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연 네비게이션 91화
단번에 끝내면 문제없지만 그렇지 못할 경우가 대다수이니 문제인 것이다.
“음! 충고 감사합니다!!”
……아오, 깜짝이야.
얜 뭔데 벌써 일어나.
무슨 강철인간처럼 한 시간은 엎어져 있을 줄 알았더니 몇 분 만에 일어나네.
얘도 괴물은 괴물이야.
-네가 할 소리냐?
‘……넌 오늘도 밥 없다.’
-안 돼에에에에!!!!
비명을 지르는 탐을 뒤로하고 나는 이왕 한 김에 발경에 대해서 호명진에게 가르쳐 주기로 마음먹었다.
혈교와 싸울 판인데 혈교에 외공이 특화된 이가 없으리란 법도 없으니까.
“이렇게 된 거 발경에 대해서도 가르쳐 주지.”
“오! 정말입니까?”
“대신 무림맹 창설에 반대 안 한다고 약속해.”
“저야 애초에 창설에 찬성하는 입장이었습니다. 스승님…… 아니, 장로님도 마찬가지고요.”
그 말에 호대권도 고개를 끄덕끄덕거렸다.
“그럼 알겠어. 시간이 없으니까 속성으로 가르쳐 주지. 회의까지 2일 남았지? 오늘 포함해서?”
끄덕끄덕.
“그러면 오늘은 대충 틀만 잡아주고 남은 하루 동안 나머지를 알려주지.”
“알겠습니다.”
그렇게 이틀간에 발경 교습소가 열렸다. 수강생은 호명진과 호대권!(?)
“음? 장로님은 왜 듣습니까?”
“하하하!! 듣다 보니 자네가 말한 명진이의 단점은 나한테도 해당되는 것 같더군. 자네는 나보다 무공 수위도 높으니 나에게도 알려주게나.”
“정말 그러셔도 되겠습니까? 저보다 무림에서의 배분이…….”
“배분이 뭐가 중요한가? 배분이 목숨을 구해주는 것도 아니고.”
스승과 제자 둘 다 아주 마음에 드는 사람들이다.
그렇게 이틀간에 교습소는 그렇게 문을 열었다.
* * *
“하압!!”
“후욱…… 후욱…….”
시간은 빠르게 흘러 이틀째의 날이 밝았다.
이제 날이 밝았지만 연무장에는 세 명의 인영이 서 있었다.
-주먹을 타고 올라간 내공이 상대의 몸에 침투해야 합니다!!
-주먹에 힘을 집중하지 말고! 내공에 집중하세요!!
그리고 거기서 소리를 치면서 가르치고 있는 이는 당연히 태천이었고, 그 가르침을 받고 있는 이는 호명진과 호대권이었다.
“후욱후욱…… 그런데 오늘은 이만해야 할 것 같군.”
밤새 잠도 자지 않고 달려온 호대권의 얼굴에는 피곤함 대신 개운함만이 담겨 있었다.
그리고 그런 호대권의 물음에 내가 고개를 갸웃해 하면서 물었다.
“오늘이 마지막 날인데 괜찮으시겠습니까?”
“그래도 어느 정도 감은 익혔으니 나머지는 홀로 수련하면서 알아가겠네.”
“그런데 왜 벌써……?”
“오늘 오는 각파의 수장들을 내가 맞이해야 하거든. 이래 봬도 장로 아닌가?”
호대권의 말에 나는 아! 하는 탄성을 터뜨리면서 말했다.
“그럼 같이 가죠. 저도 각파의 수장님들 면면이 궁금해서요.”
“뭐 그러지. 명진아 너도 같이 가자꾸나.”
호대권의 부름에 호명진도 주먹을 내지르는 것을 멈추고 호대권의 옆에 섰다.
그렇게 우리는 각파의 수장님들을 맡으러…… 가기 전에 땀으로 범벅된 몸을 씻으러 숙소로 갔다.
* * *
땀으로 찌든 몸을 씻어내고 난 뒤 나는 호대권과 호명진과 함께 구파일방의 장문인들을 맞이하는 자리로 함께 향했다.
내가 이틀 전에 들어온 문에는 환영인파가 어마어마하게 몰려 있었다.
밑에 도시에서도 소식을 들었는지 일반인들도 구경을 많이 왔고, 무엇보다 소림 쪽에서 준비를 무지하게 해두었다.
꽃이며 사람이며 아주 돈으로 떡칠을…… 큼큼 어찌 되었든 구파일방의 장문인들이 한 명 한 명 들어오기 시작했다.
역시 대문파라 그런지 혼자 온 것도 아니고 제자들 몇 명을 대동하고 방문했다.
