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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연 네비게이션-93화 (94/139)

기연 네비게이션 93화

“응. 그거 가지고 가서 보여주면 아마 극진히 대접해 줄 거야. 애초에 본성 안으로 들어가면 천호진 녀석이 잘 챙겨주겠지만 성문 앞에서 막힐 수도 있으니까.”

천마신교 최고의 보물을 고작 성문 통과권으로 사용하라는 말에 유화는 풋하고 웃으면서 품속에 잘 갈무리했다.

“그럼 이제는 진짜 갈게.”

그 말을 끝으로 마차에 오르려 할 때였다.

쪽!

“행운의 부적이에요!!”

“……어어?”

그리고 내가 어어하면 당황을 하고 있을 때, 유화는 파바박하고 사라져버렸다.

유화도 무슨 신법을 배우는 게 틀림없다.

그렇게 나는 유화가 뽀뽀한 볼의 손으로 문지르면서 마차에 올랐다.

“목적지는 하북이다!”

-거긴 맛있는 거 많냐?

‘새로운 목적지로군요. 가는 길에 기연들을 탐지하겠습니다.’

오랜만에 듣는 탐의 찡찡거림와 언제나 차가운 네비의 목소리와 함께 나의 하북행은 시작되었다.

* * *

하북(河北)

하북은 예전부터 힘이 강한 이들이 많았다.

오죽하면 하북 하면 떠오르는 게 장사(壯士)겠는가?

그래서 그런지 하북에 이름 있는 가문들이나 문파들은 대부분 힘을 중점으로 두는 도법과 각법과 권법등이 발달했다.

그리고 검과 같은 기교를 중시하는 이들을 얍삽이들이라고 무시하는 발언들도 서슴지 않았다.

그런 하북에는 장사 말고도 유명한 게 있었으니 그게 바로 하북팽가다.

하북팽가는 앞서 말한 대로 도법이 발달된 세가였다.

타고난 힘을 바탕으로 펼치는 박살의 도법은 많은 검사들을 눈물을 흘리게 만들었다.

화려한 기교를 부려도 무식한 힘 앞에 박살이 나버리니 말이다.

그리고 지금에 들어서는 그런 하북팽가를 몰아낸 세가, 가문이 있었으니 그게 바로 철가장. 하북철가다.

“휘유~ 여기가 바로 장사들이 발에 챈다는 그곳, 하북인가?”

그리고 그런 하북에 내가 도착했다.

하북성에 도착한 내게 보인 것은 검문을 하는 경비 무사들이었다.

칼같이 경비를 서던 경비 무사들은 내 마차에 걸려 있는 무림맹의 징표를 보고는 통과시켜주었다.

무림맹이 창설된 지는 얼마 되지 않았지만 워낙 대대하게 홍보를 하고 알려서 그런지 대부분 다 알아보았다.

그래도 알아봐서 검문도 안 하고 통과하니 편하긴 하네.

“그으럼…… 하북에 왔으니 짐을 풀 객잔에 가보시…… 기전에! 우리 귀여운 동생이나 보러 가 볼까나”

오랜만에 우리 호섬이 얼굴 좀 보자!!

“저어…… 안녕들 하십니까?”

“응? 누구쇼?”

우락부락한 떡대들 앞에 선 남자가 헤실헤실 웃으면서 말을 걸어왔다.

“저는 여기 이곳에 볼 일이 있어서 찾아온 사람입니다.”

“여기? 여기가 어딘지는 알고 찾아온 게요?”

“당연히 알고 있죠. 철가장 아닙니까?”

사내의 말에 경비 무사로 보이는 떡대들이 헹!하고 코웃음 치면서 말했다.

“이젠 하북철가요!! 하! 북! 철! 가!”

“아이고…… 귀청 떨어지겠네 어쨌든 철가장이란 말 아닙니까?”

“아 글쎄 하북철가래도!”

떡대들의 말에 사내가 혀를 차면서 말했다.

“쯧. 어쨌든 여기에 볼일이 있습니다.”

“무슨 볼일입디까?”

“철호섬을 찾으러 왔습니다.”

“어디 보자 철호섬이라…… 으헉!! 소가주님 아닌가?”

사내의 말에 화들짝 놀란 떡대가 당황해하며 사내에게 되물었다.

“자네 소가주님은 왜 찾는겐가? 소가주님과 무슨 연이라도 있는가?”

“연이라…… 연이라면 차고 넘칩니다만?”

“거짓말하지 말게나! 자네같은 일반인이 어찌 소가주님과 연이 있겠는가? 내가 경비 무사 일을 하고 있지만 이래 봬도 일류무사의 실력을 가지고 있네만 자네한테선 영~ 힘이 하나도 안 느껴지는구만 그래.”

