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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연 네비게이션-94화 (95/139)

기연 네비게이션 94화

“그래? 가능하겠냐?”

“이래 봬도 소가주 아닙니까?”

“떠넘겨진 소가주 말이냐?”

“큭…….”

이 녀석도 은근히 놀리는 맛이 있다니까.

그렇게 생각하면서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호섬을 툭툭 발로 찼다.

“뭐해 빨리 가자.”

“아! 넵!”

그리고 가주를 만나러 가는 길은 무척이나 험했다.

길 자체야 뭐 평범했는데…….

“아버지를 만나고 나면 다시 한번 싸웁시다!! 하하하!!”

“오라버니!! 오라버니는 한 번 했으니 나랑도 해야지!!”

“그런 게 어딨느냐? 모처럼 만난 강잔데 난 이 기회에 벽을 넘어야겠다!”

“나도 벽에 막혔단 말야!!”

……난 분명 대련해 준다고 단 한마디도 한 적이 없는데 지들끼리 아주 북 치고 장구치고 다 해먹네.

어쨌든 꽤나 험난한 길(?)을 거치고 나서야 나는 가주의 방 앞에 설 수 있었다.

“그럼 들어가세요.”

“음? 넌 안 들어가냐?”

“……전 안내 다 했으니 갑니다!!!!”

그리고 그런 호섬을 비롯해서 종달새처럼 이곳에 올 때까지 쫑알대던 철씨 자매까지 마찬가지로 신기루처럼 사라졌다.

“……대체 뭐야?”

똑똑똑-

“들어오게.”

나는 사라진 그들은 제쳐두고 문을 두들겼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들어오라는 말이 떨어지자 그제야 나는 문을 열고 가주의 방 안으로 들어갔다.

“음? 자네는 누군가?”

“아…… 저는 무림맹에서 나왔습니다.”

“그래? 과연 몸에서 느껴지는 잠자는 폭풍과도 같은 기세에 젊어 보이는 얼굴까지…… 자네가 그 소문에 부맹주구만?”

“역시 하북에 양대산맥 중 하나인 하북철가의 가주님이시군요. 맞습니다. 제가 부맹주 강태천입니다. 그리고 이곳 철가에 호섬이와도 꽤 연이 있죠.”

“아하! 자네가 호섬이가 그렇게 입이 닳도록 칭찬하던 그자인가?”

어후…… 나를 대체 뭐라고 말해놓은 거야 호섬이 녀석은.

“하…… 하하하 아마 맞을 겁니다.”

“그럼 자네가 여기가 온 이유는 뭐 안 봐도 뻔하군. 우리 철가를 비롯해서 다른 세가들을 맹에 넣을 생각이지?”

과연 역시 하나의 세가를 이끄는 이답게 가주는 단숨에 태천이 원하는 바를 짚어냈다.

“이런이런 역시 가주님은 못 당하겠군요. 맞습니다. 제가 이곳에 온 이윤 호섬이도 볼 생각이 있었지만 주는 역시 그거죠. 세가들의 무림맹 참가.”

내 말에 가주는 고개를 서서히 끄덕였다. 좋았으!! 됐다!

그렇게 생각하고 있을 때 가주의 입이 열렸다.

“그러면 연무장으로 가지.”

“예……? 갑자기 왠 연무장입니까?”

“응? 당연한 거 아닌가? 들어가기 전에 한 번 싸워봐야 들어갈지 말지를 정할 거 아닌가?”

……역시 여기는 미친 곳이 틀림없다.

탁탁!

연무장의 바닥을 툭툭 차면서 태천이 생각했다.

‘아오 진짜 이 미친 투귀 집안. 대체 하루 동안 몇 번을 싸우는 거야.“

하지만 이런 태천의 마음과는 다르게 연무장에 서 있는 호섬의 아버지이자 철가장의 가주인 철대만의 입가에는 미소가 걸려 있었다.

“흐하하핫! 요즘 젊은것들은 약해빠져서 심심했는데 잘됐구만!!”

“역시 그냥 싸우고 싶어서 그러신 거죠?”

“흐허허허 이거 벌써 들킨 건가?”

……아무리 봐도 싸우고 싶은 사람 얼굴이잖습니까…….

“그래도 걱정하지는 말게 어차피 맹에는 들어갈 생각이니까 말이야. 그리고 이번 싸움이 끝나고 나면 팽가에도 연락을 넣어주지 내가 그쪽 가주와 호형호제하는 사이니까 말이야.”

“오! 그게 정말이십니까?”

일이 쉽게 풀린다는 생각에 내 입가에도 마주 미소가 걸렸다.

철대만의 다음 말만 아니었다면 꽤 오래 지속되었을 미소가 말이다.

