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기연 네비게이션-89화 (90/139)

기연 네비게이션 89화

“제가 말씀드리지 않았습니까? 이번에는 좀 멀리 다녀왔다고. 그리고 그 과정에서 좀 인연들이 있었습니다.”

태천이 보여준 것들에 대한 의미는 간단했다.

4명의 현경급 무인의 동의를 비롯해서 무림육대고수(이제는 오대고수지만) 중에서 2명이나 태천을 지지한다는 말이었으니까.

거기에 목유천은 태천이 마교와도 연이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기에 무려 5명이나 되는 현경…… 아니, 태천을 포함해서 6명이나 되는 이들이 무림맹 창설에 찬성을 한다는 것이었다.

“자네…… 정말 대단해졌구만…….”

“원래 대단했습니다.”

그리 말하면서 태천은 씨익 웃어 보였고, 그 웃음에 목유천은 그저 고개만 살살 저을 따름이었다.

“알겠네. 내가 이것은 전폭적으로 지원해 주지. 내가 뭘 해주면 되나?”

“저번에 개방 쪽에 조금 연이 있다고 했죠?”

“그렇네만?”

“방주까지 가능하겠습니까?”

“으으음…… 돈이 좀 깨지겠지만…… 못 할 것도 없지.”

“그럼 바로 부탁드리겠습니다.”

내 말과 함께 목유천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어딘가로 향했다.

그 모습을 가만히 지켜보던 태천은 자신의 옆구리에서 느껴지는 감각에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 그곳에는 주먹을 불끈 쥐고 자신을 쳐다보고 있는 목유화가 있었다.

“저…… 저는 뭘 하면 될까요?!!”

“유화는 아무것도 안 해도 돼.”

“저도 가가를 돕고 싶은데…….”

“내 옆에 있기만 해도 도와주는 거야.”

그리 말하면서 나는 유화를 끌어안았다.

으음…… 좋은 향기가 난다.

하지만 이런 좋은 분위기를 초 치는 이가 있었으니…….

-어휴 지랄을 한다. 지랄을 해. 뭐? 옆에만 있어도 도와줘? 캬캬캬!!

‘닥쳐라.’

-닥춰라~

‘따라하지 마라…… 으득’

-뜨르흐즈므르~

‘넌 오늘 밥 없다.’

-아니! 야! 잠깐만!

사죄하는 탐을 무시하곤 유화와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아 재밌다 재밌어.

* * *

“이건 뭐지?”

꼬질꼬질한 옷을 입고 입는 남자의 물음에 그 옆에서 비슷하게 입은 다른 남자가 답을 했다.

“강릉의 목가장에서 보내온 겁니다.”

“목가장? 아아~ 거기? 우리한테 후원금도 많이 보내고 그러는 곳?”

“맞습니다. 방주.”

남자에게 방주라는 불린 사내는 껄껄 웃으면서 편지를 집어 들어 안에 있는 내용을 찬찬히 읽기 시작했다.

편지를 다 읽은 뒤 남자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면서 자신의 자리 옆에 놓여 있는 봉을 집어 들면서 자신에게 편지를 전한 남자에게 말했다.

“야.”

“네? 뭡니까 방주.”

“소집해라.”

“뭘 소집하라는 겁니까?”

이해할 수 없는 말에 남자가 답답한지 자신의 가슴을 탕탕 치면서 묻자 방주의 입가에 미소가 씨익 걸렸다.

“개방의 방주로써 명령한다. 구파의 장문인들 싹 다 모으게 편지 돌려라.”

* * *

부웅…… 부웅…….

이른 아침 목가장 안에 마련된 연무장에서 태천은 검을 휘두르면서 아침을 맞이했다.

그리고 그렇게 땀을 흘리면서 검을 휘두르는 태천에게 누군가 달려왔다.

“사위! 왔네, 왔어!! 답이 왔네!!”

목유천이었다.

달려오는 목유천의 손에는 편지 하나가 들려 있었다.

그렇게 달려온 목유천은 내 앞에 서서 숨을 고르고는 손에 꼬옥 쥐고 있던 편지를 나에게 건넸다.

“그렇게 뛰어오실 필요는 없었는데…….”

나는 그렇게 말하면서 목유천의 등에 손을 대고 양의 기운을 불어넣어주었다.

양의 기운의 포근함 덕분인지 목유천의 안색이 조금씩 괜찮아지자 그제야 등에 댔던 손을 떼었다.

“허허…… 그래도 자네에게 빨리 전해주고 싶어서 말일세.”

“어찌 되었든 감사합니다. 저 때문에…….”

“흐허허허!! 우린 가족 아닌가? 그런 말 하지 말게나.”

