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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연 네비게이션-107화 (108/139)

기연 네비게이션 107화

다음 날 아침이 밝자 누군가 내 방문을 두드렸다.

끼이익…….

“누구……? 어라 마 장군님 아니십니까?”

“이른 아침부터 죄송합니다. 여기 어제 제가 말했던 황금팹니다.”

“흐음…… 굳이 이것 때문에 이른 아침부터 안 오셔도 되는데…….”

“워낙에 중요한 물건인지라 빨리 전해드려야 했습니다. 혹여나 도둑맞거나 잊어버린다면 경을 치는 정도로 끝날 일이 아니라서 말입니다.”

“……그 말은 예전에 그런 일이 있었나 봅니다?”

내 말에 마경석이 고개를 끄덕이면서 수긍했다.

“여기서 말하기는 조금 그러니 들어가서 말해도 되겠습니까?”

“얼마든지.”

“감사합니다.”

허락이 떨어지자 마경석은 성큼 방 안으로 들어와 의자에 앉았고 나는 그런 마경석을 마주 보는 자리에 앉았다.

“그러면 이제 얘기해 주시죠.”

“하아…… 일단은 있었습니다. 황금패가 도둑맞는 일이 말입니다.”

“호오, 꽤나 신기하네요. 어떻게 도둑맞은 겁니까?”

“혹시 투신이라고 아십니까……?”

아니, 거기서 그 이름이 왜 나와?

* * *

“그러니까 황금패를 도둑맞은 게 투신 때문이라 이 말입니까?”

“예, 한 관료가 황궁에 출입하기 위해 받은 황금패를 투신이 훔쳐간 겁니다.”

“그래서 그 관료는 어떻게 됐습니까?”

사실 어떻게 됐을지는 뻔히 짐작이 가지만 그래도 예의상 한 번 물어보자.

“어떻게 되긴 어떻게 됐겠습니까? 죽었습니다.”

“역시라면 역시군요.”

“아! 그리고 그 집안도 몰락했습니다. 수도에서 손꼽히는 가문이었는데 말입니다. 안된 일이지요. 뭐, 어찌 되었든 그 일로 인해 결국 황금패 하나는 황궁에서 관리되고 있지 않습니다. 투신의 손에 있겠지요. 그래서 제가 직접 오게 된 것입니다. 부맹주님이라면 죽지야 않으시겠지만 저는 다르니까요.”

“이해했습니다. 어찌 되었든 저 때문에 아침부터 고생을 했으니 감사의 말씀부터 드리겠습니다.”

“아닙니다. 제가 해야 했을 일입니다. 어찌 되었든 저는 황금패도 전달했으니 이만 가보겠습니다. 점심 때쯤 다시 오겠습니다.”

그 말을 끝으로 마경석은 방문을 벌컥 열고 밖으로 나갔고, 나는 그런 그를 향해 배웅을 해주고는 침대에 걸터앉으면서 생각했다.

“투신이 황금패를 가지고 있다…… 이 말인가? 그래서 전생에 투신이 황궁에 침입할 수 있었던 거군. 그 얘기인즉슨 아마도 곧 황궁을 털러 오겠네. 이거 잘하면 황궁 안에서 오랜만에 투신을 볼 수 있을지도 모르겠네.”

그래도 아직까지 유용하게 사용하고 있는 추섬보를 생각하면서 태천은 만약 황궁에서 만나게 되면 한 번쯤은 모른 척해줘야겠다는 생각을 하면서 나는 다시 침대에 몸을 파묻었다.

부드러움이 아주 최고다.

* * *

“쩝쩝, 형님은 안 드십니까? 여기 음식 겁나 잘하네요.”

“난 됐다. 너 많이 먹어라.”

침대에서 태천이 일어난 것은 정말 딱 점심시간이 다 되어서였다.

그리고 방에 있는 호섬을 불러 1층 식당으로 내려와 식사를 했다.

하지만 딱히 입맛은 없어서 몇 입만 먹고 호섬에게 전부 넘겼다.

맛은 있는데 별로 더 먹고 싶지는 않았다.

“여기들 계셨군요.”

“오! 마 장군님 아니십니까!!”

“하하…… 어제 저희 성왕 전하께서 하신 무례는 정말 죄송합니다. 황제 폐하의 손님으로 오신 분들인데…….”

“괜찮습니다. 어제도 말했다시피 저는 공짜로 보검을 얻게 됐으니 말입니다. 그리고 형님이 대신 나서서 손도 봐주셨고 말입니다.”

“그러시다면야…….”

호섬의 털털한 말에 마경석도 침음을 한 번 삼키고는 고개를 꾸벅 숙였다.

