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기연 네비게이션-90화 (91/139)

기연 네비게이션 90화

그렇게 소림이 위치한 숭산의 정상에 도착하자 소림의 정문을 지키고 있는 중들이 보였다.

그런 중들에게 나는 합장을 하면서 인사했다.

그런 내 인사를 받아주던 중들 중 한 명이 내게 물었다.

“시주는 누구신지요? 지금 저희 소림은 곧 있을 구파일방의 회의 때문에 일반인들을 받고 있지 않습니다.”

중의 말에 나는 묵묵히 품에서 초대장을 꺼냈다.

방주가 보낸 편지에 함께 있던 초대장이었다.

그 초대장을 본 중은 실례했다며 인자한 미소를 지어주면서 소림의 문을 열어주었다.

그렇게 중이 열어준 소림의 문 안은 북해빙궁, 태양궁 같은 세외들을 다녀오면서 웬만한 절경이란 절경들은 다 본 태천의 입에서 탄성이 터져 나오게 하기에 충분했다.

-어잇! 어잇! 어잇!

넓은 곳에 모인 수십 명의 청년들이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일제히 주먹을 내지르는 광경은 가히 장관이라고 할 정도로 대단했다.

그리고 그들의 뒤로 펼쳐진 오래된 옛것에서 느껴지는 포근함과 장엄함은 다른 절경들에 비교해도 손색이 없을 정도였다.

그리고 그런 것들을 본 유화의 조그마한 입에서도 연신 오오! 하는 탄성이 터져 나왔다. 귀엽다.

“멋지지?”

“네! 엄청나네요!! 역시 구파일방에서 손꼽히는 곳 중 하나인 곳답네요!”

유화의 흥분이 담긴 그 말에 나는 고개를 선선히 끄덕여주면서 말했다.

“일찍 오길 잘했다. 그지?”

“그러게요오…….”

그렇게 한참을 소림을 구경하고 있을 때, 멀리서 만만치 않은 기운을 가진 중 하나가 뚜벅뚜벅 걸어왔다.

그리고 그 중이 가까이 와서 합장을 하자 태천은 꽤 오랜만에 보는 얼굴에 반가움을 표했다.

“호명진!!”

“오래간만입니다. 강 대협.”

나에게 합장을 한 젊은 중은 다름 아닌 천하제일무림대회에서 만났던 호명진이었다.

하지만 몇 년 만에 다시 만난 호명진은 그때와는 전혀 다른, 엄청난 기운을 가지고 있었다.

물론 나보다는 약하지만 대충 화경 중입 정도의 실력이었다.

물론 그 정도라면 장로직 하나 정도는 꿰찰 정도의 능력이긴 하지만 현경 초입의 무위를 지닌 내 눈에는 그저 조금 강해 보일 따름이었다.

그래도 오랜만에 보는 얼굴에 나도 반가워하며 호명진에게 말했다.

“명진, 몇 년 만에 보는 거야!”

“그러게 말입니다. 아! 그리고 호대권 님에게는 신권의 별호를 물려받았답니다.”

“오 그건 축하할 일이로군. 그 말은 화경에는 올랐다는 말이렸다?”

“하하하…… 그렇긴 하지만 이제 무림에서 손에 꼽히는 경지인 현경에 오른 강 대협에게는 비교가 안 되지요.”

“이런 이런 나에 대한 이야기까지 알고 있다니 너도 꽤 높은 곳에 올랐긴 한가보구나?”

그런 내 말에 호명진은 그저 빙그레 웃기만 할 따름이었다.

“아! 그러고 보니 너무 오래 세워뒀군요.”

“아냐 아냐. 괜찮아.”

“아닙니다. 손님을 이렇게 세워둘 수는 없죠. 제가 숙소로 안내하겠습니다.”

그렇게 말하고는 호명진은 앞장서서 숙소를 향해 걸어갔고, 그런 호명진의 뒤를 나와 유화가 뒤따랐다.

* * *

“후우…… 이렇게 짐 정리는 끝난 건가?”

“네! 또 나가서 구경이나 할까요?”

호명진의 안내에 손님용 숙소에 짐을 풀었다.

내 짐은 그닥 많지는 않았는데…… 유화의 짐이 좀 많아서 시간이 좀 걸렸다.

그렇게 짐을 다 풀고 다시 나가자 호명진이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음? 기다리고 있던 거야?”

“예. 혹시 실례가 되지 않는다면 한 수…… 요청해도 되겠습니까?”

호명진의 말에 내가 옆에 서 있던 유화를 슬쩍 쳐다보자, 유화는 빙긋 웃으면서 고개를 살짝 끄덕였다.

유화의 승낙에 나도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그러자 나도 소림의 무학이 조금 궁금했거든.”