가슴을 찌잉 울리는 목유천에 말에 감사를 전하고는 목유천이 가져온 편지를 찬찬히 읽어내려갔다.

예상대로 편지는 개방에서 온 편지였다.

그리고 편지를 쓴 사람을 본 나는 꽤 놀랐다.

편지를 쓴 사람이 다름 아니라 개방의 방주 본인이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런지 조금 편지가 꼬질꼬질한 것 같기도…… 큼큼 어찌 되었든 방주가 적은 말들을 요약하자면 나의 말에 적극 동의를 한다.

그리고 다른 구파의 장문인들에게 편지를 보낸 결과 회의를 열자는 나의 말에 전부 동의를 했다.

회의 장소는 다음 주 소림에서 열린다.

이 정도였다.

이 답을 얻는데 걸린 시간이 한 달이었으니 적다면 적고 많다면 많은 시간이었지만 좋은 결과를 얻었으니 만족스러웠다.

“뭐라 적혀 있는가?”

“음? 안 읽어보시고 오신 겁니까?”

“큼큼큼, 그게 자네에게 한시바삐 보여주고 싶은 마음에 그만…….”

“그렇게 급하게 안 오셔도 되는데…… 어차피 오래 걸릴 거라고 생각하고 있어서요.”

“알겠네, 알겠어. 그래서 뭐라고 적혀 있는 건가?”

“알겠다네요. 다음 주 소림에서 회의가 열린다고 하니까 저도 거기로 오라는 말입니다.”

내 말을 듣자 목유천은 내 두 손을 꼬옥 잡으면서 붕붕 흔들었다.

어지간히 기분이 좋은가 보다.

역시 내 장인어른.

“그럼 어서 준비하지! 여기서 이럴 시간이 없네!!”

“예? 아직 일주일이나 남았…….”

“어허! 당장 닥쳐서야 준비를 할 생각인가? 그럴 수 없지! 미리미리 준비해서 소림으로 가 있게나.”

“예? 예, 예…….”

맨날 전날에 짐 싸서 출발했는데 그렇게 말씀하시니 제가 잘못된 거라고 생각이 드네요…….

그렇게 나는 우리 대단한 장인어른 등쌀에 밀려 결국 수련을 멈추고 방으로 돌아와 짐을 꾸리기 시작했다.

아니, 그런데 챙길 짐도 없는데…….

워낙 들고 다니는 게 없어서 짐을 꾸리는 데에는 단 한 시간도 채 걸리지 않았다.

그렇게 남는 시간에 빈둥거리기도 뭐해서 나는 방에서 빠져나와 유화가 있는 곳을 향해 걸어갔다.

똑똑똑…….

“누구세요?”

“큼큼…… 접니다.”

“……아! 들어오세요! 굳이 안 그러셔도 되는데…….”

내 말에 유화가 문을 드르륵 열면서 밖으로 나와 내 손을 잡고 방 안으로 끌고 들어갔다.

그렇게 유화의 손에 이끌려 방으로 들어온 나는 유화의 방 구경에 여념이 없었다.

그런 나를 깨운 것은 유화의 목소리였다.

“그런데 갑자기 여긴 어쩐 일이세요? 수련으로 바쁘시지 않나요?”

“아하하…… 그게 장인어른이 짐을 싸라고 하셔서…….”

“짐? 설마 또 어디로 가시나요?”

또 어디로 떠날까 유화가 내 팔을 꼭 끌어안았다.

아…… 부드럽…… 아니, 금방이라도 울 것 같은 유화를 달래기 시작했다.

“아니 아니. 내가 저번에 말한 무림맹 관련 일 때문에 소림으로 가게 되었어.”

“하아…… 언제 가시는데요?”

“음…… 장인어른이 미리미리 가는 게 좋다고 하셔서…… 내일? 내일모레?”

내 말에 눈에 띄게 침울해하는 유화의 모습이 무척이나 귀여웠다.

양 볼에 바람을 불어넣고 나 삐졌습니다! 하는 그 모습에 나는 푸하하 웃으면서 유화의 머리를 헝클어뜨리며 말했다.

“화났어?”

“……안 화났어요.”

“에이 화났는데?”

계속되는 물음에 유화의 몸이 부들부들 떨리기 시작했다.

어이쿠 이거 좀만 더 놀리면 큰일 나겠는데?

한계치까지 달한 유화의 모습에 태천은 여기까지가 마지노선이라는 생각에 화를 풀어주기 시작했다.

“아이고, 왜 화를 내고 그래. 어차피 같이 갈 건데.”

“……같이요?”

미끼를 물었구만.

내 말에 유화는 그게 사실이냐는 눈빛으로 나를 쳐다보기 시작했다.

아우 그렇게 초롱초롱하게 쳐다보면…… 너무 귀엽잖아!

