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연 네비게이션 64화
“예?”
태천이 난데없는 표태원의 축하 인사에 어리둥절하게 서 있다 설마 하는 생각에 물었다.
“설마, 제가 금강불괴를 얻은 겁니까?”
은근히 기대를 담아서 물었지만…….
“뭔 개소리야? 이제 강골이 된 걸 축하한다고.”
“아…… 예…… 감사합니다……. 그런데 강골이 뭡니까?”
“뭐야? 그런 것도 모르고 금강불괴를 익힌다고 한 거야? 잘 들어. 내가 알아본바, 일단 평범한 육체에서 시작해서 강골, 철골, 마지막으로 금강불괴로 이어진다.”
“그건 어떻게 아셨습니까?”
“어떻게 알긴, 맨날 맞다가 어느 날 덜 아프더라고. 그럴 때마다 몸이 한 단계씩 단단해졌지.”
“아! 요즘 덜 아프긴 하더라구요.”
확실히 표태원의 말대로, 태천은 최근 들어 표태원의 공격을 막을 때마다 느껴지는 고통이 확연히 줄어든 것을 몸으로 느끼고 있었다.
태천의 말에 표태원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을 이었다.
“그래. 그게 강골이다. 그래도 빠른데? 나는 강골을 얻는 데 족히 2년은 맞았는데……. 쓰읍…… 너라면 몇 년 안에 금강불괴를 얻을지도 모르겠는데?”
그런 표태원의 말에 태천이 경기를 일으켰다.
‘반년 동안 처맞았는데…… 몇 년 동안 더 맞으라고? 아니, 금강불괴를 얻기 전에 맞아 죽는 거 아니야 이거?’
하지만 태천에게는 선택지가 없었기에 그저 고개만 끄덕일 따름이었다.
“그래도 너는 꽤 성취가 빠르니까 이 정도지, 나도 금강불괴를 얻은 지는 10년 좀 안 됐나? 내가 지금 60 정도니까……. 아마도 한 50? 45 정도쯤에 얻었을 거다. 너는 무슨 몸이 처음부터 단단해서 때리는 맛이 있었지. 그리고 아무리 망가져도 다음 날만 되면 멀쩡해져서 돌아오니 말이다.”
표태원의 말에 태천은 처음으로 자신이 무신지체를 가진 것을 후회했다.
무신지체의 경이로운 회복력에, 무당의 비급으로 만든 회복단 덕분에 태천은 매일매일 건강하게 하루를 맞이하고 끝날 때쯤에는 걸레짝이 되어서 돌아갔다.
그런데 그게 매일매일 멀쩡해지는 자신을 보고 마음 놓고 때린 거라니!
‘오늘부터 회복단을 먹지 말까…….’
진심으로 고민했지만, 결국 태천은 오늘도 회복단을 먹기로 마음먹었다.
‘오늘 안 먹으면 그다음 날 대련할 때 다친 몸으로 더 처맞는다.’
바로 이런 생각 때문이었다.
태천이 이러한 생각을 할 때 표태원이 다시 주먹을 마주 부딪치며 말했다.
“자아, 그러면 강골에 대한 축하 인사도 끝냈으니, 우리 이제는 철골을 향해 나아가야지?”
“에? 강골 얻었으니 오늘은 쉬는…… 이런 젠장!”
태천이 머리를 긁적이며 몸을 슬쩍 뒤로 빼자마자 표태원은 어딜 가냐는 듯이 태천에게 득달같이 달려들었고, 그런 표태원을 보면서 태천은 욕지거리를 내뱉으며 마주 달려갔다.
* * *
“아야야…… 나 죽는다…….”
태천은 침상에 누운 채 입안에 회복단을 털어 넣었다.
지금 이렇게 빨리 먹어두어야 저녁을 먹고 난 뒤 설미진과 빙하천류공을 수련할 수 있었다.
그래도 회복단을 먹자 부러졌던 뼈가 빠르게 붙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태천은 그런 기분을 느끼면서 저녁 밥상을 입안에 털어 넣기 시작했다.
이렇게 영양분을 섭취하면 뼈가 더욱 빠르게 붙기 때문이다.
빠르게 한 상을 비운 뒤, 태천은 자신의 몸 상태와 무공 성취를 확인했다.
“일단 뼈는 빠르게 붙고 있고……천마검법은 여기 와서 한 번도 안 써서 8성 그대로고, 천마군림보는 매일같이 죽자 살자 쓰고 있어서 9성에 들어섰고…… 거기에 천마심법도 9성에 올랐고. 대부분 다 올랐네? 그리고 빙하천류공도 7성! 섭독심법도 10성의 벽을 뚫고, 11성에 들어갔고.”
