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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연 네비게이션-40화 (41/139)

기연 네비게이션 40화

“그런데 천마께서는 이미 천마검을 가지고 계시지 않습니까? 그러면 원래 가지고 계시던 것은 무엇입니까? 혹시…….”

“아아~ 걱정하시는 그런 게 아닙니다. 제가 가지고 있는 것은 원래 일대천마께서 본래 쓰시던 검이 맞습니다. 교인분들께서 알고 계시는 천마검이 바로 이 천마검이죠. 그리고 제가 천마삼관에서 얻은 천마검은 이 천마검을 보다 발전시킨 개량형이라고 보시면 될 것 같네요.”

궁금증이 풀린 교인은 가볍게 묵례를 하고 다시 팔을 내렸다.

“네. 이렇게 삼관에서 세 가지 보물, 기연 등을 얻었습니다. 그렇게 시련을 모두 통과하고 바깥으로 나오자 전 교주 측에서 수작을 부렸더군요…… 그래서 저는 소교주를 한번 만나고 전 교주를 잡으러 갔습니다. 뭐 교주 쪽에서 저를 막으려고 많은 무인들을 보냈지만…… 제가 이래 봬도 천마 아닙니까? 다 잡고 교주성에 있는 교주의 집무실까지 들어갔죠. 그리고 저는 교주에게 이것을 보여주었습니다.”

말을 하며 태천은 품에서 신(神)자가 그려진 검은 패를 꺼내 들었다.

그러자 교인들은 숨을 헉! 하고 들이마시면서 다 같이 짜기라도 한 듯 외쳤다.

“시…… 신령!!”

교인들의 반응에 태천은 피식 웃으면서 신령을 다시 품에 갈무리했다.

“네 맞습니다. 신령! 천마께서 만드신 모든 교법 가장 위에 있는 바로 그 신령입니다. 저는 이 신령으로 전 교주에게 모든 죄에 대해 사죄하고 교주직에서 물러나라고 했지만…… 그는 교주라는 위치에도 불구하고 교법 가장 위에 있는 신령의 명을 거역했습니다. 그래서 신령대의 대주 무영의 도움을 받아 그의 머리를 잘라낼 수 있었습니다!!”

마지막을 뱉으면서 태천은 바닥에 놓아두었던 천호평의 잘린 머리를 집어 들었다.

그러자 교인들이 웅성거렸다.

-허어…… 결국 교주가 죽었군.

-죽어도 싸지! 감히 신령의 명을 거역했으면 죽음으로도 모자라지!

-암암! 교주라는 자리에서 누구보다 교법을 잘 알고 있을 사람이…… 쯧쯧.

그리고 이제는 죽은 천호평은 교주라는 위치에서 가장 중요하고 우선시해야 할 명령인 신령의 명령을 거역한 대역 죄인이 되어 있었다.

계획대로 되고 있는 상황에 태천이 쐐기를 박았다.

“그리고 저는 15대 교주 천호평의 뒤를 이어 16대 교주가 되려고 합니다. 물론 그렇게 오래 하지는 않을 겁니다. 일대천마에게 받은 부탁이 있으니 잠시만 교주직에 머물렀다가 원래 가야 할 사람에게 돌려주고 떠나니 걱정하시지는 않아도 됩니다.”

그렇게 천마신교 역사상 최초로 천가가 아닌 인물이 처음으로 교주가 되었다.

* * *

“형님!”

연설을 마치고 단상을 내려오자 태천은 자신을 향해 달려오는 호섬을 볼 수 있었다.

“그래 괜찮냐?”

“형님이야말로 괜찮으십니까? 혼자서 어떻게 적진을 들어가실 생각을 합니까!”

“뭐, 나야 믿는 구석이 있었으니까.”

무영이란 믿음직한 뒷배와 탐이라는 새로운 존재 덕분에 혼자서 들어갈 생각을 했었다.

만약 둘 중 하나라도 없었다면 아마 혼자서 들어가지 않았을 것이다.

“그런데 갑자기 교주라니요? 호진이 녀석한테 주는 거 아니었습니까?”

“에라이, 자슥아! 소교주한테 호진이가 뭐냐 호진이가. 일대천마의 부탁이라곤 했지만 뒷배가 없는 천호진이 바로 교주직에 오르면 말이 많고 배척하려는 이들이 많을 테니까 일단은 내가 어느 정도 윗선을 정리하고 넘길 셈이다.”

“오오! 역시 형님이십니다!!”

태천의 말에 호섬이 방긋 웃으면서 말했다.

내심 태천이 천호진과의 약속을 무시하면 어쩌지라는 생각도 있었지만 태천의 말에 그런 마음은 금세 사라졌다.

“자, 그래서 천호진 씨? 기분이 어떠신지?”

