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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연 네비게이션-38화 (39/139)

기연 네비게이션 38화

태천의 외침에 먼저 단주들이 달려들어서 검을 휘둘렀다.

단주라는 직위답게 검기를 사용할 줄 알았다.

그리고 열명의 단주들의 검을 전부 막아낼 수는 없었고 몇 개는 허용을 할 수밖에 없었다.

자신의 검이 태천의 몸에 닿자 공격한 단주들이 기뻐하며 외쳤다.

“크하하!! 네놈이 아무리 강해봤자 한 손으로 여러 개의 검을 막을 수는 없지!!”

하지만 태천을 비웃던 그의 입꼬리가 내려가는 데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맞아. 한 손으로 열 개의 검을 다 막는 건 무리지. 그런데 몸으로 때우면 되잖아?”

단주의 검은 태천의 천마의에 덮어 쓰인 천마강기에 막혀 한 치의 침입조차 허락되지 않았다.

“호…… 호신강기?!!”

그리고 그게 그의 마지막 말이었다.

서걱!

가장 먼저 머리가 잘린 이를 뒤로하고 태천이 바람처럼 다음과 그다음의 머리를 베어 나갔고, 심상치 않은 상황에 자존심 때문에 뒤에 있던 나머지 대주 두 명마저 참전을 했지만, 탐과 태천의 콤비를 막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콰직! 서걱 서걱! 콰직 콰직!!!

탐이 한 번 움직일 때마다 머리통이 하나씩 탐의 입안으로 사라졌고, 태천의 검이 빛을 발할 때마다 하나의 머리통이 바닥에 떨어졌다.

그렇게 약 삼십 분쯤 흘렀을까?

태천의 주위에는 머리통 없는 시체가 즐비했다.

-에잇 퉤퉤퉤!! 입만 버렸네! 맛대가리 없어!

“입만 까다로워가지고. 가자!”

머리 없는 시체를 뒤로하고 이제는 눈으로도 보이는 교주성을 향해 태천이 다리를 놀렸다.

타다다닷!

극성으로 펼친 추섬보는 태천을 눈 깜짝할 사이에 교주성 정문으로 데려다주었고 역시나 교주성 정문에는 교주성을 지키는 경비 무사가 둘이 서 있었다.

하지만 그 둘의 무공 경지는 그리 높지 않았다.

끽해야 일류에서 잘 봐줘야 절정에 발이 걸쳐 있는 교주성에 경비 무사로 두기에는 알맞지만 그건 평상시, 지금 같은 전쟁 중에 저런 이들을 경비 무사로 세워뒀다면 그냥 들어 가십쇼~ 하는 꼴이었다.

물론 소교주파가 막상막하는커녕 그냥 쓸려나가고 있기에 그런 것도 있겠지만 태천에게는 좋은 일이었다.

경비 무사의 수준을 확인한 태천이 두 명의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태천이 모습을 드러내자 경비 무사들이 흠칫! 하더니 허리춤에 매달려 있던 검을 뽑아 경계하며 소리쳤다.

“누…… 누구냐!! 정체를 드러내라!!”

부들부들 떨리는 손으로 제대로 검조차 쥐지 못하는 둘의 모습에 태천이 피식 웃으면서 말했다.

“느그들 새 교주 될 사람이다. 교주 불러와!!!!”

* * *

“후우…… 이 X새끼야!!! 하나씩 안 보내면 뭐? 팍씨 뒈지려고 어휴, 진짜 내가 이딴 돌대가리를 믿고 보낸 내가 병신이지? 그지? 마뇌야? 응? 말 좀 해봐.”

창밖으로 들리는 태천의 목소리에 천호평이 마뇌에게 으르렁거렸다.

그리고 그런 천호평의 목소리를 들으면서 마뇌는 대리석으로 이루어진 교주실 바닥에 머리를 박고 있었다.

“크…… 크흡…… 교주님 살려…….”

애초에 마뇌는 무공을 익힌 무인도 아니었고, 학자의 기질이 다분한 이였기에 대리석에 머리를 박고 있는 잠깐의 시간으로도 죽을 맛이었다.

“에휴…… 마뇌야…….”

머리를 박고 부들부들 몸을 떨어대는 마뇌의 머리를 천호평이 쓰다듬으면서 나근나근한 목소리로 말했다.

“나가서 저 새끼 잡아 와. 교주성에 있는 병력들 다 데려가도 되니까 꼭 잡아 와.”

“하…… 하지만 저는 무공도 안 익혔…….”

말을 더듬으며 답하는 마뇌의 모습에 천호평의 입가에 띄워져 있던 미소가 싹 사라졌다.

“그럼 가서 저 새끼한테 뒤질래 아니면 지금 나한테 뒤질래? 골라봐.”