지난 반년간 태천은 표태원과의 대련 및 설미진과의 빙하천류공 수련을 제외하고도 천마심법과 섭독심법도 열심히 수련했다.
그리고 북해빙궁 주변에는 태천이 한 번도 보지 못한 신기한 독초들이 꽤 있어서 열심히 먹었다.
그 덕분에 얼마 전 섭독심법도 11성에 들어서면서, 이젠 북해빙궁에서 나오는 독을 먹어도 별다른 느낌이 없었다.
하지만 태천은 빙하천류공이 현재 태천의 경지인 최절정급에 해당하는 7성에 들어서자 별다른 진전이 없어서 답답함을 느꼈다.
그때 그런 태천에게 네비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무척이나 기분 좋고 달콤한 말이었다.
‘태천 님! 빙과! 빙과를 찾았습니다!!’
……드디어 태천이 화경의 벽을 뚫을 순간이 찾아왔다.
네비의 말을 듣자마자 태천은 침상을 박차고 일어나며 네비에게 물었다.
“어디야! 어디에 있어!”
그런 태천의 물음에 네비가 약간 뜸을 들인 뒤 말했다.
‘이 아래입니다.’
“응?”
그리고 빙과는 꽤 예상과 다르게 가까이에 있었다.
네비의 말을 들은 뒤로 태천의 일과에는 새로운 게 추가되었다.
오전에는 표태원과 대련, 오후에는 설미진과의 빙하천류공 수련, 거기에 네비와 함께하는 즐거운 빙과 찾기가 추가된 것이다.
하지만 빙과를 찾는 일은 그리 쉽지 않았다. 그 이유는…….
“아오! 입구가 대체 어디야!”
빙과가 있는 곳의 입구를 찾지 못해서였다.
여태까지 모든 기연은 절벽이나 동굴에 있었기에, 그리 어렵지 않게 기연이 있는 위치를 추릴 수 있었다.
그러나 이번에 빙과가 있는 곳은 그저 아래라고만 표시되고 있었기 때문에 찾기가 무척 어려웠다.
‘네비야. 이거 뭐, 찾을 방법 없을까?’
결국 태천은 네비에게 물어보았지만, 네비도 별반 다를 바가 없었다.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빙과가 있는 곳에 어떤 강력한 힘이 있기 때문에 저도 길 찾기를 사용할 수가 없습니다.’
‘에휴…… 결국 원점이네…….’
네비의 말에 태천은 터덜터덜 발걸음을 옮겨 북해빙궁을 이 잡듯이 뒤지기 시작했다. 시장 거리부터 시작해서 태천이 지금 지내고 있는 궁까지 싹싹 뒤졌다.
그렇게 또다시 시간이 흐르고 흘러서 6개월이 지났다.
“아오, X발!”
여느 때와 같이 태천은 표태원에게 두드려 맞고 있었다.
하지만 그런 태천의 몸에서는 더 이상 북 터지는 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캉! 캉! 캉캉캉!
북 터지는 소리 대신에 이제는 철과 철끼리 부딪칠 때 나는 쇳소리가 났다.
다름 아닌 새롭게 진화한 태천의 신체 때문이었다.
“흠…… 역시 철골이라 그런지, 때리는 맛이 좋구만.”
6개월 사이 태천은 강골을 거쳐 철골의 단계까지 진입했다. 하지만 철골에 들어섰는데도 태천이 느끼는 고통은 줄지 않았다.
왜냐하면 태천이 철골의 단계에 들어서면서, 표태원이 본격적으로 발경을 사용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막아도 맞고 안 막아도 맞으니, 태천은 미칠 지경이었다. 거기에 자신이 발경을 사용해도, 표태원은 아픈 기색도 없다는 게 더욱 화났다.
그래서 태천은 표태원에게 비결에 대해 물었다.
“그런데 왜 투왕께서는 제가 발경을 사용했는데 아프지 않습니까?”
“음?”
“혹시 발경을 막을 방법이라도 있으신 겁니까?”
그리 물으면서 태천이 두 눈을 반짝였지만…… 표태원에 입에서 나온 말은 태천이 바라던 말이 아니었다.
“기합.”
“예?”
“기합이면 아프지 않다.”
“그게 뭔 개소…… 커억.”
표태원은 그게 뭔 개소리냐고 물으려던 태천의 턱에 정확히 자신의 주먹을 꽂고 유유히 사라졌다.
“오늘 대련 끝!”
‘이런 X발…….’
X발을 끝으로 태천의 기억이 뚝 끊겼다.
그리고 다시 눈을 떴을 때는 설미진의 눈앞이었다.
“요즘 들어 기절하는 일이 잦네요?”
