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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연 네비게이션-34화 (35/139)

기연 네비게이션 34화

쏟아지는 화살과 세침들의 비를 뚫으면 한 발짝씩 전진하던 태천의 눈에 거대한 문이 보였다.

그 문이 보인 순간 태천의 머릿속에는 오직 한 가지 생각밖에 들지 않았다.

‘끝! 끝이다! 저 문이 드디어 이 천마삼관의 끝을 알리는 문이다!!’

이제 끝이라는 생각에 태천은 딱 화살과 세침을 막아낼 정도의 내공만 유지하던 천마강기에 내공을 더욱 불어넣으면서 땅을 박찼다.

확실히 내공을 더 불어넣으니 화살과 세침에 의한 대미지가 거의 느껴지지 않아 달려도 그닥 문제가 되지 않았다.

충격이 덜하다는 확신이 생기자 태천은 그때부터 전력으로 추섬보를 펼쳤다.

추섬보를 펼치자 꽤 거리가 남아 있던 마지막 문까지의 거리가 쭉쭉 줄어드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태천은 문 앞에 도달할 수 있었다.

그리고 그제야 철컥하는 소리와 함께 화살과 세침들의 비가 멈추었다.

“휘유…… 대체 수백 년 된 시설에서 이런 기구들은 어떻게 돌아가는 건지 이해가 안 가네 진짜…….”

대체 어떤 장인이 만들었기에 이렇게 오래된 시설에서 발사 장치들이 아직까지 작동되는지에 태천은 곰곰이 생각해 보다가, 이내 문을 열고 들어갔다.

“뭐 어때 누가 만들었든 난 통과했으니까, 거기까지 생각할 필욘 없겠지.”

끼이이익…….

오래된 문에서 나는 경첩의 소리에 태천이 눈살을 찌푸리면서 방 안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방 안에는 검 하나와 계단 두 개만이 존재했다.

“검? 갑자기 웬 검? 난 이게 있는데?”

태천은 말을 하며 천마검을 들어 보였지만 태천의 행동에 답해줄 인물은 방 안에 존재하지 않았다.

머쓱해진 태천은 검이 박혀 있는 곳으로 걸어가 그 밑에 있는 이제는 익숙한 편지를 집어 들었다.

그리고 펼쳐 읽기 시작했다.

[크으…… 여기까지 온 거냐? 너도 대단하다 대단해! 산공독이 미량 퍼져 있는 그곳에서 내공의 도움도 제대로 받지 못한 채 그곳을 뚫고 오다니 그건 칭찬해 주마. 그리고 여기에 박혀 있는 검은 새로 만든 개량된 천마검이랄까나? 내가 이무기를 잡고 그놈의 뼈로 만든 검이다. 이무기의 뼈라 그런지 원래의 천마검보다도 뛰어난 강도를 자랑하니까 가져가면 쓸 만할 거다. 원래 있던 천마검은 웬만하면 신교에 돌려줘라. 뭐 주든 안 주든 네 맘이지만.]

“큭큭, 이제는 이무기 뼈로 만든 검이야? 대단하다 대단해!”

천마의 대단함에 박수를 보내던 태천은 또 다른 편지를 발견했다.

“어라? 이번에는 두 갠가?”

부스럭부스럭.

이전과는 다르게 두 개의 편지가 있었고, 남은 하나의 편지도 펼쳐보았다.

[나가는 계단은 왼쪽이다. 그리고 오른쪽 계단은 내가 봉인해 둔 녀석이 존재하는 곳이지.]

“봉인? 천마가 죽이지 않고 봉인했다고? 대체 뭐길래?”

편지의 뒷부분의 적힌 말에 태천은 앞에 적힌 나가는 계단은 눈에 들어오지도 않는 태천이었다.

[내가 봉인한 녀석은 바로…… 탐(貪)이다.]

“탐? 그 뭐든지 처먹는다는 그 탐을 말하는 거야?”

탐(貪)!

그 이름도 무시무시한 용의 아홉 번째 아들로 불리는 모든 것을 집어삼킨다는 괴물이 바로 탐이었다.

옛날이야기에서 태양까지 삼키려다 죽었다거나 신선에게 사로잡혔다거나 하는 이야기가 많이 존재하는 괴물 탐이 바로 이곳에 봉인되어 있다니!

탐이라는 말에 태천은 허겁지겁 편지의 뒷부분을 읽어 내려가기 시작했다.