호섬과의 대화가 끝나고 태천이 몸을 빙글 돌리자, 뒤에서 천호진이 붉어진 눈으로 닭똥 같은 눈물을 뚝뚝 흘리고 있었다.

그리고 이내 태천에게 무릎을 꿇었다.

“고맙다…… 내 평생 이 은혜는 잊지 않으마…….”

“그래그래. 잊지 말고 앞으로 평생 기억해라, 큭큭큭.”

흙바닥에 무릎을 꿇고 있는 천호진을 일으켜 세워주며 태천이 말했다.

“자! 그러면 이제 썩은 물들을 퍼 올려보자고.”

품에 있는 천령, 지령, 인령을 만지작거리면서 태천이 외쳤다.

* * *

16대 교주에 오른 태천은 그 뒤로 바쁜 나날을 보냈다.

일단 태천이 교주에 오른 뒤 가장 처음으로 한 것은 대주들의 대대적인 물갈이였다.

즉 인령의 새로운 주인을 찾기 위한 일이었다.

교주파였던 이들은 걸러내고 주의 인물로 정해두었고, 새로운 대주들을 찾기 위한 교인들의 대결 등을 했다.

그 결과, 만들어진 대는 총 4개의 대였다.

첫 번째 대는 교주 직속 친위대였고, 두 번째는 감찰대(암향대가 해체되고 만들어진 잠행과 정보가 주인 부대) 세 번째는 천마, 즉 태천을 따르는 이들이 모여서 만들어진 천검대와 천호진이 도망갈 때 곁을 지켜준 수호천대의 재모집이었다.

이렇게 4개의 대가 만들어졌고 각대의 대주들은 다음과 같았다.

친위대 대주 : 백항서

감찰대 대주 : 일호

천검대 대주 : 무영

수호천대 대주 : 소화평

태천이 신령을 얻게 되면서 신령의 수호대는 사실상 해체되면서 수호대에 속해 있던 이들은 다른 대로 흩어졌다.

하지만 신령을 지키는 수호대답게 실력들이 범상치 않았기 때문에 대부분 다른 대에서 단주 정도에 머무르고 있었다.

수호대원들 중에서 가장 강한(무영을 제외하고) 실력자인 일호가 암향대의 대주 무형의 뒤를 이어 감찰대의 대주를 맡았다.

그리고 사람들이 놀란 점은 신령대의 대주였던 무영이 천검대의 대주직을 맡았다는 사실이다.

어차피 나는 떠날 텐데 굳이 맡은 이유는 알 수 없었다.

그리고 놀랍게도 철혈대의 대주 백대로의 아들인 백항서가 교주 직속 친위대의 대주직을 맡게 되었다는 것이다.

백항서는 이번 싸움으로 얻은 깨달음들을 정리해서 최절정에 오를 수 있었고, 그 결과 이번 새로운 대주 선발에 출마해 친위대 대주라는 자리를 거머쥔 것이다.

새로운 인령의 주인들에게 태천이 손수 하나하나 건네주었다.

모든 교인들이 보는 앞에서 말이다.

“축하한다.”

“감사합니다!!”

태천의 축하 인사에 백항서는 몸 둘 바를 모르겠는지 몸을 배배 꼬며 말했다.

“무영, 앞으로도 잘 부탁한다. 물론 나는 곧 떠나겠지만.”

“천마님께서 떠나셔도 저희는 천마님을 잊지 않을 겁니다.”

절도 있는 무영의 말에 태천은 고개를 끄덕였다.

신교 내부에 주요 요직에 있는 자신의 사람이 많으면 많을수록 좋았으니까 말이다.

물론 신교의 교주가 천호진이 될 거라 그닥 상관은 없었지만 말이다.

아 참, 그리고 수호대의 몸에 들어 있던 고독은 태천이 천마심법으로 운용한 내공을 몸에 주입하자 죽었다.

그 때문인지 무영이 눈에 띄게 감사 인사를 전했었다.

그리고 다음 인령의 주인은 일호였다.

태천이 일호에게 인령을 건네주자, 일호가 무릎을 꿇으며 말했다.

“감사합니다! 이대천마시여…… 고독 또한 없애주시고…… 대주라는 과분한 직함까지…….”

“뭐, 내가 한 게 있나……? 다 너가 잘해서 얻어낸 거지. 그러니까 그런 말 할 필요는 없다. 그냥 이거 받고 교를 안전하고 깨끗하게 만들고, 좋은 정보 있으면 나한테 보내고.”

“예! 알겠습니다!”

앞선 세 명에게 인령을 건네주고 마지막 남은 인령의 주인, 소화평은 태천이 건네주지 않았다.

“화평…… 고생이 많았네…….”

“크흡…… 소교주님…….”