“그러면 지금 드시고 있는 것들만 전부 다 드시고 바로 황궁으로 가시죠.”

“그러죠. 금방 먹습니다.”

그 말과 함께 호섬이 음식을 먹…… 아니, 마셨다는 표현이 정확할 정도로 빠르게 음식을 먹어치우고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벌써…… 벌써 다 드신 겁니까? 천천히 드셔도 되는데…….”

“원래 저놈 저렇게 먹습니다. 저희도 이만 일어나죠. 아 그런데 마 장군께서는 뭐 안 드셔도 되겠습니까?”

“저는 괜찮습니다. 그런데 좀 놀랍긴 하네요…….”

아직까지도 신기한지 마경석은 빈 그릇들과 호섬을 번갈아가면서 쳐다보더니 이내 자신도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럼 가시죠.”

드디어 황궁이다.

* * *

황궁, 그러니까 황제가 기거하는 궁이 바로 황궁이다.

바로 그런 황궁에 내가 들어왔다.

물론 아직은 문 앞이지만 이제 황금패만 보여주면 바로 들어가는 것이다.

“검문 끝났습니다. 패가 없으시면 저희도 어떻게 할 방법이 없습니다. 혹시라도…… 혹시라도 패를 잃어버리신다면 바로 궁을 빠져나오십시오. 그것만이 살 방법입니다.”

내 검과 도는 탐에게 맡겨두었기 때문에 딱히 걸릴 만한 일들은 없었기에 무사 통과되었다.

마지막에 해준 말이 살짝 으스스하긴 했지만 무한할 정도의 내공과 천마강기 그리고 금강불괴라면 벼락 한두 방 맞는 정도로 죽진 않겠지.

뭐 잃어버릴 일도 없지만.

“그럼 수고하십쇼.”

“수고하십셔!”

“수고하게나.”

나와 호섬이 그리고 마경석은 각자 나름대로의 인사를 황궁 경비병에게 하고는 궁으로 들어섰다.

궁에 들어서자마자 느낀 것은 놀라움이었다.

“뭐 이렇게 크다냐…….”

호섬의 말처럼 궁은 어마어마하게 컸다.

정말 하루 종일 뛰어다녀도 돌지 못할 만큼 커다랬다.

‘이거 잘못하면 못 도망갈 수도 있겠는데……?’

솔직히 일이 잘못되면 도망갈 생각으로 황궁에 들어왔는데 막상 들어와 보니 생각한 것보다 배는…… 아니, 수배는 더 커다랬다.

정말 황궁은 황궁이구나라는 생각이 절로 들 만큼 말이다.

압도적인 크기에 나와 호섬이 저도 모르게 기죽어 있을 때, 그런 우리를 부르는 목소리에 퍼뜩 정신을 차렸다.

“어서 가시죠. 갈 길이 멉니다.”

마경석이었다.

“여기서 황제 폐하께서 기거하시고 계신 궁까지 가려면 못해도 몇 시진은 더 걸립니다. 바삐 걸어야 할 것 같습니다. 그리고 궁 곳곳에는 금의위가 숨어 있으니 눈에 띄는 일을 벌이시면 안 됩니다.”

“알겠습니다. 그러면 신법도 쓰면 안 됩니까? 신법을 쓰면 금방 갈 것 같은데…….”

“안 됩니다! 금의위가 공격을 할지도 모릅니다. 금의위들은 그 어떤 것보다 황제 폐하를 위합니다. 설사 그들의 가족일지라도 황제 폐하께 위협을 끼친다면 망설임 없이 폐하를 선택할 정도로 말입니다. 거기에 그들의 실력 또한 만만치 않습니다. 많지 않은 수이지만 하나하나가 대장군급의 무위를 가졌다고 들었습니다. 거기에 그런 그들의 수장은 무림에서 말하는 현경급의 고수라는 말이 돌고 있습니다.”

호오 그건 좀 대단하네.

무공의 보급이 제대로 되지 않은 황궁에서 현경의 고수라…… 대단하네.

실제라면 말이야. 그리고 대장군급이라면 화경 정도 되려나?

“그럼 금의위들의 수는 어느 정도입니까?”

내 질문에 마경석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말했다.

“저도 모릅니다.”

“마 장군도 모른단 말입니까?”

“예, 금의위들의 수 또한 극비입니다. 그들이 몇 명인지 그들의 생김새가 어떠한지 그리고 그들이 남자인지 여자인지조차도 말입니다.”

“흐음…… 황궁에 고위급 인사인 마 장군께서도 모른다면 대체 누가 아는 겁니까?”