“물론 팽 가주도 싸움을 꽤 좋아해서 말이야…… 아마 거기 가서도 한 번 더 싸우게 될 걸세. 애초에 내가 맹에 들어가는 것도 혈교인들 중에는 강자들이 많다는 말 때문이니까.”

“…….”

철대만의 말에 나는 고개를 설레설레 저으면서 물었다.

“에휴, 알겠습니다. 그러면 대련은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권? 각? 그것도 아니면 도?”

“자유대련으로 하지. 난 도로 하겠네.”

“알겠습니다. 저는 일단 검으로 하죠.”

내 말에 철대만이 인상을 찌푸리며 말했다.

“크흠…… 검 같은 잡기 말고 허리춤에 있는 도를 써보지 그러나? 꽤 좋은 도처럼 보이는데 말이야.”

아 일단은 말입니다. ‘일단은’

철대만의 말에 나는 어깨를 으쓱하면서 검을 철대만에게 겨누었다.

“검이든 도든 상관있습니까?”

“흐하하하하!!! 그렇지! 검이든 도든 재미만 있으면 그만이지!!”

“…….”

에라이 미친 양반아!!

“……그럼 저 먼저 가겠습니다.”

“그러게나.”

철대만의 끄덕거림과 함께 나는 땅을 박찼다.

땅을 박차는 힘이 얼마나 강했는지 연무장의 바닥이 흔들릴 정도였다.

쿵!!

하지만 그런 울림에 놀라서 자세가 흐트러지는 것은 하수만 하는 짓.

그렇기에 현경 초입의 무인으로 오랜 세월을 보낸 철대만은 자세가 흐트러지기는커녕 자세를 더욱 공고히 하면서 태천의 공격을 받아낼 준비를 했다.

그리고 그런 철대만의 방어에 태천의 타는 듯한 푸른 검강이 작렬했다.

캉! 캉캉! 캉캉!!

한 차례의 공격 후, 숨 한 번 쉴 정도의 짧은 시간 동안 태천은 노도처럼 철대만을 몰아붙였다.

‘이런 젠장……!’

하지만 그런 태천의 노도와도 같은 공격에도 철대만은 꿋꿋하게 태천의 검을 막아냈다.

수 합이 수십 합이 되는 것은 금방이었다.

하지만 그런 수십 합의 공격에도 태천의 검은 철대만에게 유의미한 타격을 주지 못했다.

그리고 잠자코 태천의 공격을 받아내기만 하던 철대만이 방어 자세를 풀면서 공격 자세를 잡았다.

“킁! 그래도 역시 현경은 현경이구만. 몸이 아주 저릿저릿해!!”

그리고 철대만은 씨익 웃으면서 태천을 바라보며 말했다.

“……하지만! 아직은 약해.”

퉁!

큭…… 생긴 건 곰처럼 생겨서 빠르긴 더럽게 빠르구만…….

철대만은 그 말과 함께 나에게 달려들었다.

하지만 철대만의 육중한 몸과는 달리 그의 몸놀림은 나에게 전혀 뒤지지 않았다.

그리고 눈 깜짝할 사이에 짓쳐든 철대만은 자신과도 같이 무거워 보이는 나에게 내리꽂았다.

“크아아압!!!”

쩌적!

이런 미친 힘이! 현경에 오르고 난 뒤부터 힘이 밀린다고 생각해 본 적은 한 번도 없는데!

무신초를 먹고 금강불괴에 이르고 마지막으로 현경이란 지고한 경지에 오르면서 환골탈태를 겪고 난 뒤부터는 힘이 부친다는 느낌을 받아본 적이 없었는데 철대만의 도를 받아내자 정말 오랜만으로 힘이 딸린다는 기분을 다시 느끼게 되었다.

하지만 이가 없으면 잇몸이라는 말처럼 나는 내 몸속의 바다와 같은 내공을 사용해서 천천히 도를 들어 올리면서 이를 갈았다.

“뿌득…… 뭐 이딴 괴물 같은 힘이…….”

“호오? 내 힘은 하북 제일일세. 이거이거 내 도를 정면으로 받아낸 건 자네가 처음이구만!! 그리고 자네 검도 꽤나 제법이구만. 내 박룡도에 정면으로 부딪치고도 이 하나 안 나가다니.”

박룡도라는 이름처럼 철대만의 도는 무거움과 함께 가로막는 것은 다 부숴버릴 만한 파괴력까지 지니고 있었다.

카캉!

도를 올려쳐 버리고 뒤로 물러나 숨을 고르면서 자세를 다 잡으면서 태천이 철대만을 노려보면서 말했다.

“휴우…… 역시 힘드네요. 오랜 시간 현경에 머물렀던 인물답습니다.”

