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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연 네비게이션-131화 (132/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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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연 네비게이션 131화

오직 무공! 무공만으로 적들을 압살하고 대련조차도 근원의 힘의 사용은 자제해 왔다.

그렇기에 검을 빼 든 유기혁의 모습은 태천에게 무척이나 우스웠다.

“……길고 짧은 것은 대봐야 아는 법. 저 또한 당신과 마찬가지로 인간의 한계인 현경의 극에 오른 몸. 저를 얕본다면 큰코다칠 것입니다.”

“그래, 알겠으니까 들어와.”

유기혁의 말에 태천의 왼손에는 화룡도를 오른손에는 천마검을 쥐고는 유기혁을 바라보면서 씨익 웃었다.

“아주 그냥 반 죽여 줄 테니까.”

“…….”

자신의 도발에도 묵묵히 자신만을 노려보는 유기혁의 모습에 태천은 아쉬운 듯 입맛을 다셨다.

격장지계에 걸려들면 자세가 흐트러지고 호흡이 가팔라지므로 상대하기 더욱 편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격장지계에도 아무런 동요가 없었기에 그런 이득을 볼 수가 없었다.

“쩝, 안 넘어오네. 그냥 덤벼라. 안 오면 내가 먼저 가고.”

격장지계도 통하지 않고 멀리서 눈치만 보는 유기혁의 모습에 태천은 웃으면서 자신의 무기인 화룡도와 천마검을 유기혁에게 던졌다.

카앙-

불시에 날아온 천마검과 화룡도에 유기혁이 눈에 띄게 당황했다.

그 어떤 무림인이 자신의 생명과도 같은 병장기를 집어 던지겠는가?

그랬기에 유기혁이 느낀 당혹감은 상상 이상이었다.

본디 예상 밖의 일에 사람은 당혹은 느끼게 마련이었으니까.

그리고 그것은 반쯤 인간의 탈을 벗은 유기혁 또한 마찬가지였다.

그도 어쨌거나 하나의 인간이었으니까 말이다.

하지만 현경의 극에 오른 유기혁이었기에 그런 당황스러운 순간에도 침착하게 자신의 검을 들어서 막아냈다.

“윽! 이런 미친, 자신의 목숨과도 같은 무기를 던져? 그러고도 네가 무인이냐!”

무기를 헌신짝처럼 버리는 태천의 모습에 유기혁이 여태까지와는 달리 노성을 터뜨렸지만 태천은 어디서 개가 짖냐며 귀를 후벼 파면서 유기혁을 보면서 말했다.

“난 한 번도 내 입으로 내가 무인이라고 한 적은 없어. 그리고 그러고 있어도 되겠어?”

“뭐?”

“위, 위!”

“……?!”

태천의 말에 의아해하던 유기혁은 태천이 손가락이 하늘을 가리키자 의아해하면서 고개를 치켜들었고, 자신이 튕겨낸 천마검과 화룡도가 허공을 유려하게 선회하면서 자신에게 내리꽂히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카앙! 카앙!

“무슨…… 이기어검과 이기어도를 동시에 사용한다고? 이익!”

말을 하는 와중에도 계속해서 유기혁의 사혈들을 노리고 날아오는 천마검과 화룡도에 유기혁은 말조차도 제대로 끝내지 못하고 연신 검을 휘두르며 날아오는 검과 도를 쳐내기에 바빴다.

그런 유기혁을 보면서 태천은 씩 웃으면서 두 주먹을 꽉 쥐었다.

“어금니 물어라.”

탓!

섬전과도 같은 속도로 달려오는 태천의 모습에 유기혁이 검으로 그런 태천을 저지하려고 했지만.

쐐에에엑!

태천의 공격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자율적으로 움직이면 유기혁을 공격하는 천마검과 화룡도에 그 시도는 무로 돌아갔다.

그리고 천마검과 화룡도에 의해서 활동이 제약된 유기혁에게 태천은 주먹을 꽂아 넣었다.

꽈아앙!

고작해야 주먹질이었지만 그 안에 담긴 거력은 유기혁의 턱을 통과해 뇌까지 충격을 주었다.

태천의 발경의 유기혁은 머리가 울리는지 유기혁은 자신의 이마를 짚고 비틀거렸다.

그리고 태천은 그런 유기혁에게 쉴 시간 따위는 주지 않았다.

“쉴 시간이 있어?”

그리 말하면서 태천이 손을 까딱거리자 허공을 둥둥 떠다니던 천마검과 화룡도가 다시 유기혁을 향해서 내리꽂히기 시작했다.

“덤벼, 근원의 힘? 써봐. 어차피 내가 이길 거니까.”