[탐은 내가 이무기를 잡고 얼마 지나지 않아 만나게 된 녀석이다. 들은 것과는 다르게 나에게 온순하게 대하고 스스럼없이 어울려서 나 또한 곁에 두고선 말벗으로 삼았던 녀석이지만, 녀석은 곧 야욕을 드러냈다. 나와 점점 친해지면서 내가 조금씩 경계를 풀어갈 때쯤 녀석이 나를 집어삼키려 들었다. 하지만 나는 녀석에 대한 경계를 조금도 풀고 있지 않았고 녀석은 나에게 사로잡히는 신세가 되었지. 하지만 나는 녀석을 죽일 방법을 도통 알지 못했고, 결국 그저 봉인하는 데 그쳤다. 뭐 이제 나는 죽었으니 녀석을 풀어주든 아니면 죽일 방법을 찾아 죽이든 그것은 네 맘대로 해라. 그리고 올라가서 우리 신교도 조금 부탁한다.]

“와…… 대단하네…… 진짜 탐이라는 게 존재하고 나아가서 천마를 삼키려고 한 그 녀석도 대단하지만 끝까지 경계를 안 푼 천마도 진짜…… 어련하네…….”

천마를 삼키려고 한 탐도 어이가 없지만 그런 탐조차도 잡아낸 천마 또한 어이가 없는 태천이었다.

“그러니까…… 저 계단으로 가면 밖으로 나갈 수 있고…… 오른쪽으로 가면 탐이 있다? 흐으음…… 어쩌지…….”

안전하게 왼쪽으로 갈 것이냐 아니면 오른쪽으로 갈 것이냐…… 짧은 생각을 마치고 태천은 결론을 내렸다.

“이럴 땐 네비지! 이러라고 있는 게 네비 아니겠어?”

답은 네비다! 이 생각으로 태천은 네비에게 답을 구했다.

그리고 네비는 이렇게 답했다.

‘위험합니다.’

“어라?”

언제나 자신에게 그저 기연들의 위치나 정보 등을 알려주고 위험의 정도는 단 한 번도 말하지 않았던 네비의 말에 태천은 등골이 서늘해지는 것을 느꼈다.

“위…… 위험하다고 한 거야? 네비 너가 위험하다는 말도 할 줄 알았어?!”

‘저도 할 줄 압니다. 다만 여태까지는 그런 일이 없었을 뿐이죠.’

“그런데 이번엔 왜 위험하다고 하는 거야?”

태천의 말에 네비가 설명을 시작했다.

‘오른쪽을 보시면 검은색 점이 보이실 겁니다.’

네비의 말에 태천이 네비의 지도를 보자 정말로 네비의 지도에 검은색점이 생겨 있었다.

“어? 진짜 있네? 그런데 검은색이면 뭔데?”

‘검은색은 무척이나 위험한 기연입니다. 기연은 기연이지만 사용자의 목숨도 위험할 수 있는…… 바로 그런 기연입니다.’

네비의 말에 태천이 움찔했다.

‘네비가 저렇게까지 말하는데 그냥 지상으로 가? 삼관은 통과했으니 천마의 자격은 얻었을 거고 그러면 딱히 더 안 내려가도 상관은 없잖아? 그런데 기연은 기연이라니까 또 가지고는 싶고…… 어쩌지?’

내려갈까 말까를 두고 태천은 고민에 빠졌다.

지금 삼관은 전부 통과했으니 나가서 천마의 자리를 얻고 신령을 얻은 뒤, 교주를 처치하면 자신은 이제 끝이다.

그런데 왜 자신은 오른쪽이 점점 끌리는 것일까?

태천은 자꾸만 오른쪽으로 끌리는 마음을 느끼며 결심했다.

“그래 들어오면서 정했잖아. 남자가 말이야 한 번 죽지 두 번 죽냐? 못 먹어도 고다! 가자 오른쪽! 탐이 있다는 한번 만나봐야지!”

그리 생각한 태천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서 오른쪽 계단을 성큼성큼 걸어 내려갔다.

* * *

터벅터벅…… 탁!

약 삼십여 분을 걸었을까?

드디어 태천은 탐이 있는 곳에 도착할 수 있었다.

어떻게 알았냐고? 저 거대한 석문에서 느껴지는 몸이 쩌릿쩌릿하게 살기가 느껴졌기 때문이다.

“으와와…… 이게 뭐야? 무영을 처음 만났을 때도 이 정도는 아니었는데…… 나 정말 괜찮을까…….”

살기에 벌벌 떨리는 몸을 내려다보면서 태천이 침을 꿀꺽 삼켰다.

* * *

어두컴컴한 동굴 안, 태천은 거대한 석문 앞에 서서 열심히 석문을 밀고 있었지만 석문 조금의 미동조차 하지 않고 처음의 자리를 고고히 유지하고 있었다.

있는 힘껏 밀어도 5m가 넘는 크기의 석문은 꼼짝도 하지 않았다.

아무리 밀어도 처음과 같은 위치를 지키는 석문의 모습의 태천은 진이 빠졌는지 자리에 털썩 주저앉았다.

“크하아…… 진짜 더럽게 무겁네. 이걸 어떻게 열라고 만든 거야?”

당연히 이 석문을 그냥 밀어서 열라고 만들진 않았을 것이다.

