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걸황무적-4화 (5/328)

4. 건드리지 마

남하림이 개방에 들어온 지 한 달이 지났다.

정말 최선을 다했다.

방규를 어기지 않고 상황에 맞게 행동하고, 개방을 싫어하는 기색도 최대한 노골적으로 보이지 않았다.

‘이게 모두 방주와, 특히 그 할아버지 때문이야.’

일장로 항걸 장두철은 쫓겨날랑 말랑 한 아슬아슬한 상황에서 매번 하림의 편을 들어주었다.

“아…… 진짜 피곤한 거지 할아버지야. 무조건 좋다고만 하니…… 진짜 우리 할아버지하고 똑같잖아!”

남하림은 투덜거리며 밖으로 나가려고 신발을 보았다.

‘…….’

고왔던 내 신발.

한겨울 내리는 눈보다 더 하얗던 신발은 어느새 누렇게 변해 있었다.

온종일 빨아도 원래대로 돌아오지 않았다.

‘휴우…….’

가슴이 내려앉도록 긴 한숨을 내쉬며 신발을 신었다.

“아 진짜…… 오늘 쉬는 날인데 왜 자꾸 부르는 거야. 제대로 일 처리도 못하면서…….”

영충의 부름 때문인지 더러워진 신발 때문인지 여하튼 짜증이 밀려왔다.

남하림은 밖으로 나와 현무북지로 터덜터덜 걸었다.

* * *

개방대평(丐幇大平).

오십만 평의 땅덩어리.

중원 무림에 이보다 넓은 대지를 지닌 문파는 없을 것이다.

언뜻 체계가 없다고 하나 개방대평은 네 구역으로 나뉘었다.

주력 무력단의 청룡동지(靑龍東地).

수련생들의 백호서지(白虎西地).

주요 각 당의 현무북지(玄武北地).

거주지인 주작남지(朱雀南地).

그곳에 움막들과 건물들이 중구난방으로 아무렇지 않게 세워져 있었다.

현무북지의 집법당.

전각이라 하나 겉모습과 다르게 안은 거의 텅 비어 있었다.

집법당으로 들어서는 중년 거지.

규율당 당주인 추개 영충은 매우 화가 났다.

그는 집법당 호위의 인사도 받는 둥 마는 둥 무작정 안으로 밀어닥쳤다.

쿵! 쿵! 쿵!

그가 한 발씩 내디딜 때마다 울리는 소리에 마룻바닥이 무너질 듯했다.

치켜 올라간 두 쪽 눈썹.

흥분을 감추지 못한 그의 콧구멍에서 바람 소리가 씩씩거렸다.

“위한소. 들어가도 되겠나?”

영충의 목소리는 무거웠다.

그와 다르게 안에서 들려오는 목소리는 부드러웠다.

“들어오시게.”

드륵.

문을 연 영충은 양손을 벌려 반갑게 맞이하는 위한소를 보았다.

“오호, 영충. 자네가 웬일인가?”

“됐네. 그럴 기분이 아니네.”

퉁명한 목소리만으로 영충의 기분이 어떠한지 훤히 보였다.

“허허, 왜 그러는가? 우리 사이가 이러지는 않잖아.”

‘징그러운 녀석.’

“아 됐고. 자리에 앉아봐.”

“쩝. 아쉽네. 자네는 변했구만.”

가끔 이런 식으로 말하는 위한소를 보면서 영충은 온몸에서 힘이 빠졌다.

‘능글맞은 놈. 오늘은 안 당한다.’

항상 대화를 하다 보면 그에게 말려들었다.

털썩.

영충은 멍석이 깔린 바닥에 앉으면서 두리번거렸다.

‘여전하군.’

집법당 집무실이라고 해봤자 가구는 업무를 볼 수 있는 좌탁이 전부였다. 그것도 언제 만들었는지 세월의 흔적이 군데군데 묻어 있었다.

벽에는 의전 행사에 필요한 누런 옷이 한 벌뿐.

