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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연 네비게이션-33화 (34/139)

기연 네비게이션 33화

천호평은 무영의 말에 침음을 삼켰다.

무영의 말이 틀린 게 하나도 없었기 때문이다.

신령대는 처음 만들어질 때부터 오로지 천마만을 섬기며, 신령을 보호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교주일가를 보좌하기 위해 만들어진 곳이 아니었다.

사실 자신이 이렇게 신령대에 쳐들어온 것도 약간은 선을 넘은 상황이었다.

거기에 더해 자신이 화경의 끝자락이라지만, 무영은 이미 현경에 도달한 무인 그가 마음을 먹는다면 자신은 여기서 뼈를 묻을지도 모른다. 만약 태천이란 녀석이 이대천마의 자리를 얻었다면 아마 자신은 죽었을 것이다.

“어찌 되었든! 그들에 대한 보호를 거둬라, 그렇지 않으면 신령대 또한 반역으로 생각하겠다.”

“그러든지. 우리 신령대는 오로지 천마님의 명령만을 따른다.”

“쳇…… 그 오만함과 고고함이 얼마나 유지되는지 지켜볼 것이다.”

천호평은 그 말을 끝으로 몸을 돌려 무영의 성을 빠져나갔다.

“흐음…… 머리가 아프구만…….”

사실 이렇게 교주와 대립하는 것만으로도 고독은 무영에게 통증을 선사했다.

신령대주는 천마에게 복종하는 것 말고도, 교에 피해가 가는 짓은 할 수 없게 되어 있다.

고독은 무영이 천호평에게 대적하는 게 교에 피해가 가는 일이라고 판단하고 지속적으로 고통을 주고 있었다.

“하하…… 그래도 이 고통도 얼마 남지 않았군…….”

사실 현경급 무인이 고독하나 제압하지 못한다는 게 말이 안 되지만, 신령대주의 몸에 심어진 고독은 천마의 명이 있지 않으면 고독을 제거할 수 없었고. 그 결과, 역대 신령대주들은 모두 죽어서야 고독을 몸 밖으로 빼낼 수 있었다.

“빨리 나오시길 바랍니다. 이대천마시여.”

* * *

무영이 태천을 애타게 기다릴 때, 태천 연신 검인들과 검을 나누고 있었다.

카앙! 캉 캉! 카앙!!

검이 한 번 휘둘러질 때마다 불똥이 튀어 올랐고, 태천이 한 번 검을 휘두를 때마다 수십 개의 검이 태천의 몸을 향해 휘둘러졌다.

“젠장! 진짜 더럽게 많네!”

그래도 태천은 한 발자국 한 발자국 발을 내디디고 있었다.

사실 이번에 얻은 천마의와 목인의 관에서의 수련으로 천마군림보가 한 단계 진보하지 않았더라면 검인들의 숲을 뚫기 힘들었을 것이다.

그래도 몇 시간 동안 죽어라 검을 휘두른 보람이 있었다.

“좋아, 문이 보인다!”

바로 다음 관으로 향하는 문이 보이기 시작한 것이다.

물론 그 문과 자신 사이에는 수십 기가 넘는 검인들이 자신을 향해 검을 겨누고 있었지만 말이다.

“꺼져어어어어!!!!”

자신의 앞을 막는 수십 기의 검인들을 쳐부수며 천천히 전진했고 결국 태천은 다음 관으로 향하는 문이 있는 공터에 도달하자 검인들은 끼기긱 소리를 내더니 활동을 정지했다.

털썩…….

“후우…… 죽는 줄 알았네.”

검인들이 활동을 멈추자 태천은 공터에 털썩 주저앉았다.

여태까지의 고난을 보여주듯이 천마검에도 상처 하나 안 나던 천마의에 검상들이 아로새겨져 있었다.

“자 그럼 미리 선물부터 봐볼까? 네비 기연 보여줘 봐.”

오랜만에 사용하는 네비의 기연 탐색시간이었다.

‘네, 문 너머에 비급서 하나가 존재합니다.’

“비급서? 갑자기 비급서라니? 비급서 이름이 뭔데?”

“비급서 이름은…….”

“이름은……?”

“천마강기(天魔強氣)입니다.”

“천마…… 강기……? 그건 신교 내에 있다고 하지 않았나?”

‘제작된 방법과 표지를 보니 저게 아마 사라진 원본으로 보입니다.

네비의 설명을 들은 태천이 고개를 끄덕거리며 물었다.