투왕에게 전수받은 것들은 기공과 발경이 주였기에 권과 각을 주로 쓰는 소림의 무학을 직접 보고 싶은 마음이 있었는데 유화의 허락도 떨어졌기에 거리낄 게 없어졌다.

소림의 풍경도 절경이란 절경을 다 봐서 그런지 처음만 멋있어 보였지 두 번 보기는 좀 그랬거든.

“연무장으로 안내해 드리죠.”

“그래.”

그렇게 다시 호명진의 안내를 따라가자 그 끝에는 커다란 연무장이 있었다.

한쪽에서는 소림의 제자들이 주먹을 내지르고 발을 차면서 무공을 배우고 있었다.

그리고 그 한가운데에는 대련을 위한 대련장이 존재했다.

그곳으로 나를 데려간 호명진이 뚜둑 뚜둑 몸을 풀기 시작했다.

그런 호명진의 모습에 나도 몸을 풀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런 나를 유화가 두 주먹을 불끈 쥐면서 응원했다.

“꼭 이기세요!!”

……당연히 이겨야지! 어디 가서 현경의 무인이 대련으로 화경의 무인에게 패배했다고 그러면 그건 또 무슨 수치야…….

그렇게 유화의 응원이 끝나고 호명진의 몸풀기가 끝나자 대련장 안으로 누군가가 올라왔다.

“그럼 심판을 내가 보도록 하지.”

“오! 호대권 장로님? 오랜만이시군요.”

“하하하!! 자네도 오랜만일세. 현경에 도달했다는 소문이 아주 소림 내에서 자자하네.”

호대권의 호탕한 웃음소리에 나도 마주 웃으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이제 시작하시죠.”

“그러지. 규칙은 간단하네. 첫째 살인 금지. 둘째 무기 없이 권과 각으로만 승부를 볼 것 그리고 내공은 사용 가능하네만…… 자네는 조금 자제해 주게. 명진이는 화경이니, 화경의 수준 정도로만 자제해 주게.”

호대권의 규칙 설명에 내가 고개를 끄덕이자 호대권은 고맙다며 한 번 고개를 살짝 숙이고는 다시 규칙 설명을 마쳤다.

“이상일세.”

“알겠습니다.”

“알겠습니다.”

나와 호명진이 답하자 호대권은 대련장에서 살짝 물러섰다.

하지만 언제라도 튀어나갈 수 있도록 몸은 풀었지만 말이다.

물론 화경의 무인인 호대권이 달려들어도 현경의 무인인 나를 막을 수는 없었지만.

대련장에서 물러난 호대권이 손을 번쩍 들어 올렸다가 번개같이 손을 내렸다.

그리고 그 신호가 떨어지자마자 우리 둘은 서로에게 달려들었다.

선공은 나부터였다.

내공은 제한했다 하더라도 현경에 이른 신체 능력에 뛰어난 보법 및 신법 덕택에 선공은 내가 차지했다.

파바박!!

숨 한 번 쉴 시간이었지만 그 시간 동안 내가 내지른 주먹은 무려 다섯 번.

급하게 달려들던 호명진은 섬전과도 같은 속도 자신에게 쏟아지는 주먹질에 움찔하면서 두 팔을 들어 올리면서 방어를 했다.

하지만 금강불괴가 되면서 얻은 단단한 신체는 내공을 두르지 않아도 철판을 뭉갤 정도의 파괴력을 품고 있었다.

하물며 내공을 담은 주먹질은 화경의 무인이라도 충격을 주기에는 충분한 위력을 가지고 있었다.

만약 호명진이 평범한 몸을 가지고 있었다면.

쾅 쾅 쾅!

‘이건……?’

호명진의 몸을 때릴 때마다 철이 울리는 듯한 느낌에 내가 거리를 벌리면서 물었다.

“설마……? 철골?”

그리고 내 말에 호명진도 마주 물러서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대단하구만. 역시 소림의 별이라는 말이 아깝지가 않아.”

“과찬이십니다. 그리고…… 태천 님께선 저보다 더욱 강한 몸을 가지고 계시지 않습니까?”

그렇게 말하면서 호명진은 내 주먹을 막은 팔을 들어 보였다.

호명진의 팔은 뻘겋게 물들어 있었다.

철골에 이르면 뼈는 정말 철과 같은 강도를 가지게 되고 피부 또한 그 정도는 아니더라도 그와 비슷한 강도를 가지게 되는데도 뻘겋게 변해 있었다.

“그야 나는 투왕께 직접 맞아가면서 배웠으니까…… 하, 그때 생각하니 눈물이 앞을 가린다.”

“그…… 그게 사실이십니까? 현재 투왕께서는 중원에 안 계시다고…….”

“아아…… 무당에 투왕과 연이 있으신 분이 있어서 그분 덕택에 뵙게 됐지.”

그 말을 하면서 나는 생각했다.

