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연 네비게이션 22화
일행들이 떠난 뒤 태천은 독왕과 함께 만독불침을 얻기 위한 수련을 시작했다.
그것을 위해 우선 독왕은 독에 대한 강의를 하기 시작했다.
독이란?부터 시작해서 여러 가지 독에 대한 해독 방법 및 처음 보는 독에 당했을 때의 대처 방법들을 가르쳐 주었고, 태천은 그런 독왕의 가르침을 하나라도 잊을새라 전부 머릿속에 저장하며 수업을 들었고 자신의 지식들을 아낌없이 풀어나가던 독왕도 태천의 엄청난 집중력과 기억력에 혀를 내둘렀다.
“노부가 벌써 백 년의 가까운 시간을 살아왔지만 너 같은 녀석은 처음 본다. 무에 대한 지식도 뛰어나고 그것을 익히기 위한 노력도 서슴지 않으면 천부적인 기억력과 집중력이 그것을 뒷받침하는구나. 하하하, 무림에 드디어 천하제일인이 나올지도 모르겠구나.”
“아직 멀었습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천동 녀석은 벽을 뛰어넘고 있을 테니까요.”
“천동? 설마 노천동을 말하는 게냐?”
끄덕끄덕
“허어, 하긴 그 녀석이 있었구나 무당파에 신성 노천동 그 녀석과 친분이 있었느냐?”
“예, 친한 친구 사이입니다. 아 그러고 보니 곧 있으면 다시 만나기로 한 날이 다가오네요.”
“호오, 언제 다시 만나기로 했느냐?”
“각자 20살이 된다면 개봉에서 다시 만나기로 했습니다. 각자의 실력을 평가하기로 하고 말이죠.”
“하하하, 가서 지지 마라.”
“당연한 소리를 하시는군요.”
둘은 한참을 얘기하다 독왕이 다시 정신을 차리고 수업을 이어나가기 시작했다.
“큼큼 이야기가 잠시 딴 데로 샜구나, 다시 시작하겠다.”
독왕의 태천 또한 언제 떠들었냐는 듯이 눈을 부릅뜨고 독왕의 지식을 하나하나 저장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독에 대한 설명을 일주일 가까이 듣던 태천에게 독왕이 바구니 하나를 던져주었다.
바구니 안에는 각종 약초와 독초가 들어 있었다.
“이게 뭡니까?”
바구니를 뒤적거리던 태천이 독왕에게 묻자 독왕이 말했다.
“일단은 독에 대한 저항력부터 키울 필요가 있으니 그것들을 먹으면서 먼저 저항력을 키워야 한다. 그리고 그 바구니 안에 있는 약초들은 그 독들에 해독초들이기도 하고 나도 있으니 편하게 먹어봐라.”
세상에 독초를 맘 편히 먹으라고 하는 사람은 독왕밖에 없을 거다.
‘내가…… 독초를 먹게 되다니 참…….’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던 태천은 이내 바구니로 손을 뻗어 독초를 하나를 가져다 입안에 넣고 우물우물 씹었다.
풀들 특유의 씁쓰름한 맛과 독초의 독 때문인지 입안이 따끔거렸다.
그리고 그게 끝이었다.
‘어라? 뭐 마비 같은 것도 없고 중독됐다는 느낌도 없는데?’
이번에는 독초를 두 개를 꺼내 씹는 태천의 모습을 보며 독왕의 얼굴이 서서히 굳어간다.
서서히 굳어가던 독왕의 얼굴이 완벽하게 굳은 것은 태천이 입안에 있던 독초를 삼키고는 이젠 한 움큼씩 집어 입안에 넣는 것을 보았을 때였다.
‘얘는 대체 뭐하는 애야……?’
“이거 먹다 보니 은근 먹을 만한데요? 알싸한 맛이 괜찮네요.
‘진짜 뭐야????’
독왕은 백 년 가까이 살면서 오늘 같은 신기한 경험은 처음이었다. 독초를 맛있다면 씹어대는 녀석이라니…….
한편 태천이 오독문에서 독초를 으적으적 씹어대고 있을 때, 나머지 일행들은 목가장에 도착했다.
