

그는 남하림이 장로전에 가는 이유를 물었어야 했다.

“알겠어요. 감사합니다. 혹시 성함은 어떻게 되시나요?”

“형개 마장석이다.”

“고맙습니다. 수고하세요.”

남하림은 고개를 숙이며 돌아섰다.

씨익.

현무북지를 나서는 남하림의 입가에 미소가 나타났다.

‘오기 싫었는데 잘됐네. 그리고 거지 할아버지가 안 찾아왔다고 열받아 하겠지? 히히히.’

돌아가는 남하림의 몸놀림이 새털처럼 가벼웠다.

마장석은 멀리 사라지는 남하림을 보면서 문득 생각했다.

‘……근데 장로전에는 무슨 일로 가려고 한 거지?’

* * *

넝마를 머리에 쓴 채 우소보가 쪼그리고 앉았다.

“잘 봤지? 중요한 임무를 감청하거나 긴급하게 모습을 숨길 때, 이런 식으로 하면 적들을 피할 수 있다.”

“넵, 알겠습니다!”

“좋아, 지금은 나처럼 완벽하게 할 수는 없겠지만 최대한 따라 할 수 있도록 한다. 실시!”

훌러덩.

네 명의 거지 후보생들은 어깨에 걸치고 있던 넝마를 머리에 둘러쌌다.

‘어휴, 이 짓을 왜 해?’

남하림도 허리에 묶어놓았던 비단 천을 푼 뒤 머리 위를 덮었다.

쓰윽.

우소보는 넝마에서 고개를 내밀며 후보생들이 잘하고 있는지 보았다.

‘저…… 놈이.’

눈에 안 띌 수 없다.

‘저러다 맞아 죽고 말지.’

숨는 게 아니라 내가 여기 있소, 하고 알리는 꼴이었다.

‘아. 모르겠다.’

어제 조련관장 주망춘에게 남하림에 대해선 신경 쓰지 말라는 명을 받았다.

하지만…….

하는 짓은 미워도 사람은 미워하지 말라는 신념이 그를 쿡쿡 찔렀다.

그리고 싫건 좋건 자신은 교육을 책임져야 하는 교범이었다.

“야. 남하림.”

“왜요?”

“거지가 비단 천이 뭐야? 동네방네 소문낼 일 있어? 지금 배우고 있는 건 숨는 거잖아. 목숨이 달린 문제에는 제발 똑바로 좀 하자.”

“제 걱정 해주시는 건가요?”

“…….”

“고마운데요? 근데 걱정 안 하셔도 돼요. 어차피 전 이런 짓은 안 할 테니깐요. 이런 건 거지나 하는 짓이잖아요,”

‘망할 놈. 죽거나 말거나 알아서 해라.’

우소보는 정말로 관심을 끊기로 강하게 마음먹었다.

덜컹!

그때, 조련관으로 들어오는 문이 박살 날 것 같은 소리를 내며 열렸다.

“누구?”

우소보가 놀라며 고개를 돌렸다.

‘헉.’

그러고는 씩씩대며 들어서는 장두철을 발견했다.

“일장로…… 님.”

장두철은 고개를 돌리며 비단천으로 얼굴을 가린 남하림을 보았다.

“야앗, 이 녀석이……! 오냐오냐했더니 아주 고얀 놈이구나!”

“오셨어요? 어……? 제가 보이세요? 교범님이 절대로 안 들킬 거라고 했는데…….”

남하림은 미소를 띠며 쪼그리고 앉아 있던 몸을 일으켰다.

“오셨어요? 그래, 왔다. 근데 네놈은 왜 안 왔지? 여기서 한가롭게 이상한 놀이나 하려고 안 온 거냐?”

장두철은 역정을 내며 사방으로 침을 튀겼다.

스윽.

슬쩍 눈치를 보던 남하림은 비단 천으로 얼굴을 반쯤 가리고 보호막을 쳤다.

“그게 아니라 새벽에 갔어요.”

“이놈이……! 이번에는 거짓말을 하는 것이냐?”

“어 그게, 마장석이란 분께 물어보세요.”

“마장석? 그놈이 누군데?”

장두철이 화를 조금 누그러뜨리며 물었다.

“저도 모르죠. 현무북지에서 새벽에 그를 만났는데, 방규도 모르냐면서 무결은 묘시가 되기 전까지 오면 안 된다고 혼냈다고요.”

