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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연 네비게이션-50화 (51/139)

기연 네비게이션 50화

복면을 쓴 인영은 자신을 부르는 목소리에 바로 무릎을 꿇고 절을 했다.

“쯧, 그런 인사치레는 됐다. 내가 너를 왜 부른지는 알고 있겠지?”

“예…… 이번 실패 때문…….”

“그래, 그래서 이번에 교에서 새로운 독을 보내왔다. 그리고 새로운 약 또한. 이걸로 이번에는 꼭 성공하도록.”

“……알겠습니다.”

장로라고 불린 인영은 그리 말하곤 절을 하고 있는 남성에게 병 하나와 목함 하나를 던졌다.

절을 하던 인영은 날아오는 병과 목함을 황급히 받아들였다.

“이렇게 오래 있으면 들킬 위험이 있으니 바로 숙소로 돌아가서 준비를 해라.”

“아! 그런데 장로님 그 탐정이라는 자는 어떻게 하죠?”

“삼호. 네가 보기에는 어떻지?”

장로라고 불린 복면인의 말에 삼호라는 복면인은 이죽거리며 말했다.

“별 볼 일 없는 이류 나부랭이였습니다.”

“그러면 네 마음대로 해라. 죽이든 살리든.”

“같은 숙소에 머무르고 있는 것 같으니 그냥 같이 죽이겠습니다.”

“그래. 그러면 그렇게 해라.”

“예. 알겠…….”

빠직!

장로라는 복면인과 삼호라는 복면인은 나뭇가지가 부서지는 소리에 흠칫하며 소리가 들려온 곳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누구냐!”

그리고 ‘장로’의 말에 수풀을 헤치면서 태천이 머리를 긁적거리면서 나왔다.

“아~ 이러면 나가린데…… 그런데 늬들은 뭐냐?”

자신이 알고 있던 것과 다르게 공범이 있었다는 사실에 태천도 적잖이 놀랐다.

‘뭐야? 공범도 있었어? 전생에서는 그런 거 없었는데? 하…… 안 밝혀진 건가? 되는 일이 없네, 되는 일…… 쯧.’

전생에는 몰랐던 사실에 태천이 고개를 흔들면서 어색하게 웃으면서 둘을 향해 말했다.

“어…… 그냥 보내주진 않겠지?”

태천의 말에 답할 필요도 없다는 듯이 삼호라 불린 인영이 검을 뽑아 들고 달려왔다.

“죽엇!!!”

“에효, 꼭 이렇게 돼요.”

그리 말하면서 태천은 허리춤에 매달린 천마검을 뽑아 들며 씨익 웃었다.

“물론 싫은 건 아니지만.”

챙! 챙챙!! 챙챙챙챙!!!!

검을 뽑고 달려온 복면인은 태천과 수십여 합을 겨루고선 뒤로 물러서며 외쳤다.

“이 새끼! 절정이라는 말이 사실이었나?”

“오! 정보 고맙다?”

태천이 절정이라는 사실은 그다지 많이 알려진 사실이 아닌데 범인이 그걸 알고 있다는 것은 무당파 내부에 또 다른 범인이 있다는 사실이고…… 그 공범은…….

‘아마 저놈이겠지.’

멀리서 팔짱을 낀 채 자신과 ‘이 녀석’의 싸움을 지켜보는 이, 바로 저자가 무당파 내부에 있는 또 다른 첩자일 가능성이 높았다.

거기에 ‘이 녀석’이 높임말을 쓰는 걸 보니 꽤 직위도 높아 보이고 무공 수위도 높아 보였다

‘그래서 그런지 실력에는 자부심이 좀 있나 보네? 고고한 척은……. 쯧.’

눈앞에서 싸우고 있는 복면인의 정체야 자신이 알고 있으니 상관없지만 저 녀석의 정체는 알아내야 했다.

그러기 위해선…….

“너부터 조지는 게 가장 빠른 방법이다!!”

태천은 빠르게 눈앞의 복면인을 처리하고 뒤에서 고고히 서 있는 복면인을 노리는 것을 택했다.

그러기 위해 태천은 방금 전에 쓰지 않았던 천마검법이라는 날카로운 검을 빼 들었다.

달라진 태천의 기세에 복면인은 움찔했지만, 다시금 검을 쥔 손에 힘을 주며 달려왔다.

탓!!

챙! 채앵! 챙!!

하지만 태천의 검을 뚫지 못하고 전부 막히자 복면인은 몸을 부들부들 떨었다.

이내 복면인의 검에 우우웅! 소리와 함께 검기가 솟아났다.

