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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연 네비게이션-79화 (80/139)

기연 네비게이션 79화

“무어라?”

“네놈의 잘난 태양궁 따위는 필요 없다. 우리 교가 필요한 것은 그따위 궁이 아니다.”

“……그럼 대체 무엇을 가지러 온 것이냐?”

염진백이 당황스러워하면서 혈인에게 물었다.

혈인은 그런 염진백의 물음에 답했다.

“하? 아직까지 모른 척 하는 게냐? 화령(火領)이 있을 텐데? 교주께서 그것을 원하신다. 용의 힘이 담긴 나아가 네놈이 그렇게나 자랑하는 청염의 근원 말이다.”

혈인의 말에 염진백의 두 눈이 찢어질 듯이 커졌다.

그리고 덜덜 떨리는 손으로 혈인을 가리키며 말했다.

“그…… 그걸 어떻게…… 어떻게 알아낸 것이냐!!!!”

“그것까지 말해준 의무는 없지 않나? 그리고 아직 할 일이 많으니 빨리 끝내도록 하지.”

“큭, 화령에 대해서 안 이상 살려 보내지 않겠다!!”

“시끄러우니 그만 덤벼라.”

그 말을 기점으로 염진백은 혈인에게 달려들었고, 혈인은 그 모습을 보면서 자세를 잡았다.

곧 커다란 폭음이 터져 나왔다.

쾅!!!!

* * *

쾅!!!!

‘미친! 저게 사람의 몸으로 가능한 싸움이란 말이야?’

멀리서 둘의 싸움을 지켜보던 태천이 떨려오는 자신의 몸을 다 잡으면서 자신의 옆에서 벌벌 떨고 있는 염화연의 적백 머리를 쓰다듬으면서 말했다.

“화연아.”

“……왜요, 오라버니?”

자신의 말에 조심스레 답하는 화연에게 태천이 물었다.

“화령에 대해서 아는 게 있어?”

“화…… 령이요? 아! 그 내성 안, 그러니까 내성 가장 깊숙한 곳에 무언가를 보관하는 곳이 있다고 아버지에게 들었던 적이 있는데…….”

화연의 말에 태천이 고개를 끄덕거리면서 말했다.

“그럼 빨리 그걸 가지러 가야겠다.”

“네? 아버지는 절대 그곳에 가면 안 된다고…… 엄청 중요한 거라고…….”

화연의 말에 태천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면서 말했다.

“저들이 원하는 게 바로 그것이야. 바로 화령을 빼앗으러 온 거라고!”

그 말에 화연은 자신의 입을 가리면서 놀라 했다.

“그…… 그것은 아는 사람이 없을 텐데…….”

“지금 그게 중요한 게 아니야. 지금 궁주님이 적의 수장을 상대로 시간을 벌어주고 있는 지금이 적기야. 우리가 다시 궁으로 들어가 그것을 챙겨야 돼. 그래야 궁주님이 도망을 치든 아니면 우리가 도와주든 할 수가 있어.”

“…….”

태천의 말에 잠시 고민하던 화연의 입이 다시 열렸다.

“알았어요. 그럼 제가 안내할게요.”

하지만 그런 화연의 말에 태천은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면서 말했다.

“아니. 네가 안내할 필요는 없을 것 같은데?”

“네? 그게 무슨?”

“나한테 훌륭한 길잡이가 있어서 말이야.”

그리 말하면서 태천이 네비에게 말했다.

‘네비. 목적지가 정해졌다. 목적지는 태양궁 내성 깊숙한 곳에 위치한 화령이다. 화기가 강하게 느껴지는 곳을 검색해 줘.’

‘접수. 탐지를 시작합니다. 탐지까지 약간의 시간이 필요합니다.’

‘알았어. 최대한 빨리 부탁해.’

네비의 시간이 걸린다는 말에 태천이 네비에게 말하던 것을 멈추고 앞을 보며 말했다.

“그럼 기다리는 동안 상대 좀 해줄까?”

그리 말하는 태천의 앞에는 어느새 다가온 4명의 단주들이 서 있었다.

그리고 그런 그들 중 이(二)자가 적힌 완장을 찬 이 단주가 태천을 바라보며 싸늘하게 말했다.

“일 단주를 죽이고도 무사히 빠져나갈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나?”

“그렇다면 어쩔 건데? 동료의 복수라도 하시려고?”

태천의 말에 이 단주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면서 말했다.

“일 단주는 약해서 죽은 것이다. 그러니 네놈도 네 약함을 탓하며 죽어라.”

이 단주의 그 말에 태천이 피식 웃으면서 말했다.

“잠깐만. 뭔가 잘못된 게 있는 것 같아서 말이야.”

“……무슨 수작이지?”