당주가 되면 최소한 두 벌 정도는 있어야 하건만, 그는 개방 방도에게 받을 만큼 청빈한 생활을 했다.

“무슨 할 말이 있는가?”

‘아 참.’

영충은 전의를 불태우듯 눈에 힘을 주었다.

“어어? 자네 눈에 이상한 게 들어갔는가? 내가 불어줄까?”

슥.

갑자기 얼굴이 가까이 다가오자 영충은 깜짝 놀랐다.

진심으로 한 대 패고 싶다.

‘이 자식이……?’

“야. 얼굴 치워. 어째 나이가 먹어도 하는 게 옛날이나 지금이나 하나도 안 변하나?”

“이 사람아. 사람이 변하면 죽는다고 하지 않는가. 난 아직 죽기 싫다네. 자네는 죽고 싶은가?”

“미쳤냐? 난 네놈보다 더 오래 살 테다.”

“후우. 다행일세. 내가 죽으면 누가 내 뒤처리를 해주나 고민했다네. 자네에게 부탁하면 되겠군. 자네는 벽에 똥칠 할 때까지 살게.”

“…….”

꿈틀.

손에 핏줄이 불거지며 다시 힘이 들어갔다.

영충은 울컥 오르는 감정을 애써 진정시켰다.

‘참자. 또 이 녀석에게 말리면 말도 못 꺼내고 나간다. 이번에는…… 꼭!’

휴우.

영충은 심호흡을 크게 내쉬었다.

“자네가 누군가? 집법당의 당주이자 법개 아닌가?”

“맞네. 자네는 규율당의 당주이자 추개이지. 그리고 어릴 적 고추 친구이고…….”

“야, 그 얘기는 왜 해?”

항상 대화를 나누다 보면 산으로 올라갔다. 늘 알면서도 당하는 자신이 한심했다.

“아니…… 그냥 그렇다고…….”

“잠깐, 지금부터 내가 말하라고 할 때까지는 한마디도 하지 말게.”

“……”

영충은 입을 다문 위한소를 보았다.

또르르. 또르르.

위한소의 눈동자가 좌우로 굴러다니는 소리가 들리는 듯했다.

‘아. 진짜……!’

신경이 쓰였다.

“이보게, 눈동자도 움직이지 말고. 가만히 나를 보면 안 되겠나?”

위한소의 눈동자가 뚝 멈추었다.

“고맙네. 그럼 내가 찾아온 용건에 대해서 말을 하겠네.”

끄덕끄덕.

위한소가 짧게 두 번 고개를 움직였다.

“본 방의 기강을 유지하기 위해서 방규를 어기거나 무시하는 방도를 단속하고 제재하는 업무를 하는 곳이 규율당이네. 맞는가?”

끄덕.

또 한 번 움직였다.

“우린 수많은 방도가 있으니 누구 하나라도 방규를 지키지 않는다면 어찌 되겠나. 한순간에 질서가 무너지네.”

슥슥.

위한소는 손가락으로 자신의 입을 가리켰다.

“말하게.”

“허어, 고맙네. 말을 하지 말라고 해서 숨이 차 죽는 줄 알았네.”

“숨을 멈추라고 한 적은 없네.”

“허허허, 그런 것이었나? 몰랐네.”

“지금 농담할 기분이 아니네.”

“그렇지. 방규는 꼭 지켜야지.”

“잘 알면서 자네는 왜 반대를 하는가?”

위한소는 고개를 흔들었다.

“자네는 내가 반대를 했다고 하는데…… 무엇을 반대했다는 말인지 모르겠네.”

“무엇을 반대했는지 모른다고?”

영충은 말하면서도 가슴이 답답했다.

그때였다.

“당주님, 남하림이 도착했습니다.”

“내가 불렀네.”

영충은 규율당 수하를 시켜 남하림을 집법당으로 오게 했다.

드륵.

남하림은 안으로 들어서면서 화가 잔뜩 난 영충을 보았다.

‘이번에는 제대로 쫓아내 주세요! 힘 좀 쓰시라고요!’

남하림은 추개를 응원하며 두 사람에게 고개를 끄덕였다.

