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연 네비게이션 23화
태천이 오독문에 들어와 수련을 시작한 지 2개월째 섭독심법이 2성에 접어들었다.
슬슬 태천이 하루 동안 캐오는 양으론 모자라기 시작했다.
그래서 시장으로 나가 독초들을 사 오기 시작했다.
산에서 캐오는 것보다 더 많고 다양한 독초들을 섭취하게 되자 태천도 몰랐던 여러 가지 경험을 겪었다.
일반 독초들을 아무 생각 없이 먹다 독초들과 심법의 효능이 더해져 더 강한 독이 되어 죽기 직전까지 몰려 독왕의 도움으로 간신히 살아난 적도 있었고, 꽤 이름 있는 독초를 먹었을 때는 둘이 상충해서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아 당황했던 기억도 있다. 꽤 비싼 거였는데…….
그렇게 독초들을 먹어대며 심법을 운용한 지 2개월 차에 입문하며 2성에 오르자 독왕이 그를 칭찬해 주었다.
“끌끌 나도 2성에 오르는 데는 적지 않은 시간과 독초들이 들었는데 역시 뛰어나긴 하구나.”
그 말을 듣고 태천은 수련에 더욱 박차를 가했다.
하루에 한 번씩 캐오던 독초들을 아침에 한 번, 밤에 한 번 캐러 다녔고 시장 상인들에게도 독초란 독초들은 전부 구매하겠다고 선언했다.
당연히 상인들은 독초란 독초들을 구해오기 시작했고, 소문이 널리 퍼지도록 정보상에게도 돈을 풀어 정보를 퍼뜨렸다.
그 결과 운남에 독초와 약초 상인들이 모이기 시작했고 태천은 엄청난 물량의 독초들을 볼 수 있었다.
하루하루 캐는 양에 더해 상인들의 독초가 더해지고 심법의 운용이 더욱 원활해지자 태천은 날개를 단 것처럼 성취가 올라갔다.
또한 매일 있는 독왕과의 대련 덕분에 다른 무공들의 경지도 조금씩 올랐다.
특히 익히기만 하고 쓰지 않았던 독고구검도 이 기회에 조금씩 써보려는 생각으로 쓰던 것이 어느새 내 손발을 다루는 것처럼 자연스러워졌다.
능히 실전에서 사용해도 될 정도로 말이다.
그렇게 하루 종일 수련이라는 틀에서 벗어나지 않았다.
약초를 캐러 다닐 때조차 추섬보와 천마군림보를 사용하며 캐러 다녔으니 말이다.
그 결과 태천의 수련이 6개월 차에 접어들었을 때 태천의 추섬보는 6성에 올랐고 나머지 무공들은 7성의 경지 발을 들였다.
거기에 섭독심법은 5성의 경지를 밟았다.
2성의 경지에 오를 때보다 빠른 속도에 독왕조차 경악을 금치 못했다.
“허어…… 정말 날이 갈수록 늘어가는구나 정말로 섭독심법을 1년 안에 대성하겠어…….”
독왕의 목표는 만독불침의 기초가 되는 5성의 경지였는데, 태천이 기상천외한 방법들로 독초들을 모아오고 자신이 돌봐주니 상상 이상의 효과를 내어 벌써 5성의 경지를 밟았다.
아마 못해도 남은 6개월 안에 8성은 도달할 거라는 생각에 독왕은 내심 기분이 좋아졌다.
만독불침지체를 자신이 만들어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 충분한 업적일 테니 말이다.
이 업적은 현경에 오르는 것보다 힘든 일이었으니 앞으로도 회자될 것이라는 생각에 독왕은 얼굴에 웃음을 띠면서 태천을 혹독하게 가르쳐갔다.
* * *
태천은 어느덧 섭독심법에 입문한 지도 9개월에 접어들었다.
태천의 괴행으로 인해 현재 운남은 약초상들의 성지가 되었다.
잘 팔리지 않던 독초들을 이곳에 오면 두 배는 물론이고 세 배까지도 너끈하게 받아가거나 진기한 약초들로 바꿀 수 있으니 점점 사람들이 몰리는 것은 당연했다.
이렇게 사람들이 몰려갈수록 태천의 지갑은 점점 말라갔고, 결국 목가장에게 돈을 빌렸다.
목가장에선 기쁘게 화답했다.