“아마 그들의 수장인 금의위장이나 황제 폐하 정도겠지요. 아! 성왕 전하께서도 아실지도 모릅니다. 그분도 황실의 핏줄이시니까요. 아니, 알고 계실 게 분명합니다.”

그 싸가지도 금의위에 대해 알고 있다라…… 뭐 어쨌든 금의위가 몇 명이든 딱히 신경은 안 쓰이는데 그 금의위장이라는 양반은 조금 신경 쓰이네. 현경이라…… 내가 초입의 벽을 뚫긴 했지만 그래도 현경의 무인이란 이름이 가지는 힘은 결코 작지 않다.

현경의 무인이 있고 없고에 따라서 대문파와 중소 문파가 갈리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금의위장에 대한 궁금증은 깊어져 갔다.

하지만 그런 나를 끌고 마경석이 천천히 걸어갔다.

“금의위에 대해서 궁금하신 것은 알겠지만 지금 갈 길이 멉니다.”

“아이고…… 제 발로 걷겠습니다. 이것 좀 놓으시죠.”

내 말에 그제야 마경석은 팔을 잡고 있던 손을 놓으며 말했다.

“오늘 안에 폐하를 뵈어야 합니다. 회의는 나중에 하더라도 말입니다.”

“알겠습니다. 그럼 속도를 좀 올리죠.”

그 말과 함께는 나는 걷는 속도를 올렸다.

그에 맞춰 호섬도 발을 맞춰 뛰어왔다.

내공 하나 담지 않은 뜀박질이지만 그래도 현경과 화경의 고수의 뜀박질이었다.

무공도 익히지 않은 일반인이 쫓아오기에는 힘든 일이었지만 그래도 마경석은 둘의 뒤를 열심히 쫓았다.

태천과 호섬 그리고 마경석이 사라진 자리에 금빛 실로 수놓은 옷을 입은 남성인지 여성인지를 분간할 수 없는 이가 나타나 그들의 뒤를 뚫어져라 쳐다봤다.

* * *

“……엄청나군요.”

내가 한 말에 마경석도 마주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저도 볼 때마다 느끼는 것이지만 정말 절로 위압감이 느껴지더군요.”

내 뜀박질에 절로 맞추다 보니 마경석이 말한 몇 시진보다는 적은 반 시진만에 도착했다.

그 덕분에 나는 빠르게 황제가 기거하는 궁에 도착해서 이렇게 감탄할 수 있었다.

확실히 한 제국을 다스리는 황제답게 어마어마하게 큰 궁이었다.

여기까지 오면서 수없이 많은 궁들을 보았지만 단연 제일이었다.

외관에서 느껴지는 위압감과 거기에서 느껴지는 아름다움 그리고 무엇보다 컸다.

오면서 보았던 궁 서너 개를 합친 것만큼이나 커다란 궁에서 느껴지는 위압감은 현경의 무인인 나에게도 영향을 주었다.

하지만 내공을 한 번 순환시키자 그런 위압감은 씻은 듯이 사라졌다.

위압감이 사라지자 나는 내 옆에서 입을 떡 벌리고 궁을 보고 있는 호섬의 이마에 딱밤을 날리면서 말했다.

“정신 차려 이것아. 초반부터 먹히고 시작할 셈이냐?”

“아윽…… 왜 맨날 때리십니까? 그냥 흔들어서 깨우거나 내공을 불어넣어서 깨울 수도 있지 않습니까?!”

“이게 재밌잖냐. 안 그래?”

“언제나 그런 식입니다. 형님은.”

호섬이가 투덜대자 나는 조용히 오른손을 들어 올렸다.

그리고 그와 함께 호섬이는 조용히 입을 닫았고 나는 다시 오른손을 내리면서 마경석에게 물었다.

“그럼 바로 들어가면 됩니까?”

“아뇨. 저기 있는 경비병에게 말하면 저희가 왔다는 것을 안에 알릴 겁니다.”

“그 말인즉슨……?”

“네. 또 기다리셔야 합니다.”

그 말에 나는 내 이마에 손을 턱 얹으면서 생각했다.

‘아…… 귀찮다…….’

* * *

내가 달려온 시간만큼의 시간이 지나고 나서야 우리는 입장 허가를 받을 수 있었다.

기다리는 동안 호섬이 투덜거렸지만 나도 귀찮았던 만큼 손을 쓰지는 않았다.

그래도 막상 들어가게 되자 기다리면서 느꼈던 짜증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고 황제를 만난다는 사실에 심장이 쿵쾅거리기 시작했다.

“드디어 황제를 만난다!”

그렇게 나는 황제가 기거하는 궁 안으로 한 발짝 내디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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