목가장에 도착하자 목유천과 목유화가 마중을 나와 그들을 환대해 주었다.
유화는 일행들 사이에서 태천이 보이지 않자 의아해하며 묻는다.
“가가께선 왜 안 보이시나요?”
“아 형님은 아직 오독문에 계십니다.”
“예? 왜요? 무슨 일이 있었나요?”
“그건…….”
호섬이 머뭇거리자 천호진이 나서서 답해주었다.
“그 녀석은 독왕님의 가르침을 받고 있습니다.”
“네? 독왕님이요?”
독왕이란 말에 유화는 깜짝 놀랐다.
‘독왕이라니…… 위험하시진 않을까?’
그런 유화의 걱정을 보았는지 천호진이 빙그레 웃으며 독화향을 소개시켜 준다.
“이분이 독왕님의 따님이십니다. 그리고 독왕님은 세간의 소문과는 다르게 무척이나 착하신 분이니 걱정하시지 않아도 될 겁니다.”
“안녕하세요. 오독문에서 온 독화향이라고 합니다.”
“아 인사가 늦었네요. 목가장의 목유화라고 합니다.”
둘은 서로를 바라보며 공손하게 인사하곤 유화가 그들을 장원 안으로 이끌었다.
“먼 길을 오시느라 피곤하셨을 텐데 어서 안으로 드시지요.”
유화의 안내를 받으며 일행들은 목가장 안으로 몸을 옮겼다.
일행들이 목가장으로 전부 들어가자 유화는 그들이 걸어온 방향을 바라보며 생각했다.
‘가가…… 몸 조심히 다녀오세요…….’
운남에 있을 태천을 잠시 생각하며 기도한 유화는 이내 목가장 안으로 몸을 돌렸다.
유화까지 안으로 들어가고 목가장의 대문은 천천히 닫혔다.
* * *
일행들이 목가장에 도착하고 태천이 만돌불침지체를 얻기 위해 수련을 한 지도 어느덧 3개월이란 시간이 지났다.
그 시간 동안 태천은 정말 미친 듯이 독초를 먹어댔다.
웬만한 독초로는 효과조차 나오지 않아 태천이 직접 캐온 독초나 오독문에서나 구할 수 있는 독초를 먹어야 효과가 나왔기 때문에 태천의 하루 시작은 언제나 등산이었다.
“하이고 이게 뭔 짓이다냐…….”
태천은 쪼그려 앉아 자신이 오늘 먹을 치의 독초들을 캐고 있었다.
태천의 등 뒤의 망태기에는 이미 독초들이 수북했다.
“큭큭, 내가 산에 있는 독초란 독초는 다 먹겠네.”
그리 말하면서 태천은 손을 바삐 놀렸다.
빨리빨리 캐고 수련을 마쳐야 다른 무공 수련도 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두어 시간 동안 온산을 파헤치고 다니면서 망태기 가득 독초들을 캔 태천은 산에서 내려와 오독문으로 돌아왔다.
망태기 가득 독초를 캐온 태천을 독향이 반겨 주었다.
“오셨습니까? 오늘도 한 가득이군요. 오늘도 저희에게 조금만 팔아주시지 않겠습니까?”
그런 독향의 말에 태천은 언제나처럼 망태기에서 주섬주섬 독초를 몇 개를 꺼내 독향에게 건네주었고, 독향은 그런 독초들을 받아들면서 금자 몇 냥을 태천에게 건네주었다.
딱히 태천이 돈이 궁한 것도 아니었지만 독왕에게 수업을 받는 수업료라 생각하고 독초를 건네주고 있었다.
독향도 그저 예의를 차리기 위해 금자를 준 것이고 말이다.
독향에게 독초를 주고 나서 태천은 오독문 내부에 있는 연무실로 달려갔다.
태천이 연무실에 들어서자 이미 연무실에 있던 독왕이 태천을 반갑게 맞이해 주었다.
“오, 왔느냐? 오늘도 많이도 캐왔구나. 하하, 향이 녀석에게도 건네주고 왔느냐?”
