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걸황무적-3화 (4/328)

3. 거지, 교육받다

백호서지(白虎西地)의 조련관.

평온한 거지 생활을 위해 기초과정을 배우고 익히는 장소이다.

“모두 주목.”

이결제자 우소보는 근엄한 표정을 지었다.

거지 표정에 근엄한 게 어울릴까.

다섯 명의 거지 후보생들.

그중 깔끔한 차림새로 독보적인 존재감을 내뿜던 남하림은 긴 한숨을 내쉬었다.

계속 숨을 멈출 수는 없었다.

“하아…….”

겨우 세수만 하고 목욕은 얼마나 하지 않았는지, 삼 장이나 떨어져 있었는데도 바람을 타고 우소보의 냄새가 스멀스멀 밀려왔다.

“남하림!”

우소보는 눈에 불을 켜며 소리쳤다.

“왜요?”

“방금 왜 한숨을 내뱉었지?”

남하림은 대답을 안 했다.

‘아, 진짜 까마귀 고기를 먹었나.’

소귀에 경 읽기도 아니고 몇 번 물어보는지 세는 것도 귀찮다.

“이 자식이…… 교범인 내 말이 안 들려?”

“잘 들려요. 교범님 몸에서 나는 냄새만큼 자아아아알 들려요.”

“…….”

거지들은 전부 냄새가 난다. 안 나는 저놈이 비정상이다.

부들.

우소보는 손아귀를 쥐었다.

첫날부터 말대꾸나 하면서 제대로 교육을 받은 적이 없었다.

교육을 받기 전날, 법개 위한소와 일장로 항걸 장두철이 직접 찾아와서 부탁을 했다.

그 녀석에게 절대로 화를 내면 안 되네. 알겠나?

만일 다른 놈 같았으면 벌써 조져도 백 번도 넘게 조졌을 것이었다.

세 번 참으면 살인도 면한다고 했다.

‘그래, 내가 참아야지. 이런 놈을 똑바로 교육시킨다면 두 분에게 좋은 점수를 받을 수 있겠지.’

우소보는 오직 이 한 가지만을 생각하며 꾹 참았다.

“잘 들어. 오늘은 어제 배운 구걸의 이론을 직접 실습할 것이다. 알겠나?”

“넵, 교범님.”

“남하림, 넌 왜 대답을 안 하는 거지. 하기 싫어?”

“그러든지요.”

그의 말에 귀찮은 듯 대답했다.

남하림의 목표는 하나.

개방에서 나가는 것.

불명예가 아닌 명예롭게.

뒷말이 나오지 않도록 깔끔한 일 처리를 원했다.

방규나 규율을 어겨 쫓겨 나갈 생각은 없었다. 그건 아버지의 인정을 못 받는 일이다.

개방이 자연스럽게 자신을 내보낼 수 있도록 만든 뒤 나가야 했다.

한편 우소보는 저놈이 이상했다.

분명 하루도 버티지 못할 거라 생각했는데.

‘…….’

신기하게 투덜거리면서도 할 건 다 했다.

‘이거 참, 추개님께서 원하는 대로 안 움직인단 말이야.’

우소보는 뭐라고 꼬집어 딱 말할 수가 없었다. 저놈은 선을 넘는 듯 아닌 듯 마지막 끝에서 아슬아슬하게 넘지 않고 돌아섰다.

‘쩝…… 하지만 남하림 넌 언젠가는 선을 넘을 놈이다.’

* * *

개봉으로 나왔다.

길가에 나와 있는 거지 교육생들.

개봉의 백성들은 그들에게 신경을 쓰지 않았다. 눈에 밟히는 게 거지들이었다.

우소보가 나섰다.

“어제 구걸의 기술에 대해서 설명했다. 기억하고 있지?”

“넵, 교범님.”

“후진공, 말해봐. 어떻게 한다고 했지?”

그는 초롱한 눈을 반짝이며 자신 있게 말했다.