정말 밀어서 열라고 만들었다면 세상 그 누구도 이곳을 열지 못할 것이니까 말이다.

자신은 현재 하북철가나 팽가의 무인들과 힘 대결을 펼쳐도 비등하거나 이길 수 있다고 생각하고 있는데 그런 자신이 조금도 밀지 못한다면 그쪽도 별반 다를 바가 없을 것이다.

거대한 석문을 눈앞에 두고 태천은 땅바닥 철퍼덕 주저앉아 찬찬히 고민하기 시작했다.

어떻게 해야 이 거대한 석문을 열 수 있을지를 말이다.

‘흐음…… 무슨 방법이 없나? 진짜로 저걸 밀어서 열어야 한다고?’

결국 방법을 찾다 지친 태천은 자신의 최후의 보루인 네비의 도움을 받기로 결정하고 네비에게 물었다.

‘네비, 무슨 방법이 없을까?’

‘음…… 겉으로만 봐서는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태천 님.’

‘그러면 가까이 가면 뭔가 보일까?’

‘네, 한 번 다가가서 손을 석문에 대주시겠습니까?’

네비의 말에 땅바닥에 앉아 고민만 하던 태천은 자리에서 일어나 성큼성큼 석문에 다가가서 자신의 손을 석문에 대고 잠자코 기다렸다.

그리고 몇 분 후 네비가 입을 열었다.

‘흠…… 이 석문 무언가 기묘하네요.’

‘기묘? 석문이? 어떤 점이 그런데?’

네비는 태천의 말에 석문의 내부를 설명하기 시작했다.

‘석문 안이 마치 구불구불한 미로 같아요.’

‘미로?’

‘네, 으으음…… 이걸 설명하자면 뭐가 좋으려나…… 아! 그래요, 마치 무공심법의 혈로 길 같달까요?’

‘무공심법…… 길…… 설마? 네비 저 석문 내부의 길이 혹시 천마심법의 내공과 같을까?’

‘다시 확인해 보겠습니다. 다시 손을 대주세요.’

태천의 말에 네비가 수긍을 하고선 다시 한번 손을 대줄 것을 부탁했고, 태천은 다시 석문에 손을 대었다.

그리고 이번에는 꽤 시간이 걸리는지 약 한 시간 동안 태천은 석문에 손을 대고 있어야 했다.

‘죄송합니다. 이번에는 천마심법의 길과 대조해 보다 보니 시간이 조금 오래 걸렸네요.’

‘아냐, 괜찮아. 그래서 어때? 같아 달라?’

‘같습니다.’

네비의 말의 태천은 속이 뻥 뚫리는 기분을 느낄 수 있었다.

“크하!! 좋아 그럼 이제 선물 보따리를 열어보실까?”

태천은 어린아이가 된 심정으로 천마심법으로 만들어진 천마기를 조금씩 조금씩 석문 안으로 밀어넣기 시작했다.

확실히 내공을 밀어 넣자 태천 또한 석문 안을 느낄 수 있었고, 네비의 말대로 천마심법의 내공을 운기하는 길과 같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그 사실에 태천은 자신감을 얻어 점점 더 빠르게 내공을 불어넣었고, 수십 분 후 석문이 곧 굉음을 내며 서서히 열리기 시작했다.

그그그그그…….

“드디어 열렸다!!! 어디 우리 탐 나으리 만나러 가봅시다!”

그리고 태천은 열린 석문 사이로 쏙 몸을 집어넣었다.

* * *

-후우…… 누군가 들어왔군…… 몇 년 만이지……?

그리고 석문이 열리는 굉음은 수백 년 동안이나 잠이 들었던 괴물을 깨우기에 충분한 소리였다.

* * *

“휘유, 진짜 넓네?”

태천은 밝은 빛을 발광하고 있는 야명주들의 밑을 걸어갔다.

하나만 해도 금자가 수십에서 백 냥 가까이 나갈 야명주들이 그저 돌맹이처럼 천장에 박혀 있었다.

그 덕분에 태천은 대낮에 길을 걷는 기분을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통로 또한 무척이나 넓었다.

마치 거대한 무언가를 집어넣기 위해서처럼 말이다.

“뭐, 탐이면 거대하겠지. 그래서 이리 큰 건가?”

야명주들을 감상하면서 태천은 천천히 동굴 안으로 서서히 걸어 들어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점점 깊이 들어가면 갈수록 야명주들의 빛이 약해지기 시작했고, 조금 더 깊숙이 들어가자 야명주들의 빛이 완전히 사라졌다.

오로지 칠흑 같은 어둠만이 자리하고 있었는데, 태천은 무신지체 덕택에 밤에도 낮처럼 훤히 볼 수 있었기 때문에 걷는 데 불편함은 없었다.

그렇게 태천은 어두운 동굴 속을 천천히 걸어 들어갔고, 이내 자신이 이곳에 들어온 목표를 만날 수 있었다.

바로 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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