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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연 네비게이션-52화 (53/139)

기연 네비게이션 52화

‘태천 님. 이 안입니다.’

‘알겠어. 후우…… 들어가자.’

네비의 말을 들으면서 태천이 문을 벌컥 열고 들어갔다.

그런데 거기에는 의외의 인물이 있었다.

“최진영?”

“응? 뭐야, 탐정 나으리가 여긴 웬일이시래? 범인 안 잡으시고?”

문을 열고 들어간 그곳에는 최진영이 있었다.

태천에게 이죽거리던 진영은 뒤이어 들어오는 정선과 성진을 보고 황급히 인사했다.

“안녕하십니까! 직전제자 최진영이 장로님들께 인사드립니다.”

하지만 진영의 인사를 받고도 정선의 구겨진 표정은 돌아오지 않았다.

“저 아이가 범인인가?”

“흠…… 쟤는 아니고……. 아! 저깄네요. 쟵니다.”

태천이 말하며 가리킨 곳은 진영의 뒤편, 침상에 누워 있는 남자, 하태로였다.

‘잡았다, 요놈.’

* * *

“그…… 그게 무슨 소립니까! 태로가 범인이라뇨!! 태로는 제 친굽니다! 절대 범인이 아니라고요!!”

태천의 말에 진영은 다급하게 태로를 옹호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태천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고는 자신의 코를 톡톡 치며 말했다.

“아니요. 제 코가 말하고 있습니다. 저 사람이 범인입니다. 그리고 이미 깨어 있는 거 아니까 일어나시죠? 아니면 어제처럼 몇 대 처맞아야 일어날 거냐?”

처음에는 존댓말로 시작했지만, 끝은 반말로 끝났다.

그런 태천의 말을 듣고 침상에 죽은 듯이 누워 있던 하태로가 큭큭대며 침상에서 일어났다.

기절한 줄 알았던 하태로가 일어나자 진영은 놀랐는지 황급히 하태로에게서 물러났다.

“뭐…… 뭐야! 태로, 너 기절한 거 아니었어?”

“아이씨…… 아쉽네. 네가 말한 거 믿었으면 이렇게 안 일어나도 되는데 말이야.”

“너…… 너, 정말로 네가 범인이야?”

“에휴…… 뭐, 그렇게 됐다?”

그렇게 말하면서 씨익 웃는 하태로의 모습에 진영이 배신감에 몸을 부들부들 떨며 말했다.

“이…… 이익!! 난 널 친구라고 생각했는데……!!”

“나도 그랬는데…… 임무가 친구보다 우선이라서 말이야.”

그렇게 말한 하태로는 침상 옆에 놓인 검을 뽑아 들었다.

“야야, 그거 내려놓지? 어제 싸워봤잖아. 너 같은 놈은 나한테 안 된다니까?”

“닥치고 덤벼라. 교를 위해서!!!”

“아니, 그래 봤자 절정 나부랭이가 어딜 깝쳐!!”

태천의 말에 뒤에 서 있는 철현과 호섬도 피해를 입었지만, 정작 당사자인 하태로는 아랑곳하지 않았다.

“그래? 이래도 그럴까?”

그리 말하면서 하태로는 품에서 목함을 하나 꺼내더니, 이내 안에 든 환단 하나를 삼켰다.

꿀꺽…….

그리고 환단을 삼키자 하태로의 전신에 있는 핏줄이 툭툭 튀어나오기 시작했다.

괴물 같은 모습이 되었음에도 하태로는 기분이 좋은지 킬킬대며 말했다.

“키킥…… 힘이…… 힘이 넘친다!! 지금이라면 네놈 따위는 갈기갈기 찢어버릴 수 있을 것 같은 기분이야…… 흐흐…….”

하태로는 그리 말하며 자신의 검날을 혓바닥으로 핥았다.

갑자기 바뀐 하태로의 모습에 태천이 의아해하며 말했다.

“뭐야? 그따위 약 하나 믿고 나댄 거야? 쯧…… 이래서 혈교는…….”

“크으윽…… 교를 무시하지 마라!!!”

태천의 말에 열 받았는지 하태로는 검을 들고 태천에게 달려들었다.

갑작스레 싸우는 둘의 모습에 따라온 화타가 얼이 빠진 상태로 정선에게 물었다.

“그…… 갑자기 왜 싸우는 겁니까? 그리고 범인? 혈교? 이게 다 무슨 소립니까, 장로님!”

“하아…… 자네도 이번에 천동이 독에 중독된 사건은 알지?”

“그럼요! 제가 직접 치료했는데요!”

“저기서 저 아이와 검을 나누고 있는 아이가 바로 그 사건의 범인이라네.”

“예? 아니, 그럴 수가! 허…….”

정선의 말에 화타는 당황했다.