“그러면 천마강기는 어떤 능력을 가지고 있지? 천호진한테는 천마강기 비급서 사본이 있다는 말만 들었지 어떤 능력을 가지고 있는지는 못 들었거든.”

‘네 그러면 설명해 드리겠습니다. 천마강기는…….’

네비의 말을 다 듣고 난 뒤 태천은 입을 떡 벌릴 수밖에 없었다.

“천마강기가 호신강기였어?!!!!”

호신강기!

화경 고수들의 전유물로 알려져 있는 내공으로 몸을 보호하는 기술이다.

무림인들은 애초에 갑옷이라는 것을 입지 않기 때문에 날붙이에 매우 약한데, 호신강기는 그런 무림인들의 단점을 없애주는, 그야말로 내공으로 만들어진 갑옷이라 할 수 있겠다.

일단 내공으로 이루어져 있기 때문에 무게는 전혀 느껴지지 않고 몸을 감싸는 옷처럼 느껴지기 때문에 움직임에 제약 또한 없다.

거기에 호신강기에 불어넣는 내공의 양에 따라 강도가 결정되기 때문에 이론상으로 내공만 충분하다면 검강까지도 막아낼 수 있었다.

그런 호신강기를…… 그것도 천마가 쓰던 호신강기를 자신이 익힐 수 있다니!

“크으…… 이런 선물을 눈앞에 두고 기다릴쏘냐! 당장 들어간다!!”

자신의 눈앞에서 어른거리는 천마강기의 비급서의 모습에 태천은 벌컥 다음 관의 문을 열었다.

마지막 관인 암기의 방의 문을 말이다.

* * *

부들부들…….

“이얏호!! 천마강기다~ 천마강기~”

태천은 부들부들 떨리는 두손으로 천마강기의 비급서를 조심스럽게 집어 들었다.

그리고 품에 꼬옥 안고는 좋아라 했다.

그리고 이번 관 역시 천마의 편지가 놓여져 있었기에 냉큼 펼쳐 들었다.

[꽤나 재능은 있나보구나? 삼관까지 들어오다니 말이다. 어쨌든 이번에 내가 남긴 물건은 본좌의 호신강기 즉 천마강기의 비급서다. 익히는 건 내 알 바는 아니고 다음 관은 내공을 쓸 수 없을 테니 이곳에서 천마강기나 열심히 수련하고 들어가거라. 내 말을 무시해도 상관은 없지만…… 고슴도치 신세가 되고 싶다면 무시하고 들어가게나.]

악담 같은 정보를 마지막으로 천마의 편지가 끝이 났다.

그리고 태천은 천마의 편지를 읽고 의문점이 생겼다.

‘내공을 쓸 수 없다? 어떻게? 그리고 고슴도치라…… 다음 방은 화살 같은 투척 무기들이 날아오나 보군.’

어차피 천마강기를 얻었는데 바로 들어갈 생각 따윈 없었다.

태천은 흙바닥에 철퍼덕 주저앉고는 천마강기의 비급서를 펼치고는 곧장 읽어 내려가기 시작했다.

* * *

후우우…….

태천이 비급서에서 눈을 뗀 것은 꼬박 3일이 지나서였다.

3일 동안 태천은 무언가를 먹지도 마시지도 않은 채 오로지 천마강기의 비급서만을 읽었다.

그리 두껍지 않았지만 중간중간 이해가 안 가는 문장들이 있어 홀로 생각하며 읽다 보니 3일이라는 시간이 걸렸다.

그렇지만 3일이란 시간 동안 태천은 어느 정도 천마강기에 대한 갈피를 잡을 수 있었다.

무를 익히는데 최상의 신체라는 무신지체의 덕택이었다.

벌컥벌컥!

비급서에서 눈을 뗀 태천은 옆에서 졸졸 흐르는 개천에 머리를 박고는 벌컥벌컥 물을 마시기 시작했다. 3일 동안 물 한 모금 마시지 않고 비급서만 읽었으니 당연한 일이었다.

“푸하! 꺼윽…… 시원하다. 그럼 어디 한번 시연이나 해볼까?”

비급서에 적힌 대로 내공을 운용을 시작하자 단전에서부터 움직인 내공이 곧 온몸 전체로 퍼져나갔고 이내 퍼져나간 내공이 태천의 피부에 얇은 내공으로 이루어진 막을 만들어냈다.

그런데 그 와중에 태천이 예상하지 못한 일이 벌어졌는데, 바로 천마의와 천마강기가 공명을 하기 시작한 것이다.