‘가길 잘한 건지 못 한 건지…….’

금강불괴에 빙과와 빙공 등을 얻은 걸 보자면 잘한 게 맞지만 오직 투왕에게 맞아가면서 배웠다는 그 사실 하나 때문이라도 못 한 거라는 쪽으로 무게 추가 기우는 태천이었다.

내가 그 사실에 눈물을 머금고 있을 때, 호명진이 바람처럼 달려들어 주먹을 내질렀다.

“빈틈입니다!!”

“어이쿠! 옛 생각에 빠져 있을 때 공격하기 있나?”

호명진의 빈틈을 노린 기습에도 투왕에게 단련된 짐승과도 같은 육감에 팔을 들어 올려 호명진의 주먹을 막았다.

그리고 그런 호명진의 주먹에는 서슬 퍼런 권강이 타오르고 있었다.

하지만 마찬가지로 내 팔에도 천마강기가 검은빛을 띠면서 팔을 보호하고 있었다.

자신의 공격이 무산되었음에도 호명진은 물러서지 않고 빠르게 주먹을 내지르고 발로 차며 공격했다.

그리고 그 일련의 공격들은 분명 제각각의 공격임에도 불구하고 물 흐르듯이 연결되며 나를 몰아붙였다.

물론 내 몸에게 충격을 주었느냐고 묻자면 그건 또 아니었지만 말이다.

쾅!!

나를 몰아붙이자 계속 물 흐르는 듯한 연격으로 속공을 취하던 호명진은 자신에게 날아오는 주먹을 막지 못했고 이내 대련장을 넘어서 연무장 벽에 틀어박혔다.

하지만 과연 금강불괴 바로 밑에 존재하는 철골답게 호명진은 벽에서 멀쩡하게 걸어 나왔다.

나에게 맞은 곳은 뻘겋게 물들어 있었지만.

“……역시 현경이란 지고한 경지에 금강불괴라는 외공, 최고 경지의 조합은 무시무시하군요.”

그리 말하면서 호명진은 입안이 터졌는지 피를 탁 뱉으면서 말했다.

“아직 안 끝났…… 어라?”

털썩…….

우리 포기를 모르는 청년! 호명진은 아직 안 끝났다는 말과 함께 달려들려 했지만 제 자리에 털썩 주저앉았다.

그럴 만도 한 게 내가 호명진에게 날린 주먹은 정확하게 호명진의 턱에 꽂혔다.

그리고 내가 날리는 주먹질 하나하나에는 모두 투왕에게 배운(맞으면서) 발경의 묘리가 들어가 있었기에 주먹을 타고 들어간 내 내공이 호명진의 뇌를 진탕 흔들어 놓았을 게 분명했다.

방금 일어선 정신력에는 내가 박수를 보낸다.

너 대단하다, 대단해. 나는 투왕한테 그거 맞고 그냥 뻗었는데.

“쟤 지금 뇌가 흔들려서 어질어질할 겁니다. 좀 누워 있으면 괜찮을 거예요.”

내 말에 달려나가려던 호대권이 우뚝 멈춰 섰다.

“그런가? 그래서 명진이의 실력은 어떤가?”

호대권의 말에 나는 찬찬히 호명진의 실력을 분석해 보기 시작했다.

그리고 몇 분 뒤 결론을 내렸다.

“괜찮습니다. 일단 기본기도 괜찮고 권과 각법 모두 제가 건드릴 곳 없이 훌륭합니다. 그리고 권법과 각법을 사용하는 이들에게 가장 중요한 거리를 위한 보법과 신법도 마찬가지입니다.”

내 칭찬에 호명진을 손수 가르친 호대권의 얼굴에는 미소가 떠올랐다.

“하지만!!”

“음? 뭔가?”

“너무 정직합니다. 그리고 외공에 대한 대비가 전혀 없습니다. 현 무림에 외공들의 씨가 마르고 있다고는 하지만 명진도 철골을 가지고 있고, 외공에 관련 없이 태생부터 골격이 튼튼한 이들도 있습니다. 그런 이들에 대한 대비가 아무것도 없다? 그냥 죽겠다는 말과 똑같습니다. 혹여 난타전으로 갔는데 그자가 대비가 되어 있으면 정말 죽을 수도 있습니다.”

“……으으음.”

내 말에 호대권은 침음을 삼켰다.

하지만 사실인 것을 어쩌랴.

막상 나만 봐도 금강불괴인지라 방금 호명진의 모든 공격을 맨몸으로 맞아도 상처 하나 없을 것이다.

그런데 호명진은 발경에 ㅂ자도 모른다는 게 참 답답할 따름이다.

그리고 정직하기는 어찌나 정직한지 주먹을 내지르기도 전인데 어디로 뻗어올지 예측이 되는 것도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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