유화의 터질 것 같은 귀여움에 금방이라도 껴안고 싶은 마음을 주체하면서 나는 고개를 끄덕거렸다.

내 끄덕임에 유화는 언제 화가 났냐는 둥 헤실헤실 입가에 미소가 맺혔다.

아이구 귀여워.

“정말로…… 정말로 같이 가는 거죠?!”

“그래그래. 정말로 같이 가는 거야.”

“아이참…… 무슨 옷을 입지?”

정말이라는 나의 말에 유화는 그때부터 무슨 옷을 입어야 할지 고민이라며 자신의 옷장과 장신구함을 뒤지기 시작했다.

음 여기 계속 있으면 옷 고르는 거 도와달라고 할 기세다.

이럴 때 좋은 방법이 있지.

“큼큼 나는 이만 아까 못다 한 수련을 하러 이만…….”

“앗! 잠깐…….”

도망치는 거다.

나는 유화의 부름을 못 들은 체하면서 방을 빠져나왔다.

휘유…… 차라리 검 만 번을 휘두르고 말지.

저런 건 딱 질색이다.

분명 나는 가만히 앉아서 품평하는 데 왜 기운이 빨리는 기분이 드는지…… 쯧 유화한테 미안하지만 이건 아무 남자들을 붙잡고 물어봐도 똑같을 거다.

그렇게 유화에게 속으로 사과하면서 태천은 검을 어깨에 걸치고는 다시 연무장을 향해 걸어갔다.

* * *

하지만 나는 기세 좋게 연무장으로 도망간 것과는 다르게 그날 저녁에 유화에게 잡혀가 옷을 고르게 되었다.

흑흑, 또다시 도망가려고 했는데 유화가 자신이 창피를 당하면 좋겠냐고 묻는 바람에…… 도망칠 구석이 사라졌다.

그래서 새벽 늦게까지 유화의 옷부터 장신구까지 싸그리 골라주고서야 방으로 돌아올 수 있었다.

분명 나는 현경에 오르면서 운남에서 강릉까지 뛰어와도 지치지 않았는데 유화의 옷과 장신구를 골라주고 오자 온몸에 진이 다 빠져버렸다.

그런데도 유화는 쌩쌩 보였다.

사실 여자들은 전부 자연경의 고수가 아닐까?

조심스레 생각해 본다.

그렇게 유화의 치장을 마치고서야 돌아온 나는 죽은 듯이 잠을 잤다.

정말 현경…… 아니, 화경에 오르고 나서 이렇게 죽은 듯이 잔적은 처음인 듯싶다.

그다음 날 나는 소림으로 향하는 마차에 올랐다.

마차에 오르는 나는 정말 전신이 물먹은 솜처럼 무거웠는데 내 옆에 탄 유화는 그저 밝게 웃기만 한다.

정말 여성들이 자연경의 고수라는 내 가설이 사실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런 나와 유화를 태운 마차는 목유천의 배웅을 받으면서 빠르게 강릉을 벗어났다.

나 혼자 간다면 또 뛰어가면 그만이었지만 유화가 있는 한 그럴 수가 없었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나는 유화와 함께 마차를 타고 소림으로 향하게 되었다.

다그닥…… 다그닥…….

말발굽 소리를 들으면서 유화가 꺄르르 웃으면서 나에게 말을 걸어왔다.

“이렇게 가가랑 있던 적은 처음이네요!!”

아! 그러고 보니 유화랑 이렇게 있어본 적은 처음이었다.

처음 유화를 혈교의 녀석들에게서 구해낸 뒤로 바쁘게 살았구나…… 좋아하는 사람 곁에 오래 머물지도 못할 정도로 말이다…….

그래도 지금이라도 이렇게 같이 있을 수 있으니 좋네.

“그러게. 진작 이럴걸.”

내 말에 안 그래도 커다랗던 유화의 두 눈이 왕방울만 해졌다.

그 모습에 내가 푸하하 웃자 유화는 입술을 댓 발이나 내놓으면서 또다시 나 삐졌소!를 표현했다.

그렇게 소림으로 향하는 마차 속에서 무척이나 오랜만에 유화와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 * *

그렇게 우리가 마차 안에서 알콩달콩한 시간을 보내는 사이에 시간은 빠르게 흘러 우리는 소림이 있는 숭산이 위치하고 있는 허난성에 도착했다.

허난성에 도착한 우리는 우리를 여태까지 태워다준 마차를 다시 강릉으로 돌려보내고 숭산을 오르기 시작했다.

허난성에서 쉬다가 소림으로 올라가도 되지만 그래도 이왕 소림이 있는 숭산에 온 김에 소림에서 남은 2일을 보내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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