천마의가 천마강기에 반응을 하더니 이내 태천의 몸에 붙어 있던 얇은 내공의 막을 흡수했다.

“어라? 뭐야, 이거 니가 왜 먹어!! 뱉어, 임마!”

탕탕탕!!

갑자기 내공을 흡수한 천마의에 화가 난 태천이 천마의를 두들기자 철을 두들기는 소리가 났다.

그리고 이내 천마의가 반응을 했다.

푸화아아앗!

“어, 뭐야……?”

천마강기를 일순 흡수했던 천마의가 천마강기를 다시 뱉어내자 자신이 주입한 내공에 못해도 2배는 되어 보이는 천마강기가 태천의 온몸을 빠짐없이 꼼꼼하게 덮었다.

“와…… 뭐야 괜히 먹은 게 아니었네? 화수분이야 무슨? 먹으면 두 배로 뱉어내네.”

천마의에 새로운 효능을 알게 된 태천이 천마의를 살살 쓰다듬었다.

그리고 이내 방 안에 존재하던 작은 쪽문을 열고 들어갔다.

“좋아~ 이제 진짜로 들어간다!!”

* * *

뭉게뭉게…….

쪽문을 열고 들어간 태천을 반겨준 건 날아오는 암기들이 아닌 방안을 가득 채우고 있는 보라색 연기였다.

문을 열자 갑자기 뿜어져 나오는 보라색 연기에 태천이 놀라 다급하게 입과 코를 막았다.

‘어라? 근데 내가 왜 독에 겁을 먹지?’

입과 코를 막고서는 곰곰이 생각해 보자 자신이 고작 독 안개에 영향을 받을 리가 없었다.

독왕의 밑에서 섭독심법을 10성을 달성했고 그 결과 만독불침은 아니더라도 천독불침은 될 거라고 태천은 자신할 수 있었다.

그런 자신이 이런 독 안개에 겁을 먹을 이유가 없다고 생각한 태천이 입과 코를 가리고 있던 손을 떼었고, 이내 자신의 생각이 맞았음을 확신했다.

“크하핫! 역시 아무런 효과도 없구만! 짜슥 놀라게 하고 있어!”

사실 방안을 가득 채운 보라색 연기는 산공독을 미량 섞은 연기였다.

천마의 편지에 적힌 ‘내공을 쓸 수 없다.’라는 말이 바로 이 산공독 연기를 지칭한 것이었는데, 태천은 무지막지한 독 저항력으로 산공독조차도 이겨낸 것이다.

하늘에 있을 천마가 보았다면 피를 토할 장면이었지만 태천은 유유히 연기 사이를 가로지르며 걸어갔다.

“룰루루~ 화살은 언제 날아오려나~”

콧노래를 부르며 연기를 가로지르던 태천의 말에 반응이라도 했는지 이내 화살들이 날아오기 시작했다.

쐐에에에엑…… 팍!

무시무시한 파공성을 내며 날아오던 화살들은 콧노래를 부르던 태천의 손아귀에 하나둘 잡히기 시작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날아오던 화살비가 멈췄고 태천의 손에는 화살이 몇 다발은 잡혀 있었다.

툭툭.

손에 쥔 화살들을 땅바닥에 내버려 두고는 손을 탁탁! 털어 손에 묻은 먼지들을 털어내고는 다시 걸음을 재촉했다.

“자~ 더 날아와 봐! 천마강기 시범 좀 해보자.”

그리고 태천의 말에 열이라도 받았는지 이번에 화살보다 얇은 세침들이 무더기로 날아왔다.

마치 그 모습이 당가의 비전절기인 만천화우를 보는 기분이었다. 아니, 진짜로 만천화우일지도?

“어라? 이건 좀 아닌데? 말 한마디 했다고 너무 한 거 아니야!!!”

티티팅!

날아오는 세침들을 천마검을 뽑아 튕겨냈지만 다 튕겨낼 수는 없었고, 결국 수십 발에 세침들이 태천의 몸에 박히려고 했지만 철과 철이 부딪치는 소리를 내며 전부 퉁겨져 나갔다.

그리고 그 모습에 태천은 자신감을 얻었다.

“큭…… 크크크! 좋아 하나도 안 아프네! 천마강기 짱이다, 짱! 다 들어와!!!”

태천은 그리 외치면서 이제는 천마검조차 휘두르지 않고 몸으로 전부 받아내며 삼관의 길을 조금씩 걸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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