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연 네비게이션 27화
무영의 말처럼 호진의 행적은 태천이 앞장서서 지웠고, 태천이 오독문에 틀어박힌 뒤로는 목유천이 개방의 힘을 빌어서 지웠기 때문에 아무리 마교의 암향대의 대주인 무영이라도 더 이상의 추적은 불가능했다.
“크으…… 그 자식이 살아 있으면 완벽한 집권이 불가하단 말이다…….”
무영의 말에 천호평은 침음을 삼키며 말했다.
“하지만 소교주가 살아 있다 한들 어찌 다시 돌아오겠습니까? 혹여 돌아온다 해도 교주님의 직위를 뺏을 방법이 없지 않습니까? 설마 그가 운 좋게도 신령을 다룰 권한이 있는 천마님의 제자라도 데려오지 않는 한 말입니다.”
“그래…… 그렇겠지? 후우 미안하네. 나가서 일단 천호진의 행적을 좇는 데 온 힘을 다하게, 병력이든 정보든 전부 권하게, 교주의 권한으로 명하네.”
“충!!!”
물론 무령은 자신이 말한 대로 될지는 예상하지도 못한 채, 교주 알현실에서 빠져나와 정보부로 발을 바삐 놀렸다.
“후우…… 천호진…… 그냥 그때 내 손에 죽었으면 얼마나 편하고 좋았느냐.”
오늘따라 유난히 밝게 빛나는 달을 바라보며 천호평은 생각에 잠겼다.
* * *
“신강이다!!!!!”
멀리서 보이는 신강의 모습에 천호진이 눈물을 흘릴 것처럼 눈이 벌게져서 말을 몰았다.
“야, 천천히 가! 저긴 적의 본진이나 마찬가지라고!”
그런 호진의 뒷덜미를 잡은 것은 태천이었다. 태천의 말에 호진은 머쓱한지 머리를 긁적이며 말했다.
“큼…… 미안하다, 오랜만에 보는 신강의 모습에 절제하지 못했구나.”
하지만 그런 모습을 보인 것은 비단 호진뿐만이 아니었다.
“크흑…… 다시 돌아왔군요…….”
“쯧…… 수호천대의 대주가 이런 일로 울면 되겠는가? 냉큼 그치게!”
코를 훌쩍이며 감격에 빠진 소화평을 천호패가 다그쳤지만, 다그치는 그의 눈에도 한 방울 눈물이 맺혀 있었다.
‘다시는 이곳에 돌아오지 못할 줄 알았는데…… 운이 좋은 건가? 아님 천마님의 축복이려나…….’
천호패는 그리 생각하며 신강을 아련하게 쳐다보았다.
“그럼 이제 제대로 계획을 짜야지, 적진을 한복판에 들어가는데 계획 하나 없이 들어가기는 좀 그렇잖아?”
태천의 말에 일행들은 모두 고개를 끄덕였다.
“일단 신강 바로 뒤에 십만대산이 있는데, 그냥 쳐들어갈까? 솔직히 언제부터 우리가 계획을 짰다고 이렇게 계획을 짜고 있냐.”
계획을 짜자고 말한 지 1분도 되지 않아 그리 말하는 태천이었지만, 일행들은 묘하게 공감이 되는 자신들이 너무 싫었다.
‘큭…… 뭐라 반박하고 싶지만…… 맨날 계획 하나 없이 시도했는데…… 다 성공해서 뭐라 할 말이 없다.’
‘정말로 실패한 게 하나도 없었나……? 혈검문 때는…… 작살 냈고…… 투신님 때도 되지도 않는 함정으로 성공했고…… 오독문에서도…… 뭐야 진짜 다 성공했었네? 우린 계획이 없어야 잘 되는 그런 건가?!’
이렇게 무계획에 다들 동의할 때, 단 한 사람만이 반대하고 나섰다.
“야, 그래도 네 일도 아니고 내 일인데 좀 진지하게 계획을 짜고 들어가면 안 될까?”
천호진이었다.
자신의 목숨을 걸고 하는 일이었는데, 너무 지나치게 무계획적이지 않은가?
그런 생각에 반대표를 던졌지만…….
“싫어, 안 돼, 돌아가, 바꿔줄 생각 없어. 거절은 거절한다!!”
태천의 말도 안 되는 말에 조용히 찌그러졌다.
“그럼 이렇게 정한 거다?”
태천의 말에 일행들은 고개를 끄덕거렸고, 오직 천호진만이 마음속으로 비명을 질렀다.
‘대체 뭘 정한 건데!!!!’
