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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연 네비게이션-37화 (38/139)

기연 네비게이션 37화

-크으…… 달다 달아! 더 줘 더!!

‘알겠다. 가장 맛있는 놈이 남았으니까 보채지 말라고.’

태천의 말처럼 피로 이루어진 비를 헤치면서 걸어오는 남자가 있었다.

방금까지 살아 있던 이들의 대장, 수라혈천대 대주 백무진이었다.

방금까지 자신의 명령을 이행하던 부하들의 피를 맞으면서 백무진 실성한 듯 웃었다.

“크…… 크크크…… 크하하하!!! 강태천!! 그때 네놈을 처음 만났을 때 죽였어야 했었는데…….”

“뭐래, 그때 나한테 떡 발리고 꽁지 빠지게 도망간 게 누군데?”

“크윽, 닥쳐라! 이곳에 나만 있는 줄 알고 온 것 같은데…… 넌 오늘 네 무덤을 판 것이다. 천마삼관을 통과했으면 조용히 있을 것이지 이곳에 나타난 것을 후회하게 해주마! 무형!!”

한껏 이죽거린 백무진이 암향대의 대주, 무형을 부르자 나무 위에서 검은색의 잠행복을 입고 있는 남자, 무형이 착지했다.

“무형! 저 자식을 오늘 찢어 죽이고 말 테다. 협력해라.”

“뿌득…… 알겠다.”

태천 때문에 자신이 교주에게 닦달당한 것을 생각하며 무형도 이를 갈며 말했다.

“얼씨구? 쪽팔리지도 않냐? 둘이서 덤비고?”

“닥쳐라!! 널 완벽하게 죽일 방법이다. 그리고 뒤진 놈은 말이 없지.”

백무진의 말에 태천이 파하하!! 웃으며 말했다.

“맞아. 죽은 이는 말이 없지. 그리고 말이야 너는 곧 말이 없어질 거야…….”

태천이 말을 늘어뜨리며 말했다.

“왜냐면…… 너넨 여기서 오늘 죽을 거거든.”

마지막을 말을 내뱉으며 태천이 천마검을 빼 들고 달려들었다.

* * *

챙챙챙!!!

수없이 많은 검을 교환하던 세 명이 몸을 뒤로 뺐다.

역시 셋 중 가장 피해를 많이 입은 것은 혼자 싸운 것은 태천이었다.

아무리 태천이 무신지체이고 이번에 천마삼관에서 천마강기와 개량된 천마검을 얻었다지만, 상대는 자신과 동급인 최절정이며 자신보다 훨씬 먼저 올랐던 이가 둘이나 되었기에 현재 태천의 힘으론 역부족이었다.

피를 흘리는 태천을 바라보며 백무진이 이죽거렸다.

“왜? 다 죽여 버리겠다며? 그래서 죽일 수나 있겠어? 니가 먼저 죽겠는데 말이야?”

태천은 자신을 보며 이죽거리는 백무진을 보며 피식 웃었다.

“그래 이대로 가면 내가 먼저 죽겠지. 그런데 말이야…… 내가 언제 내 손으로 죽인다고 그랬었나……?”

“뭐, 뭣?”

태천의 말에 놀란 백무진이 주위를 두리번거리고 아무도 없다는 사실에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큭…… 이 자식이 거짓말을…….”

그리고 백무진은 자신을 향해 입을 쩍 벌리며 날아오는 검은 물체를 볼 수 있었고, 그게 백무진의 생전 마지막 기억이 되었다.

-아~~ 이놈은 꽤 맛있는데? 저 검은 녀석도 맛있으려나……? 츄릅.

한순간에 핏물 한 줌 안 남기고 죽어버린 백무진을 본 무형의 얼굴이 창백하게 질렸다.

‘이…… 이건 아니야! 일단…… 도망가서 교주님께…….’

대적할 생각을 지우고 도주를 하려 뒤를 보인 무형이 잽싸게 앞으로 튀어나갔지만, 이내 점점 땅에 가까워지는 자신을 바라볼 수 있었다.

‘어…… 어라…… 왜 점점 땅에 가까워지지……?’

쿠당탕!!

달리던 속도 그대로 땅에 들이박은 무형이 얼얼한 머리를 주무르며 생각했다.

‘뭐…… 뭐지? 갑자기 내가 왜…… 악!!’

생각을 하던 무형은 아래쪽에서 갑작스레 느껴지는 고통에 아래를 내려다보았고, 그곳에는 자신의 다리가 존재하지 않았다.

“아아아아아아악!!!! 내…… 내 다리가!!!”

자신의 무인으로서의 생명이던 다리가 사라지자 무형은 멍하니 땅바닥에 주저앉아 하늘을 멍하니 쳐다보았다.