“이 자식…… 죽여주마!!!!”

“쯧, 고작 검기 가지고 유세는 엄청 떨어대네. 너만 검기 있냐?”

말과 함께 태천 역시 칠흑과도 같은 검기를 뽑아내며 응수했다.

튕겨 나간 쪽은 복면인 쪽이었다.

“무…… 뭣?”

자신이 힘 대결에서 밀린 게 믿기지 않는지, 복면인은 태천과 자신의 검을 번갈아 둘러보며 당황스러워했다.

“뭘 놀래 인마. 네가 약해서 밀린 거지. 뭐 내가 잡기라도 썼을까 봐? 네가 약한 탓이야. 딴 데 둘러보지 말고 덤벼 그냥.”

태천의 이죽거림을 들은 복면인은 격정에 몸을 부들부들 떨며 태천에게 다시 달려들었지만, 결과는 달라지지 않았다.

챙챙! 쾅!

이번에는 단 두 합 만에 날아간 복면인은 나무에 부딪힌 그대로 기절했다.

태천은 기절한 복면인의 모습을 본 후 혀를 차며 멀리서 지켜보고 있는 다른 복면인에게 말했다.

“야 너넨 강한 애 좀 쓰지, 이렇게 약한 애로 무슨 일이나 하겠냐?”

“……교인 하나 이겼다고 유세 부리지 마라…….”

‘장로’라고 불린 복면인의 말에 태천은 빙그레 웃으며 말했다.

“교인? 교오오오오인? 내가 알기로 교라고 부르는 곳은 천마신교랑…… 혈교 단 두 곳이지?”

태천의 말에 복면인의 두 눈이 사정없이 흔들렸다.

“그런데 말이야…… 내가 천마신교랑은 좀 연이 있어서 아는데 이딴 짓은 안 하거든?”

당연했다. 태천 자신이 바깥에 나가 있는 모든 교인을 교로 불러들였으니까.

태천 자신이 확인한 결과 정파에 이렇게 잠입한 이들은 하나도 없었다.

“그러니까…… 너넨 혈교네? 그 빌어먹을 족속들이 이제는 정파에도 침입을 했어? 하하하…… 오늘 진짜 뒤져봐라 너네.”

마지막 말을 하는 태천의 얼굴에 더 이상 미소 따윈 존재하지 않았다.

혈교라는 말에 당황했던 복면인은 평정을 되찾고 태천에게 말했다.

“네 실력으로 감히 나를 어찌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는 거냐? 고작 절정의 경지로 말이냐?”

“그건 모르겠고 오늘 넌 뒤졌어.”

계속되는 태천의 이죽거림에 복면인이 자신의 허리춤에 있던 도를 집어 들었다.

“그래, 한번 누가 죽는지 보자꾸나. 어차피 정파 놈들은 적으면 적을수록 좋으니까 말이야.”

“그런데 말이야…….”

태천은 자신을 향해 정파라고 말하는 복면인을 보곤 씨익 웃으면서 천마군림보로 달려들었다.

“나는 정파가 아니야!!!”

캉!!

천마군림보의 기세에 움찔해 있던 복면인은 태천의 공격에 반응이 늦었다.

그 결과 복면인은 다섯 번 뒷걸음질을 쳤다.

‘이놈…… 무슨 힘이……?’

복면인은 태천이 자신보다 힘이 강하다라는 사실에 당황했지만 이내 마음을 다잡고 달려들었다.

“네놈이 아무리 힘이 세봤자 고작 절정! 어린 나이에 대단한 성취긴 하지만, 내 앞에서는 하룻강아지일 뿐이다!!”

그 말과 함께 복면인의 도에 푸른빛의 도강이 맺히기 시작했다.

태천도 도강의 등장에 놀랐다.

‘이런 미친! 이런 외부 일에 화경급 고수를 데려다 놓는다고? 인력이 남아도는 건가? 역시 혈교는 혈교라고 해야 하나.’

전생에 중원 전체와 싸움을 벌인 혈교다운 저력이라는 생각을 하며 태천도 검사를 뽑아냈다.

“크…… 화경이었어? 그런데 나도 최절정인데?”

두 단계 차이는 필패지만 한 단계 차이는 좁힐 방법이 무궁무진했다.

물론 그것도 최절정과 화경의 차이라 가능한 것이지만 말이다. 화경과 현경은 얄짤없었다.

하지만 복면인과 태천의 경지 차이는 단 한 단계!

자신이 여태껏 먹어오고 가져온 기연 정도면 충분히 뒤엎을 만한 차이였다.

“이 자식! 경지를 숨기고 있었구나!!”