무당파의 사람이 무당파의 후기지수를 독살하려 하다니! 거기에 사실 무당파의 제자가 아니라 혈교의 인물이라는 사실에 연타로 충격을 먹었다.

그러더니 이내 무언가가 생각났는지 입을 열었다.

“아니…… 하지만…… 하지만!! 이건 이상합니다!!”

화타의 말에 정선이 의아해하며 물었다.

“뭐가 말인가?”

“……어제 저 아이를 데리고 의원으로 온 건, 다름 아닌 성진 장로님이시지 않습니까?!!!”

화타의 말과 함께 병실 내부의 공기가 싸늘하게 가라앉았다.

그리고 이내 정선의 왼팔이 날아갔다.

“하아…… X발 들켰네?”

성진은 자신의 도에 묻은 정선의 피를 핥으면서 씨익 웃었다.

“크으윽…… 성진! 자네가 정말로 범인이었단 말인가?!!”

“흐으…… 정선, 오래전부터 자네의 피 맛은 어떨지 무척이나 궁금했는데…… 꽤나 달콤한 맛이로군.”

정선의 말에 성진은 도신에 묻은 정선의 피를 할짝이며 말했다.

그런 성진의 모습에 정선이 도호를 읊으며 성진과의 거리를 벌렸다.

“무량수불…… 내 자네와 친우였던 정을 생각해서, 고통 없이 보내주지.”

“크하하!! 정선! 자네 꽤 유쾌한 친구였구만? 왼팔 없이 나를 이길 수 있다고? 크하핫! 이렇게 유쾌한 친구인 줄 진즉에 알았다면 좋았을 것을!”

“닥쳐라! 혈교의 개 같으니…….”

성진의 광소에 정선은 인상을 찌푸리며 점혈을 통해 잘린 팔을 지혈했다.

그러고는 허리춤에서 자신의 애검인 청풍검을 뽑아 들었다.

“혈교의 개! 무당을 능욕한 죄! 달게 받아라!”

“정선, 자네는 그게 문제야! 혀가 너무 길어!!!”

캉 캉 캉!!

둘 다 검강과 도강을 사용할 수 있는 화경의 경지였지만, 그래도 팔 한쪽을 잃은 정선이 조금씩 밀리기 시작했다.

하지만 몰아붙이고 있는 성진의 상태도 그다지 좋은 것은 아니었다.

어제 있었던 태천과의 공방으로 내상을 입었기 때문에, 그도 정선보다 약간 낫다 싶을 뿐이지 정상이 아니었다.

그렇지만 한쪽 팔이 없는 정선에 비할 바는 아니었기에, 폭풍같이 정선을 몰아치기 시작했다.

“칼춤 한번 거하게 춰보자고! 정선!!!”

* * *

태천은 뒤에서 한바탕 벌이고 있는 정선과 성진을 보면서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그가 공범이었다니…….’

인제 와서 생각해 보면 그가 숨겨진 공범이었다는 사실을 진즉에 알 수도 있었다.

무림대회에 태천이 나왔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사람, 그리고 수사대를 내부가 아닌 외부로 돌린 자, 거기에 도를 쓰는 화경의 고수.

이러한 점을 유심히 살폈다면 그가 내부의 배신자…… 아니, 혈교의 개라는 사실을 알아차릴 수 있었을 것이다.

태천 자신이 하태로에게 정신이 팔려, 그에게 그다지 신경을 쓰지 않았다는 점이 지금의 상황을 만든 것이었다.

‘에휴…… 내 탓이지 뭐. 복수에 눈먼 것도 인정. 그 실수를 만회하려면…… 이 녀석부터 조져야겠지?’

흰자를 드러내곤 입가에 게거품을 문 채 태천을 향해 연신 검을 휘두르는 하태로를 보며, 태천의 입가에 조소가 맺혔다.

“그래도 네놈은 내 손으로 죽일 수 있어서 정말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X새끼야!!!”

태천의 분노가 담긴 외침과 함께 천마검에 불완전하지만 검강이 맺혔다.

모든 것을 갈라 버린다는 검강이 출현하자 태천은 살짝 놀랐지만, 이내 씨익 웃으면서 말했다.

“너 X 된 거 알지?”

“이…… 이건 말도 안 돼…….”

검강을 보자 가출한 정신이 잠시 돌아왔는지, 하태로는 당황한 표정으로 말했다.

“나는…… 나는 목숨을 걸었단 말이다!!! 그런데 그 힘은 뭐냐! 뭐냔 말이다!!!”

“뭐긴 뭐야…… 압도적 재능 차이지. 멍청한 자식아.”

그렇게 말하긴 했지만, 태천도 딱히 여유롭진 않았다.

태천의 몇 갑자나 되는 내공이 정말 빠르게 사라지고 있었다.