“우선 구걸의 대상을 찾으며 확인한다. 구걸의 대상이란 돈을 줄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사람이다. 목표가 정해졌으면 최대한 민폐를 끼치지 않는 선에서 구걸을 청한다. 만약 거절을 할 경우 물러서지 않고 불쌍한 척한다. 그래도 주지 않을 때는 끈질기게 물러서지 않고 귀찮게 한다.”

“맞다. 대부분 그 정도면 중원 어디를 간들 충분히 구걸을 할 수 있다. 하지만 이것이 우리의 궁극적인 목적은 아니다. 구걸의 목적은 중원에 떠도는 정보를 얻기 위해서이다. 개방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게 무엇이지?”

“거지입니다.”

“누구야?”

척.

후진공은 뿌듯하게 손을 들었다.

뻑.

우소보는 그대로 주먹을 날렸다.

“이 자식이 우리가 진짜 거지인 줄 아나?”

“으앗! 죄송합니다.”

“모르면 가만히 있어. 야, 남하림, 말해봐.”

“정보요.”

귀찮은 듯 퉁명스러웠다.

“뭐어?”

“정보라니깐요. 귀먹으셨어요?”

‘아. 진…….’

우소보는 또 한 번 손이 부들거렸다.

‘휴우. 참자. 세 번 참으면 살인도 면한다고 했다.’

“저놈이 말한 대로 정보다. 구걸의 진정한 목적은 상대방에게 최대한 달라붙어 귀는 그들의 목소리에 집중하는 것이다. 이 정도 실력이 되려면 네놈들은 아직 멀었다.”

우소보는 지나가는 사람들을 보았다.

“일단 구걸부터 똑바로 해야 한다. 그럼 여기에서 한번 실습을 해보겠다. 누가 먼저 할 테냐?”

“교범님이 한번 시범을 보여주세요. 초보자가 어떻게 이론만 듣고 성공할 수 있나요?”

‘저놈이?’

팔짱을 끼며 비스듬히 옆으로 고개를 숙인 남하림과 우소보의 시선이 마주쳤다.

“자신 없으세요?”

“…….”

“어제 침 튀기도록 말했던 사람이 누군가요? 아…… 뭐라고 했더라? 내가 나가면 일각도 지나기 전에 금덩어리도 구걸할 수 있다고 들은 것 같던데…… 설마 허풍은 아니죠?”

“나를 못 믿어?”

“거지의 거짓말을 어떻게 믿어요. 차라리 대풍이를 믿겠네.”

“이 자식이……? 대풍이가 누구야?”

“대풍이요? 제가 집에서 키우던 개 이름요.”

개보다 못하다는 말?

부들부들.

우소보는 또 한 번 손이 부들거렸다.

‘참자…… 참자…… 여기에서 난리치면 개망신이다.’

“좋다. 내가 만일 구걸에 성공하면 어떻게 할 테냐?”

“후보생에게 뭘 요구하세요. 그거야 교범님으로서 당연한 일 아닌가요? 아, 진짜 개방 왜 이래?”

우소보의 얼굴이 빨갛게 올라왔다.

“좋다. 똑바로 봐라.”

그는 뒤로 돌아서며 주위를 살폈다. 그리고 지나가는 사람들 중에서 가장 돈이 많아 보이는 사람을 찾았다.

‘저자다.’

중년 사내와 젊은 여인.

‘크크크., 저놈은…….’

우소보는 그를 잘 알았다. 저 뺀질한 놈은 항상 돈을 뿌리면서 젊은 여인에게 잘 보이려고 했다.

슥.

왕진은 갑자기 옆에 나타난 거지를 보며 화들짝 놀랐다.

“뭐냐?”

“나으리, 불쌍한 거지에게 한 푼이라도 나눠주실 수 있겠습니까요?”

우소보는 최대한 불쌍한 표정을 지었다.

