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연 네비게이션 128화
그리고 마차는 특유의 빠른 속도를 자랑하면서 태천들을 사도련의 성문과도 같은 문 앞에 내려다 주었다.
“으와…… 역시 사도련이네요. 무슨 문 크기가…… 황실에서나 볼 법한…….”
수백 년 동안 유지된 거대 단체답게 사도련의 크기는 정말 말 그대로 황실과도 같았다.
하지만 그런 사도련의 크기에 압도된 이는 한 명도 없었…….
“흐억!”
……아니, 총채주, 한 명 있었다.
놀라고 있는 총채주를 내버려 두고는 태천들은 사도련의 성문 앞에 있는 경비 무사에게 다가갔다.
“정지, 누구지?”
경비 무사가 검을 뽑아 들면서 말하자 태천은 자리에서 멈춰 서더니 이내 품에서 무언가를 꺼내서 던졌다.
경비 무사는 태천이 던진 것을 조심스럽게 받아 들더니 제자리에서 딱딱하게 굳었다.
“이건……?”
바로 태천이 던진 것은 다름 아닌 무림맹의 증표였다.
그것도 무림맹의 부맹주임을 알리는 증표 말이다.
태천이 던진 증표를 받아든 경비 무사는 창을 거두고 절도 있는 자세로 태천에게 인사를 했다.
“몰라 봬서 죄송합니다!”
“아, 괜찮으니 련주를 뵐 수 있겠습니까?”
“련주님을 말입니까? 약속은 잡으셨는지…….”
태천의 말에 경비 무사가 당황해하고 있을 때, 갑자기 누군가가 경비 무사의 뒤통수를 후려쳤다.
“이 자식아! 내가 부맹주님 오시면 그냥 들여보내라고 했어 안 했어? 너 모가지 날아가고 싶냐?”
“죄…… 죄송합니다!”
척 보기에도 경비 무사보다 높은 직급으로 보이는 이가 등장했다.
그리고 자신의 부하를 뒤통수를 후려친 그가 손바닥을 비비면서 태천에게 다가왔다.
“이거 이거 말로만 듣던 무림맹의 부맹주님을 뵙게 되어서 영광입니다. 저는 사도련 정문 경비 대장을 맡고 있는 청린이라고 합니다.”
“그래서 련주를 볼 수 있습니까, 없습니까?”
“아이고! 당연히 뵐 수 있죠. 아니, 련주님께서 애초에 부맹주님을 기다리고 계십니다.”
손바닥을 마주 비비면서 말하는 경비 대장의 모습에 태천은 인상을 썼지만 이내 표정을 풀면서 경비 대장에게 말했다.
“그러면 안내해 주시죠. 한시가 급한 일이니.”
“여부가 있겠습니까? 바로 안내하도록 하죠.”
그리 말하면서 후다닥 성문 안으로 사라지는 경비 대장의 모습을 보던 태천은 고개를 돌려 저 멀리 사도련주가 있을 것으로 생각되는 건물을 보면서 생각했다.
‘용의…… 기운이 느껴지는군.’
사도련주가 있을 걸로 추정되는 건물 안에서 느껴지는 용의 기운에 태천이 그 건물을 뚫어져라 쳐다보자 경비 대장이 의아한 표정을 지으면서 태천에게 물었다.
“무슨 일 있으십니까?”
“아닙니다. 그저…… 조금 신기한 게 있어서요.”
“아하하! 저희 사도련 내에는 신기한 동식물들이 즐비하지요. 그러시는 마음, 이해합니다! 그러면 이제 가실까요?”
태천의 말에 사도련 자랑을 한 번 하더니 경비 대장은 싱글벙글한 표정으로 앞장서서 걷기 시작했고, 그런 경비 대장의 뒤를 따라서 태천과 태천의 일행들은 사도련 내부로 들어갔다.
내부로 들어가면 들어갈수록 사파인들의 모습이 점점 늘어나자 철현과 호섬이 긴장하기 시작했다.
현경급의 고수는 없었지만 간간이 화경의 고수들이 눈에 띄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언제 갑자기 현경급의 고수가 튀어나와도 놀랄 일이 아니었다.
지금 그들이 걷고 있는 곳은 사도련이었으니까 말이다.
“어이, 정파 나부랭이 따위가 여기가 어디라고 감히 기어들어 오는 거냐?”
그리고 정말로 나타났다.
살기를 풀풀 흘리면서 나타난 대머리 사내의 말에 호섬과 철현이 나서려고 했지만 그런 둘을 태천이 말렸다.