“난 숨긴 적 없다? 니들이 안 물어봤잖아!!!”

복면인의 말에 태천이 이죽대며 검사 다발을 뿜어냈다.

복면인은 자신을 향해 날아오는 검사들을 도강으로 베어내다가, 결국 힘에 부치는지 자신도 도사로 응수하기 시작했다.

“오! 내공이 좀 딸리시나 봐? 조루야? 응? 조루지? 토끼네?”

도강이 풀리면서 도사로 바뀌는 모습에 태천이 속으로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면서 겉으로는 한껏 이죽대기 시작했다.

“크으으으…… 어린놈의 새끼가……!!”

“예이예이, 어린놈한테 밀리시면 닥치고 죽으십쇼!! 그리고 아까부터 어린놈 어린놈 하는데, 늙은 놈은 곱게 뒷방으로 사라지시지!!!”

“닥쳐라 이놈!!”

그 뒤로는 공격과 방어가 오고 갔다.

태천이 공격을 하면 복면인은 방어를 하고 복면인이 공격을 하면 태천이 방어를 하는 게 계속 반복됐다.

복면인은 이렇게 내공 승부로 가면 화경인 자신이 유리할 거라 생각하고 장기전을 선택한 거겠지만…… 태천의 내공은 보통 최절정 무인의 내공 수준이 아니었다.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자신의 도사는 약해지는 데 반해 태천의 검사는 아까와 같은 강함을 유지하자, 복면인은 슬슬 무언가 잘못되어 간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이놈 내공의 양이 나보다 아래가 아니구나! 아니…… 나보다 위인가?’

복면인은 태천의 내공 양을 가늠해 보곤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착오다. 초반에 도강으로 압살했어야 하는 건데…… 예상치 못한 녀석의 실력에 장기전을 선택한 게 실수다. 어쩔 수 없지, 일단 물러나야겠어. 그래도 저 녀석은 챙겨 가야겠지.’

복면인은 그리 생각하며 나무둥치에 기절해 있는 삼호를 바라보다가 태천에게 고개를 돌렸다.

“이만 끝내지.”

“난 아직 끝낼 생각이 없…….”

복면인은 태천이 말을 할 때 갑자기 달려들어 어느새 도강이 맺혀 있는 도로 태천을 후려쳤다.

“윽…… 이놈이…….”

태천은 갑자기 도강에 공격당하자 제대로 자세를 잡지 못하고 비틀거렸다.

그때 복면인은 기절해 있는 삼호를 들쳐 메고 도망갔다.

“야이! 조루야!! 쫄리냐아아아!!!”

“흥! 작전상 후퇴다, 애송이!”

태천은 그리 말하며 도망가는 적을 가만히 놔둘 정도로 착하지 못했다.

복면인은 바로 자신의 뒤를 쫓으려 하는 태천에게 도강이 맺힌 도를 던졌다.

하지만 한 번 당한 것을 두 번 당할 태천이 아니었다.

“헹! 내가 한 번 당한 걸 또 당할 줄 알았…….”

쾅!!!

태천이 날아오는 도강을 막아내고 의기양양해 있을 때, 도가 폭발했다. 과도한 내공의 주입으로 인한 폭발이었다.

도강이 맺힌 수백 개의 도의 파편이 태천을 덮쳐왔다.

“이런 미친!!”

태천이 자신을 향해 날아오는 수백 개의 도의 파편에 기겁을 하며 천마강기를 사용했다.

천마강기를 사용하자 천마기가 천마의에 스며들었고 이내 태천의 몸 전체를 촘촘하게 천마강기가 감쌌다.

그리고 천마강기가 태천의 몸을 전부 덮자 도강의 파편들이 태천을 덮쳤고, 천마강기와 도강이 충돌하면서 대폭발을 일으켰다.

콰아아아아아아앙!!!

땅이 파헤쳐지고 나무가 박살 났다.

그런 사태의 중심에서 태천이 주저앉았다.

“아오…… 죽겠다…….”

간신히 천마강기와 천마의 덕택에 살아남긴 했지만, 태천의 몸은 정상이 아니었다. 부러진 것 같은 오른팔과 전신에 생긴 자잘한 상처들로 인해 피범벅이 됐다.

소란이 소란이었던 만큼 이곳으로 달려오는 사람들의 목소리를 들으며 태천은 생각했다.

‘내일 보자…… 혈교…… 이 새끼들아…….’

‘태천 님? 태천 님, 정신 차리십시오. 이곳에서 기절하시면 위험…….’

자신을 걱정하는 네비의 말을 뒤로한 채, 태천은 까무룩 기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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