“정말…… 그래 보입니까?”

“암암!! 내가 이곳에서 2년 넘게 경비 무사 일을 해왔지만 자네에게는 느껴지는 게 전혀 없어!!”

“그럼 내기나 하나 하시죠.”

“내기? 좋지. 술내기 어떤가?”

“술? 좋습니다. 대신 무르기 없깁니다.”

사내의 말에 경비 무사는 껄껄 웃으며 말했다.

“자네야말로 무르기 없…….”

네만…… 이라고 말하려던 경비 무사는 사내의 돌발행동에 당황했다.

“호섬아!!!!! 형님 오셨다!!!!!”

귀청을 울리는 사내의 쩌렁쩌렁한 사자후에 경비 무사 둘은 다리가 풀렸는지 바닥에 털썩 주저앉으며 말했다.

“뭐…… 뭐야 방금!!”

“자네도 들었나? 방금 저 사내에게서…… 쿠엑!!”

사내의 사자후에 동료에게 무어라 말하려던 경비 무사는 벌컥 열린 문에 맞고 조용히 입을 닫았다.

“형님? 형님이십니까?”

문을 열고 나타난 사내는 철호섬이었다.

그리고 철호섬을 보면서 방금 쩌렁쩌렁한 사자후를 날린 사내, 태천의 얼굴에는 미소가 걸렸다.

“오냐. 형님이시다.”

* * *

“크으…… 형님! 무림맹을 만든 것도 모자라서 부맹주 자리까지 떡하니 받으셨다면서요?”

“그래. 근데 원래 나는 부맹주도 딱히 할 생각도 없었는데 말이야.”

“그런데 형님 그러면 형님이 현경이라는 말도 사실입니까?”

“엉? 어어 그거 사실이지. 왜 보여줘?”

철가장 안에서 안내하는 호섬이의 뒤에서 내가 천마검을 빼든 뒤에 공중으로 휙 던졌다.

그리고 이기어검을 펼쳐 보이자 호섬이 물개 박수를 치면서 엄지를 치켜세웠다.

“역시! 역시 형님이십니다!!”

“그런데 너도 소가주라며? 꽤 출세했다?”

이기어검을 멈추고 검에 불어넣은 내공을 갈무리하면서 착검을 하고 묻자 호섬이 부끄러운지 뒷머리 긁적이면서 말했다.

“소가주가 된 게 아닙니다.”

“그러면?”

“떠넘겨진 겁니다.”

엥? 그건 또 뭔 참신한 개소리냐 호섬아.

그리고 내 표정을 봤는지 호섬이 헛기침을 하면서 말했다.

“그게 사실은 제게는 형님과 누님이 각각 한 분씩 계십니다. 그런데 두 분 다 현경의 벽을 눈앞에 두고 계십니다. 그런데 때마침 제가 집으로 돌아왔죠. 그러니 두 분 다 옳다구나 하면서 저에게 소가주 자리를 넘긴 겁니다. 거기에 제가 오기 전까지 서로 소가주 자리를 미루고 있었다고 하네요. 그때 때마침 제가 집에 돌아온 거구요. 더군다나 제 능력도 괜찮겠다, 냅다 맡기고 본 거죠 뭐.”

“……너도 가족들도 대단하다 대단해.”

일단 가주의 직위를 가진 호섬이 녀석의 아버지야 당연히 현경의 무인일 테고 거기에 장로급에 인물들도 있을 텐데 거기에 자식들까지 싸그리 화경이라니 이 무슨 미친 집안이냐.

“헤헤…… 그렇죠? 어쨌든 그래서 제가 어쩔 수 없이 맡고 있습니다. 안 가진다고 하니까 몇 대 얻어맞았습니다…….”

토닥토닥…….

그래 많이 힘들었구나 우리 호섬이…….

그런 호섬의 등을 토닥여 주면서 위로를 해주고 있을 때 호섬이 고개를 치켜들면서 물었다.

“아! 그러고 보니 형님 왜 하북에 오셨다고 하셨죠?”

“쯧…… 빨리도 물어본다. 너 만나러 온 게 아니라 부맹주라는 직위 달고 온 거야. 마차도 무림맹 꺼 타고 왔다. 그래도 무림맹 마차인 거 보고 거의 다 검문 안 하고 통과해 주더라 그건 좀 편했다.”

“그래도 많이들 알아보네요? 생긴 지 한 달밖에 안 돼서 많이 못 알아볼 줄 알았는데.”

“그치? 나도 그랬는…….”

말을 하던 나는 내게 날아오는 도에 식겁하면서 검을 뽑아 도를 쳐냈다.

지이이잉…….

묵직함이 느껴지는 도를 튕겨내자 도는 허공에서 빙글빙글 돌다가 바닥에 팍 꽂혔다.

