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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연 네비게이션-61화 (62/139)

기연 네비게이션 61화

-흠…… 그런데 조심하는 게 좋을 것 같은데? 저자에게서 강한 한기가 느껴진다.

“음? 그러면 저 사람이 빙궁의 사람이라는 건가?”

-아마 그렇겠지. 애초에 이 바이칼 호라는 곳은 북해빙궁의 앞마당일 텐데, 저 사람이 이유 없이 이곳에서 배를 끌고 다닐 일은 없겠지.

“그렇겠지…… 일단 들어갈 방법은 저 사람밖에 없어 보이니, 저 사람이 다가오면 한번 물어보자.”

그리 생각한 태천은 배를 어서 호숫가에 댔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며 기다렸다.

얼마 지나지 않아 배는 호숫가에 다다랐다.

배가 호숫가에 닿자마자 태천은 날 듯이 배를 향해 뛰어갔다. 배에는 삿갓을 쓴 노인이 있었는데, 그 노인은 희한하게도 피부가 무척이나 창백했다.

하지만 그런 사실에는 신경 쓰지 않은 태천이 곧장 노인에게 물었다.

“어르신. 혹시 이 배가 북해빙궁으로 가는 배가 맞습니까?”

“끌끌끌…… 그렇긴 하다만……? 궁에 무슨 볼일이 있는가?”

노인의 말에 태천이 방긋 웃곤 품에서 청운자가 건네준 편지를 꺼내며 말했다.

“그렇습니다. 여기 무당의 청운자 장문인께서 주신 편지가 있습니다.”

“음? 그래? 누구에게 온 편지지?”

“표태원 님에게 보내는 편지입니다.”

“호오? 그래? 그러면 올라타게.”

노인은 태천에게 어서 올라타라며 손을 건넸다. 태천은 그런 노인의 손을 잡고 배에 올라탔다.

그리고 태천은 무척 차가운 노인의 손에 다시 한번 놀랐다.

“어르신. 손이 무척 차갑군요?”

“끌끌끌…… 빙궁에서 몸이 차갑지 않은 이를 찾는 게 더 어려울 게야.”

“아…… 그런데 이 편지를 안 열어보셔도 되겠습니까? 혹시라도 제가 거짓을 말한 것이라면…….”

“끌끌끌…… 자네가 거짓으로 말한 것이라면, 어차피 궁에서 빠져나오지도 못할 테니 상관없네.”

노인의 말에 태천은 침을 꿀꺽 삼키며 생각했다.

‘이거, 편지 없이 찾아왔으면 물고기 밥이 될 뻔했네…….’

새삼 자신에게 편지를 전해준 청운자에게 감사 인사를 전하며 태천은 배의 바닥에 주저앉았다.

그리고 태천을 태운 배는 천천히 앞으로 나아갔다.

한 시간쯤 갔을까? 배가 어딘가에 닿는 느낌에 태천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그런 태천의 눈에 보인 것은 얼음으로 만들어진 거대한 성이었다.

성을 보자마자 태천이 느낀 점은 바로 아름답다는 것이었다. 호수 한가운데, 얼음으로 만들어진 성은 태양 빛에 반짝이며 빛나는 모습이 마치 거대한 보석으로 성을 지은 듯한 착각이 들 정도로 아름다웠다.

나중에 유화와 같이 보고 싶을 정도로 말이다.

‘물론 그때까지 빙궁의 인물들과 친해져야 가능한 일이겠지만…….’

지금 자신만 해도 편지가 없었으면 빙궁 전체와 싸울 뻔했으니 말이다. 그래도 꼭 다시 한번 보고 싶을 정도로 아름다웠다.

멍하니 빙궁을 보고 있는 태천을 본 노인이 끌끌 웃으며 말했다.

“끌끌…… 아름답지? 그래도 이걸 80 평생 보고 있으니 별 감흥이 없구만…….”

“그래도 제 눈에는 무척이나 아름다워 보이는데요.”

“뭐…… 자네가 그렇다면 됐네. 이제 안으로 들어가지.”

노인은 그리 말하고는 빙궁의 정문으로 터벅터벅 걸어갔다.

정문에는 역시나 경비병이 서 있었는데 그들의 피부도 무척이나 창백해 보였다.

‘빙공을 익히면 다 저렇게 되는 건가?’

태천이 이런 생각을 할 때 경비병이 검에 손을 올리며 말했다.

“노야! 어딜 다녀오시는 겁니까? 그리고 뒤에 저 녀석은 누구고요?”

“예끼! 우리 공주님 남편의 손님이다.”

“헉! 시…… 실례했습니다!!”