“네 오늘도 꽤 많이 캐서요. 몇 개 건네 드리고 왔습니다.”
“쯔쯔 굳이 그러지 않아도 된다고 했건만.”
말은 그렇게 했지만 매일 태천이 가져다주는 약초 덕분에 새로운 독들도 만들 수 있었고 독의 대량생산까진 아니어도 꽤 많은 양의 독을 만들 수 있었기에 그리 큰 제재는 하지 않는 독왕이었다.
“그럼 오늘 수련을 시작하자꾸나.”
독왕의 말에 태천 주섬주섬 망태기에 있던 독초들을 자기 앞에 꺼내놓고는 하나하나 입안에 쑤셔 넣었다.
그 모습을 하도 보다 보니 이제는 적응이 된 독왕이 태천의 곁을 지켰다.
약 한 시간 동안 태천은 독초를 묵묵히 입안에 털어 넣었다.
굳이 한 시간이나 걸린 이유는 태천이 가져온 독초들이 유독 강력했기 때문에 태천조차도 잠시 쉬어가며 독왕의 도움을 받아야만 먹을 수 있었다.
자신이 캐온 독초들을 다 먹은 뒤 태천은 섭독심법을 운용했다.
섭독심법은 오독문에서 내려오는 독을 다스리는 심법으로 다른 내공심법과의 충돌이 없고 자신의 몸에 있는 독기를 다스릴 수 있게 도와주는 심법으로 이 수련을 시작할 때 독왕이 태천에게 전수해 준 심법이었다.
섭독심법을 운용하자, 많은 독초를 섭취하여 독에 중독되어 몸이 보라색으로 변해 있던 태천이 몸 색이 점점 본래의 살색을 되찾아 가고 있었다.
옆에선 독왕이 차분히 느리게 운용을 하라며 계속 조언을 해주었고 태천은 그런 독왕의 조언대로 독기의 운기를 천천히 느리게 돌렸고 3시간 정도 지나자 태천의 몸 색을 원래대로 돌아왔고, 태천은 그제야 숨을 몰아쉬면서 눈을 떴다.
“후우…… 오늘은 좀 힘들었네요.”
“허…… 이 녀석아 내가 먹은 독초들 중 하나만 절정의 무인이 먹어도 운이 좋아야 반병신이다. 우리 오독문에서도 그 정도 독을 무리 없이 소화 가능한 사람은 손에 꼽는다.”
독왕이 태천의 말에 어이없어하며 고개를 저으며 말하자 그제야 태천은 피식 웃으면서 엉덩이를 털면서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럼 이제 무공 수련으로 넘어가시죠.”
“하이고…… 이 늙은이 밑천을 그냥 다 가져가는구나.”
독왕은 그리 말하면서도 어느새 자세를 잡고 있었다.
지난 3개월간 태천의 수련을 봐주면서 태천이 천마신공을 익히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아직까진 자신의 상대가 되지 않았지만 하루가 다르게 발전해나가는 모습을 보니 자신도 알게 모르게 뿌듯했던 것이다.
거기다가 자신이 독강을 쓰진 않았지만 태천은 어제 자신의 몸에 상처를 입혔다.
절정의 무인이 현경의 무인 몸에 상처를 입히다니!
아무리 현경의 무인이 현경의 상징인 검강(독강)을 쓰지 않았다지만 그러지 않아도 웬만한 화경의 무인은 찜쪄먹는 경지가 현경일진대 고작 이제 20살이 된 약관의 무인이 현경의 무인 몸에 상처를 남겼다는 것은 대단한 일이었다.
그래서 그런지 독왕은 점점 태천과의 대련이 기대되었다.
독왕이 생각을 마칠 때쯤 태천이 몸 점검을 마치고 검을 뽑아 들었고, 이내 독왕에게 몸을 날렸고 독왕은 웃으면서 마주 달려갔다.
쾅쾅쾅!!
오늘도 연무실에서 들려오는 폭음에 독향은 얼굴을 찌뿌렸다.
‘하아…… 오늘도 또 돈이 나가는군…….’
오독문의 소문주이자 오독문의 재정을 담당하는 독향의 수심은 깊어져만 갔다.