“가…… 가겠습니다! 꼭 가고 싶었습니다!! 보내주십셔!!!!”

박고 있던 머리를 치켜들며 마뇌가 말하자 천호평이 손을 휘저으며 말했다.

“그럼 나가서 빨리 잡아 와!!”

“네…… 넵!!!”

마뇌는 천호평의 호통에 후다닥 교주실에서 나갔다.

그런 마뇌의 뒤통수를 노려보며 천호평이 생각했다.

‘마뇌 저 새끼가 과연 강태천 그놈을 잡아 올 수 있을까? 아냐…… 다른 묘수가 필요해. 그래 원로원!! 원로원 늙은이들을 움직이자!’

생각을 정리한 천호평이 무거운 엉덩이를 들고 원로원이 상주하고 있는 곳을 향해 뛰어갔다.

* * *

경비 무사를 제압하고 태천이 교주성 안으로 들어가자 그를 반겨준 건 칙칙한 남정네들이었다.

“에잉…… 교주 나오랬지 칙칙한 남자들 나오라고 한 적은 없는데…….”

진심으로 아쉽다는 태천의 표정을 보고 그들의 선두에 서 있던 마뇌 지흥원이 두꺼운 볼살을 푸들푸들 떨며 말했다.

“어딜 감히!! 여기가 어디로 그딴 말을 하는 게냐! 이곳이 어딘 줄 알긴 하는 것이냐!!”

“어라? 교주성쯤 되니까 말하는 돼지도 있네……? 역시 대단하네, 신교는 말하는 돼지도 키우고.”

태천의 비웃음이 담긴 말에 지흥원이 자신의 볼살을 푸들푸들 떨어대며 말했다.

“나는…… 나는 돼지가 아니다!! 그저 조금 통통한 것이다!!”

“원래 다 그래. 자기만 몰라 원래. 암암 그렇고말고.”

“우리 어머니도 그러셨다!! 나는 통통하다고!! 절대 뚱뚱한 게 아니라고!!”

마뇌, 지흥원의 말에 태천이 배를 잡고 깔깔 웃어댔다.

“큭…… 크하하핫핫…… 아, 내 배…… 배 아파 죽겠네…… 큭큭큭, 너 암살자 하면 되겠네. 웃겨서 사람을 죽이는 재주가 있는데? 그거 갈고 닦으면 훌륭한 암살자가 되겠어!”

자신을 가리키며 낄낄대는 태천의 모습에 지흥원은 통통한(자칭) 자신의 몸을 비척거리다 손을 들어 태천을 가리키며 외쳤다.

“공격해!! 죽여도 괜찮다!! 공격 공격!!!!”

지흥원의 사심이 담긴 외침에도 지흥원의 뒤에 시립하고 있던 무인들은 그의 말을 충실하게 따랐다.

그가 저렇게 무시당하고는 있어도 현 교주의 오른팔 격인 사람이였기 때문이었다.

-우와아아아아아아!!!!

수십의 무인들이 자신들의 검을 뽑아들고 달려오는 모습을 태천은 그저 쳐다만 보고 있었다.

그중에서 검에서 검기를 뽑아내는 절정의 무인들도 여럿 보였지만 태천은 느긋하게 바라만 보았다.

그런 태천의 모습에 겁을 먹었다고 생각한 절정의 무인이 태천에게 검을 휘두르며 생각했다.

‘킥킥킥, 멍청한 녀석! 네 녀석 덕에 나는 교주님에게 두둑한 포상을 받을것이다! 그걸로 월향이 고년과…… 킥킥킥.’

태천의 목을 잘라내고 그 목으로 교주에게 받을 포상에 들떴던 그는 자신을 향해 빛살 같은 속도로 날아오는 검을 보지 못했고, 이내 목이 잘렸다.

스걱! 툭…….

그리고 그의 목은 데구르르 굴러가 달려오던 이들이 앞에 서 멈췄다.

기세 좋게 달려간 그가 보이지도 않는 속도로 휘둘러진 검에 의해 죽자, 뒤에서 뒤따르던 이들의 다리가 일제히 멈췄고 자기들끼리 수군거리기 시작했다.

“야! 이거 우리 큰일 난 것 같은데? 저 사람 아무리 봐도 절정은 아닌데 우리만으로 이길 수 있을까?”

“그러게 이거 대주급 정도 되는 분이 오셔야 할 것 같은데…….”

잘 달려가다가 갑자기 멈춰선 이들의 모습에 지흥원이 분개하며 소리쳤다.

“왜 멈추는 것이냐! 버러지 같은 놈들아!! 잡아! 잡으라고!!!”