“꺼져. 이 거지 새끼가!”

왕진의 화난 목소리에 우소보는 당황했다.

“헤헤헤. 나으리…… 한 사람 살린다는 생각으로…….”

평소의 왕진이었다면 개방 거지들에게 함부로 말을 못 했을 것이었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지금은 젊은 여인이 그를 제대로 받아주지 않아 속이 끓고 있던 참이었다.

게다가 그가 알기로 개방의 거지는 대낮에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구걸을 하지 않았다.

혹시나 개방 거지인지 슬쩍 보았지만 매듭은 보이지 않았다.

“생긴 것도 더럽게 생긴 놈이…….”

왕진은 한마디 한 뒤 여인의 뒤를 빠르게 쫓아갔다.

‘…….’

우소보는 당장 달려가서 그의 목덜미를 잡아채고 싶었다.

“하하하하!”

‘저…… 망할 놈이……!’

우소보가 무시무시한 얼굴로 배를 잡고 웃는 남하림을 보았다.

옆에 있던 네 명의 거지 후보생들은 남하림이 평소에도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러니 혼자 깨지는 것은 관여할 바가 아니었다.

다만 우소보의 기분에 네 명의 후보생들도 막대한 영향을 받았다.

툭툭.

결국 후보생 중 한 명이 우소보의 눈치를 보며 남하림을 툭툭 쳐댔다.

우소보는 굳은 얼굴로 남하림의 앞에 섰다.

“뭐가 그리 우습지?”

목소리가 심장을 얼어붙게 만들 만큼 차가웠다.

“지금 상황이 웃기잖아요. 금덩어리를 얻는다면서요. 하하하!”

“그만 웃지? 죽고 싶지 않으면…….”

순간 살기가 뿜어졌다.

“하하하, 지금 저 협박하시는 건가요?”

“…….”

“잘됐네요. 안 그래도 거지 생활 하기 싫었는데 죽여보세요. 다만 내가 누군지는 알고 있으시죠?”

남천상국의 셋째 아들.

개방 못지않은 엄청난 집안의 자식이다.

게다가 절대로 쫓아낼 명분을 만들지 말라는 법개의 신신당부가 있었다.

‘망할…… 왜 이런 놈을…….’

눈꺼풀이 심하게 아래위로 떨렸다. 그리고 콧구멍에서 황소 같은 바람이 불어나오는 듯했다.

하지만 참을 수밖에 없었다.

‘이 새끼…… 이번에는 네 차례다.’

척.

우소보는 지나가는 사람 중에서 중년 여인을 골랐다.

“이번에는 네놈 차례다. 저기 다가오는 여인이 보이지?”

“저요?”

“왜? 못할까 겁이 나는 모양이지?”

“글쎄요. 별로 어렵지 않을 것 같은데…….”

“하하, 쉽다고? 좋다. 그럼 만일 네놈이 성공한다면 토굴에서 지내지 않아도 한마디도 안 하겠다.”

“좋아요. 가볼까요.”

그는 중년 여인의 앞으로 가는 남하림을 보면서 득의에 찬 미소를 지었다.

‘후후후. 개봉에서 짠순이로 소문난 여자다. 그녀가 세상에서 가장 싫어하는 게 거지이지.’

얼굴의 턱살이 아래로 처진 중년 여인. 눈매는 두꺼운 살에 더욱더 가늘었다.

“안녕하세요.”

남하림은 그녀의 앞에서 인사했다.

“누구……?”

복장은 거지인데 전체적으로 풍기는 인상은 귀공자였다.

“거지라고 하기엔…… 뭐하지만, 일단은 거지예요.”

“…….”

여인은 당당하게 거지라 밝힌 남하림을 대충 내려다보았다.

여인의 코 평수가 넓어졌다.

“흥. 돈 뜯어 가려고? 내가 누군지 잘 모르는 모양인가 보네.”

“어떤 분이신데요?”

