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연 네비게이션 88화
아무리 자신의 행색이 초라해도 그렇지 자신의 말을 듣지 않았다고 해도 일반인으로 보이는 이에게 창을 찌르는 그의 모습은 좋게 보려 해도 좋게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태천이 검을 뽑아 들자 반항한다고 생각했는지 안 그래도 시뻘게진 얼굴이 더욱 시뻘게졌다.
그리고 결국 그는 태천에게 창을 찌르는 우를 범했다.
어쭈? 진짜 찌르네? 오냐 넌 좀 오늘 좀 정신 교육 좀 받자.
그리 생각하면서 태천은 뽑아 든 검으로 자신에게 찔러오는 창을 일도양단해 버렸다.
그 과정에서 태천은 검강은커녕 검기조차 사용하지 않았다.
손놀림 한 번에 자신의 자신 두 쪽이 되어버리자 그제야 사태의 심각성을 깨달았는지 그는 손에 쥔 창이었던 것을 땅에 떨구고 부들부들 떨고 있었다.
그의 옆에 서 있던 다른 경비 무사들도 그의 옆에서 공손하게 시립했다.
그들의 모습에 태천이 검을 집어넣고 그들에게 뚜벅뚜벅 걸어가 자신에게 창을 찌른 경비 무사의 앞에 섰다.
자신의 앞에 태천이 멈춰 서자 그의 몸이 더더욱 떨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의 어깨에 손을 올리면서 태천이 말했다.
“좀 맞자.”
“……예?”
예?는 무슨 예?야 사람을 죽이려고, 아니, 반X신을 만들려고 했으면 너도 그럴 각오는 했어야지, 안 그래? 문답무용이다. 이 새끼야.
퍽! 퍽! 퍽!
그렇게 태천의 구타가 시작되었다.
물론 내공은커녕 힘도 조절해가면서 때렸기에 죽지는 않겠지만 무신지체에 금강불괴로 철보다 단단해진 태천의 몸에 맞는 그도 그렇게 생각할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죽지는 않았다.
“사…… 살려……!”
“누가 죽인데? 나 그렇게 나쁜 사람 아니야.”
물론 사람을 죽여본 적은 있다.
하지만 그들은 하나같이 나아쁜 인간들이라구? 너도 나쁘긴 한데 그 정도까지는 아니라서 봐준다.
그리고 그 말을 하고 태천은 배에 힘을 주면서 소리쳤다.
“가아아앙~태애애애애~처어어어언!! 돌아왔습니다!!!!”
태천의 그 쩌렁쩌렁한 목소리에 경비 무사들은 귀를 막고 주저앉았다.
그리고 자신들이 들은 강태천이 돌아왔다는 말에 정신이 멍해지기 시작했다.
자신들이 경비 무사를 하기 전에 교육받은 내용 중 최중요 내용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혹시라도 강태천이라는 사람이 오면 무조건 들여보내라. 그자가 가짜든 진짜든 간에 물어보지도 말고.’
‘예? 대체 그 사람이 누군데 그러십니까?’
자신들의 선임이 무조건 들여보내라는 강태천이라는 사람의 말에 그들은 의문을 표했다.
그리고 들려온 선임의 대답에 고개를 끄덕였다.
‘이곳 목가장의 장녀분의 정인이시다.’
그리고 그 대답을 기억해 낸 그들의 머릿속에는 한 가지 생각밖에 들지 않았다.
‘X 됐네…….’
* * *
“흐흐흥~ 나의 님은 언제 돌아오시려나~”
여느 때와 같이 목가장 안에 있는 화단들을 돌아보면서 태천을 그리면서 시간을 보내던 목유화의 귀에 소란스러움이 들리기 시작했다.
“음? 웬 소란이지?”
정문 쪽에서 벌어지는 소란에 총총걸음으로 정문을 향해 걸어가던 목유화는 들려오는 비명 소리에 걸음을 바삐 했다.
최근에 뽑은 경비 무사가 무슨 사고를 쳤나 싶어서 총총걸음에서 달리기로 속도를 높인 목유화의 귀에 재차 비명이 들려오기 시작했다.
“이런! 늦었나?”
강릉에서 가장 거대하고 영향력 있는 장원이다 보니 이곳에 속한 이들 중에는 자신이 꽤 대단한 사람이 된 것처럼 다른 이들을 얕잡아보는 이들이 간혹 있었다.
물론 그런 짓을 하다가 걸리게 되면 바로 내쫓겼지만 그럼에도 그런 이들은 줄지를 않았다.
하지만 커다란 장원을 관리할 사람도 지킬 사람도 언제나 부족한 실정이었기에 뽑고 내쫓고를 반복하는 실정이었다.