그리고 그런 그의 머리 위로 죽음의 그림자가 드리웠다.

-그럼…… 잘 먹겠습니다아아!!!!

콰직…… 콰직…… 콰지지직…….

성인 한 명이 사라지는데 걸린 시간은 고작해야 수십 초였다.

-끄으윽…… 이제 좀 배가 차는 것 같다.

‘그래? 벌써부터 차면 어떡해?’

태천의 의미심장한 말에 탐이 갸웃했다.

-뭔 소리냐?

‘아니, 오늘은 먹을 사람이 좀 많을 것 같아서…….’

그렇게 천마신교의 대규모 숙청은 지금부터 시작되었다.

* * *

백무진과 무형을 잡은 뒤로 태천은 정말 주구장창 달렸다.

물론 달리면서 만나는 교주 측 인물들과 자신을 알아보고도 적대하는 이들을 깔끔하게 백무진 곁으로 보내줬다.

저승에 있는 백무진이 심심할까 봐 친구까지 만들어주다니! 정말 교인을 사랑하는 이대천마 납셨다.

태천은 교주성이 있는 곳까지 정말 말 그대로 파죽지세로 달려나갔다.

가로막는 이들은 전부 저승으로 보냈고, 자신을 따르는 이들은 자신의 뒤를 따르게 하면서 교주성까지 달려갔다.

물론 가는 길에 위험들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었다.

지금처럼 말이다.

“서라!”

“음? 넌 누구지?”

“교주 직속 친위대, 천공대의 대주 화무겸이다.”

지금처럼 교주 직속의 부대가 나타나면 골치가 아팠다.

대부분 교주 직속의 녀석들은 화경에 한 발짝 걸치고 있는 최절정이 대부분이었기에 태천 홀로 싸운다면 꽤나 시간을 잡아먹을 것이 자명했다.

여기서 시간을 뺏기면 점점 더 많은 이들을 상대해야 한다는 사실을 상기하면서 태천은 단숨에 전력을 끌어냈다.

캉! 카앙 카앙!! 캉캉캉!!

거친 쇳소리가 성 내를 울렸다.

하지만 한 번 검이 부딪칠 때마다 태천이 한 걸음 두 걸음씩 밀렸다.

‘쳇…… 역시 나 혼자 힘으론 안 되나?’

자기 자신의 힘만으로 안 된다는 것을 알면서도 계속 혼자 힘으로 하려면 그건 용기와 도전이 아닌 그저 만용이다.

그 사실을 누구보다 태천을 잘 알고 있었고, 자신의 힘이 딸린다면 언제든 자신의 힘에 다른 사람 또는 도구의 힘을 빌리는 이였다.

그리고 이번에 자신이 얻게 된 아주 특별하고 출중한 도구를 쓰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

콰직!

태천의 오른손에 들린 검만 주시하던 화무겸은 태천의 왼손에서 갑작스레 뻗어져 나온 검은색 무언가에 의해 왼팔을 뜯겼다.

“크아아악…….”

한순간의 실수로 왼팔을 잃은 화무겸이 독기 가득한 눈으로 태천을 노려봤지만, 이미 그곳에 태천은 없었다.

서걱…….

왼팔을 잃었다는 사실과 고통에 태천의 움직임을 한순간 놓친 대가는 화무겸, 자신의 목숨이었다.

“쯧쯧, 무인이 한눈을 팔면 쓰나. 먹어.”

물론 방금 같은 상황을 자신이 당한다면 자신조차 몸을 성치 않을 거란 사실을 누구보다 잘 알면서도 그런 말을 남기는 것을 잊지 않았다.

그 덕택인지 화무겸은 죽어서도 눈을 부릅뜨고 죽음을 맞이했다.

매우 분하다는 듯이 말이다.

“그러게 줄을 잘 잡았어야지. 그딴 썩은 동아줄 따위는 진즉에 버렸어 했어. 업보다 업보야.”

그리 말하곤 태천은 검에 묻은 피를 털어내고는 다시 교주성으로 몸을 날렸다.

‘어디 여태까지 교주 자리에서 많이 해 먹으셨으니…… 이제 내려오셔야지?’

어둠 속을 달리는 태천의 두 눈동자만은 밝게 빛났다.

* * *

“빌어먹을 빌어먹을 빌어먹을!!!!!!”

우당탕탕!! 쿠당탕!!

교주실의 값 비싼 집기들이 허공을 날아 벽에 부딪히면 청아한 소리를 내며 박살 났다.

그런 모습을 옆에서 지켜보는 마뇌의 속이 타들어 갔다.

저기 허공을 날아다니는 값 비싼 물건들이 아까워서가 아니다.