“저를 불렀어요?”

“하아아…….”

영충은 자신도 모르게 한숨이 나왔다.

어른에 대한 공경심이라고는 전혀 눈곱만큼도 보이지 않았다.

“저기 서 있어.”

그는 한쪽을 가리켰다.

“다리도 아픈데…… 앉아 있으면 안 될까요?”

“네놈이 뭘 했다고 다리가 아파? 푹신한 침상에서 자는 놈이?”

“뭐 하긴요. 수련관에서 얼마나 열심히 수련하는데요. 오늘도 기마자세를 거의 한 시진 넘게 했잖아요. 무공 사범이 무공을 잘 모르는 것 같더라고요. 아는 게 없으니 날마다 기마자세만 시키는 거 같던데.”

“…….”

수련관에서 하루에 몇 번씩 비명이 들린다는 소문이 났다.

무공을 몰라서 안 가르쳐 주는 게 아니라 말을 안 들어서 기합을 받는 것이었다.

예전부터 있던 수련생들은, 남하림이 오고 나서부터 수련이 열 배나 더 힘들어졌다고 말할 정도였다

“허허허, 수련을 많이 했다니 앉아서 듣도록 해라.”

위한소는 허허롭게 끄덕이며 하림을 자리에 앉혔다.

영충은 다독거리는 그의 모습을 보면서 또 화가 났다!

“이왕 말이 나왔으니 묻겠다. 모두 바닥에서 자는데 거지가 침상에서 자는 게 말이 되느냐?”

“그거요? 지금은 바닥에서 자는데요? 그리고 방규에 보니 개방 방도는 스스로 이부자리를 만들면 된다고만 적혀 있어요. 침상에서 자면 안 된다는 구절은 안 보이던데요.”

“…….”

“그리고 방주님도 침상에서 주무시는 걸로 알아요.”

어떻게 된 놈인지 한 번 읽어본 방규를 전부 기억하고 있었다.

“음, 아…… 그렇구나. 그럼 혹시 추개님도 침상을 하나 구해 드릴까요?”

영충은 순간 말문이 막혔다.

하지만 이내 눈을 부릅뜨며 남하림을 노려보았다.

“네놈이 바닥에서 자면 뭐 하냐? 방규에 없다고 해도 최고급 비단으로 만든 이불에 양털로 만든 베개까지. 이것들은 어떻게 설명할 것이냐? 어지간한 부자들도 구경 못 하는 물건들이다.”

“전 일반 부자가 아니잖아요. 방금 말한 저것들은 우리 집 대풍이도 깔고 자요.”

남천상국이라면 황궁보다 돈이 더 많다고 알려져 있으니 틀린 말은 아니었다.

“대풍이가 누군데?”

“제가 키우던 강아지요.”

풋.

옆에서 차를 마시던 위한소는 순간 앞으로 차를 내뱉었다.

영충은 소매로 찻물에 젖어 무시무시하게 구겨진 얼굴을 닦았다.

“이…… 사람이…….”

“아, 미안하네.”

부글부글.

속이 끓었다.

하지만 또 다른 게 남아 있었다.

“좋다. 근데 네놈은 왜 단체 생활을 하지 않지?”

“그게 무슨 말씀이시죠? 거지 생활에 단체 생활이 어디 있나요? 자유로운 영혼이라면서요.”

“밥 말이다. 네놈은 밖에 나가서 따로 먹고 오지 않느냐? 그건 네가 본 방을 무시하는 게 아니냐?”

“아니, 제가 밥을 밖에서 먹든 안에서 먹든 무슨 상관이에요? 방규에 하루에 한 끼만 먹으라고 해서 지키고 있는걸요. 돈 주고 사 먹는 것도 아니고. 한 끼 식사에 삼 첩 이하로 먹으라고 해서 그렇게 먹고 있다고요.”

“…….”

분명 잘못을 저지르는 것 같은데 막상 따지면 잘못한 게 없었다.

남하림은 그런 그를 보면서 답답해했다.