‘그러면 무당에서는 천동을 데리고 오려나? 오랜만에 얼굴 한 번 보겠네.’
오랜만에 친우를 볼 생각에 신이 난 나는 언제쯤 무당파가 도착하려나~ 생각을 하면서 목이 빠지게 기다렸다.
그리고 내 생각 덕인지 화산, 아미, 전진 등 차례차례 장문인들이 도착할 때쯤 무당의 인사들이 올라왔다.
첫째로 보인 것은 흰 수염이 인상적이던 백염선 청운자였고, 그 뒤를 소면검선 무정선이 따랐다.
‘성진 그 작자에게 당한 왼팔의 상처는 다 아물었나 보네.’
내 생각대로 무정선의 왼팔 소매가 펄럭이긴 했지만 고통스러운 표정도 짓지 않고 있는 걸 보니 괜찮아 보였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무정선의 뒤를 이은 것은…….
“천동!!!”
“엇? 태천아!!”
역시나 천동이었다.
천동이 보이자마자 나는 두 손을 들어 붕붕 흔들었고, 그 모습을 보았는지 천동도 나를 향해 빠르게 달려와 나를 부둥켜안았다.
“너 임마! 대체 무슨 짓을 하고 다니길래 무당에서 떠난 지 얼마나 되었다고 현경의 무인이 된 거야!”
“내가 좀 재능이 있지……?”
“쯧…… 재수 없는 놈 같으니.”
“으하하하! 그래도 오랜만에 보니 좋네.”
내 말에 천동도 마찬가지라는 듯 고개를 끄덕끄덕거렸다.
그때 천동의 뒤가 어두워지더니 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오랜만이군.”
“정선 장로님! 그리고 청운자 장문인!”
“끌끌, 그래서 북해에서의 수행은 잘 되었는가?”
“장문인 덕택입니다. 장로께서는 팔은 괜찮으십니까?”
“음, 그래도 고통은 없네.”
“그건 다행이네요.”
내 말에 무정선은 고개를 한 번 끄덕이고는 천동의 뒷덜미 잡고 끌고 가며 말했다.
“이 녀석은 잠시 빌려 가도록 하지. 회의 때 보게나.”
“쩝, 알겠습니다. 그럼 회의 때 다시 뵙겠습니다.”
그 말을 마지막으로 무정선은 천동을 잡고 휘적휘적 걸어갔다.
“음, 천동 녀석 얼굴도 봤겠다. 숙소로 돌아갈까나. 유화도 기다리고 있을 테고.”
아직 4개의 파와 1개의 방이 남았지만 천동의 얼굴을 본 태천에게 나머지는 별 의미가 없었다.
어차피 회의 때 다시 만날 인물들 아닌가?
그리 생각하면서 태천도 무정선과 마찬가지로 휘적휘적 자신의 숙소로 걸어갔다.
그런 태천을 호명진과 호대권이 어이없어하듯이 쳐다보긴 했다만…… 이미 숙소로 향한 태천은 모르는 사실이었다.
* * *
호명진과 호대권을 버려두고 숙소로 돌아와 유화와 꽁냥대던 나는 나를 부르러 온 호명진에 의해 회의장으로 끌려갔다.
도살장에 끌려가는 소 같은 모양새였는지 뒤에서 유화가 풋 웃는 소리가 들려왔지만 호명진은 멈추지 않고 꿋꿋이 회의장으로 향했다.
지독한 놈.
회의장으로 들어가자 이미 자리에는 구파일방의 장문인들과 방주가 자신들의 자리에 앉아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리고 그런 그들의 뒤에는 각파의 제자와 장로가 각각 한 명씩 서 있었다.
물론 장로가 두 명이 온 곳도 제자가 두 명이 온 곳도 있었지만 아무도 그것에 대해서는 입을 열지 않았다.
그렇게 마지막 참석자인 내가 도착하자 회의의 시작을 알리는 것은 소림의 방장인 노석대사가 맡았다.
“이렇게 무림의 중대사를 논하기 위해 먼 소림까지 찾아주셔서 못난 제가 소림을 대표하여 감사의 인사를 드리겠습니다.”
그 말과 함께 노석대사는 고개를 살짝 꾸벅였고, 그런 노석대사에게 다른 이들은 그러지 말라며 만류했다.
이들의 만류에 노석대사는 빙그레 웃어 보이고는 다시 자신의 자리에 앉았다.
그리고 회의가 시작되었다.
회의가 시작되자 무당의 청운자 장문인이 먼저 이야기를 꺼냈다.
무당에서 있었던 혈교의 첩자에 대한 내용과 그로 인해 무당의 장로직을 맡고 있는 정선의 왼팔이 잘렸다는 말까지 모두 말이다.