하지만 이번에 비명이 들린 곳은 정문.
정문에 있는 경비들은 무기를 소지하고 있기 때문에 잘못하면 애먼 사람이 다칠 수도 있다는 생각에 걸음을 바삐 하던 유화는 달려가던 것을 멈추고 의아해했다.
“비명이…… 멈췄어?”
갑자기 찌를 듯한 비명이 사라진 것이다.
그 상황에 의아해하던 목유화는 그래도 나가는 봐야지 하는 생각으로 다시 걸어가던 그때 방금 비명과는 비교도 안 되는 우렁차면서도 익숙한 목소리에 눈물이 왈칵 흘러내렸다.
-가아아앙~태애애애애~처어어어언!! 돌아왔습니다!!!!
‘공자님…… 아니, 가가!!’
방금 달려가던 속도보다 빠른…… 아니, 빛보다 빠른 속도로 목유화는 정문을 향해 달려갔다.
* * *
“잘못했어요? 안 했어요?”
“자…… 잘못했습니다! 그…… 그러니 목숨만은……!”
어이쿠, 죽인다고는 한마디도 안 했는데 거참 무안하게시리.
그리 생각하면서 태천은 잡고 있던 경비 무사의 머리채를 놓아주고 바닥을 뒹구느라 묻은 먼지까지 손수 털어주면서 일으켜 세워주었다.
친절하게 대해주는 태천의 태도에 어안이벙벙하던 경비 무사는 이내 정신을 차리고 허리를 직각으로 숙이면서 감사와 죄송합니다만을 연발했다.
그 모습에 손사래를 치던 태천의 눈에 목가장의 문이 열리는 것을 보였다.
그리고 열린 목가장의 문에서 나오는 인영에 저절로 입가에 미소가 지어졌다.
“유화!!”
“가가!!”
마치 날듯이 달려온 유화는 내 품에 안겨서 엉엉 울었다.
그리고 나는 그런 유화의 머리를 쓰다듬으면서 위로했다.
한참을 울면서 내 옷을 손수건처럼 사용하던 유화가 그제야 울음이 멈추었는지 고개를 쳐들고 나를 바라보면서 배시시 웃었다.
“가가! 왜 이렇게 늦으셨어요!”
“아아~ 이번에는 좀 멀리까지 나가느라…….”
“다른 분들은요?”
“걔들은 강해지겠다고 떠났어. 아직 안 왔어?”
“네! 가가께서 처음이에요!”
어유 귀여워. 나보다 나이가 많다는 게 믿기지가 않을 정도의 귀여움이다.
마음 같아서는 저 탱탱한 볼을 쭈욱쭈욱 늘려주고는 싶지만 보는 눈이 너무 많다. 큼큼큼.
“그런데 무슨 소란이지요?”
“아~ 그게 말이야. 저기 경비 무사가 나한테 창을 찔러와서 내가 버릇 좀 고쳐…….”
유화의 말에 나는 아무것도 아니라는 듯이 말했지만 내 말을 들은 유화의 표정이…… 어 음…… 많이 무서워졌다.
그리고 그런 표정을 한 유화가 뚜벅뚜벅 경비 무사의 앞에 걸어갔다.
뭐하려고 그러지?
혼내려고 그러나?
그리고 그런 생각을 하던 내 예상과는 다르게 유화가 한 것은 다름 아니라 뺨을 후려치는 것이었다.
짝!!
“커윽…….”
“당신! 제가 여태까지 본 이들 중에서 가장 악질이군요. 제 정인을 공격한 것도 공격한 것이지만 만약 가가가 아니라 일반인이었다면 크게 다칠 수도 있는 일이었습니다. 당신 같은 사람이 목가장…… 아니, 이 강릉에 있다는 사실에 치가 떨리는군요. 당장 제 눈앞에서 사라지세요!”
오우…… 역시 내 여자! 멋있다!
쯧쯧쯧, 저 남자는 불쌍하게 됐네.
그런데 유화의 저런 모습은 좀 낯설긴 한데…… 멋있네.
목유화의 서릿발이 풀풀 날리는 말에 뺨을 맞은 경비 무사는 혼비백산하면서 도망갔다.
그리고 경비 무사가 꽁지가 빠지게 도망치자 유화는 흥! 하고 콧방귀를 뀌고는 원래의 표정으로 돌아가 태천에게 도로 달려가 폭하고 안겼다.
“멋있는데?”
“……그런 말 하지 말아요.”
“아니, 정말로. 멋있었어.”
“……정말요?”
아유 귀여워 진짜.
아무튼 회포는 들어가서 풀어야지.