태천의 말에 이 단주가 태천을 째려보며 말했다.

그런 이 단주의 눈빛에도 기죽지 않고 태천이 피식 웃으면서 말했다.

“내가 아니라 니들이 약함을 탓하면서 죽는 게 정답이 아닐까? 내가 보기에 내가 약한 것 같지는 않은데? 그치 탐? 먹어.”

“……뭣?”

태천의 말에 고개를 갸우뚱하던 이 단주는 자신의 뒤에서 들린 비명 소리와 섬뜩한 씹는 소리에 고개를 돌렸고, 고개를 돌린 그가 본 것은 검은 무언가에게 이미 몸의 절반이 사라진 오 단주의 모습이었다.

그 모습에 격분한 그가 태천을 향해 고개를 돌려 소리쳤고, 그런 그에게 태천이 선물해 준 것은 언제나처럼 천마검이 아니라 화룡도였다.

퍼걱!

“크아아악!!”

화룡도를 간신히 피해 즉사는 면했지만 화룡도에 오른팔 잘린 게 아니라 박살이 나버렸다.

그리고 박살로 그치지 않고 화룡도에 박살 난 오른팔을 기점으로 넘실거리는 화염이 순식간에 이 단주를 잡아먹었다.

순식간에 이 단주와 오 단주 즉 전력의 절반이 죽어버리자 남은 삼 단주와 사 단주의 눈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런 둘의 모습을 태천이 보면서 말했다.

“쫄?”

“크윽…….”

태천의 말에 둘은 도망치지도 달려들지도 못하고 어정쩡한 자세로 태천과 대치했고, 그 결과는…….

으적!

탐의 먹이였다.

그리고 그게 끝이 아니었다.

자신의 옆에서 사 단주가 탐의 먹이가 되어 피 한 방울 뼛조각 하나 남기지 않고 사라지는 모습을 보던 삼 단주는 달려들던 태천을 미처 보지 못하고 목을 내주어야 했다.

스걱!

단숨에 목을 날려버린 뒤, 허물어지는 삼 단주의 몸을 보고 태천은 탐에게 말했다.

“빨리 먹어. 갈 길이 멀다.”

-오늘은 포식하는 날이구만? 배 터지겠어! 낄낄낄.

탐의 농담에 태천이 피식 웃으면서 화연을 바라보며 말했다.

“아. 한 명은 너가 맡기로 했는데 깜빡했네. 괜찮아?”

끄덕끄덕끄덕끄덕.

검과 도에 묻은 피를 털며 묻는 태천의 모습에 화연은 미친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그때쯤 탐이 식사를 마쳤고, 그와 함께 네비의 탐색도 끝났다.

‘탐색 종료. 안내를 시작합니다.’

그리고 태천의 눈앞에는 예의 파란 선이 보이기 시작했다.

* * *

타다다다.

네비의 파란 선을 따라서 몰래 내성으로 다시 들어온 태천은 곧장 네비의 안내에 따라서 뛰기 시작했다.

자신의 뒤에 감당 못 할 괴물이 도사리고 있는 데 늦장이란 있을 수 없었다.

그렇게 한참을 뛰던 태천의 눈에 붉은 무복을 입은 중년인이 눈에 들어왔다.

“거기! 누굽니까?”

태천의 물음에 무언가를 찾던 중년인이 깜짝 놀라 태천에게 검을 빼 들었다.

하지만 태천의 곁에 서 있던 화연의 모습을 보고는 검을 거두면서 말했다.

“화연 아가씨!”

“어? 최 장로 아저씨!”

화연의 아는 눈치에 태천이 화연에게 물었다.

“아는 사람이야?”

“응응. 최철호 아저씬데 장로직을 맡고 계셔요.”

“장로?”

화연의 말에 태천이 고민할 때 최철호가 태천에게 걸어왔다.

그의 그런 행동에 태천이 퍼뜩 정신을 차리면서 다시 검을 겨누면서 말했다.

“정지. 더 이상 가까이 오면 베겠습니다.”

“오…… 오라버니!”

태천의 갑작스러운 행동에 화연이 어쩔 줄 몰라 했다.

하지만 화연의 그런 모습에도 태천은 굴하지 않고 검강까지 뽑아내면서 그를 겨누며 말했다.

“아까 보니 뭘 찾고 있던 것 같은데 뭘 찾고 있으셨죠?”

“…….”

“말하기 어려운 건가 봅니다? 그러면 지금 밖은 난리가 났는데 장로의 직위를 가진 분이 부하들은 어디 갔고, 거기에 왜 내성 안에 계신 겁니까?”

“…….”

“이것도 말하기 싫으신가 봅니다? 그럼 마지막으로 한 가지만 묻겠습니다. 당신의 옷에 묻은 피의 주인은 누구죠?”