“빠져 있어.”
“하지만 형님 저놈이 저희를 무시…….”
“저 녀석도 현경이다. 피해 없이 이길 수 있어? 그러면 비켜주고.”
“……형님의 판단에 맡기겠습니다.”
현경의 무인이라는 말에 발끈하면서 뛰쳐나가려던 호섬이 자리에 우뚝 멈춰 섰다.
태천의 말처럼 피해 없이 동급의 무인을 이기는 것은 무척이나 어려웠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곳은 적의 본거지였다.
적의 본거지에서 싸움을 벌이는 것은 빌미를 주는 일이기도 했기에 호섬은 묵묵히 뒤로 물러나 태천에게 모든 일을 맡겼다.
그리고 호섬의 믿음을 저버릴 수 없는 태천은 자신들의 길을 막아서고 있는 대머리 거한의 앞에 서서 말했다.
“뭐냐 대머리? 우리한테 무슨 불만이라도?”
“……대머리? 하! 애송이 자식이 뭐라도 잘못 먹었…… 커억.”
자신을 애송이 취급하는 대머리 사내를 심후한 내공으로 억누르면서 태천이 싸늘한 목소리로 말했다.
“애송이? 더 말해봐.”
“크…… 크으윽…….”
점점 더 몸을 짓누르는 태천의 내공에 대머리 사내의 무릎이 어느새 절반이나 접혀 있었다.
그러자 주위에 있던 사파인들은 갑자기 대머리 사내가 태천을 향해 무릎을 꿇고 있는지 의아한 표정으로 바라보았다.
그들이 아는 대머리 사내는 죽으면 죽었지 무릎을 꿇는 위인을 아니었으니까 말이다.
그들의 생각대로 대머리 사내는 얼굴이 시뻘게지도록 힘을 주었다.
아니, 힘뿐만 아니라 현경에 오를 동안 모아온 어마어마한 내공까지 써가면서 자신의 몸을 짓누르는 태천의 내공에 저항했지만…….
‘대체 이게 무슨…….’
하지만 그렇게 젖 먹던 힘으로도, 현경의 무인의 방대한 내공으로도 태천의 바다와 같은 내공에 결국 대머리 사내는 바닥에 무릎을 꿇었다.
그런 사내를 바라보면서 태천이 말했다.
“꿇어라.”
* * *
내공만으로 현경의 무인을 제압하는 태천의 모습에 태천의 마차를 노리던 대다수의 사파인들이 기겁을 하면서 걸음아 나 살려라 하며 도망쳤다.
그런 그들의 뒷모습을 지켜보던 태천이 자신의 눈앞에 무릎을 꿇고 있는 대머리 사내의 머리를 툭툭 치면서 말했다.
“넌 누군데 갑자기 나타나서 시비를 걸고 난리야.”
“말 못 한…….”
“련주가 보냈지?”
“……?!”
“너 정도의 고수가 무림맹의 증표를 못 알아본 건 아닐 테고…… 련주가 시키든? 가서 우리 전력이나 한번 보고 오라고?”
정곡을 찔렸는지 대머리 사내가 땀을 뻘뻘 흘리면서 부정을 하려 했지만 그런 모습 때문에 태천은 더욱 확신했다.
눈앞에 사내가 누구의 명령으로 왜 자신들의 앞에 나타났는지를 말이다.
“됐고, 넌 이제 필요 없으니 기절해 있어라.”
“그게 무슨…… 커억!”
태천의 말에 대머리 사내가 의아해했다.
겉으로 보이는 것처럼 대머리 사내는 극한으로 외공을 익힌 고수였다.
금강불괴까지는 아니어도 그 전 단계인 철골 정도의 수준은 되었다.
그렇기에 기절은 어릴 적 외공을 수련을 할 때를 제외하고 한 번도 해본 적이 없던 그였다.
하지만 이미 금강불괴에 오르고 완숙한 현경의 극에 달한 태천의 제대로 된 주먹질과 주먹에 담긴 발경의 묘리는 단숨에 대머리 사내의 뇌를 흔들었고 이내 사내는 두 눈을 까뒤집고 기절했다.
기절한 사내를 내려다보던 태천은 침을 탁 뱉고는 마차로 돌아갔다.
그런 태천의 모습에 태천 일행을 안내하던 경비 대장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그런 경비 대장을 뒤로한 채, 태천을 태운 마차는 앞으로 전진했다.
사도련주가 기다리고 있는 사도련 본성으로 말이다.