자신들이 도울 일이 생겨서 기쁘다나? 그리고 태천에은 심신의 안정을 취할 수 있었다.
목가장에서 돈을 보내올 때 유화 또한 같이 왔기 때문에 지난 9개월간 쉴새 없이 달려온 태천이 유일하게 독초를 캐지도, 섭독심법을 수련하지도 않았고 독왕과 대련도 하지 않았다.
태천은 깜짝 방문한 유화를 보며 처음엔 놀랐지만, 이내 푸근한 미소를 지으며 그녀를 맞이했다.
그녀 또한 태천을 못 본 지 1년 가까이 됐기에 날 듯이 태천의 품에 안긴 것은 덤이었다.
태천은 유화에게 지난 9개월간 있었던 일들에 대해 듣자 놀람을 감출 수 없었다.
일단 독화향과 천호진이 사귀기로 했단다.
극구 아니라고 부인하더니…… 역시 강한 부정은 강한 긍정이란 말이 똑 들어맞았다.
지금 그 둘 때문에 목가장에선 언제나 깨가 쏟아지고 있다 하니 상상만 해도 끔찍했다.
그리고 부럽기도 하다며 유화가 푸념을 늘어놓았는데 태천이 그녀를 꼬옥 안아주자 금세 사르르 풀렸다.
그리고 다음 소식은 꽤 신기했다.
철현과 호섬이 자신이 돌아올 때까지 더욱 강해져서 돌아오겠다며 목가장을 잠시 떠난 것이었다.
풍철현은 자신의 아버지인 풍신에게 가면 된다지만 호섬은? 하며 묻는 태천의 질문에 유화가 답해주었고, 그 대답을 들은 태천은 침음을 삼켰다.
하북철가라고 한다. 호섬의 본가가.
하북철가는 몇백 년간 유지되어오던 팽가의 자리를 뺏고 단숨에 하북을 넘어 무림 전체에 자신들의 힘을 알리고 있는 가문으로, 가주가 현경의 무인이며 화경의 무인조차 다수 있는 가문이었다.
단일 방파로는 제일이라 불리는 마교에게도 꿀리지 않는 정파 제일의 가문이 바로 하북철가였다.
그제야 호섬이 일류는 약한 게 아니냐며 물었던 이유를 이제 알게 된 태천이었다.
‘전생에 낭왕의 출신지가 전혀 알려지지 않았는데 이렇게 알게 되는구나.’
확실히 하북철가라면 호섬이 그런 생각을 하는 것도 충분했다.
거기에 하북철가는 도로 유명했기에 검을 사용하는 호섬이 배척당했을 경우가 컸다.
그런데도 강해지기 위해 그곳으로 돌아갔다니 나중에 다시 보면 몸에 좋은 것 좀 줘야겠다고 생각하며 일행들에 대한 생각을 마쳤다.
이제 남은 시간은 유화와 보내기도 바빴기 때문에…….
생각을 마친 태천은 유화의 손을 잡고 오독문의 대문을 나섰다.
* * *
유화가 다녀간 지도 어느새 2개월이 지났다.
유화가 다녀감으로써 돈을 어느 정도 충전한 태천은 더욱 많은 독초들을 끌어모았다.
더 이상 독초만으로 효과를 볼 수 없었기에 이젠 오독문의 독 제조사의 힘을 빌려야 했다.
섭독심법이 9성에 이른 태천에겐 더 이상 평범한 독이나 독초로는 한계를 이끌어낼 수 없었다.
그래서 독 제조를 오독문에 맡기고 그동안 수련을 하는 식으로 수련 방식을 바꾸었다.
그 결과 죽어 나가는 건 오독문의 독 제조사들이었다.
그래서 한동안 독향은 제조사들에게 항의 같은 탄식들을 들어야만 했다.
몸이 열 개가 돼도 독 제조가 감당이 안 된다며 말이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오독문의 독 제조는 한층 발전한 것도 사실이었기에 독향은 태천에게 항의할 수도 없었다.
거기다 태천의 뒤에는 지금 독왕이 있지 않은가…… 결국 독향은 제조사를 잘 다독이는 수밖에 없었다.
태천은 오독문 최고의 독 제조사들이 만드는 1급 독들을 먹으며 수련에 박차를 가했고…… 결국 10성의 문턱까지 도달했다…….