태천의 질문에 태천에게 다가오던 중년인은 큭큭큭 웃으면서 말했다.

“큭큭큭. 이래서 눈치가 빠른 꼬맹이는 싫다니깐.”

“아…… 아저씨? 아저씨가 왜……?”

“그거야 당연한 거 아니겠어? 여기선 이제 더 이상 받을 것도 없고 이룰 수 있는 것도 없어. 거기에 명예도 돈도 아무것도 없잖아? 하지만 혈교로 가면 각종 영약에 비급! 거기에 혈교가 세상을 정복하면 얻는 막대한 부와 명예와 권력!! 사람이라면 당연한 선택 아니겠어? 그러니 어서 화령을 내놔!!! 너! 너는 궁주의 딸이니 어딨는지 알지? 빨리 불지 않으면 죽여버…… 컥!”

자신의 야망을 들어내면서 화연을 겁박하던 그는 자신의 그림자가 꾸물거리는 것을 눈치채지 못했고 결국 하반신이 통째로 탐의 아가리 속으로 사라져 버렸다.

그리고 하반신이 사라져 땅바닥에 철푸덕 넘어진 채 버르적거렸다.

한순간에 포식자에서 피식자의 위치로 떨어져버린 남자는 부들부들 몸을 떨면서 태천에게 애원했다.

“사…… 살려줘! 사람이라면 그럴 수 있잖아! 압도적인 부와 권력! 응? 각종 영약들까지! 한 번쯤은! 한 번쯤은 그럴 수도 있는 게 사람이잖아!!!”

그런 그의 모습을 보면서 태천이 싸늘하게 대꾸했다.

“평생을 함께해 온 궁을 배신하고 민간인들까지 죽였다. 부와 명예를 탐하는 건 사람으로서 당연하지만 넌 짐승만도 못한 짓을 했다. 더 말이 필요한가?”

태천의 말에 또다시 뭐라 답하려던 남자는 태천의 검에 목이 뎅겅 잘렸다.

그리고 그런 그의 머리를 발로 뻥 차면서 말했다.

“저세상 가서도 남 등 처먹고 살진 말아라.”

* * *

장로의 처리하고 태천은 다시 화령 수색에 돌입했다.

물론 네비의 안내만 따라가는 것이긴 하지만 말이다.

그래도 가는 길에 무언가를 뒤지면서 수색하는 이들이 있었기 때문에 아까와 같이 몇 개의 질문을 거쳐서 솎아내고 처리하면서 화령을 찾아 떠났다.

다행인지는 몰라도 아까처럼 장로급의 배신자는 없었다.

그렇게 태천 자신이 묶었던 방을 지나서 화연의 방도 지나 가장 깊숙이 있는 궁주의 방까지 지나 내성 깊숙한 곳까지 들어간 태천의 눈에 붉은 목재로 지어진 사당 하나가 보였다.

“……좀 위험해 보이는데?”

태천의 말마따나 적목으로 지어진 사당 주위는 푸른 청염이 넘실거리고 있었다.

하지만 사당을 보호하듯 타오르고 있는 청염은 여태까지 태천이 본 청염과 무언가 많이 달랐다.

“흰색이 전혀 없는데?”

태천이 여태껏 보아오고 흡수해 온 청염들에는 하나같이 푸른빛을 띠는 불이었지만 흰색이 섞여 정확히는 백청색이었다.

하지만 이번에 사당을 감싸고 있는 청염은 그런 흰색 따위는 없이 오로지 푸른빛 일색이었다.

아직 사당과는 거리도 있고 한서불침도 이루었지만 태천에게 타오르는 듯한 열기가 느껴지고 있었으니 말 다하지 않았는가?

결국 타오르는 청염에 가로막혀 태천이 들어갈 방법을 강구하고 있을 때, 그런 태천의 옷깃을 잡아당기는 손길이 있었다.

“오라버니. 제가 가져올게요.”

화연이었다.

“네가? 하지만 나도 저기는 거북할 정도로 열기가 어마어마한데…….”

태천의 이런 질문에 화연이 빙그레 웃으면서 사당으로 뚜벅뚜벅 걸어갔다.

그 모습에 태천이 기겁을 하며 말리려 했지만 화연은 빠르게 사당을 향해 걸어가더니 손을 쭉 뻗어 사당 안에 집어넣었다.

하지만 태천의 생각과는 달리 청염은 화연을 태우기는커녕 애완동물처럼 화연에게 재롱 피웠다.

물론 태천의 눈에만 그리 보인 것이지만 청염이 화연을 공격하지 않는다는 것을 사실이었다.

“어…… 어떻게? 어떻게 한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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