이렇게 흙먼지가 풀풀 날리는 곳에 유화를 오래 둘 수는 없지! 암암, 그렇고말고.
“그런데 왜 그렇게 꼬질꼬질하신 복장으로 계신 건가요?”
“아, 이거? 유화를 만나고 싶어서 쉬지도 않고 달려오느라고.”
“네에? 대체 어디서부터 오셨길래…….”
“음? 대충 운남?”
“…….”
내 말의 유화는 턱이 빠질 정도로 입을 떡 벌렸다.
어이쿠 턱은 빠지면 안 되지.
그렇게 생각하면서 유화의 벌어진 턱을 닫아주면서 말했다.
“어이쿠. 턱 빠지겠네. 일단 자세한 건 장주님…… 아니, 아버님과 함께 얘기할까?”
“아…… 아버님! 헤헤 좋아요. 하지만! 들어가서 먼저 씻어야 해요!”
“알았어, 알았어. 그럼 들어갈까?”
내 말에 유화는 묵묵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 모습을 보면서 나도 마주 끄덕여주고는 목가장의 문을 열고 그 안으로 유유히 사라졌다.
그리고 둘이 사라지고 나자 나머지 경비들은 다시 정문을 지키기 시작했고, 다른 상인들과 일반인들은 제 할 일을 하기 위해 자신이 있어야 할 위치로 돌아갔다.
* * *
“아으…… 시원하다.”
얼음장 같은 물로 몸을 씻고 나온 태천은 옷을 갈아입고 곧장 목유천과 목유화가 기다리고 있는 회의실로 향했다.
그리고 그런 태천이 회의실의 문을 열고 들어가자 곱게 차려입은 목유화와 진중한 표정을 짓고 있는 목유천이 반겨주었다.
“어서 오게나.”
“어서 오세요!”
그런 둘의 모습에 태천이 얼굴에 저절로 미소가 지어졌다.
그리고 그런 둘에게 태천이 인사했다.
“다녀왔습니다.”
나의 그 인사에 둘의 얼굴에도 미소가 떠올랐다.
그 미소를 보면서 의자를 빼서 앉은 뒤, 나는 목유천에게 그간 겪었던 일들에 대해 설명하기 시작했다.
내 말을 들으면 들을수록 목유천의 표정은 점점 딱해졌고, 목유화의 표정도 마찬가지였다.
그렇게 약 두어 시간 후에 내 이야기가 끝나자 목유천은 참아왔던 숨을 푸우하고 몰아쉬면서 나에게 물었다.
“그래서 자네의 말을 종합해 보자면 자네는 무림의 힘을 응집시킨 맹을 만들자는 건가? 혈교에게 대항하기 위해서?”
“그렇습니다. 저는 그들의 힘을 눈앞에서 보았고, 지금 뿔뿔이 흩어진 무림의 힘으로는 절대 혈교를 막을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아마 지금처럼 무림이 흩어진 상태라면 차례차례 혈교의 손에 의해서 무너지게 될 것은 자명한 일입니다.”
“……후우 자네의 말은 잘 알겠네. 하지만 자네의 말만 듣고 과연 무림의 콧대 높으신 분들이 과연 무림맹을 결성할까?”
목유천의 걱정 어린 말에도 태천은 빙그레 웃음으로 답해주었다.
태천의 웃음에 답이 있다 생각한 목유천이 태천에게 얼른 답을 하라며 재촉하기 시작했다.
목유천의 재촉에 태천은 천천히 자신의 생각을 풀어나갔다.
“일단 한 가지 말씀을 드리자면 전 이제 현경의 무인입니다.”
“……?!”
내 말에 목유천의 두 눈이 똥그랗게 커졌다.
내가 하는 말의 의미는 퍽이나 단순했으니까.
내 능력이 이제는 전 무림에서 못해도 30위 안에는 든다는 소리나 다름없었으니까 말이다.
사막의 모래알처럼 많은 무림인들 중에서 30위라는 말은 거의 대적할 자가 없다는 말이었으니까.
그것도 나이가 아직 약관이라면 더더욱!
“그렇군…… 자네의 그런 압도적인 무공이라면 그 콧대 높은 구파일방의 장문인들과 방주들도 자네의 말에 귀 기울일 수밖에 없지.”
“그것뿐만이 아닙니다. 이걸 봐주시죠.”
그 말과 함께 나는 품에서 태양궁과 북해빙궁의 직인이 찍힌 편지와 오독문의 직인이 찍힌 편지 그리고 투왕의 패를 보여주었다.
그것들을 보자 그것들을 쥐고 있는 목유천의 손이 벌벌 떨려왔다.
“자…… 자네! 이것들을 대체 어떻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