칼 같은 표정으로 정문을 지키던 이들이 표태원의 손님이라는 말에 원래도 창백하던 피부가 더욱 창백해지면서 태천에게 허리 숙여 사과했다.

그 모습에 태천은 혀를 찼다. 투왕이라는 이름답게 저들과도 이미 한번은 싸워봤나 보다.

‘정말 싸움에 미친 사람이라더니…… 사실인가 보네…….’

자신의 아내 쪽 사람이랑도 싸우고, 자신의 손님이라는 사람한테까지 두려움을 느끼게 하려면 대체 어떻게 해야 하는지 태천은 몹시 궁금했지만 묻지 않았다.

아마 곧 자신이 겪게 될 것 같았기에…….

‘나도 그 사람한테 무공을 배우면 저렇게 되려나……?’

새로운 무공을 배운다는 설렘 반, 투왕에게 맞을 걱정 반을 가진 채 태천은 얼음으로 만든 거대한 성문을 지나 빙궁 안으로 들어섰다.

* * *

성문을 지나 성안으로 들어서자, 안에는 다른 곳과 다를 바 없이 장사를 하는 이들부터, 아이들과 그런 아이들을 데리고 있는 여성들까지 있었다.

물론 그들의 피부는 다른 이들처럼 몹시 창백했지만, 이런 추운 곳에서 생활하려면 빙공은 필수일 거라는 생각에 태천은 그리 신경을 쓰지 않고 자신 옆에서 같이 걷고 있는 노인을 보며 말했다.

“그래서 저희는 지금 어디로 가고 있는 겁니까?”

“음? 내가 말 안 해줬나? 우리는 지금 궁주를 만나러 가고 있네만? 당연히 성에 왔으면 성 주인을 만나야지 않겠나?”

그렇게 태천은 북해빙궁에 오자마자 그 주인을 만나러 가게 되었다.

노야라고 불린 이의 손에 이끌려 태천이 간 곳은 성안의 성, 즉 내성이었다.

물론 내성도 얼음으로 만들어져 있어서 무척 아름다운 것은 당연했다.

내성의 문 앞에도 경비들이 서 있었는데, 노야의 얼굴을 보자 공손하게 문을 열어주었다.

경비병의 반응에 태천은 의아해했지만, 좋은 게 좋은 거라는 생각을 하며 성안으로 들어갔다.

“그런데 정말 궁주를 만나는 겁니까?”

“그래야지.”

“하지만…… 저는 투왕을 만나러 왔는데…….”

“에잉…… 쯧, 어차피 궁주를 만나러 가면 투왕 그놈도 있을 거다.”

투왕을 그놈이라 부르는 노야의 말에 태천은 은근히 놀랐다.

‘경비병들이 깍듯이 대하는 것을 보고 얼추 예상하기는 했는데……. 궁주 집안사람인가?’

“그런데 투왕은 왜 궁주가 있는 곳에 있습니까?”

태천의 그 말에 노야는 얼굴을 찡그리며 말했다.

“왜긴 왜야, 허구한 날 싸우자고 조르고 있으니까 거기에 있지.”

노야의 그 말에 그제야 태천은 투왕이 왜 그곳에 있는지 이해가 갔다.

‘싸움광이라더니 역시…… 이름값 하네.’

태천은 투왕이라는 별호답게 이름값 한다는 생각을 하며 노야와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어느새 얼음으로 만든 궁전 앞에 서 있었다.

“우와…….”

그런 태천을 보며 노야가 씨익 웃으면서 말했다.

“어서 와라. 북해빙궁에 온 것을 환영한다.”

* * *

태천이 얼음으로 만들어진 거대한 궁전을 돌아다니며 느낀 것은, 의외로 궁전 안이 따뜻하다는 사실이었다.

얼음으로 만들어진 궁전이 따뜻하다니 누가 들으면 거짓말하지 말라고 하겠지만, 정말로 궁전 안은 따뜻했다.

그리고 여태까지 보았던 어떤 건축물보다도 아름다웠다. 그 아름다운 풍경에 태천은 궁전 내부를 구경하기 바빴다.

그리고 그런 태천을 이끌고 노야가 향한 곳은 얼음으로 만들어진 커다란 문이 있는 곳이었다.

“여긴 어딥니까?”

“어디긴, 궁주가 있는 곳이지.”

그리고 노야의 말이 끝나자마자 안에서 무언가 쿵쿵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 소리에 노야는 얼굴을 찌푸리며 말했다.

“쯧, 벌써 왔나 보군.”

“예? 그게 뭔…… 아! 설마 지금 저 소리의 정체가?”

“그래. 저 소리는 투왕, 그 녀석이 땡깡 피우는 소리다. 나이는 먹을 만큼 먹은 놈이 안 싸워준다고, 하루가 멀다 하고 저리 찡찡대니…….”