* * *
“하아…… 천호진 소교주님은 어떻게 되셨으려나…….”
“야! 너 그런 소리 하면 교주님에게 잡혀가! 입 조심해!”
“뭐, 이곳까지 누가 나오기나 하냐? 아무튼 나는 그분이 절대 그럴 분이 아니라고 믿는다.”
“왜 그렇게까지 그 반역자를 믿는 거냐?”
“반역자라니! 말조심해. 나는 그때 그분이 단상에 올라 일장 연설을 하시고 증거들을 모아나가시는 모습에 얼마나 감동했었는데!”
“에휴…… 너 그러다가 진짜 감찰대에 잡혀간다? 요즘 얼마나 심하게 감찰하고 다니는지 너도 알면서 그러냐?”
친구의 말에 마교의 경비 무사복을 입고 경비를 서던 남자, 최무생은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애초에 그것부터가 잘못된 거지. 자신이 정상적인 방법으로 교주의 자리에 올랐다면 그럴 리가 없잖아…….”
“그래도 우리 같은 경비 무사가 뭘 하겠…….”
말을 맞받아치던 남자, 김호웅이 말을 멈춘 이유는 저 멀리 걸어오는 일단의 무리들 때문이었다.
“거기! 누구냐! 여긴 대 천마신교의 입구! 신분과 이름을 밝혀라!!!”
호웅의 말에 맨 앞에서 걸어오던 남자가 얼굴을 가리던 모포를 치우면서 말했다.
“네가 말한 대 천마신교의 소교주 천호진이다. 신교의 잘못된 점, 교주 천호영을 잡으러 왔다.”
반역자로 몰린 소교주, 천호진이었다.
* * *
쾅!!!
천호평의 주먹질의 테이블이 부서질 것처럼 진동했다.
“대체 뭘 했길래! 천호진 그 자식이 살아서 돌아다니는 것도 모자라서 이제는 뭐? 교로 들어와? 니들이 그러고도 그 자리에서 목이 온전할 것 같으냐!!!”
천호평의 말과 함께 뿜어지는 기세에 방 안에 있던 수라혈검대주 백무진은 땀을 삐질삐질 흘리면서 답했다.
“크윽…… 저희는 최선을 다했지만…….”
무진의 말에 천호평은 기세를 더 강하게 발하며 물었다.
“최선? 그 최선이라는 게 교내의 정보부의 절반을 끌어다 쓰고 수라혈검대에 암향대를 전부 사용하고도 못 잡은 그 최선을 말하는 거라면 지금 당장 그 덜떨어진 몸뚱어리 위에 붙어 있는 모가지를 떼주마.”
이글이글거리는 눈으로 쳐다보면서 말하자, 무진은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고개를 푹 쉬고 연신 죄송하다는 말만 반복했다.
“후우…… 됐다 나가서 그 반역자 놈을 잡아들일 준비나 해라. 어쨌든 제 발로 걸어 들어왔으니 잡아줘야지.”
천호평의 말에 마뇌, 백무진 그리고 무영은 방문을 열고 교주실을 빠져나갔다.
세 사람이 나가고 횅해진 교무실에서 천호평은 눈을 빛내며 생각했다.
‘후…… 천호진 대체 왜 돌아온 거지? 그렇게 잘 숨어 다녀놓고…… 무슨 묘수라도 생겼느냐?’
* * *
천호영이 자신의 머리를 부여잡고 호진이 돌아온 이유에 대해서 고민하고 있을 때, 마교의 외성은 호진의 귀환으로 시끌시끌했다.
그게 호진에게 좋은 의미일 수도, 나쁜 의미일 수도 있겠지만 말이다.
-이보게 그거 들었는가? 반역자로 몰린 소교주께서 돌아오셨대!
-뭐? 지금 자네 반역자에게 소교주라고 칭한 건가? 미친 겐가?
-그럼 소교주를 소교주라 말하지 무어라 말하는가!
-에라이 이 양반이! 감찰대에 끌려가고 싶어?!!
-쯧쯧…….
이러한 소란들 가운데 그 당사자인 천호진이 나타나자 주변이 더욱 시끌시끌해지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더러운 반역자 새끼! 여기가 어디라도 들어와!
-소교주님! 저희는 소교주님을 믿습니다!
-야! 감찰대 불러! 여기 반역자가 있다고!
-교의 하늘을 죽이고도 모자라서 부교주님을 암살하려 하고 도망친 놈을 옹호해? 니들도 반역도 무리로 끌려가고 싶어?!
-닥쳐! 니들은 자세한 사정도 알지도 못하면서 소교주님을 까내려!
