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기연 네비게이션-30화 (31/139)

기연 네비게이션 30화

채비를 마치고 천마관을 나선 태천 일행의 앞에는 어제 자신들에게 무영의 말을 전해준 일호가 서서 그들을 맞이했다.

“그럼…… 준비는 다 되셨습니까?”

“언제든지 가도 돼.”

“그럼…… 저를 놓치지 마십시오.”

그리 말한 일호는 궁신탄영의 수법으로 허공으로 튕겨 나갔고, 이내 다른 건물들을 밟으며 길을 안내했다.

생각과는 다른 안내에 일행들이 벙쪄 있자 먼저 다른 건물 위에 올라가 있던 태천이 손뼉을 치며 말했다.

“다들 뭐해, 무영 만나러 안가?”

태천의 말에 그제야 정신을 차린 나머지들 또한 태천을 따라 건물 위에 올라갔고, 이내 일호의 뒤를 쫓기 시작했다.

* * *

건물의 누각을 밟으면서 빠르게 달려나가는 일호의 뒤를 태천이 바짝 쫓았고, 그런 태천의 뒤를 천호진과 천호패 등 나머지 일행들이 뒤따랐다.

“크하…… 쟨 뭐 저리 빠르냐? 천마신공 중에 신법이 있었나? 아닌데…… 신공에는 신법은 없었는데…….”

앞서나가는 두 사람을 쫓기가 벅차 숨을 몰아쉬던 천호진에게 철현과 호섬이 그 질문에 답을 해주었다.

“형님은 투신님에게도 신법을 배웠습니다.”

“네, 맞습니다. 그때 저희도 배웠죠.”

확실히 투신에게 가르침을 받은 두 사람은 천호진과는 달리 숨 쉬는 것도 안정되어 있었고, 자세도 안정적이었다.

그런 둘의 모습에 놀라고, 투신의 제자라는 말에도 천호진은 다시 한번 놀랐다.

“투신? 그 훔치지 못할 것이 없다는 그분 말하는 겁니까?”

“네, 그분이 맞을 겁니다. 그분은 백가상회를 없앨 때 태천 형님의 함정에 빠지셨고, 그걸 빌미 삼아 가르침을 받았죠.”

“크으…… 그때 어떻게 그런 생각을 하셨는지…… 지금 생각해도 신기하네.”

시시덕거리면서 그때의 일을 상기하는 둘의 모습을 보면서 천호진은 어이가 없었다.

‘화경의 고수인 투신을 함정에 빠뜨린 것도 모자라서 그걸 빌미로 신법까지 배워? 정말 저 녀석은…….’

그리 생각하며 저만치 달려가는 태천을 보는 천호진이었다.

* * *

‘아오, 뭔데 저 녀석은 저리 빨라?’

5성의 추섬보를 극성으로 펼치고 있는데도 일호의 뒤를 잡지 못해 이렇게 일호의 뒤에서 달려가고 있으니 아마 투신이 알면 땅을 칠 것이다.

물론 일호는 화경의 무인인데 반해 태천은 최절정이었고, 일호가 신령대의 독문신법인 무신보를 거의 10성에 가깝게 익혔기 때문에 태천이 일호를 못 따라잡는 것은 당연했지만, 태천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다.

물론 일호 또한 매우 놀랐다.

‘대체 어떻게 이렇게까지 쫓아올 수 있는 거지?’

일호는 자신을 뒤따라오라 말했지만, 내심 자신을 쫓아올 사람은 저 중에서 아무도 없을 거라 생각했다.

신교의 대장로인 천호패마저도 말이다.

그런데 분명 최절정인 이대천마가 자신의 뒤를 바짝 쫓으니 일호의 입안이 바짝바짝 말랐다.

화경의 무인에 신령대의 서열 2위인 자신이 아무리 이대천마라지만 최절정 무인에게 뒤를 잡힌다?

정말 나가서 죽고 싶을 것이다.

거기까지 생각한 일호는 발에 용천혈에 내공을 더욱 불어넣으면서 속도에 박차를 가했다.

용천혈에 내공을 더 주입하자, 일호는 전보다 더욱 빠른 속도로 달려갔고 그런 일호의 뒤를 태천이 바득바득 쫓아갔다.

* * *

타닷…….

우웨에에엑…….

일호가 멈춰 서자, 태천도 일호가 멈춘 곳에 멈추었고 그 뒤를 호섬과 철현이 내려앉았다.

그러고는 헛구역질을 하며 서로의 등을 두들겨 주었다.

“우웩…… 허억허억…… 죽겠다 죽겠어!!”

“윽…… 내 살다 살다 신법을 쓰다가 내공이 바닥나기는 처음이다. 우웩…….”