“이놈아, 나를 만난다고 하면 되지 않느냐.”

“저를 싫어하시니 거짓말이라고 생각하실 것 같았거든요. 그래서 오전 수련을 마친 후에 거지 할아버지께 찾아가려고 했어요.”

“마장석이란 놈이…… 누구였더라?”

“저어…… 일장로님.”

우소보가 공손하게 허리를 숙였다.

“뭐냐?”

“마장석이라 하면 규율당의 형개입니다.”

“뭣이? 정말이냐?”

“네. 그렇사옵니다.”

“흐음, 알겠다.”

장두철은 시선을 돌려 남하림을 보았다.

“넌 나중에 다시 보자. 먼저 할 일이 있어서 가겠다.”

“네. 살펴 가세요.”

휙.

남하림이 고개를 들었을 땐, 장두철의 신형은 이미 사라져 보이지 않았다.

* * *

현무북지 내에서 가장 엄숙한 긴장감이 감도는 곳은 규율당이다.

하지만 오늘은 달랐다.

일장로 장두철이 들어오면서 규율당의 지붕이 들썩거릴 정도였다.

“이놈들이…… 빨리 안 잡아오고 뭘 꾸물거리느냐?”

“아…… 넵. 일장로님. 잠시만…….”

영충은 정신을 차릴 수 없었다. 느닷없이 방문을 열고 장두철이 들어섰다.

그가 원하는 것은 수하 마장석.

“저어…… 대체 그가 무슨 짓을 했습니까?”

“이보게, 추개. 아무리 그놈이 밉다고 해도 지킬 건 지키는 게 좋을 것 같네. 수하들 교육을 똑바로 해야겠어. 내가 규율당을 맡을 때는 이런 일이 없었다고.”

“…….”

영충은 그가 대체 무슨 말을 하는지 몰랐다.

“오늘부터 새벽마다 하림이가 장로전에 오기로 되어 있었네.”

‘…….’

영충은 바로 이해가 되었다. 그의 설명이 없어도 알 것 같았다.

어제 현무북지의 야간 근무 당번은 마장석이었다.

하림이 마장석에게 일장로를 만나러 간다고 말을 했으면 문제가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이를 모르는 일장로 장두철의 입장에서는 형개 따위가 장로전을 무시했다고 생각했을 터.

밖에서 인기척이 들렸다.

“마장석입니다.”

“들어오게.”

영충의 말이 떨어지자 마정석이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섰다.

‘대체 왜?’

규율당으로 오면서도 마장석은 자신이 무엇을 잘못했는지 떠오르지 않았다.

영충이 보기에 마장석의 잘못은 아니었다.

“일장로님, 모든 게 제 잘못입니다. 제가 앞으로 이런 불상사가 일어나지 않도록 하겠습니다. 마 형개에게는 잘못이 없습니다.”

“추개님, 제가 무슨 잘못을……?”

영충의 엄한 시선을 받은 마장석은 말을 멈추었다.

“자네가 사과를 해서 이번은 특별히 넘어가겠네. 우리 적당히 하세나.”

스윽.

장두철은 화를 풀고, 자리에서 일어나며 돌아섰다.

그리고 호랑이 같은 매서운 눈빛으로 마장석을 노려보았다.

타악.

장두철은 그의 어깨를 내리치며 잡았다.

“네 녀석은 운이 좋군. 최소한 한 팔 정도는 부러뜨릴 생각으로 왔거든. 추개한테 고맙게 생각하도록.”

“…….”

마장석은 대체 무슨 일인지 어리둥절했다.

장두철이 밖으로 사라진 뒤 마장석은 추개를 보았다.

“대체 무슨 일이십니까?”

“그것이 어떻게 된 것이냐면…….”

영충은 표정이 굳은 채로 일장로가  화를 낸 이유를 설명했다.

‘이런…… 그렇지 않아도 이상하다고 생각했는데. 제기랄.’

마장석도 영충과 마찬가지로 당했음을 알았다.

“죄송합니다. 제가 이유를 물어봤어야 했는데…… 그만 그놈을 보자마자 화가 났던 것 같습니다.”

“됐다. 모두에게 알려라.”

“추개님, 앞으로 그놈에 대해서는 신경을 쓰지 않는 것입니까?”

“그건 아니다. 방규를 어지럽히거나 어기는 행동을 하면 무조건 잡아낼 것이다.”

“명심하겠습니다.”