“내가 세상에서 제일 싫어하는 놈들이 일 안 하고 구걸하는 놈들이야. 젊은 놈들이 팔다리가 성하면 일을 해서 돈을 벌어야지. 안 그래?”

“……사실 아줌마 말이 맞아요. 저도 거지를 싫어해요. 더러운 냄새도 많이 나잖아요.”

남하림은 고개를 들어 초롱한 눈망울로 그녀와 시선을 마주쳤다.

‘앗……  뭐야, 너무 귀엽잖아.’

여인은 정면으로 눈이 마주치자 남하림의 얼굴에서 시선을 떼지 못했다.

여인의 목소리가 변했다.

“그래? 근데 넌 왜 거지가 되었지?”

“아버지 때문에요. 세상에 아들을 억지로 거지로 만드는 아버지가 어디 있어요? 안 그래요?”

순간, 슬퍼진 표정 속에서도 숨길 수 없는 잘생김이 여인을 흔들었다.

“……정말? 이렇게 잘생긴 아들을? 정신이 나가신 모양이구나.”

“제가 봐도 정상은 아닌 것 같아요.”

“이런…… 불쌍해서 어쩌누? 우리 귀여운 귀공자가 완전히 꽃거지가 되었네. ……그래, 이 아줌마가 도와줄 게 뭐가 있어?”

경계하던 그녀는 남하림과 얘기를 이어갈수록 얼굴을 만지작거리면서 애가 타는 듯했다.

“……아니다. 괜찮아요. 어쩔 수 없이 거지 생활을 하게 됐지만 저도 아주머니처럼 열심히 사는 훌륭한 분에게 피해를 주고 싶지 않아요.”

“호호호. 어쩜 말도 예쁘게 하누. 귀여워라. 넌 거지가 되고 싶어서 된 게 아니지 않느냐? 음…… 잠깐만…….”

그녀는 치마 속에서 은덩어리 하나를 꺼냈다.

“내가 지금 이것밖에 없는데, 나중에 아주머니 집에 찾아오면 많이 줄 수 있어.”

“아…… 정말 괜찮은데…… 그러고 보니 울 엄마랑 닮으셨네요. 미인이셨는데.”

“호호호.”

그녀는 기분이 좋은지 입을 가리며 웃었다.

멀리서 그 장면을 보던 우소보는 도저히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저…… 수전녀에게 반각도 안 걸려 은 한 냥을 받아낼 줄은.’

그녀는 개봉에서 유명했다.

개방에서 내기를 할 정도로 줄줄이 구걸에 도전했지만 모두 실패했다.

휙.

우소보는 앞으로 날아온 물건을 받았다.

묵직한 무게의 은 한 냥.

‘…….’

기분이 묘했다.

“됐죠? 이젠 토굴에서 같이 안 잔다고 구시렁거리기 없습니다.”

“……망할 놈. 알았다.”

젠장…….

인정할 건 인정하는 수밖에.

* * *

개방 수련관.

말이 수련관이지 넓은 땅덩어리가 전부였다.

거지 후보생들이 수련을 받는 장소는 백호서지에서도 훨씬 서쪽 끝이었다.

무공 수업은 거지 후보생들이 한꺼번에 모여 받았다.

그곳에 뒷짐을 지고 우뚝 선 거지가 있었다.

널찍한 어깨.

양쪽 허벅지가 일반 성인보다 두 배 정도 굵었다.

다만 아쉬운 게 있다면 키가 오 척에도 미치지 못했다.

무공 사범 이결제자 부종은 우렁차게 소리쳤다.

“전원 집합!”

오십여 명의 거지 후보생들.

개방에 입방한 그들의 사연은 각양각색이었다. 하나 한 가지 목표는 같았다.

중원제일방 개방의 무공을 익혀 천하를 위해 협의를 행한다.

부종은 모여드는 거지 후보생들을 보았다.

‘저놈이군.’