애초에 혈인과 유기혁 이렇게 2대1의 싸움이었기에 태천이 불리했던 것이지 내공이나 무공의 수위 같은 것들은 태천 쪽이 더 높았다.

그랬기에 태천의 말을 듣는 유기혁의 얼굴은 딱딱하게 굳어 있었다.

유기혁은 머리를 한 번 부르르 털더니 이내 품속에서 목함 하나를 꺼내 들었다.

어디서 많이 본 목함의 모습에 태천이 고개를 갸웃거리면서 말했다.

“목함? 어디서 많이 본 모습인데…….”

태천의 말에 유기혁은 실없이 웃으면서 말했다.

“많이 보았겠지. 죽기 전에 많이들 썼을 테니까.”

“죽기 전? 설마?”

그 말을 뒤로 태천이 무어라 말하기도 전에 유기혁은 단숨에 목함을 열고 목함 안에 있던 환단을 꺼내 입안에 털어 넣고 으적으적 씹으면서 말했다.

“잠폭단이다.”

유기혁의 말과 함께 유기혁의 전신에서 칼날 같은 기운이 줄기처럼 뿜어져 나오기 시작했다.

* * *

“잠폭단…… 그 망할 것을 또 처먹는 꼴을 다시 보게 될 줄이야…….”

무당에서 한 번 잠폭단을 먹는 것을 본 적이 있었기에 여유로웠던 태천은 얼굴은 삽시간에 딱딱하게 굳었다.

그만큼 잠폭단이 가진 힘은 상상 이상이었다.

지금처럼 반 수 정도 태천이 앞서고 있음에도 어찌할 수 없을 만큼 말이다.

그랬기에 태천은 잠폭단의 약효가 제대로 돌기 전에 끝을 내려 직접 검과 도를 손에 쥐고 달려들었다.

“잠폭단 먹으면 어쩔 건데! 약효가 돌기 전에 죽이면 그만이야!”

카앙!

하지만 아까 전에는 이기어검과 이기어도의 공격도 제대로 막지 못했던 것과는 달리 이번에는 완벽하게 막아냈다.

그것도 한 손으로 말이다.

방금 전과는 확연히 다른 유기혁의 움직임에 태천은 혀를 차면서 뒤로 두어 걸음 물러나서 자세를 잡았다.

그런 태천을 보던 유기혁의 얼굴에는 실핏줄들이 울긋불긋 솟아올라 있었다.

전형적인 잠폭단의 부작용에 태천이 입가에 비웃음이 걸렸다.

“너 그거 부작용 알지? 너 오래 못 살아. 아니, 오늘 안에 죽을걸?”

“……안다. 하지만 그만큼 난 꼭 널 죽일 거라는 것만은 알아둬라.”

“지…… 랄!!”

유기혁의 말에 태천은 말을 늘이더니 이내 다시 한번 유기혁에게 달려들었다.

“우오오오오!!”

“우오오오오!!”

그렇게 둘은 폭음과 함께 또다시 격돌했다.

* * *

콰아앙-

“……저긴 형님이 계신 방향이 아닌가?”

“……그러게나 말이다. 저기로 가야 하는데…… 몸이 말을 안 듣네…….”

“너도냐? 나도다.”

평화롭게(?) 담소를 나누는 둘의 주위에는 사도련의 고수들의 시체가 산을 이루고 있었다.

그리고 그런 시체들의 산 정중앙에 앉아 있는 호섬과 철현의 전신은 피투성이였다.

물론 모든 피가 그들의 피인 것은 아니었다.

대다수가 사도련의 고수들의 피였다.

자신들의 몸에 묻어 있는 피들을 닦아낼 힘조차 없는지 둘은 바닥에 주저앉아 허허 웃으면서 담소를 나누더니 이내 검을 지팡이 삼아 땅을 짚고 일어났다.

“읏차! 그래도 한번 가봐야지?”

“그래그래, 안 갔다가 무슨 욕을 얻어먹 을라고. 가자 가.”

하지만 그렇게 말하는 둘의 얼굴에는 태천에 대한 걱정이 서려 있었다.

그만큼 태천이 있는 방향에서 들린 폭발음은 예사롭지 않았다.

거기에 지금도 계속해서 천둥벼락이 치고 멀리 있는 그들의 눈에 보일 만큼 커다란 흙으로 만든 가시가 생겨나고 있었으니까 말이다.

그렇기에 둘은 서로의 어깨에 기대면서 천천히 태천이 있는 곳을 향해 걸어갔다.

‘형님, 무사하신 거…… 맞죠?’

* * *

콰직!

“후욱…… 역시 무당일룡이라는 이름이 아깝지 않군요.”