-힘드냐? 내가 도와줄까?

‘닥치고 들어가 있어. 사람 하나 잡을 일 있냐?’

불쑥 치고 들어오는 탐을 꾸욱 다시 집어넣고 말을 이어나갔다.

탐 이놈이 있으면 무조건 대련에서 이기겠지만 철대만의 몸 어디 하나는 잘못될 게 분명했다.

아니, 죽을지도 모른다.

그만큼 현경의 무력을 가진 나와 탐의 능력의 결합은 1더하기 1이 무조건 2가 아니라는 사실을 보여주니까 말이다.

“크하하하!! 무림의 새 시대를 이끌어갈 신성 중의 신성에게 그런 소리를 들으니 쑥스러운걸? 내 자식놈들도 어디 가서 꿀린다고 생각해 본 적은 없는데 자네를 보니 그런 생각이 쏙 들어가는군.”

“저도 제대로 가겠습니다.”

“음? 흐읍……!!!”

내 말에 의아해하던 철대만은 갑자기 내가 던진 검에 당황하면서 박룡도를 치켜세워서 날아오는 검을 막아내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음? 무기를 버려? 대련을 포기하겠다는 건가?”

“아뇨 그럴 리가요. 지금부터 시작입니다.”

그리 말하면서 내가 차고 있던 화룡도를 꺼내 들었다.

화룡도를 꺼내 들자 철대만이 껄껄 웃으면서 말했다.

“흐하하하!! 역시 남자라면 도를…… 흐헙!!”

도 예찬론을 늘어놓으려는 철대만의 입을 막은 것은 다름 아니라 내가 던진 천마검이었다.

우웅…… 우웅…….

허공에 둥둥 떠서 내가 불어넣은 막대한 내공으로 인해 웅웅거리고 있는 천마검을 보면서 입가에 미소가 걸려 있던 철대만의 표정이 싸늘해졌다.

“……이기어검인가?”

“그럼요. 그리고 하나 더 받으시죠. 읏차!!”

부웅!!

그리 말하면서 내가 들고 있던 화룡도까지 집어던지자 이번에는 침착하게 막아냈다.

하지만 허공에 떠 있는 한 자루의 검과 도의 모습을 보자 표정까지 침착해지지는 않았다. 아니, 못했다.

“……허허…… 허허허 내가 살다 살다 이기어검과 이기어도를 한 번에 쓰는 광경을 보게 될 줄이야. 그런데 자네 제대로 조종은 가능한가? 하나의 의지로는 하나의 검이나 도밖에 조종하지 못할 텐데?”

철대만의 말에 나는 빙그레 웃으면서 검과 도를 움직여 보였다.

허공에서 검과 도가 유려하게 움직이며 검식과 도식을 사용하자 철대만의 표정은 더욱 딱딱해졌다.

“어쩌다 보니 의지가 하나가 아니게 돼서 말입니다.”

예전에 무당에서 배운 양의심공 덕택에 나는 이기어검이나 이거어도를 전부 다룰 수 있게 되었다.

물론 그 과정에서 죽을 뻔하긴 했지만 결과적으론 이득이니 괜찮지 않은가?

“흐하하하!! 좋아!! 2대 1인가? 좋지. 그럼 간…….”

2대 1이라는 사실에 좋아하다니…… 진짜 투귀임이 틀림없다.

그런데 말입니다…… 뭔가 잘못 알고 계시네요.

“2대 1이 아니라. 3대 1입니다.”

그리 말하면서 내가 주먹을 꽉 쥐었다.

* * *

쾅쾅쾅!!!!

“……내가 보고 있는 게 정녕 사람들의 싸움이 맞는 거냐? 막내야.”

“호…… 호호호…….”

“형님은 날이 갈수록 강해지시는군요…… 저도 더 열심히 분발해야겠습니다. 옆에 서진 못해도 쫓긴 해야지요…….”

자신들의 아버지, 철대만과 태천의 싸움을 보고 있는 세 쌍의 눈에는 동경과 우러름 그리고 존경이 담겨 있었다.

지금 자신들이 보고 있는 모습이 바로 자신들이 도달해야 할 모습이기 때문이다.

“쿨럭쿨럭…….”

그리고 그런 우상들의 싸움은 어느덧 끝을 향해 달려가고 있었다.

“……후우, 이제 그만하시죠?”

연무장 바닥이 박살 나면서 생긴 먼지구름 속에서 태천이 걸어 나오면서 말하자 철대만이 끌끌거리면서 두 손을 들었다.

“역시 나는 이제 뒷방 늙은이가 다 되었구만.”

“……지금 이 모습을 보고도 그런 소리가 나오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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