그 말에 다른 장문인들의 표정도 거무죽죽하게 변했다.
무당에서 일어난 일이 자신의 파에서 일어나지 말란 법도 없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어떻게 해야 하겠습니까?”
아마파의 이진려 장문인의 말에 청운자는 자신의 상징과도 같은 백염을 부드럽게 쓰다듬으면서 말했다.
“일단 어렸을 적에 외부로부터 데려온 이들은 전부 조사하는 게 맞겠지요.”
“하지만…… 그런 이들은 장로직에도 있고 일반 제자들에게도 많습니다.”
“잊으신 건 아니겠지요? 저희 무당에서 장로급 인사가 혈교의 인물이었다는 사실을 말입니다.”
“윽…….”
청운자의 말에 이진려는 침음을 삼키면서 입을 닫았다.
“조사를 하든 말든 저희가 지금 해야 할 일은 간단합니다. 혈교에 대적할 단체를 만드는 것이죠. 안 그렇습니까?”
“맞소!! 우리 개방도 동의합니다.”
그의 말에 꾀죄죄한 옷을 입고 있던 개방의 방주가 호탕하게 웃으면서 말을 이어나갔다.
“솔직하게 말해서 여기에서 태양궁에 나타났다던 혈인이라는 자를 1대1로 싸워 이길 수 있는 자가 있기는 합디까? 애초에 현경의 극에 달한 이는 검황 남궁진 단 한 사람 아닙니까?”
“……맞습니다. 저희가 현경이란 경지에 발을 들인 지도 벌써 년 단위가 지나고 거진 수십 년에 가까운 시간이 지나지 않았습니까?”
점창의 장문인의 말에 다른 장문인들도 고개를 끄덕이면서 수긍했다.
자신들이 현경이란 지고한 경지에 발을 들인 지도 수십 년이지만 그다음 단계에는 오르지 못했는데 중입도 아닌 극에 존재를 이길 수 있을 리가 없었다.
“그래서 이렇게 저희가 모인 것 아니겠습니까? 혈교를 막기 위해서 말입니다.”
“맞습니다. 그러면 여기에서 무림맹을 창설하는 것에 대해서 반대하는 분들은 없으십니까?”
노석대사의 말에 다른 장문인들은 고개를 끄덕였다.
고집을 부리고 싶어도 고집을 부릴 상황이 되지 않았다.
만약 자신들이 마음에 안 든다고 고집을 부렸다간 자신들의 문파를 빼고 맹이 만들어질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면 전원 찬성이군요. 그럼 만들어진 무림맹의 맹주는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그거에 대해선 제가 말하겠습니다.”
이제야 내 차례구만. 힘들다 힘들어.
“제가 이렇게 자리를 마련했지만 저는 맹주란 자리에 관심이 없습니다. 애초에 제가 현경에 올랐다고는 하나 저를 믿고 따를 사람도 없고 저보다 나이 배분 하나 밀릴 것 없는 장문인들이 10명이나 있는 데 제가 오르는 것은 아니라고 봅니다.”
내 말에 다른 이들은 전부 고개를 끄덕이면서 수긍했다.
맹을 만드는 것은 찬성했지만 그들 또한 넓은 중원무림에서 열 손가락에 손꼽히는 이들이었기에 자신들보다 나이도 적고 배분도 낮은 태천의 밑에 있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래도 제가 맹을 만들자고 건의를 했고, 이렇게 여러분들을 모았으니 제가 맹주를 추천해도 되겠습니까?
그래도 내가 맹을 만들자고 했는 데 이 정도 할 권리는 있지.
“제가 추천할 장문인은…… 바로 청운자 장문인이십니다.”
“그건 안 되오!!”
쯧 역시 들고 일어나시는구만.
무림맹주라는 자리는 내가 추천하겠다고 말했지만 솔직하게 말해서 바로 받아들여질 거라고는 생각조차 안 했다.
무림맹주라는 자리가 갖는 상징성과 그 자리에 오름으로써 얻게 되는 명성과 부는 상상을 초월할 것임이 분명했기 때문이다.
나야 명성에는 관심도 없고 돈이야 목가장이 있으니 평생 먹고 살만큼은 있었으니 상관이 없었지만 다른 장문인들의 생각은 다르겠지.
무림맹주에 오르게 되면 적어도 자신의 문파가 한 단계 이상은 더 강해질 수 있었으니까.
그런 생각을 하면서 나는 벌떡 일어나 안 된다고 소리친 이를 쳐다보면서 말했다.
“화산의 김무천 장문인. 왜 그렇게 생각하시죠?”
“이익…… 아무리 자네가 우리들을 모았다고는 하지만 자네의 의견대로 맹주라는 큰 자리를 고를 수는 없지 않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