“그래…… 이제 그들은 보내주자고.”

“예…… 크흑…….”

마지막 대주, 소화평은 소교주인 천호진이 건네주었다.

소화평은 다시 수호천대의 대주로 임명받게 되자 눈물을 뚝뚝 흘리면서 인령을 받아들였다.

그렇게 교주파가 숙청되면서 공백이 생긴 대주들의 공백을 채우고 난 뒤, 태천의 다음 타자는 장로들이었다.

원래 대장로였던 천호패는 부교주가 되었고, 교주파였던 장로들은 변명의 여지 없이 전부 죽었다(그 날 탐의 배가 유난히 불렀던 것은 착각이 아닐 것이다.).

그리고 새로운 장로의 자리에 오른 것은 본래 철혈대의 대주였던 백대로가 올랐다.

애시당초 장로들의 숫자가 꽤 되었기에 태천은 이왕 잘 되었다며, 12명이던 장로를 7명으로 줄였다(교주파와 소교주파의 장로 비율이 5 : 5로 총 12명이었다.).

남은 지령은 천호진에게 건네주었다.

모든 패들은 나누어주고 태천의 손에 남은 것은 단 하나, 천령이었다.

어차피 천령이야 교주가 사용하는 것이니 일단은 태천이 가지고 있다가 떠날 때, 천호진에게 건네줄 생각이었다.

자신이야 이미 신령이 있는데 굳이 천령을 쓸 일도 필요도 없었다.

모든 령들을 다 나누어준 뒤, 태천은 천호패의 도움을 받으면서 빠르게 교를 재정비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태천이 교주에 오른 지 어느덧 6개월이 되었다.

* * *

“진짜 갈 거냐?”

지난 반년 사이 눈에 띄게 얼굴이 좋아진 천호진의 모습에 태천이 피식 웃으며 말했다.

“야, 니 얼굴에 웃음부터 지우고 말하지 그러냐?”

“앗! 들켰냐? 큭큭큭.”

“어 그래 임마! 너 6개월 전에는 질질 짜면서 은혜는 잊지 않겠다더니…… 쯧쯧.”

태천의 비아냥에 호진의 얼굴이 새빨갛게 변해 빽! 소리 질렀다.

“내가 언제!!”

“그리고 임마 독 소저는 또 언제 불러들인 거냐. 아주 이제 나 간다고 살림을 차리시게?”

“크윽…….”

태천의 말대로 천호진은 태천이 가는 시기에 맞춰서 독화향을 불렀는데 태천이 예상보다 조금 늦게 출발했고, 거기에 더해 독화향은 더욱 일찍 도착했기에 태천에게 독화향을 불렀다는 사실을 들킨 것이다.

“남의 연애사에 무슨 관심이야! 갈 길이나 가라!”

“오냐. 그리고 우리 동생들 키워줘서 고맙다.”

태천의 말에 태천의 뒤에서 봇짐을 메고 있던 철현과 호섬이 천호진을 향해 고개를 꾸벅 숙여 보였다.

천호진은 태천에 대한 은혜를 갚는 방식을 철현과 호섬의 능력 증진으로 갚았다.

신교의 창고를 뒤져 만년한철로 만들어진 검 두 자루를 호섬과 철현에게 건네주었고, 거기에 각종 신교의 비약들을 먹여 내공을 증진시켜 주었으며, 신교의 내로라하는 고수들을 둘에게 붙여서 실전 경험 또한 쌓게 해주었다.

그 덕분에 호섬과 철현은 최절정의 경지에 발을 살짝 담그고 있었다.

그 덕택에 검사는 조금 쓸 수 있게 되었지만, 온전치 않은 경지 때문인지 지속력과 힘이 약했다.

그리고 태천 또한 업무를 보면서 틈틈이 수련을 한 결과 검사의 수발이 자유로워졌고, 실들의 수가 더욱 늘어나는 유의미한 결과를 얻을 수 있었다.

“옛다, 이거나 받아라.”

태천은 천호진에게 품에서 천령을 꺼내 던져주고, 허리춤에 차고 있던 천마검을 건네주었다.

“응? 천령은 알겠는데…… 천마검도 주려고?”

“어, 천마 그 양반이 편지에 새로운 검도 줬으니 옛날 거는 교에 돌려주라고 그러더라. 뭐, 주기 싫으면 주지 말라 했는데 네가 불쌍해서 주는 거니까 고마워해라.”

“아이고 성은이 망극합니다!!”

“암암, 그래야지.”

“쳇. 끝까지 밉상이네, 밉상이야.”

“그게 내 매력 아니겠냐? 그럼 이젠 진짜 간다?”

호진과 농담 따먹기를 하던 태천이 몸을 돌려 십만대산을 빠르게 내려가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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