검강을 억지로 유지하는 게 정말 엄청나게 많은 내공을 잡아먹는다는 사실에 태천이 고개를 절레절레 내저으며 말했다.

“철현아, 호섬아.”

““네, 형님!””

“가서 정선 장로님 도와드려라. 이쪽은 나 혼자 알아서 할게. 저 녀석이랑은 해결할 것도 조금 있고.”

“알겠습니다. 빨리 돌아오세요. 저희로는…… 그다지 도움이 안 될 것 같습니다.”

“그래그래, 금방 돌아가마.”

마치 누워서 떡 먹기라는 듯이 말하는 태천의 모습을 본 하태로는, 두려움으로 인해 돌아온 정신줄이 다시 뚝! 끊기는 것을 느꼈다.

“크아아아!!! 죽어! 죽어! 죽어어어어!!!”

미친 듯이 검사를 뿜어내며 태천을 공격했지만…….

“느려. 느려. 느려!!”

태천의 천마군림보 앞에서 태로는 단 한 번도 태천을 맞추지 못했다. 거기에 더해 천마군림보로 인해 전해지는 압도적인 패왕의 기세에 온몸이 벌벌 떨리기 시작했다.

“크…… 크헉…… 대체…… 대체 그 힘은 뭐…….”

그 말을 끝으로 하태로는 기절했다.

약으로 인해 갑자기 상승한 힘을 다루기도 어려웠을 거고, 아마 거기까지가 그의 한계였을 것이다.

기절한 하태로에게 태천이 다가가 귓속말을 했다.

“어딜 기절해?”

서걱!!

“크아아아아악!!!!”

서걱 하는 절삭음과 함께 하태로의 왼팔이 잘려 나갔다.

자신의 팔이 잘려 나가는 고통에 하태로가 기절에서 깨어났다. 그리고 이내 꺼억꺼억…… 하며 숨넘어가는 소리를 내뱉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런 하태로의 귓가에 태천이 연신 속삭였다.

“아니아니…… 벌써 기절하면 내 분노는 어디에 풀라는 말이야, 응? 전생에 나한테 독 먹였다고 뒤집어씌울 때는 기뻤을 거 아니야? 와~ 내가 교의 명령을 충실히 수행해서 앞날 창창한 놈 엿 맥였어!! 어? 이랬을 거 아니냐고? 그러면 이제 즐거움의 대가를 치를 때니까 정신 꼭 붙들어 매라?”

광기 가득한 태천의 눈에 태로는 잘린 팔의 고통도 잊고 벌벌 떨면서 태천의 바짓가랑이를 붙잡고 애원하기 시작했다.

“끄윽…… 꺼억…… 제발…… 제발…… 그냥 죽여줘…… 제발…….”

살려달라는 말도 아닌 죽여달라는 말이 태로의 입에서 나오자 태천이 씨익 웃으면서 말했다.

“에이, 내가 너를 죽이긴 왜 죽여…….”

태천의 말에 하태로의 얼굴에 희망이 빛이 보이는가 싶었지만, 이어지는 태천의 말에 그 얼굴이 절망으로 바뀌었다.

“너는 내가 느낀 고통을 똑같이 느끼면서 살아가라. 응?”

푹!!

하태로의 단전에 천마검을 꽂아 넣으며 태천이 말했다.

“하루아침에 잘나가는 절정의 무인에서 일반인으로 돌아가는 그 기분, 너도 꼭 느끼면서 평생을 살았으면 좋겠다.”

태천은 그 말을 끝으로 뒤를 돌아 성진과 싸우고 있는 정선에게 걸어갔다.

자신을 버려두고 가는 태천의 뒷모습을 본 하태로가 이를 바득바득 갈며 외쳤다.

“죽여!! 죽이라고 X발!!”

-안 돼 안 돼. 쟤가 너 죽이지 말라고 했단 말이야.

그리고 그런 그의 앞에 탐욕스러운 존재가 나타났다.

“너…… 너는 뭐야!”

온몸이 검은 물질로 이루어진 존재가 나타나자, 하태로가 분노도 잊고 두려움에 가득 찼다.

-나? 나는 탐인데…… 저기 있잖아, 너 팔 하나만 먹을게? 그래도 되지? 된다고? 고마워. 잘 먹을게!

“그게 뭔 개소…….”

‘팔을 먹어? 그게 뭔…….’

갑자기 나타나 자신의 팔을 먹겠다는 존재의 말에, 하태로는 두려움도 잊고 궁금증에 빠졌다.

보는 것만으로도 공포심이 생겨나는 존재였지만, 이 존재는 무척이나 작았다.

그런 존재가 자신의 팔을 먹는다니? 그런 생각을 하며 어디 지켜나 보자 하는 심정으로 지켜보던 하태로의 마음이 바뀌는 데는 시간이 그다지 오래 걸리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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