둘을 따라오기 위해 호섬과 철현은 있는 내공 없는 내공을 전부 다 끌어써서 쫓아왔다.

둘에 비해 경지도 낮고 신법의 경지도 낮은 둘이 그나마 둘을 쫓아올 방법은 내공을 어마어마하게 불어넣는 방법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둘을 쫓아서 도착하니 갑자기 내공이 다 사라진 것에 대한 탈력감과 피로가 그들을 덮쳤고 그것이 헛구역질로 이어진 것이다.

철현과 호섬이 서로의 등을 사이좋게 두들겨주며 헛구역질을 하고 있을 때, 천호진과 천호패 또한 도착했다.

천호패야 화경의 무인이니 내공도 충분하고 신법도 충분했지만, 천호진과 발을 맞추느라 늦게 도착했다.

그리고 호진이야 신교의 소교주로 각종 영약이란 영약은 다 먹고, 교주의 직계만 익힐 수 있는 신법 또한 익혔기 때문에 꽤 정상적인 모습으로 도달했다.

털썩…….

물론 몸이 따라주진 못해서 도착하자마자 무너지듯이 주저앉았지만 말이다.

나무의 등을 기대며 숨을 몰아쉬던 천호진은 태천을 보면서 생각했다.

‘괴물 같은 놈…….’

* * *

일호와 태천을 쫓느라 진이 빠진 동료들을 잠시 기다리며 태천이 일호에게 물었다.

“여기가 집행자의 거처인가?”

일호가 멈춘 곳은 교주의 성만큼 으리으리한 곳이었다.

물론 깊숙한 곳에 지어져 있어 찾아오기는 힘들겠지만 말이다.

태천의 말에 일호가 고개를 끄덕거리며 말했다.

“그렇습니다. 이곳이 바로 무영 님의 거처이자, 저희 신령대의 본부입니다.”

“호오…… 이곳이 니들 본부구나? 꽤 으리으리하네?”

“무영 님은 집행자 자리에 있으시면서도 원로원에도 속해 계십니다. 그렇기에 외지지만 이런 곳을 얻을 수 있었습니다.”

“하긴 나이가 나이인 양반이니 원로원에 있어도 크게 문제 될 건 없겠지.”

태천의 그 말에 일호가 놀란 표정을 지으면서 물었다.

“……저는 분명 무영 님의 나이에 대해 말씀드린 적이 없는데 어떻게……?”

“뭐, 그거야 나도 내 독자적인 정보 수집을 해주는 사람이 있어서.”

물론 사람이 아니라 네비이지만! 하는 생각을 태천이 했지만, 아쉽게도 일호는 독심술을 배우지 못해 거기까지는 알지 못했다.

“대단하시군요…….”

태천에 대한 놀람 반 경계심 반이 담긴 목소리 일호가 답했다.

“큼큼…… 이제 일행분들과 소교주님 또한 충분히 쉬신 것 같으니…… 가실까요?”

일호의 말에 나무 그늘에 주저앉아 체력을 회복하던 호섬과 철현 그리고 호진은 자리에서 일어나 갈 채비를 했다.

그들이 갈 채비를 하자, 일호는 먼저 천천히 앞장서서 걸어갔다.

그리고 아까와 같이 태천이 일호의 바로 뒤에서 걸어갔고, 나머지 일행들이 채비를 다 했을 때는 이미 둘은 저만치 걸어가 문 앞에 당도해 있었다.

‘집행자…… 드디어 만나는구나!’

새로운 강자와의 만남에 태천의 몸이 부들부들 떨려왔다.

* * *

끼이이익…….

경첩이 끼이익 하는 소리와 함께 신령대의 본단이자, 신교의 집행자인 무영의 거처의 문이 열렸다.

열린 문틈으로 먼저 일호가 들어섰고, 그 뒤를 태천, 호섬, 철현, 천호진 등이 따랐다.

“우와…… 여기 엄청 으리으리하네요.”

호섬은 성안을 둘러보며 감탄했고, 철현도 고개를 끄덕였다.

철현과 호섬이 성 구경으로 바쁠 때, 천호패와 소화평은 언제라도 검을 출수할 수 있게 검의 손잡이를 잡은 채 긴장했다.

신교 집행자의 거처라지만, 방심할 수 없었다.

아직까지는 그가 아군인지 적군인지 판명되지 않았기에 둘이 할 수 있는 거라곤 이렇게나마 대비하는 것뿐이다.

물론 무영이 그들을 적대한다면 둘이 기껏해야 수십 초 혹은 백여 초 남짓에 승부가 갈리겠지만, 그 정도 시간이면 천호진이 도망치고도 남을 시간이었다.

“밖에서 봤을 때도 놀랬지만 너네 진짜 잘 사는구나?”