그는 빠르게 뛰어오는 거지 후보생들과 달리 뒤에서 천천히 걸어오는 한 명을 주시했다.

요주의 인물.

남하림의 소문은 이미 개방에 퍼질 대로 퍼져 있었다.

‘후후후. 네놈이 얼마나 잘나가는지 모르겠지만…… 나한테는 안 될 것이다!’

지옥의 사자.

무결 수련관을 지나간 거지 후보생들이 뒤에서 자신을 부르는 이름이다.

“모두 모였나?”

“옛.”

“이것들 봐라. 목소리가 작다. 더 크게 못하나? 그 목소리로 밖에 나가서 구걸을 똑바로 할 수 있겠나?”

“옛, 할 수 있습니다!”

목청이 터져라 소리를 지르는 사이에서 가만히 있는 남하림의 모습이 보였다.

‘안 되겠군. 우선 기선제압을 해줘야겠어.’

“네놈들 중에 소리를 크게 내지 않는 놈이 있다. 똑바로 할 때까지 단체 기합을 받을 것이다. 알겠나?”

휙.

거지 후보생들의 시선이 남하림에게 향했다.

“…….”

남하림은 겨우 입만 뻥긋했다.

“단체 생활에서 예외란 없다. 전부 기마자세!”

거지 후보생들은 짜증이 났다.

“아 진짜……! 미친놈 땜에 제대로 똥 밟았어.”

거지 후보생들은 기마자세를 잡으며 남하림을 노려보았다.

일각.

이각.

반시진.

한 시진.

끙끙 앓는 소리가 사방으로 퍼져 나가면서 한두 명씩 바닥에 쓰러졌다.

‘저…… 지독한 놈.’

오직 한 명.

남하림만이 기마자세 그대로 움직이지 않았다.

본래 이각 정도만 잡으려고 했던 부종은 편안한 표정을 짓는 남하림과 시선이 마주친 후 오기가 생겼다.

처음에는 짜증을 내던 동료 거지 후보생들도 점점 하림을 대단하게 보기 시작했다.

“저…… 저 자식…… 뭐야?”

그들은 꼼짝도 하지 않고 불상처럼 버티는 하림을 보면서 점점 빠져들기 시작했다. 저 자식이 얼마나 버틸지 은근히 기대가 됐다.

부종은 초조해졌다.

괜히 저놈을 더 대단하게 만들어줄 이유가 없었다.

“아, 그만!”

스윽.

남하림은 허리를 펴며 몸을 일으켰다.

“더 할 수 있는데.”

“…….”

부종은 무엇을 할지 잠시 망설였다가 번뜩 좋은 생각이 났다.

‘이대로 끝낼 수는 없지. 이대로 끝났다가는 계속해서 무시당할 수 있다.’

분위기를 반전시켜야 했다.

“모두 모이도록!”

“네.”

‘…….’

갑자기 거지 후보생들의 대답 소리가 작아졌다.

부종은 무시당하는 기분이 들었다.

“이것들이…… 똑바로 하기 싫은 모양이지?”

“아닙니다!”

목소리가 재차 커졌다.

잠시나마 위엄을 잃었던 것은 전부 건방진 저 자식 탓이었다.

“우선 본 방의 무공을 익히기 전에 네놈들의 무공 실력이 어떤지 알아보겠다. 본 방의 무공은 천하제일을 다투고 있기에 네놈들이 익혔던 무공과는 차원이 다르다. 오늘 네놈들에게 무공이 어떠한 것인지 개안을 해주겠다.”

거지 후보생들은 갑자기 눈이 빛났다.

개방에 들어온 목적.

대문파나 무림십대세가의 제자나 자제가 아니고서는 상승 무공을 익힐 수 없었다.

개방의 무공이라면 충분히 그들과 비교할 수 있었다.

“누가 나서겠느냐?”

거지 후보생들은 서로 눈치를 봤다.