자신들의 뒤에서 빽 빽 소리 지르는 지흥원의 등쌀에 못 밀려 결국 다시 움직이긴 했지만, 처음과는 속도가 확연하게 달랐다.

처음에는 한 필의 군마와 같은 속도였다면 지금은 늙은 노새 정도의 속도였다.

그렇게 느릿느릿 걸어간 그들은 결국 태천의 앞에 도달했다.

“그…… 지금이라도 항복하면 목숨을 거두지 않겠다!!”

“음음, 맞아! 항복하라고!”

두려움에 혹시나 항복하지 않을까? 권유하던 이들은 태천의 싸늘한 한마디에 입술을 깨물었다.

“지랄하네. 들어와 먹잇감 자식들아.”

두렵긴 해도 그들 또한 무인 자신들을 얕잡아보고 무시하는 태천의 모습에 두려움이 날라간 건지 이내 기합을 내지르며 태천에게 달려들었다.

“그아아아!!! 죽어라!!!”

그렇게 약 서른 명이 넘는 무인들이 태천에게 달려들었고, 그런 그들을 보며 태천은 검 손잡이에 손조차 올리지 않고 팔짱을 낀 채 오연하게 서서 한마디했다.

“먹어라, 탐.”

푸화아아앗!!

태천의 말과 함께 태천의 왼팔에 있던 탐이 기분 좋다는 듯이 뛰쳐나왔다.

-크하하핫, 밥이다 밥~ 오늘은 포식이다!!

성인 남성 한 명쯤은 통째로 삼킬 정도로 크게 입을 벌린 탐이 달려오는 서른 명의 무인들을 산 채로 집어삼키기 시작했다.

콰직! 콰직! 콰지직!!

앞서 달려가던 열다섯 명의 무인들이 탐의 한 끼 식사로 전락하자 뒤따라오던 무인들의 발이 딱 멈춰 서고 뒤돌아 달아나기 시작했다.

그들의 행동은 당연했다. 왜냐하면 가장 앞서 달리던 이들에 그들의 무리에 있던 절정의 무인들이 전부 포함되어 있었고 그들은 일류에 불과한 실력이었으니까 말이다.

“으아악!! 괴물! 괴물이 나타났다!”

“도…… 도망가야 돼! 난 아직 살고 싶다고!!”

압도적인 힘과 공포로 교주의 명조차 잊고 혼비백산하여 흩어졌다.

그리고 그런 이들을 탐은 쫓지 않았다. 왜냐하면 가장 맛있어 보이는 존재는 남아 있었기 때문이다.

“흐억…… 헉 사…… 살려…….”

카앙!!

자비를 구하던 마뇌와 탐 사이를 가로막은 건 다름 아닌 한 자루의 도였다.

-음? 감히 내 식사를 방해해?

“미물 따위가 감히 신교를 침범하느냐!!”

파캉! 파캉!

탐과 검을 든 사내가 맞붙고 있을 때, 태천을 향해 두 명의 노인이 천천히 걸어왔다.

“노인장들은 누구신지?”

태천의 말에 두 노인은 껄껄 웃으면서 말했다.

“이제 뒷방 늙은이들의 이름은 알아서 어디에 쓰려고 그런가?”

키가 작은 노인의 말에 태천이 말했다.

“노인장들 묘비에 적어두려고 그러지. 어때? 이 정도면 교주감인가?”

태천의 이죽거림에 미소 짓던 두 노인의 얼굴이 흉신악살처럼 일그러졌다.

“애송이가 건방지구나.”

고고고고!!!

두 노인의 표정이 일그러짐과 동시에 폭발적인 기세가 태천을 향해 쏟아졌다.

칼날 같은 기세에 태천이 기겁을 하며 천마강기를 펼쳤고, 이내 천마강기와 노인들의 기세가 대립하다가 이내 둘 다 스르륵 사라졌다.

“휴…… 늙은이들이 재주는 좋구만.”

“호오…… 꽤 실력은 있구만? 그러면 들어와라, 애송이.”

노인의 말에 태천이 천마군림보를 펼치려 할 때 태천의 어깨를 잡는 손이 있었다.

“여기서부턴 저희가 맡겠습니다. 이대천마시여.”

무영이었다.

태천의 어깨에 손을 올린 무영의 뒤로 신령대의 단원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그중에는 태천과도 일면식이 있는 일호 또한 있었다.

태천의 모습을 확인한 일호가 태천에게 짧게 묵례하고는 외쳤다.

“이제부터 우리 신령대는!! 강태천 님을 보호한다!! 알겠나?!!”

-예!!! 알겠습니다!!!!

화경의 무인인 일호를 필두로 최절정 무인 다섯, 절정 무인 서른 명이 태천의 뒤로 오와 열을 맞춰서 줄을 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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