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문
콰앙!
벼락이 친 듯 기루의 문이 세차게 열렸다.
“광투견. 나와.”
우렁찬 목소리가 사람보다 먼저 안으로 들어왔다.
“…….”
기루의 모든 시선이 열린 문으로 들어오는 다섯 명의 거지들에게 집중됐다.
‘헉, 저들은…….’
슈웅-
음식이 가득한 식탁이 공중을 날았다.
“거지 새끼들이, 감히 어르신의 별호를 함부로 불러?”
덩치가 산만 한 사내.
사내가 광투견이란 별호처럼 눈을 부릅뜨며 씩씩거렸다.
그런데 안으로 들어온 거지의 복장이 특이했다.
새하얀 피부.
단정하게 뒤로 빗어 넘긴 머리카락.
비단으로 된 옷.
……개방의 거지라고 하기엔 좀 이상한데?
이상한 거지가 다독거리듯 말했다.
“흥분을 가라앉히는 게 좋겠군. 주위에서 놀라지 않는가.”
광투견의 옆에서 몸을 움츠린 기녀들이 두려움에 떨고 있었다.
“유도야, 읽어.”
“네, 부장!”
그의 옆으로 또 다른 거지가 빠르게 나섰다.
거지가 허리에서 한 자 정도 두께의 서책을 꺼낸 뒤 차르르 넘겼다.
“무림공적 병급 중 오등급. 일명 잡놈 등급입니다. 별호 광투견. 죄질은 살인 십 회. 기물파손 수십 건. 폭행 셀 수 없음. 특히 아녀자 폭행, 강간, 추행 등등 이상입니다!”
“유도, 수고했어. 완전 개잡놈이군.”
“네. 맞습니다. 맞아 죽어도 시원찮을 놈입니다.”
“그렇다면 요걸로 개 패듯이 때려잡아야겠지.”
그는 허리춤에서 타구봉을 꺼내 들었다.
“크으…… 네놈들은…… 개방…….”
광투견은 사방을 살폈다.
기루에 있는 수하들은 스물 명.
술에 취해 있지만 다섯 놈밖에 없는 개방의 거지 정도는 충분히 상대할 수 있을 터였다.
“씨벌, 뭣들 하고 있어?! 저 거지 놈들을 죽여!”
휙.
광투견이 거지에게 달려들었다.
“이 거지 놈아, 선빵 필승이다!”
턱.
거지의 턱에 주먹이 완벽하게 들어갔다.
당연히 나가떨어질 줄 알았건만.
“이게 때린 거야?”
거지 놈은 너무나도 멀쩡해 보였다.
뭐야, 분명 손의 감촉은 확실했는데?
술에 너무 취했나?
당황한 광투견이 급히 왼손마저 뻗어냈다.
“이 망할, 한 번 더 맞아라!”
하지만 그 손보다 타구봉이 더 빨랐다.
“한 번은 봐줬지만 두 번은 안 되지.”
퍽 퍽 퍽.
“아악!!”
광투견은 얼굴을 감싸며 뒤로 물러났다.
아, 때린 곳만 때려!
타구봉을 든 거지는 재미없다는 듯 중얼거렸다.
“이게 뭐야. 미친개라고 해서 때릴 맛이 있을 줄 알았는데. 역시 소문은 믿을 게 안 되는군.”
신나게 처맞던 광투견이 겨우겨우 입을 열었다.
“네…… 놈들이…… 정말 개방 거지가 맞아?”
퍽!
광투견의 이마에 타구봉이 정확하게 떨어졌다.
“멍청한 놈. 개방 거지님이라고 해야지.”
“…….”
“꿇어.”
푹.
그의 발길질에 광투견의 몸이 고꾸라지며 무릎을 꿇었다.
“제발 때리기 전에 말 좀 들어라. 서로 힘들잖아?”
“죄송…… 합니다.”
퍽 퍽 퍽.
털썩.
주위에서 광투견의 수하들이 하나둘 쓰러졌다.
“네놈들 잡는다고 두 시진이나 돌아다녔다. 내가 얼마나 시간을 아끼는지 모르지? 시간은 금이야.”
“큽…… 쥬글죄를 지어씀니다.”
“잘 아는군. 일단 잡혔으니 죽기 직전까지만 맞자.”
퍽! 퍽! 퍽!
흥겹게 광투견을 때리는 거지들.
무림 잡놈들을 때려잡는 개방의 특외부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