저기 날아다니는 집기들 대신 자신의 목이 대신 날아다닐 수도 있는 이 상황 때문에 목이 바짝바짝 마르는 것을 느끼며 교주에게 조심스레 말했다.

“크…… 큼큼, 교주님! 제게 묘안이 있습니다!”

“후우 후우…… 마뇌, 한번 말해봐라. 물론 그 묘안이 내 맘에 안 들 경우에는…… 자네도 알 거라고 믿네.”

이게 자신의 마지막 기회라는 것을 감지한 마뇌는 바짝 마른 혓바닥에 침을 묻히곤 말을 이어나갔다.

“스읍…… 지금 저희가 한 차례씩 부하들을 내보내고 있지 않습니까?”

“그래…… 그렇지 그런데 그게 왜?”

“저희가 굳이 한 차례에 한 번씩만 보내야 합니까?”

마뇌의 말에 교주님은 벼락이라도 맞은 것처럼 몸을 부들부들 떨었다.

‘맞아! 내가 왜 굳이 한 명씩 보내고 있지? 그냥 한 번에 다 보내면 되잖아?’

마치 하나씩 잡아먹고 강해져서 자신의 모가지를 치라는 경우 아니었던가?

자신도 모르게 옛날 사파의 마두들과 같이 행동하던 자신의 행동을 자책하고 마뇌를 힘껏 끌어안았다.

“하하하!! 마뇌 나는 자네를 믿었다네! 그 좋은 머리 오래오래 쓰도록 하게나.”

천호영의 말에 마뇌는 식은땀을 뻘뻘 흘리면서 억지웃음을 지으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헤…… 헤헤헤, 아무렴요! 오래오래 잘 쓰도록 하겠습니다.”

하지만 이 작전을 낸 마뇌도 이 작전을 채택한 천호영조차 예측하지 못한 것이 있었으니, 바로 태천의 무력이었다.

옛날에 사파의 마두들이 하나하나 부하들을 보내주다가 감당하지 못할 정도로 강해져서 마두를 박살 냈다면, 태천은 하나하나 보내든 한꺼번에 보내든 다 박살 낼 수 있다는 게 차이점이었다.

그런 사실을 모르는 둘은 그저 얼싸안고 기뻐할 따름이었다.

* * *

다다다! 다다다다!! 다다다다!!!

태천은 자신을 향해 달려오는 발걸음 소리에 달리던 발을 멈추고 귀를 기울였다.

‘하나, 둘…… 셋…… 넷…… 에라 모르겠다.’

달려오는 발소리를 세어보다 태천은 세는 것을 그만두고 허리춤에 매달아뒀던 검을 빼 들었다.

“하나든 열이든 그냥 다 나와 다 부숴버리게.”

그리고 태천의 말에 총 열 명의 단주급(절정)과 세 명의 대주급(최절정)이 태천을 원형으로 포위했다.

“크으…… 많이도 보냈네? 교주가 좀 쫄리긴 했나 봐? 바리바리 싸 들고 보낸 거 보면 말이야?”

태천의 모욕적인 말에 가장 앞에 있던 대주급으로 보이던 이가 입을 열었다.

“닥쳐라! 감히 교주님을 모욕하느냐!”

“에이 시끄러! 넌 뭔데 이대천마 앞을 막아? 느그 교주가 그리 가르치디? 천마 앞길 막으라고?”

태천의 말에 나섰던 인물이 움찔하며 뒷걸음질 쳤다.

그리고 이내 자신의 추태를 깨닫고는 얼굴을 붉히면서 소리쳤다.

“닥쳐! 우린 오직 교주님만을 모신다. 너는 나 천지대의 대주 김무…….”

자신의 이름을 말하려던 말을 자르면서 태천이 이죽거렸다.

“뭐하러 들어? 어차피 죽어서 기억에도 안 남을 텐데.”

씨익 웃으면서 말하는 태천의 말에 대주들은 물론 단주들까지 분개했다.

“뭐해? 안 올 거야? 안 오면 내가 가고.”

태천의 말과 동시에 탐이 움직였다.

탐이 가장 가까이서 태천에게 말을 하던 대주의 머리통을 단숨에 씹어 삼켰다.

가히 빛과 같은 속도에 태천의 말에 분개하던 대주는 그렇게 검 한 번 자신의 이름 한 번 밝히지 못한 채 저승으로 떠났다.

태천의 기습에 나머지 이들이 검을 빼들고 경계를 했다.

“기습을 하다니! 무인으로서 자존심도 없는 거냐!”

자신에게 검을 들이미는 이의 말에 태천이 오른손으로 천마검을 빼 들면서 말했다.

“그러면 한 명에게 열댓 명이 덤비는 건 자존심 있는 거냐? 입으로 싸울 거냐? 들어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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