급기야는 서로 주먹질부터 시작해서 이제는 칼부림까지 날 지경까지 간 것이 멈춘 것은 호진의 한 행동 때문이었다.
털썩…….
“다 제 탓입니다. 제 미숙함 때문에 모든 일이 벌어졌고 교인들이 고통받았습니다. 하나, 저는 정말로 교의 하늘이신 저의 아버지 천호영을 죽이지 않았습니다. 다시 한번 진실을 밝히기 위해 저는 목숨을 걸고 다시 교로 돌아왔습니다!!!”
무릎을 꿇고 호소하는 천호진의 모습에 소리치던 사람들이 주춤했고, 거기에 불을 붙인 것은 천호패와 소화평이 무릎을 꿇으면서 더욱 커졌다.
“아닙니다! 소교주의 탓이 아니라 교주님을 보필하지 못한 이 대장로 천호패의 탓입니다!”
교의 하늘 같았던 두 사람과 대주급이었던 이들이 무릎을 꿇으면 사죄를 하니 천호진을 안 좋게 보던 교인들조차 하나둘 입을 닫았고, 옹호파들의 눈에선 눈물이 주르륵 흘러내렸다.
-아아…… 소교주님…….
-그래 저희는 언제나 소교주님을 믿고 있었습니다!!
-와아아아아아아!!!
눈물은 곧 웃음이 되었고 웃음은 또다시 함성으로 번졌다.
-와아아아아아!!! 소교주! 소교주!!
-대장로!! 대장로!!
자신들을 원호하는 소리에 천호진과 천호패 또한 두 눈에서 눈물이 주르륵 흘렀다.
“……모두 감사합니다. 절대로…… 절대로 이번에는 실망시키지 않겠습니다!!”
-와아아아아아아!!!
그리고 그 소란은 얼마 안 가 진압되었다.
“어이! 뭐해! 반역자다! 전부 다 끌고 가!”
감찰대의 등장에 환호성을 지르던 교인들은 주춤주춤 뒤로 물러섰고, 그런 그들을 감찰대원들이 서서히 다가갔다. 그리고 그런 그들의 사이로 호진이 막아섰다.
“물러서라. 나를 따르는 자들을 잡아가려면 나부터 잡아가야 할 거다.”
그런 호진의 말에 감찰대원들이 코웃음 치며 말했다.
“안 그래도 잡아갈 생각이었다!”
그리 말한 감찰대원을 비롯해 다른 감찰대원들이 호진을 제압하기 위해 나섰지만, 그런 그들은 천호패의 손에 가로막혔다.
“어딜…… 감찰대 버러지가 누구의 몸에 손을 대려 하는가!!!!!!”
천호패의 사자후의 감찰대에는 비틀거리는 이들도 있었고 심한 경우에는 내상을 입은 이들 또한 속출했다.
“흥, 별것도 아닌 것들이 감히…….”
천호패의 당당한 모습에 힘 있는 교인들이 힘껏 목소리를 내었다.
-꺼져라! 교주의 개 같으니!
-우린 소교주님의 편에 서겠다! 정통을 따라라!!
-따라라!!!!
하나로 뭉친 교인들과 천호패의 기세등등한 모습에 감찰대는 깨갱하고는 내성으로 몸을 돌렸다.
“네…… 네놈들은 전부 반역이다! 곧…… 감찰대장님과 대주님들께서 네놈들을 처벌할 것이다!!!”
진부한 대사를 날리며 사라진 감찰대의 모습의 교인들이 안심하고선 물었다.
“휴우…… 감사합니다. 소교주님.”
“아닙니다. 다 저 때문인데요. 그런 말 안 하셔도 됩니다.”
“그러시다면야…… 그런데 다른 분들은 누구십니까? 교에서 도망치실 때는 수호천대의 대주분과 대장로님만이 같이 나가시지 않았습니까?”
“아…… 이분들은 말입니다…….”
천호진이 자신들의 일행을 소개하려 할 때 그들 중 한 명이 자신의 모포를 집어 던지며 말했다.
“우리가 누군지 묻는다면 대답해 주는 게 인지상정!”
“나는 호섬!”
“나는 철현!!”
“그리고 나는 이대천마다아아아아아아!!!!!”
어디서 많이 본 듯한 대사를 하며 태천은 천마신교에 자신의 이름을 널리 퍼뜨렸다.
* * *
어두운 방 안, 그 방안에서 숨소리조차 내지 않으며 눈을 감고 있던 남자가 멀리서 들리는 소리에 눈을 떴다.
“이대…… 천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