* * *
“오는군.”
“……그 녀석이 말입니까?”
“그래, 그분이 말씀하셨던 대계에 방해가 된다는 바로 그 녀석.”
“그런데 저는 아직도 련주님이 그 사람을…….”
“입조심 해라. 그분의 눈과 귀는 어디에나 있다. 그 사실을 명심하도록.”
“……예, 하지만 저는 아직도 그분을 어디까지 믿어야 하는지, 아니면 믿을 수 있는지가 의심됩니다. 그리고 그분의 무위 또한 본 적이 없지 않습니까?”
거대한 건물 안, 황제 앉는다고 해도 믿을 정도의 자리에 온통 흑색 일색인 사내가 앉아 있었고, 그런 사내의 옆에는 그의 부관으로 보이는 이가 서 있었다.
그리고 자리에 앉아 있던 사내가 자신의 부관에게 말했다.
“……보았다.”
“예?”
“보았다고 했다. 그분의 무위를 직접 내 눈으로 보았단 말이다.”
“외람되지만 그분의 무위는 어떠했습니까? 소문과 같았습니까? 솔직히 소문들이 말이 안 되기는 합니다만…….”
“전혀 모자람이 없었다. 아니, 오히려 소문이 너무 축소된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산을 가르고 바다를 가른다는 그 소문이 말입니까?”
그분에 대한 소문은 무척이나 허무맹랑한 소문들이라고 생각했던 부관이었기에 자신의 주인이자 상관인 자의 말에 놀람을 금치 못했다.
그만큼 그분에 대한 소문들은 대부분은 현실성이 없었기 때문이다.
아무리 강한 무인이라도 거대한 산을 가르지 못하고 흐르는 바다를 가르지 못하는 것이 당연하다.
하지만 그분에 관한 소문들은 위와 같았기 때문에 부관이 가지고 있는 놀람은 상상 이상이었다.
“뭐, 그분의 힘을 눈앞에서 본 덕택에 이런 힘도 얻은 거지만. 목숨값이라고 치면 되려나? 목숨값치고는 좋은 능력을 얻었지.”
그리 말하면서 사내는 자신의 손을 물끄러미 쳐다보았다.
그리고 그와 함께 사내의 손안에서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그런 바람을 보던 사내는 주먹을 꽉 쥐었다.
사내가 주먹을 쥐자 사내의 손안에서 거친 소리를 내던 바람들이 소리 없이 사라졌다.
그 모습을 만족스럽게 바라보고 있던 사내의 귀로 자신의 방문 앞을 지키는 무사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련주님! 무림맹에서 손님이 오셨습니다.”
그리고 무사의 말에 부관이 얼굴을 굳혔다.
“련주님, 지금은 너무 빠르…….”
“들어 오라 해라. 손님을 밖에 오래 세워두는 것은 예의가 아니지.”
그리 말하면서 사내, 아니, 사도련의 련주 유기혁은 기다란 장포를 펄럭이면서 무림맹에서 찾아온 손님을 맞이하러 갔다.
“어디 또 다른 기운을 흡수해 볼까…….”
그리 말하면서 유기혁이 주먹을 꾸욱 쥐었다.
* * *
“흐와아, 형님 엄청 떨리네요!”
“진정해라, 진정. 너 지금 심장이 어마무시하게 뛰고 있어. 진정해.”
“아니, 형님! 지금 진정하게 생겼습니까! 지금 저희가 어디 앞에 서 있는지 아십니까? 사도련주의 집무실의 앞에 서 있…… 켁!”
“진정하라고 새꺄!”
따악!
점점 얼굴이 벌게지면서 목소리를 높이는 호섬의 모습에 태천이 발끈하면서 호섬의 뒤통수를 후려쳤다.
그에 호섬이 이제는 익숙한지 맞은 부위를 문지르면서 나한테만 뭐라 한다며 궁시렁거렸지만 태천이 주먹을 들어 올리자 조용히 입이 닫혔다.
그제야 조용해지자 태천은 그제야 문 앞에 서 있는 무사에게 말을 걸었다.
“련주님은 언제 나오시는 겁니까?”
“저어…… 그게…….”
무림맹에서 높은 직급에 있는 태천이 말을 걸어오자 무사가 당황해하면서 어버버거릴 때, 갑자기 무사의 뒤에 있던 문의 드르륵 소리와 함께 열렸다.
문이 열림과 동시에 장한에 기다란 장포를 입고 있는 사내, 유기현이 밝은 미소와 함께 나타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