그리 말하면서 노야는 거대한 얼음 문을 툭 밀었다. 그러자 놀랍게도 얼음 문이 스르륵 열렸다.

그 안에서는 얼굴에 상처가 가득한 중년인이 백발에 백옥 같은 피부를 가지고 있는 미남자에게 고성을 지르고 있었다.

“아! 장인어른!! 좀 싸우자니까?”

“쯧…… 자네는 그 성격이 문젤세. 미진이가 뭐라 하지 않던가?”

놀랍게도 젊어 보이는, 아니, 태천 자신과 동갑으로 보이는 이에게, 중년인은 존대를 하고 있었고 백발의 미남자는 그것을 당연하다는 듯이 여기며 중년인에게 훈수를 두었다.

그 모습에 태천이 설마 하는 심정으로 노야에게 물었다.

“설마…… 저 백발의 남성이…….”

“맞아. 저 녀석이 북해빙궁의 궁주이자, 네가 찾는 표태원의 아내인 설미진의 아버지, 설백진이다.”

노야의 그 말에 태천은 망치로 뒤통수를 한 대 맞은 기분이었다.

저렇게 젊어 보이는 사람이 이 북해빙궁의 궁주라니? 라는 생각을 할 때 노야의 입이 다시 열렸다.

“저래 보여도 저 녀석, 60살이 넘었다는 것만 알아둬라.”

“……? 예? 지금 뭐라고 하셨습니까? 제가 잘못 들은 것 같습니다……?”

“벌써 귀가 먹은 거냐? 저 녀석 60살이 훨씬 넘은, 이제는 노인이라고. 그리고 내 동생이다.”

“역시…… 그랬군요?”

“어쨌든 저 녀석 말려라. 저러다 또 얼음과자 신세가 될 거 같은데.”

“투왕이 말입니까?”

“그럼 여기에 저 녀석 말고 누가 있어?”

“에이…… 그 투왕을 얼음과자로…….”

태천이 말을 하던 와중 결국 참지 못한 투왕 표태원이 백발의 미남자, 설백진에게 달려들었다.

“우오오오오오!!!”

자신을 향해 달려오는 표태원을 보면서, 설백진은 머리가 아픈지 이마를 붙잡고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면서 말했다.

“어휴…… 이건 자네가 자초한 일일세.”

그러고는 손을 한 번 휘젓자 달려오는 표태원이 다리부터 시작해서 천천히 얼어붙더니, 결국 설백진의 앞까지 도달했을 땐 얼음 동상이 되었다.

그 모습을 태천이 입을 떡 벌리고 멍하니 쳐다보았다.

그때 표태원을 얼음덩어리로 만든 설백진과 태천의 두 눈이 마주쳤다.

“음? 자네는 누군데 형님과 함께 있지?”

“네 딸내미 남편한테 볼일이 있단다.”

“그렇습니까?”

무림의 최고 고수 중 하나가 얼음덩어리로 변하는 모습을 본 태천은 기합이 가득한 목소리로 말했다.

“네! 이번에 무당의 청운자 장문인의…….”

막 태천이 자신의 소개를 할 때, 와장창 소리가 나면서 표태원을 감싸고 있던 얼음들이 박살 나 바닥에 떨어졌다.

방금까지 얼어 있던 사람답지 않게 표태원은 광소하며 말했다.

“으하하핫! 장인어른 다음에도 또 부탁하겠습니다. 으핫!”

“……어휴…….”

그런 표태원의 모습에 태천이 어리둥절해하며 물었다.

“방금 일수에 투왕을 얼려 버리시지 않았습니까? 그런데 어떻게 저걸 탈출한 건가요?”

태천의 질문에 설백진은 머리가 아픈지 고개를 설레설레 저으며 말했다.

“아무리 내가 현경의 중입에 이른 빙공의 고수라지만, 저 녀석도 나와 마찬가지로 현경의 중입에 이른 고수. 거기에 저 녀석은 한서불침이라 얼음에 몇 분 갇히는 정도로 신체 능력이 저하되는 일 따위는 없지.”

태천은 설백진이 현경의 중입에 이른 고수라는 사실에 무척 놀랐지만, 뒤에 나오는 표태원이 한서불침을 이루었다는 말에 더욱 놀라 하며 물었다.

“……방금 투왕께서 한서불침을 이루셨다고 하셨습니까? 그럼…… 설마……?”

“음 자네는 그걸 알고 저 녀석에게 볼일이 있는 거 아니었나? 맞네. 저 녀석…… 아니, 우리 사위는 금강불괴를 이루었네.”

“……오.”

태천의 목표가 정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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