“혀…… 형님!! 손님에게 갑자기 도를 던지시면 어떡합니까?”

“핫핫핫!! 꽤 강해 보이는 손님이길래 나도 모르게 그만! 그래도 괜찮으니 다행이지 않느냐?”

……어쭈? 사과를 안 하네?

호섬의 형이라는 작자의 행태에 내 이마에 혈관이 튀어나오려던 찰나 내 기분을 알아챈 호섬이 나를 달래기 시작했다.

소곤소곤…….

“형님!! 형님이 참으세요. 저희 형님이 원래 좀 저래서…… 제발 제발 참아주세요. 예? 저를 봐서라도 따악!! 한 번 만요!!”

“후우…… 그래 내가 너를 봐서 한 번만 참…….”

부웅!

“어 이 쿠! 실 수?”

빠득…… 넌 뒤졌다 진짜.

“하…… 하하하! 우리 호섬이 형님이라는 분께서는 대련을 좋아하시나 봅니다?”

“엇? 이거 뭘 좀 아는 친구구만!! 바로 연무장으로 가실까 그러면?”

“하하하!! 그거 아주 좋습니다!! 예에!! 좋고말고요!!”

그래 가자 빨리 가자. 다시는 대련 ㄷ자도 못 꺼내게 해주마.

* * *

뚜둑 뚜둑…….

그렇게 호섬이 녀석의 형 놈을 뒤따라간 연무장은 무척이나 컸다.

그래도 역시 하북팽가와 양대산맥이라 불리는 곳답게 시설은 좋았다.

그 시설을 쓰는 놈은 마음에 안 들었지만.

“그럼 심판은 제가…….”

“어머? 오라버니 또 무슨 재미난 일을 벌이고 있으신가?”

갑자기 들린 여자의 목소리에 내 고개 휙 돌아갔다. 누구지?

“누…… 누님?!”

“어머 호섬아, 왜 그렇게 놀라니 내가 오면 안 될 곳이라도 왔니?”

“그게 아니라…… 큼큼 어쨌든 대련을 싲…… 켁.”

또 신기한 사람이 나타나네. 여긴 무슨 괴짜들만 모였나?

호섬이만 빼…… 아니, 이 녀석도 이렇게 좋은 집안 놔두고 낭인 짓 했으니 얘도 정상은 아닌가…….

“호호호!! 그러면 내가 심판을 볼게!”

“누…… 누님 심판은 제가…….”

“어머~ 호섬아 지금 누나 말 안듣는 거니? 또 혼 좀 나야…….”

“역시 누님이 심판에 적격이란 말을 하려고 했습니다!! 누님, 심판 보시죠.”

……역시 미친 집안이 확실하다.

“그쪽은 몸은 다 푸셨나?”

“당신 상대하는 데 몸도 풀어야 합니까?”

“……호오? 호섬이 녀석 손님이라서 그런지 자신감이 대단하시구만?”

“됐고 자기소개나 하시죠.”

빠득!

오우 이 좀 갈아보신 분인가?

“철…… 호…… 성이라 한다. 빠득…….”

“그렇습니까? 시작하죠.”

그 말과 함께 나는 철호성에게 달려들었다. 그때 호섬이 밖에서 무어라 말했다.

“형님!! 봐주면서 하세요!!”

그 말에 철호성이 허허 웃으면서 손을 흔들어주면서 말했다.

“암암! 내가 저런 자에게 온 힘을 다할 리가 없지 않으냐!”

그리고 철호성은 호섬이를 보느라 앞을 보지 않았고 그 대가는 참혹했다.

“켁…….”

“에휴…… 호성 형님 말고 태천 형님 말한 겁니다.”

그렇게 철호성의 시비로 시작된 대련은 한 명의 기절한 사람과 한 명의 턱 빠진 사람(호섬의 누나)만을 남긴 채 끝이 났다.

* * *

“하하하!! 당신이 그 소문의 무림맹의 부맹주라니! 그러니 그런 움직임도 가능했군!”

한 번 크게 데이고도 호성의 성격은 티끌만큼도 변하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또 하자고 나를 보채고 있었다.

진짜 이상한 인간이다.

“호호호. 그럼 부맹주님은 여기엔 어쩐 일이십니까?”

호섬의 누나, 철서연의 말에 나는 빙그레 웃으면서 말했다.

“무림맹에 세가들도 참가시키기 위해서 왔습니다.”

“그런데 왜 우리를? 하북에는 팽가도 있는데?”

“그거야 당연히 철가는 제가 아는 동생도 있으니까요.”

내 말에 그제야 철서연은 아! 하는 탄성을 터뜨리면서 수긍했다.

“형님, 그러면 저희 아버지 만나러 가시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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