영충은 의자에 몸을 맡겼다.

며칠 동안 곰곰이 생각을 한 바, 영충은 하림에 대한 계획을 바꾸었다.

그동안은 어떻게 하면 쫓아낼 수 있는가 대해 집중했다면, 지금은 달랐다.

‘네놈이 본 방에서 스스로 나가게 만들어주마.’

* * *

오전 일과가 끝이 났다.

꿀맛 같은 한 시진의 휴식 시간이 시작되었다.

털썩.

거지 후보생들은 바로 바닥에 주저앉았다.

피중혁은 바닥에 누운 채 앞을 지나가는 남하림을 보았다.

“남하림, 어디 가?”

그가 염려되거나 걱정이 되어서가 아니었다. 괜한 일로 자신들에게 피해가 오지 않을까 싶었다.

남하림도 그의 생각을 읽었다.

“나 때문에 피해 안 가게 할 테니 걱정 마세요. 제 시간에 올 테니.

“…….”

피중혁은 속마음이 들키자 민망한지 귀가 붉어졌다.

털썩.

남하림은 짧은 시간이라도 눕고 싶었다.

푹신한 양모로 만든 베개에 머리를 누이자 잠이 밀려왔다.

눈을 감고 잠시 눈을 감았다.

겨우 한 달이 넘었는데.

벌써 일 년이 지나간 듯한 느낌을 받았다.

짧게 잠을 청하려고 했지만 막상 누우니 잠이 오지 않았다.

‘분명 쫓겨날 완벽한 기회가 서너 번은 있었는데…… 막판에 틀어지네.’

그 이유에 대해서는 무시할 수 없는 존재, 일장로 장두철 때문인 것을 잘 알았다.

“나하고 전생에 원수를 진 사이가 분명 맞을 거야.”

다른 사람들은 몰라도 그에게는 말이 통하지 않았다.

개방에 있는 한 그를 벗어날 수 없는 운명 같았다.

“어휴, 내 팔자야. 이러다 진짜 거지 팔자가 되는 게 아닌가 몰라.”

그때 부종이 팔자걸음으로 조련관 앞 연무장에 나타났다.

“뭣들 하는 거야? 빨리 집합 안 하고!”

후다다다.

연무장 근처에서 쉬고 있던 거지 후보생들이 빠르게 달려 나왔다.

“후후후.”

그는 연무장에 줄을 맞추는 후보생들의 모습을 보는 것이 가장 기분 좋았다.

‘크크크. 내 밥들…….’

터벅터벅.

그때 연무장으로 힘없이 걸어오는 발걸음 소리가 들렸다.

‘저놈…….’

부종의 인상이 바뀌었다.

그는 인상을 팍 쓰고 자리에 들어가는 남하림을 노려보았다.

“남하림, 똑바로 시간 엄수하지 못하겠나?”

“아직 멀었거든요.”

“뭐가 멀었다는 거지?”

“수업 시간요. 교범님이 일찍 오셨잖아요. 괜히 일찍 와서 사람들 피곤하게 하지 마시고 시간 좀 지키세요. 이것도 엄연한 횡포라고요.”

‘…….’

남하림이 당당하게 말하자 부종은 순간 자신이 잘못했는가 싶었다.

지금까지 수많은 거지 후보생들을 교육시켰지만 이런 놈은 정말이지 단 한 명도 없었다.

‘진짜 피곤한 놈일세. 빨리 교육 마쳐서 내보내고 싶다.’

“……그래, 미안하다. 내가 시간을 잘못 봤다. 그럼 조금 더 쉴까?”

“됐어요. 이왕 왔으니 수업이나 하죠.”

‘닝기리…….’

부종은 화를 참았다.

어제 있었던 일에 대해 모르는 본 방의 거지들은 없었다.

‘이 녀석 뒤에는 일장로 항걸님이 계신다. 괜히 건드려서 시끄럽게 할 필요는 없지.’

“모두 집중.”

부종은 더 이상 남하림에게 신경 쓰지 않기로 했다.

탁탁.

외면하듯 슥 고개를 돌린 부종은 손바닥으로 타구봉을 치면서 말을 이었다.

“오늘은 본 방의 제자가 되면 배울 수 있는 무공을 익힐 것이다.”

웅성웅성.

부종의 말이 끝나자 거지 후보생들 사이에서 만족스러운 탄성이 나왔다.