성 내부를 슬쩍 둘러보고는 태천이 일호에게 말했다.

“칭찬 감사합니다. 아! 그리고 이제 다 왔습니다.”

일호는 그리 말하고는 큰문이 달려 있는 방 앞에 멈춰섰다.

그가 멈춰 서자 태천이 침을 한 번 꿀꺽 삼키고는 물었다.

“여기가 무영의 거처……?”

방 밖에서도 느껴지는 강자의 기척에 태천의 목소리가 살짝 떨렸다.

“네, 맞습니다. 무영 님께서는 안에서 태천 님을 기다리고 계십니다. 어서 들어가시지요.”

일호의 말에 태천이 거대한 문의 손잡이를 잡고 힘껏 밀었다.

‘그래, 이왕 온 거 등짝…… 아니, 낯짝 좀 보자 집행자 양반!!!’

* * *

거대한 문을 열고 들어간 방 안에 있는 무영을 보고 태천이 느낀 것은 두려움도 아니었고 공포도 아니었다.

태천이 느낀 것은 바로…….

‘와…… 키 겁나 크다…….’

태천의 생각처럼 무영의 키는 엄청 컸는데, 180㎝가 넘는 자신의 키보다 족히 한 뼘에서 한 뼘 반은 더 컸다.

압도적인 무영의 키의 태천이 멍하니 서 있자 보다 못한 무영이 헛기침을 하며 태천을 일깨웠다.

“큼큼…… 신령대의 대주 무영이 차기 천마님을 뵙습니다.”

그리 말한 무영이 태천에게 무릎을 꿇었다. 그 광경에 태천은 또다시 넋이 나갔다.

‘뭐야? 한판 할 줄 알았더니…… 그냥 이렇게 끝인 거야?’

태천의 생각을 읽었는지 무릎을 꿇었던 무영이 일어나면서 말했다.

“원래는 절을 해야 마땅하지만…… 아직 제대로 된 시험도 치르지 않았고 그렇기에 이런 식으로 인사하는 점을 사과드립니다.”

“어……? 아니, 괜찮습니다……?”

무영의 말에 평소 존댓말은 하지도 않던 태천의 입에서 존댓말이 튀어나왔다.

“와 봤어? 나 형님이 존댓말 하는 거 처음 본다.”

“그러게 난 형님이 존댓말이라는 게 존재하는 줄 모르는 줄 알았는데…….”

‘저 자식들은 날 여태까지 어떻게 생각하고 있던 거야?!’

평소 자신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알게 된 태천은 일이 마무리되면 두 녀석들부터 손 봐주겠다는 생각을 하며 무영에게 말했다.

“그러면…… 그 시험이라는 게 뭡니까?”

태천이 질문을 하자 무영이 시험에 대해서 설명을 하기 시작했다.

“시험이란, 천마삼관을 말하는 겁니다.”

“천마삼관?!”

무영의 입에서 나온 천마삼관이라는 말에 놀란 것은 다름 아닌 천호진이었다.

“뭐야 왜 너가 놀라? 너 뭐 아는 거 있어?”

“천마삼관은 우리 신교의 시조이신 천마님이 만드신 관이다. 후인을 위해서 만드셨다곤 했지만…… 여태까지 그곳에 들어간 사람은 아무도 없다.”

“뭐? 그럴 거면 왜 만든 거야?”

“거기에는 이유가…….”

천호진이 마저 설명하려 할 때 무영이 말을 끊고는 자신의 말을 시작했다.

“거기서부터는 제가 설명하도록 하죠. 천마삼관의 제 일관의 문을 열려면 천마심법으로 돌린 내공이 필요합니다. 그것도 완전한 심법의 내공이 말이지요. 저희들은 그 천마심법으로 만들어낸 내공을 ‘천마기’라고 부르고 있습니다만…… 온전한 천마심법이 사라진 지금 천마삼관의 문을 열 수 있는 자는 천마님의 제자밖에 없죠.”

“그러면 문만 열면 되는 거 아닌가?”

“정말 그러시길 바랍니까? 그 삼관 안에는 천마님이 공들여 만드신 수련 방법들이 있는데 정말로 문만 열고 자격을 획득하시길 바라십니까?”

공손하지만 말에 날이 서 있는 무영의 말에 태천이 움찔하며 말했다.

“무…… 물론 아니지요. 하하하 삼관 그까이 거 뭐 다 봅시다!”

“그러셔야 이대천마시지요. 그럼 천마삼관으로 들어갈 준비는 저희 쪽에서 하겠습니다. 오늘은 숙소로 돌아가셔서 쉬시지요.”

무영의 공손한 축객령에 태천 일행은 얼떨결에 성 밖으로 나왔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