손을 들고 나서고 싶었지만 부종의 두꺼운 손을 보는 순간 몸이 굳어졌다.

“허어, 이놈들이…… 개방의 제자가 되려면 배짱이 두둑해야 한다.”

“……”

부종의 시선을 피하는 거지 후보생들.

하지만 그중 남하림과 부종의 시선이 마주쳤다.

씨익.

“자신 있는 모양이지?”

“저요?”

“후후후. 맞다. 앞으로 나와라.”

스윽.

남하림은 앞으로 나섰다.

“무공은 익혔겠지?”

“어릴 때 집에서 익혔어요.”

“훗. 잘됐군. 이번 기회에 집에서 체계 없이 익힌 무공이 얼마나 쓸모가 없는지 가르쳐 주지.”

“알겠어요.”

“선수는 양보하마. 덤벼라.”

“지금요?”

“맘대로…….”

퍽.

남하림의 주먹이 부종의 얼굴을 쳤다. 생각 이상으로 빨랐다.

“악!”

부종은 코에서 따뜻한 피가 흐르는 것을 느꼈다.

“와아…….”

수련생들의 놀란 소리가 들렸다.

‘망할……!’

얼굴이 화끈거렸다.

“이놈이…… 시작을 한다고 말을 해야지. 비겁하게 기습을 하다니…….”

“그래요? 미안해요. 맘대로 하라고 해서.”

“무슨 무공을 익혔지?”

부종은 비겁하다고 말을 했지만 손을 뻗는 남하림을 보지 못했다.

“알아서 뭐 하게요? 내 공격을 못 막아서 물어보는 것 같은데?”

“시끄러워. 됐어. 그만해.”

그는 짜증이 밀려 왔다.

“뭐어…… 알겠어요. 그럼 지금 시작할까요?”

“맘대로 해.”

휙.

부종은 말과 동시에 뒤로 물러났다.

‘…….’

부종은 이상하게 부끄러운 생각이 들었다. 그는 제자리에서 가만히 서 있는 남하림을 보며 물었다.

“왜…… 아까처럼 바로 공격을 하지 않지?”

“그렇게 빨리 도망가는데 어떻게 공격해요?”

“아, 하하하, 내가 좀 빠르긴 하지. 이게 바로 본 방의 신법이다.”

부종은 다시 자신감이 생겼다.

‘이놈, 신법은 익히지 못했어. 그렇다면 주위를 빠르게 돌면서……!’

휙휙.

부종은 신법을 펼치며 어지럽게 움직였다.

“이놈! 받아라!”

터진 코피의 복수를 하기 위해 남하림의 얼굴을 향해 주먹을 날렸다.

터억!

‘……?’

주먹이 남하림의 얼굴에 닿자마자 돌덩어리를 때리는 느낌이 들었다.

슈욱!

연이어 두 번의 주먹이 쏟아졌다.

휘익.

남하림은 재빨리 고개를 뒤로 뺐다.

“내가 한 번은 예의상 맞아줬어요. 이제 한 대씩 주고받았으니 서로 비긴 걸로 하고 제대로 하죠.”

“헉……?!”

피할 거라고는 생각조차 못했다. 부종은 중심이 흐트러지며 앞으로 몸이 기울어졌다.

덥석.

남하림이 그의 목덜미를 잡았다.

부종은 키가 작다고 하나 체격이 좋았다.

퍽! 퍽!

다른 곳은 필요 없었다.

코를 연이어 때렸다.

주룩-

지혈했던 코피가 샘이 터지듯 흘러내렸다.

“이…… 새끼가…… 왜 코만…….”

“싸움에서 코피 나면 지는 거잖아요.”

“……망할, 그, 그만해……!”

부종은 어린놈에게 당한 게 한심하면서 창피함이 밀려오기 시작했다.

휙.

부종은 쌍코피를 흘리며 돌아섰다.

“오늘은 여기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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