‘이 아저씨 또 머뭇거리잖아? 그냥 막 밀어붙이라고요!’

집법당으로 부른다는 말에 이번에야말로 쫓겨나나 기대를 조금 했는데, 말짱 도루묵이 될 것 같았다.

‘다들 왜 머리가 안 좋아! 얼마든지 머리를 굴리면 나를 쫓아낼 수 있잖아요! 답답해 미치겠네.’

가끔은 포기하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법개, 이 녀석 옷을 보게. 이게 어디 거지들이 입는 옷인가? 세상에 비단으로 옷을 만들어서 입는 거지가 어디 있나?”

“…….”

“게다가 하루에 한 번씩 목욕까지 하고 오네. 이건 개방의 거지가 아니란 말일세!”

“허허허, 추개, 잠시 흥분을 가라앉히고 들어보게. 옷이야 비단이면 어떻고 무명이면 어떤가. 자네는 사람을 대할 때 외모를 보고 판단하는가?”

“그런 말이 아니지 않는가!”

“같은 것이네. 저 아이의 외면을 보지 말고 내면을 보게. 그러면 자네도 알 것이네.”

휙.

영충은 고개를 돌리고 있는 남하림의 옆모습을 노려보았다.

“아니…… 난 이런 놈이 개방에 있다는 게 싫네. 쫓아내고야 말 것일세.”

씨익.

남하림은 무심한 표정을 지었다.

‘아저씨의 집념에 힘을 보태주고 싶어요. 제발…….’

* * *

한바탕 소란이 지나고 남하림은 집법당을 나왔다.

따가운 시선이 주위에서 느껴졌다.

‘쳇.’

어쩔 수 없었다.

‘미운털이 제대로 박혔네. 뭐……. 그렇다고 미안할 건 없어.’

개방의 거지들.

이들이 자신을 싫어하든 미워하든 관심이 없었다.

자신의 인생에 스쳐 지나가는 사소한 것들이라 생각했다.

그들을 무시하는 것이 아니라 그냥 의미가 없는 존재일 뿐이었다.

남하림이 돌아가려는데,

스윽.

‘뭐야?’

앞을 가로막는 사람들이 있었다.

모두 세 사람. 허리에 찬 세 개의 매듭이 보였다.

“잠깐 이야기할까?”

그들 중 한 명이 고개를 숙이며 남하림의 귀에 소곤거렸다.

“여기서는 못 하나요?”

“어, 당연히. 네놈을 패주고 싶어서.”

“그래요? 그러기엔 주위에 보는 눈이 많은데요.”

“뭐…… 도망가도 좋아. 어차피 한 번은 만날 테니깐.”

“누가 도망간다고 했나요? 전 거지 아저씨들처럼 비겁하지 않아요.”

“이놈이…… 누가 비겁하다는 말이지?”

“어른 세 명이 어린애 하나를 감싸며 협박하는 게 비겁한 짓이 아닌가요? 개방은 협의가 어쩌고저쩌고 하더니만…… 전부 개뻥이네요. 거지가 원래 그렇지 뭐.”

덥석.

얼굴이 빨개진 막항이 남하림의 멱살을 잡았다.

타악.

“이 손 치워요. 어딜 더러운 손으로 내 옷을 잡아요?”

남하림은 그의 손을 내리쳤다.

‘악!’

가까스로 비명은 참았지만, 막항은 팔이 부러지는 줄 알았다.

“이 새끼가! 정말 맞고 싶은 것이냐?”

“날 때릴 수 있다고 보세요? 하긴 세 명이니깐 충분히 때릴 수 있다고 보셨나 보네.”

“하하하. 이놈, 완전히 간 덩어리가 부은 모양이군. 겁을 상실한 모양인데 따라와라.”

“앞장서세요. 비겁한 거지들은 두렵지 않아요.”

막항은 얼굴 근육이 꿈틀거렸다.

“이 새끼가…… 따라와.”

주작남지에 대나무숲이 있을 줄은 몰랐다.

막항은 돌아서며 바로 따라오던 남하림을 보았다.