“……너도 고작 사도련주의 밑에서 부관으로 있기도 아깝군.”

천동이 쓰러져 있는 부관의 무기를 지르밟아서 부서뜨리자 부관의 눈동자에는 생기가 사라져 있었다.

그런 부관을 보면서 천동이 물었다.

“네 이름이 뭐지? 가는 길인데 네 이름 정도는 알아두지.”

“……훈현입니다. 최훈현.”

“그래, 최훈현. 다른 곳에서 만났다면…… 좋은 무인 친구가 생겼을지도 모르겠군.”

“……그거야 다 가정 아닙니까. 죽이시죠.”

“…….”

훈현의 말에 천동은 입을 앙다물고는 자신의 검을 휘둘렀다.

그와 함께 훈현은 짧은 단말마와 함께 숨을 거두었다.

이제는 심장이 뛰지 않는 훈현을 내려다보던 천동의 귀로 폭발음이 들려왔다.

콰릉-

“……태천아.”

그리고 그 소리를 만들고 있는지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기에 천동은 씁쓸한 미소를 입가에 머금고는 땅을 박찼다.

천동이 떠난 자리에는 훈현의 시체가 차갑게 식고 있었다.

* * *

“……좀 죽지 그러냐?”

“쿨럭쿨럭…… 당신을…… 죽이기 전까지는 죽을 수 없습니다.”

“그런 것치고는 금방이라도 죽을 것 같은데 말이야?”

태천의 말대로 유기혁은 피 분수라는 말이 어울릴 정도로 입에서 피를 뿜어내고 있었다.

그리고 실핏줄들의 얼굴을 넘어서 유기혁의 전신에까지 퍼져 있었고 입에서 뿐만 아니라 전신에 있는 구멍이란 구멍에서는 모조리 피를 뿜어내고 있었다.

그런 유기혁을 태천이 안타까운 얼굴로 쳐다보며 말했다.

“그러게 그냥 혈교는 배신 때리고 나랑 붙어먹었으면 좀 좋아?”

“쿨럭…… 네가 상상 이상으로 강하다는 것은 인정한다. 근원의 힘을 다루는 것조차 나보다 뛰어난 데다가 무위 또한 나보다 강하고 네 녀석 정도의 힘이면 나와 같은 등급의 무인과 같은 선상에 놓는 것조차 너에게 해가 될 정도지만…… 그래 봤자 넌 인간이다. 그리고 인간은 신 앞에서 대적할 수 없는 법. 그랬기에 내 선택은 올바른 것이다. 그분을 배신하고 너의 곁에 선다 한들 나는 어차피 그분의 손에 죽었을 테니까.”

후회는 없다는 표정으로 자신을 바라보는 유기혁을 보면서 태천이 인상을 찌푸리면서 말했다.

“넌 실수한 거야.”

“……?!”

“난 네가 그분이라고 부르는 그놈한테 질 생각이 없거든. 즉, 넌 나한테 붙었으면 이렇게 비참하게 죽지 않아도 됐다는 말이지. 그러니까 좋게좋게 나한테 붙었으면 얼마나 좋아.”

“쿨럭쿨럭…… 역시 그분의 대적자다운 말이로군. 그러면 네 말이 정말인지는 저승에서 지켜보고 있으마.”

“……그래 잘 가라.”

그 말을 끝으로 유기혁은 검은 피를 한 움큼 토해내고는 눈을 감았다.

그런 유기혁을 보면서 태천은 유기혁의 복부, 즉, 단전에 손을 올렸다.

“후우…… 그러면 잘 먹겠습니다.”

나머지 두 개의 힘을 흡수할 차례였다.

“후우우…….”

아직은 온기가 느껴지는 유기혁의 복부에 손을 올린 태천이 몸 안에 남아 있는 세 개의 근원들을 움직이기 시작했다.

태천의 몸 안에 있던 근원들이 움직이자 이제는 죽어버린 유기혁의 몸 안에 있던 두 개의 근원이 반응을 보이기 시작했다.

부르르…….

그와 함께 죽은 유기혁의 몸이 부르르 떨리기 시작했다.

죽은 줄 알았던 유기혁의 몸이 움직이자 태천은 움찔했지만 복부에 대고 있던 손은 떼지 않았다.

이미 심장이 멈춘 것을 확인했기 때문에 이것은 그저 근원의 힘 때문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놀란 가슴을 추스르면서 태천은 유기혁의 내부에 집중을 했다.

그리고 그런 태천의 노력이 헛되지 않았다는 것을 보여주듯이 이내 유기혁의 몸이 또 한 번 격하게 흔들림과 동시에 태천의 손으로 근원의 힘이 모여들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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