“하아…… 철골로 몸이 바뀌면 뭐 해요. 맨날 처맞는 건 매한가진데.”
“그래도 저는 그이랑 이렇게 오랫동안 대련한 사람은 처음 보는데. 이 정도면 대단한 거예요!”
“하이고…… 감사합니다. 그러면 이제 빙하천류공 수련이나 하죠.”
태천은 그리 말하며 이제는 매우 익숙한 침상에서 일어났다.
“흠 그런데 뭐 더 할 게 있으려나…….”
“…….”
하지만 이어지는 설미진의 말에 태천의 표정이 딱딱하게 굳었다.
설미진의 말대로였다. 표태원과의 대련으로 철골에는 들어섰지만, 빙하천류공은 별다른 진전이 없어 반년 전과 같은 7성이었다. 태천이 더욱 빙과에 목매는 이유였다.
그래서 태천은 방법을 바꾸었다.
“그것도 그러네요……. 그러면 반년 전에 해주신 빙과 얘기 기억하세요?”
“음? 그건 왜요?”
“혹시 그 이야기의 배경 같은 곳이 있을까요?”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태천이 물어보았다.
그리고 결과는 완벽했다.
“아! 혹시 성 뒤편에 있는 눈보라가 부는 곳 알아요?”
‘좋았으!’
“네. 혹시 거기가 이야기의…….”
“맞아요. 옛날 초대 궁주께서 거기 안에서 빙과를 발견했다고 이야기에 적혀 있었거든요. 그런데 그게…….”
설미진이 그 말을 하자마자, 태천은 벌떡 일어나 방문을 열고 나갔다.
물론 감사인사도 잊지 않았다.
“감사합니다!!”
그 때문에 이번에도 설미진은 빙룡에 관한 이야기는 해주지 못했다.
* * *
태천은 자신의 방으로 돌아와 천마의를 챙겨 입고 방을 빠져나왔다.
표태원과 대련을 할 때는 빙하천류공 덕택에 추위를 그다지 느끼지 않으면서 대련할 수 있었지만, 지금은 달랐다.
천마의에 천마강기, 그리고 빙하천류공까지 사용해야 할지도 몰랐다.
그 눈보라 때문이었다. 태천이 괜히 6개월 동안 거길 안 간 게 아니었다. 그 눈보라에 들어가고 살아 돌아온 이가 없다는 말을 들었기 때문이었다.
괜히 확신도 없는데 목숨을 걸고 들어가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이제는 설미진의 말로 얼추 확신이 생겼기 때문에 도전하는 것이었다.
그렇게 천마의를 잘 챙겨 입고 두꺼운 옷을 위에 겹쳐 입은 뒤, 태천은 성 뒤편에서 고고히 자신의 존재감을 뽐내고 있는 눈보라를 향해 전속력으로 달려갔다.
추섬보를 극성으로 발휘해서 뛰어갔기 때문에 가는 데 그다지 오래 걸리지 않았다.
눈보라가 보이기 시작하자 태천은 용천혈에 내공을 더욱 불어넣으면서 천마강기와 빙하천류공을 사용했다.
그러자 태천의 몸 안에서 내공과 음기가 활발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태천은 내공과 음기가 움직이자 몸이 한결 따뜻해진 것을 느끼면서 눈보라 속으로 몸을 던졌다.
“윽…… 겁나 추운데?”
그럼에도 눈보라 안에 들어오자마자 온몸을 송곳으로 찌르는 듯한 고통을 느껴야 했다.
하지만 그런 고통에도 태천은 입을 앙다물고 천천히, 아니, 빠르게 눈보라 속을 주파하기 시작했다.
네비의 지도 속 점은 점점 멀어지고 있었지만, 태천은 확신했다. 이 눈보라에 무언가가 있다고 말이다.
그런 생각을 하며 태천이 눈보라 속을 헤맨 지 한 시간가량 되었을까? 눈보라가 갑자기 사라졌다.
갑자기 사라진 눈보라에 태천이 어리둥절해하며 주변을 둘러보았다. 놀랍게도 주위의 눈보라는 계속 불고 있었지만, 태천이 있는 이곳만이 눈보라가 불지 않았다.
그리고 이곳에는 하얀색 일색인 앙상한 나무 한 그루가 자라고 있었다. 그리고 나무 밑 뿌리 쪽에 성인남성이 들어갈 만한 크기의 구멍이 있었다.
‘이거다!’
구멍을 본 순간 태천의 머릿속에는 이거다! 하는 생각만이 자리 잡았고, 바로 그 구멍으로 달려간 태천은 구멍 속으로 몸을 던졌다.
구멍으로 들어간 태천이 떼굴떼굴 구르다 도착한 곳은 커다란 공동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