“마지막 기회를 준다. 지금까지 네놈이 했던 일에 대해 잘못을 빈다면 없던 일로 넘어가 준다.”

“싫은데요.”

“완전히 미친놈이구만. 세상이 네놈이 생각하는 것처럼 만만하게 돌아갈 것이라고 생각하면 안 된다.”

막항은 두 명의 동료와 시선을 마주쳤다.

스슥.

두 명이 남하림을 포위했다.

“두 번 다시 까불지 못하도록 동문의 어른으로서 가르침을 내리겠다!”

“어른 같은 소리하고 있네. 협박이나 하고 있으면서.”

“…….”

타앗!

막항은 타구봉을 들었다.

휘익.

그러고는 세 방향에서 동시에 남하림을 가격했다.

따악. 딱 .따악.

남하림은 몸이 따끔했지만 타구봉을 맞으면서 참아냈다.

개방 삼결제자의 무공.

무시할 수 없었다.

휙휙.

그들이 움직일 때마다 타구봉은 여지없이 남하림에게 적중했다.

교육 차원으로 오 성의 내력을 담고 있었지만 하림은 세 명의 공격을 맞으면서도 끄떡없었다.

‘뭐야, 이놈은?’

한참 전에 바닥을 뒹굴고 있어야 정상일 텐데.

막항이 보기에 남하림은 도무지 쓰러질 기미가 없었다.

두 명의 동료도 당황한 눈빛이었다.

‘열다섯밖에 안 된 녀석의 몸이 뭐 이리 튼튼해?’

금강불괴라도 되는 건가?

그렇다고 그들이 전신의 내력을 끌어 올린다면 큰 부상을 입힐 수도 있었다.

혼을 낸 것 같지도 않은데 이쯤에서 그만둘 수도 없고.

그들은 예상과 다르게 상황이 흘러가자 당황했다.

남하림은 일각 동안 정신없이 맞으면서 그들의 움직임을 읽었다.

‘아 이씨, 더럽게 아프네!’

온몸이 쑤셨지만 하림은 아픈 표정을 짓지 않고 참았다.

‘금강불괴의 무공이라 해서 보법은 안 배웠는데…….’

그때 보법을 배우지 않은 게 후회가 되었다.

순간 세 사람이 잠시 뒤로 물러났다.

까닥.

남하림은 떨어져 있는 그들을 보며 손을 움직였다.

“더 안 들어오고 뭐 해요? 겁먹었어요?”

“……”

“구걸에 제일 중요한 게 인내심이라던데. 거지 맞아요?”

“이…… 새끼가……!”

막항은 순간 욱 올라왔다.

타앗.

전신의 내력을 끌어올린 그가 순식간에 남하림을 향해 달려들었다.

“이런, 막항!”

두 명의 동료가 대경실색해 소리쳤다.

하지만 이미 막항의 타구봉은 남하림의 머리를 향해 떨어지고 있었다

쉬익.

얼마나 힘을 실었는지, 막항의 마지막 공격은 소리가 달랐다.

남하림은 눈을 크게 뜨며 그의 움직임, 머리 위에 떨어지는 타구봉이 아닌 그의 몸을 주시했다.

‘지금이다.’

막항의 허리가 돌아가려는 순간이었다.

타앗!

남하림은 앞으로 개구리처럼 솟구치며 몸을 날렸다.

‘어…… 어……?’

막항은 갑자기 앞으로 날아오는 남하림의 머리밖에 볼 수 없었다.

빠악.

막항의 얼굴 정면에 남하림의 머리가 정확히 박혔다.

“커어어억!”

대나무숲이 떠나갈 듯 비명이 터져 나왔다.

쿵쾅.

막항은 그대로 뒤로 넘어지며 정신을 잃었다.

조금 더 강하게 머리에 부딪혔다면 정신이 아니라 목숨을 잃었을지도 몰랐다.

후다다다-

두 명의 동료가 기절을 한 막항의 곁에 다가서며 소리쳤다.

막항은 입에 거품을 물고 있었다.

“막항! 막항! 정신 차리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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