비록 자신들의 모습은 거지라 하나 개방은 당당히 중원 무림의 한 축을 담당하는 구파일방의 대문파였다.

씨익.

부종은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그 또한 개방의 무공에 대해 자부심을 가지고 있었다.

“모두 잘 들어라. 오늘부터 익히게 될 본 방의 절기인 타구십팔초(打狗十八招)다.”

“우와, 타구십팔초.”

개방의 제자라면 필히 익히는 타구초식법.

후보생들은 부종의 모든 말과 행동에 집중했다.

“잘 들어라. 타구십팔초는 총 아홉 개의 초식으로, 봉(捧)과 착(擉)의 구결로 된 열여덟 개의 봉법이다.

부종은 초식을 펼치기 위해 준비 자세를 잡았다.

휘릭.

그리고 빠르게 타구봉을 들며 공구난마(攻狗難磨) 초식을 펼쳤다.

바람 소리와 함께 이어지는 그의 동작이 멋들어졌다.

“와아…….”

후보생들 사이에서 감탄이 나왔다.

‘후후후.’

부종은 후보생들의 반응이 만족스러워 씩 웃고는 고개를 들어 후보생들을 보았다.

“이번에는 실전에서 어떻게 쓰이는지 대충 보여주겠다.”

척.

그러더니 갑자기 남하림을 가리켰다.

“잠깐 나와봐.”

‘후후후.’

부종의 입가에 살며시 미소가 지어졌다.

“방금 내가 봉과 착의 구결이라고 했는데 무슨 말인지 모르겠지?”

“아뇨.”

“아니라니? 봉과 착에 대해서 안다고?”

“당연하죠. 그걸 몰라요?”

간단한 남하림의 대답에 오히려 부종이 놀랐다.

“봉과 착이 뭐지?”

“봉의 구결은 막는 것이고 착의 구결은 찌르는 것이잖아요. 그 정돈 다들 안다고요.”

“아하…….”

하지만 후보생들은 이제야 알겠다는 듯 웅성거렸다.

부종은 고개를 돌려 인상을 썼다.

“다들 조용히 안 하나?”

뚝.

그의 호통에 연무장이 조용해졌다.

부종이 다시 남하림을 보며 물었다.

“봉과 착을 자아아알 알고 있다니 아주 잘됐군. 내가 초식에 두 가지 구결을 사용해서 펼친다면 막아낼 수 있겠지. 안 그래?”

“음…… 그럭저럭요.”

‘…….’

부종은 기분이 나빠졌다.

어떻게 된 게 못 막는다는 소리를 하지 않았다.

‘좋아. 네놈이 얼마나 잘난 체를 하는지 보겠다.’

부종은 후보생들을 향해 소리쳤다.

“공구난마의 초식에 봉과 착의 구결을 보여주겠다. 어떻게 다른지 똑바로 보도록.”

“넵. 알겠습니다!”

후보생들은 부종과 남하림을 자세히 보기 위해 옆으로 물러났다.

“이놈, 얼마나 잘 막는지 두고 보자.”

스윽.

부종은 옆으로 발걸음을 옮기며 천천히 남하림의 오른쪽으로 돌아섰다.

가만히 서 있는 남하림의 눈동자가 부종을 따라 움직였다.

타앗!

한순간 부종이 타구봉을 들어 초식을 펼쳤다.

남하림은 머리를 향해 곧바로 날아오는 타구봉을 보며 옆으로 한 걸음 움직였다.

“멍청한 놈. 뒤로 움직였어야지!”

휘익.

부종은 틈을 놓치지 않고 타구봉을 옆으로 휘둘렸다.

따악.

‘엥?’

그리고 손을 들어 타구봉을 막아낸 남하림과 시선이 마주쳤다.

“누가 멍청하다는 거예요? 착으로 들어오는 걸 옆으로 피하면 당연히 함정이라고 생각해서 물러나는 게 맞잖아요.”

“……허억-”

퍽.

그러고는 남은 한 손으로 부종의 복부를 가격했다.

“아아악!”

부종은 배를 움켜잡고 뒤로 물러나며 소리쳤다.

“누가 공격하라고 했어? 막으라고 했잖아!”

“공격은 최고의 방어라고 하던데요. 아닌가요?”

“이…… 씨.”

부종은 허리를 겨우 펴며 미소 짓는 남하림을 보았다.

보면 볼수록 절대로 상종해서는 안 될 것 같은 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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