* * *
섭독심법에 입문한 지 1년째.
태천은 자신의 앞에 놓인 병을 뚫어지게 쳐다보고 있었다.
그의 앞에 놓은 것은 다름 아닌 인독이었다.
중독된다면 화경의 고수조차 목숨을 내놓아야 한다는 인독이 바로 10성에 이르기 위한 마지막 관문이었다.
독병을 유심히 쳐다보고 있는 태천의 곁에서 독왕은 안절부절못하고 있었다.
지난 1년간 태천의 경지를 옆에서 지켜봐 온 자신이지만 지금 이 독은 정말로 태천이 죽을 수도 있었다.
9성의 끝자락에서 단숨에 오를 방법은 이 방법뿐이지만 위험하기에 몇 번이나 설득했음에도 태천은 고집을 부리며 복용하겠다 하였기에 결국 한숨을 내쉬며 건네준 게 바로 저것이다.
한참을 가부좌를 틀고 앉아 뚫어지게 인독을 쳐다보던 태천이 손을 뻗어 독병을 집어 들었다.
꿀꺽…….
태천이 독병을 집어 드는 모습을 보며 독왕이 침을 삼켰다.
혹시라도 잘못된다면 바로 달려들어 해독을 해야 했다.
인독과 지독의 특성상 해독제가 제대로 만들어지지 않았기 때문에 먹는다면 해독을 할 가능성은 20% 남짓이다.
그런 생각을 하던 독왕을 뒤로한 채 지금까지 기다려왔던 것을 만회하듯 태천이 단숨에 병뚜껑을 열어 안에 들어 있는 인독을 삼켰다.
인독을 먹자마자 태천의 몸에 경종이 울려왔다.
1년 내내 길 안내를 제외하곤 딱히 말이 없던 네비조차 태천에게 위기를 알렸다.
‘몸이 급속도로 악화되고 있습니다. 빠른 해독을 추천합니다.’
‘몸이 급속도로 악화되고 있습니다. 빠른 해독을 추천합니다.’
‘몸이 급속도로 악화되고 있습니다. 빠른 해독을 추천합니다.’
오죽 다급했으면 이 말만 반복했겠는가.
거기에 태천의 몸이 중독되었다고 신호를 보내듯 얼굴이 보라색으로 변했다가 점점 시커멓게 변해갔다.
그 모습을 지켜보며 독왕은 애가 끓었다.
지난 1년간 자신이 제자처럼 키워온 태천이 저리되니 가슴이 아팠지만 꾹 지켜보았다.
그리고 독왕을 걱정을 달래주듯이 시커멓게 변하던 태천의 얼굴이 점점 보랏빛으로 변해갔다.
보랏빛 얼굴로 한 시간 가까이 있던 태천의 얼굴이 점점 본래의 살색으로 돌아오기 시작했다.
그와 동시에 태천의 주위로 독연이 푸확 하고 뿜어져 나왔다.
물론 독왕에게는 아무런 효력이 없었지만 주변에 있던 석벽이 녹아내릴 정도로 독한 독연이었다.
그러고는 태천의 몸이 허공으로 떠올랐다.
이내 뿌득뿌득거리는 소리와 함께 뼈가 부서졌다가 다시 맞춰졌고, 피부가 쩍 쩍 갈라지더니 피부 껍질이 바닥에 후두득 떨어졌다.
그리고 태천이 뿜어낸 독들이 태천의 머리 위로 뭉쳐지더니 이내 구 형태로 보일 정도로 압축되었다.
지켜보던 독왕조차 눈을 찌푸릴 정도의 독이 태천의 머리 위를 맴돌다 이내 백회혈로 흡수되었다.
백회혈로 독구가 흡수되자 태천의 몸이 천천히 내려앉았다.
무신초를 먹고 한 번, 이번에 섭독심법을 10성을 이루면서 또 한 번, 총 두 번의 환골탈태를 태천이 이루었다.
‘결국 10성에 도달했구나.’
바닥에 내려앉은 태천이 숨을 내쉬면서 눈을 번쩍 떴다.
눈을 뜬 태천의 눈이 일순 보랏빛으로 빛났지만 이내 원래의 검은색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10성을 이루고 환골탈태를 마친 태천은…….
그대로 잠이 들었다.
쿠울…… 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